'오타쿠 경험(Otaku Experience)'과 비즈니스 전략
‘오타쿠’와 달리 ‘덕후’는 공감중시, 스타벅스 다이어리처럼, 場을 펼쳐줘라
Article at a Glance
‘덕후’는 일본의 오타쿠, 미국의 너드/긱의 속성을 조금씩 가지는 동시에 한국적인 ‘공유’와 ‘소통’을 강조하는 한국형 오타쿠 혹은 마니아를 지칭한다. 미디어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엄청난 소비집단’처럼 다루고 있지만 이들은 생각보다 ‘콘텐츠’ ‘제품’ 그 자체에 바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한국의 ‘덕후’는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중요시하기에 바로 여기에서부터 공략을 해야 한다. 오타쿠 경험(Otaku Experience·OX)을 제공하고, 그 경험을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제공하면 그들의 ‘덕질’을 ‘매출’로 바꿀 수 있다. ‘덕후’를 찾고 분석한 뒤, 그들의 ‘덕질’을 자극할 수 있는 OX와 ‘도전과제’를 만들라. |
한국의 오타쿠와 ‘덕후’, 그리고 ‘덕질’
드라마 ‘태양의 후예’ 팬아트, 걸그룹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출연자, 애니메이션 ‘피카츄’ 캐릭터로 만든 라면, 티푸드와 인형, 영화배우 류준열,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몬스터 주식회사’의 캐릭터 상품.
요즘 들어 ‘대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된 인스타그램에서 ‘덕질’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주로 뜨는 것들이다. ‘덕질’이라는 단어를 몰라도 그 뜻을 유추해볼 수 있다. 아마도 ‘빠져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좇는 행위’쯤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덕질이라는 단어는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 ‘-질’에 ‘덕’이라는 신조어가 붙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오덕후’에서 파생된 ‘덕’이라는 단어는 여기저기에 붙어 ‘덕질’은 물론 ‘영화덕’같이 접미사로 쓰이기도 하고,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듯 갑자기 덕후가 됐다는 의미의 ‘덕통사고’처럼 신조어를 만들어낼 때도 있다.
덕후는 이제 마치 한국 대중문화의 대세를 이루는 단어처럼 보인다. 일상생활에서도 스스로를, 상대방을 덕후라고 칭하는 것이 찾아보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덕밍아웃(덕후임을 커밍아웃 하는 것)’이라는 단어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현상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창출할 수 있을까.
덕후는 ‘오덕후’에서 떨어져 나온 단어이고, 오덕후는 일본어 ‘오타쿠(オタク)’를 한국식으로 발음하다 굳혀진 단어다. (‘오타쿠의 유래’ 참조.)
일본의 오타쿠와 우리의 덕후는 성격이 다르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부터도 일본 오타쿠 문화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수입되고 있었다. 코스튬플레이(costume play)의 준말인 ‘코스프레(コスプレ)’는 1996년부터 PC통신 동호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1 코스프레를 하는 대상은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였다. 일본 현지의 오타쿠와 관심사, 행동 양식 등이 별반 차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온라인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일본 현지와 시차까지 없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의 오타쿠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일본의 오타쿠와 거의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흔히 장난처럼 ‘오덕후’라고 부르는 한국의 오타쿠들은 서브컬처 중에서도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피규어 등에 관심을 갖는다. 이들의 주요 커뮤니티인 루리웹(ruliweb.daum.net)에서는 미국, 일본 등과 거의 시차 없는 정보가 게시되고 있다. 이들은 잘 알려진 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과도할 정도로 몰입해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지식과 실력을 겸비하고, 관련 지식과 상품을 수집하며, 재해석해 의미를 찾는다.2 48명의 멤버 수를 자랑하며 ‘오타쿠의 아이돌’로 불리는 일본 걸그룹 AKB48,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 등에 몰두하는 오덕후의 모습은 일본이나 미국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요즘 자주 언급되는 ‘덕후’는 이런 한국형 오타쿠와는 조금 다른 부류다. 당장 최근 몇 달간 끊임 없이 나온 언론 보도를 보자.
“제가 키덜트냐고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어릴 때부터 만화나 게임 캐릭터 상품을 수집해왔으니까요. 덕후요? 요즘엔 저 같은 사람을 덕후라고 부르는 건 좀 민망한 것 같아요. 워낙 이런 걸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3
위 기사에 등장한 인터뷰이는 자칭 ‘캐릭터 수집가’로 묘사된 바만 보면 오타쿠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칭하는 데 거부감을 보였다.
오타쿠라는 문화 현상이 등장한 지 30년이 넘는 일본에서는 오타쿠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에 대해 다양하고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수입한 오타쿠 문화가 음지에서 머물다 갑자기 부각된 상황이다. 폐쇄적이고, 전문적이기만 하고, 알 수 없는 분야에 몰두하는 오타쿠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오타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중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4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다는 것일까.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어떤 부류는 때로 키덜드(kidult)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니아로 대체돼 쓰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들 단어가 모두 다른 사회에서 처음 시작한 정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형 키덜트, 한국형 마니아, 한국형 오타쿠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필요하다. ‘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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