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개선방안

툭 하면 대형 참사, 성장 신화의 침몰사고예방·대처의 ‘루틴’을 세워라

153호 (201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세월호 참사를 두고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매우 정확한 지적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들 모두가 이 사고에 책임을 피할 수 없는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루틴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을 가능케 한 효율성, 성장, 그리고 속도 일변도의 루틴이 각종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고, 발생한 사고들에 대처하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역량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따라서 더 안전한 대한민국, 그리고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효율성과 성과에 목표가 맞춰진 루틴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단기적 효율성이 감소하고 규제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진정 다시 이런 끔찍한 희생을 막고자 한다면, 과감하게 그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 선택과 결단 역시 우리의 몫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후 20,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

2014년 대한민국은 20년 전인 1994년의 대한민국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을 시간 동안 분명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1994년 말 당시 대한민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1974달러, 글로벌 기업 12개의 총매출액은 2630억 달러, 순이익은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4(2013년 말)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은 26520달러, 글로벌 기업 12개의 총매출액은 4020억 달러, 순이익은 230억 달러다. 말 그대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이었다. 하지만 20여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필자도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었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아무런 외부 충격이나 자연재해의 영향 없이 멀쩡한 교량과 백화점이 무너져 내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원인은 다르지만 많은 비극적인 사고들이 이어졌다. 1999년 씨랜드 화재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등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대형사고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2014 4, 또다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많은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고통이 잊혀질 만하면 너무나 비극적인 사고들이 일어난다. 특히 이번 참사는 명목상으로만 안전수칙을 만들고 전혀 지킬 의지조차 없었던 선사청해진해운의 부도덕성, 승객의 안전과 구조는 생각조차 않고 자신들만 빠져 나온직업윤리와 소명의식은 물론인륜마저 저버린 선장과 승무원의 행태가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이에 대한 고발과 분석은 이미 수차례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으며 현재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 글에서는안전생명’, ‘인간에 대한 기본 도리를 저버린 선사와 선장 등의 행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이번 참사의 근인이 아닌 원인(遠因)을 살펴보는 동시에 더 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성장 신화의 원동력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

앞서 언급한 사고들을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인재(人災)’라는 단어다. ‘인재라는 단어는 그 사건이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고 예방할 수 있었거나, 혹은 적절한 대처가 있었더라면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도대체 왜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대형 인재가 끊이지 않는 것인가?

 

캐나다 맥길대의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 교수는조직들은 의도를 가지건, 혹은 그렇지 않건 간에 모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고 칭하는 초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우리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여타의 다양한 조직들과 개인들은 경제적 효율성의 증대, 양적인 성장, 고속성장을 위한 시간 단축에 최우선의 가치를 부여해 왔다. ,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한민국의 초고속성장은 우리가 지난 50여 년간 성장, 효율성, 속도라는 세 가지의 큰 목표를 향해 전략을 수립하고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모든 국가적, 조직적, 그리고 개인적인 가치관, 행동방식, 의사결정방식들을 이러한 목표들에 맞춰 왔던 덕분에 이뤄졌다는 얘기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우수하고 효과적인 전략일수록 서로 상충하지 않고, 서로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화하는 일련의 활동(activity), 혹은 역량들로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고 설명한다. 포터의 정의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은 성장, 효율성, 속도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전략 혹은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조직들과 개인들의 모든 활동들과 역량들이 성장과 효율성, 그리고 속도를 추구하기 위해 개별적으로도 효과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 또 이들이 종합적이고 긴밀하게 조합돼 있음을 시사한다. 조직이론 학자들은 조직과 개인의 숙달된 의사결정 및 행동방식을 루틴(routine)이라고 칭한다. 조직이론의 용어를 빌리자면, 우리 사회의 조직들과 개인들은 효율성, 성장, 속도를 추구하는 루틴을 50여 년 동안 습득하고 개선시켜왔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보유한 효율성과 성장에 대한 루틴은 너무나도 우수해서 많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이 이러한 루틴을 배우기 위해서 민·관계의 인력과 조직들을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을 가능케 한 효율성, 성장, 속도 일변도의 루틴이 각종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고 발생한 사고들에 대처하는 대한민국의 능력을 저해하는 중요한 장애물로 작용했다. 슬픈 아이러니다.사고 예방이나 사고 발생 후 신속한 대처를 위해서는 개인들이 단순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리처드 넬슨(Richard Nelson)과 시드니 윈터(Sidney Winter) 교수는특정한 상황에 대비한 루틴이 없는 개인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엉성하게라도 대처할 수 있으나, 루틴이 없는 조직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조직은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구체적인 유형마다 사전에 발생을 예방하고,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루틴을 준비하고 있어야만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해상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박 운용업체는 어떤 경우에도 선장과 조타수는 조타실을 지키고, 모든 선원들은 엄격한 교대 규칙을 준수하고, 만약 배가 침몰 위기를 맞은 상황에는 신속하게 구명정을 내리고, 구명조끼를 승객들에게 배포하고, 당황하는 승객들을 진정시켜서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는 숙달된 루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 감독 기관들은 선박들이 화물의 적재 기준을 정확하게 준수하는지를 확인하고, 구명 용구는 항상 사용할 수 있게 관리가 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구조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대처하는 숙련된 루틴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의 많은 조직들은 이러한 효과적인 사고 예방과 대피를 위한 루틴을 보유하고 있지 못할까? 혹자는 감독 기관(정부) 및 기업들이 적절한 매뉴얼, 혹은 규정이나 절차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수의 정부 감독 기관들과 기업들은 이러한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규정이나 절차를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상당 부분 명문화해두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서화된 규정과 절차들이 실제로는 엄격하게 준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맹점에 대해서 존 마이어(John Meyer)와 브라이언 로완(Brian Rowan) 교수는 많은 조직들이 엄격한 절차와 규정들을 제대로 구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들 조직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이러한 절차나 규정들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단지 형식적인(ceremony) 역할만을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마이어와 로완은조직들이 실제로는 준수되지 않는 절차나 규정들을 구비하는 이유는 이러한 형식적인 측면들이 그 조직들에게 사회적인 정당성(legitimacy)을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형식에 그치는 절차와 규정의 문제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중앙정부, 해경, 청해진해운의 경우 해상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매뉴얼과 절차들을 일정 수준 구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정들은 단지 이들 조직의 외적인 모양새를 그럴듯하게 꾸며주는 형식적인 요소에 그쳤다.이러한 규정과 안전수칙들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실질적인 역량으로서 제대로 작동하고 발휘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이들을루틴화해야 한다. 그러나 루틴의 반복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조직의 자원이 지속적으로 소모돼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면, 대피 훈련을 시행하는 동안에는 평상시에 수행하는 과업(: 여객 및 화물수송)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그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효율성(: 시간소모)이 떨어질 것이다. 또한 엄격한 규칙을 항상 준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조직 구성원들의 제한된 심리적인 자원(attentional resource)이 소모되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그만큼의 심리적 자원을 평상시의 과업 수행에 사용할 수 없으므로 조직의 효율성 증대와 성장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모든 역량과 에너지를 효율성과 성장에 기여하는 루틴과 역량의 개선에 집중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목표에서 벗어나안전이나사고 예방에 조직과 개인의 제한된 자원을 할애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행동으로 여겨져 온 측면이 없지 않다. 이처럼 효율성과 가시적인 성과에 중점을 두는 대한민국의 국가 전략은 선박 회사가 형식적으로만 매뉴얼과 절차들을 보유한 채 실제로는 사고에 매우 취약한 루틴에 기반해(: 허술한 선장-조타수의 교대 관행, 잘 펼쳐지지도 않는 구명장치, 엉성한 화물결박 관행, 승객의 안전에 대한 무관심, 상습적인 과적 등) 운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지만 정부 기관들과 기업들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는 평상시에 예비군이나 민방위 훈련, 안전교육 등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가? 또 여러분은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승무원들이 이륙 직전 시연하는 대피 요령 교육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가? 혹시바쁘고 피곤한데 대체 이런 걸 뭣 하러 해?’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지는 않았는가? 도대체 우리는 왜 그러는가? 혹자가 비판하는 것처럼 우리의 국민성이안전불감증에 걸려 있기 때문인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안전과 사고 예방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적, 정신적 자원들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며 우리의 가치관과 의사결정 방식은 제한된 물적, 정신적 자원을 최대한생산적인일들에만 사용하도록 습관화(혹은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을 가능케 한 효율성, 성장, 속도 일변도의 루틴이 각종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고 발생한 사고들에 대처하는 대한민국의 능력을 저해하는 중요한 장애물로 작용했다. 슬픈 아이러니다.

 

기업 혹은 국가 조직의 유능함이 곧 무능함을 결정한다

이제 경제 규모나 기타 사회전반적인 경쟁력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수한 국가적인 역량을 성장과 효율성뿐만 아니라 안전과 사고 예방이라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인재의 발생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을 실제로 달성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조직군생태학(population ecology) 이론의 대표적인 학자인 해넌(Hannan)과 프리먼(Freeman), 진화경제학(evolutionary economics) 이론을 확립한 넬슨과 윈터는 루틴의 관점에서 조직의 변화가 왜 어려운가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국가를 포함한) 모든 조직은 현재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과업과 추구하는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조직이 수행하는 업무 프로세스 혹은 루틴을 개선해나간다. 그 결과 조직들은 현재 추구하는 목표와 수행하는 구체적인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프로세스, 문화, 자원들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점진적인 개선, 혹은 조직의 진화과정에서 현재 과업의 성격에 맞지 않거나 방해가 되는 인적자원, 유무형의 자원들은 궁극적으로 조직 내에서 도태되고 사라지게 된다. 50여 년간 효율성과 성장을 추구해온 대한민국에서는 안전과 예방이라는 전혀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는 데 필요한 많은 유무형의 자원과 역량들이 도태됐고 따라서 해당 자원들이 결핍돼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루틴의 딜레마는 효율적인 루틴일수록 더 변화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루틴이 최적화돼 있다는 것은 특정 활동과 다른 활동을 수행하기에는 그 루틴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조직의 유능함이, 그 조직의 무능함을 규정하는 것이다. 진화경제학에서 지적하고 있는 이러한 루틴의 딜레마는 조직군생태학에서는 조직의 관성(organizational inertia)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간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선령제한 완화조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9 1월 국토해양부는 고가의 선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선박의 운항연수를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다. 노후한 선박일수록 사고의 위험이 높다고 가정할 때 이러한 선령제한 완화 조치는 해양사고의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러한 위험한 결정이 내려진 것일까? 안전과 사고예방에 관련된 조항 혹은 법규들을 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규제. 2014 4월의 대한민국은 안전과 사고 예방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고 안전불감증을 해결하자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론과 대중이 한목소리로 질타하던 대한민국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규제공화국이었다. 그 내용인즉슨, “대한민국은 수많은불필요한규제들로 인해 기업과 개인들의 영리활동이 제약을 받고 효율성이 저해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상당수의 소위 불필요한 규제들이 우리의 안전과 사고 예방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진정 불필요한 규제들은 최소화하고 동시에 안전에 관련된 규제들은 보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필요한 규제와 꼭 필요한 규제들 간의 경계가 간혹 모호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들은 현재 그들이 현재 추구하는 전략과 목표에 부합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대한민국은 변화할 수 있는가?

조직군생태학과 진화경제학에서 제시하는 루틴의 딜레마 혹은 조직의 관성이라는 개념은 효율성과 성장을 우선 목표로 채택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50여 년간 효율성과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루틴을 개선시키고 진화해 온 대한민국 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쉽게 변화하기 어려운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사고예방과 대피의 루틴을 습득하고 숙련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저항하는 현재의 효율성과 성과 위주의 루틴과의 마찰을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개별적인 루틴의 변화는 그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1  또 설령 우리 사회 내 개별 요소들을 하나하나 성공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룰 수 있으려면 또 하나의 매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문제는 바로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다양한 역량과 루틴들의 동시다발적인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직 루틴의 변화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변화를 모색하는 모든 조직들은 순차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서서히 조직을 변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기업들은 먼저 연구·개발 분야의 변화를 모색하고, 그 변화가 성공적으로 안착된 이후에 제조나 인사관리, 마케팅 등 다른 부문의 변화를 순차적으로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영전략과 조직이론의 통찰에 따르면 이러한 순차적이고 점진적인 조직활동의 변화를 통해서는 절대로 성공적인 전략적 변화를 달성해 낼 수 없다. 앞서도 언급했듯, 마이클 포터 교수는 우수하고 효율적인 조직일수록 서로 상충하지 않고, 서로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화하는 일련의 활동 혹은 역량들로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효율성과 성장의 기치를 내걸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수행하는 수많은 활동들은 그 활동 각각이 효율성 증대와 양적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결합돼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하나의 활동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킨다 하더라도 이 활동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는 다른 활동들이 성공적으로 동시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변화는 전체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 , 대한민국의 다양한 부분에서 상응하는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의 사고 대비 태세나 개개 조직(: 기업)의 사고에 대한 대비 태세만 바뀌어서는 사회의 전체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 사회가 안전과 사고예방을 추구하는 루틴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에 동시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다른 요소의 좋은 예가문화. 우리 사회의문화는 과연 안전과 사고예방에 기여하고 이에 배치되지 않는 문화인가? 각급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은 학업적 성취에 최우선을 두는 문화 속에서 성장하며 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쓸모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배척당한다. 학업적 성취를 최우선으로 삼는 문화, 이것도 역시 효율성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회적 가치의 일부다. 그렇게 학창시절 12년을 보내고 나면 우리는 대학에 입학해서 또 다시 학점, 영어점수, 취업을 최우선으로 삼고 4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취업을 하게 되면 어떠한가? 회사에서도 이러한 문화는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심지어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효율성과 성장을 추구하는 풍조는 과거보다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해외 기업들과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이러한 풍토에서 효율성 개선과 성장이 아닌 다른 목표에 한눈을 팔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는 효율성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삼는 문화가 팽배해 있으며, 그러한 환경에서 성장해 온 우리 국민들은 나도 모르게 효율성과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것, 무익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규제는 완화하고 효율성의 개선과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항상 좋은 것이라는 우리의합리적인사고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제언: 더 나은 대한민국, 더 나은 기업을 위해

세월호 참사는 이제 우리 사회가 효율성과 양적성장을 최우선으로 삼는 전략과 이러한 목표를 수행하는 루틴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략과 그 전략을 구성하는 루틴과 역량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 역시 인지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숙련도를 달성한 대한민국 각계각층을 구성하는 여러 조직들의 루틴들은 운동선수들의 폼이 쉽게 변화하기 어려운 것처럼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한 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만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개별 조직들의 루틴이 가까스로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더욱 어려운 과제는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얼핏 생각하기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조직들과 개인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문화들에 이르기까지 동시적인 변화가 추구돼야 한다는 점이다. 안전과 사고예방을 추구하는 루틴을 뒷받침하는 문화는 신속한 실행보다는 좀 느리더라도 꼼꼼하고 침착한 확인과 점검이 중요시된다. 이러한 문화는 우리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효율성과 성장을 위한 신속한 실행과 성취 위주의 문화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문화를 비롯한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의 변화가 없다면 단순히 정부나 몇몇 조직들의 루틴이 변화된다고 우리 사회의 인재에 대한 예방과 대응 능력의 문제가 크게 개선되기 힘들다.이 문제에 대한 진전을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나도 모르게 효율성과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것들에 대해 불필요한 것, 무익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항상 좋은 것이라는 우리의 사고가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첫째, 우리는 효율성, 성장, 속도라는 가치관을 재고해야 한다. 사고예방과 안전에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할수록 조직의 효율성과 성장의 속도는 저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타협과 효율성의 희생 없이는 절대로 사고예방과 대응의 루틴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없다. 이러한 국가적 변화의 와중에서 예상해볼 수 있는 문제점은 효율성과 성장을 여전히 최우선의 목표로 삼는 기존 루틴을 유지하는 조직이나 개인들이, 사고 예방과 대응의 루틴을 새롭게 추구하기 시작하는 조직들이나 개인들과의 경쟁에서 더 우위를 점하리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민방위 훈련이나 기타 사고 대응 훈련에 보다 진지하게 임하고 조직과 개인의 자원을 할애할수록 그러지 않는 조직과 개인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결과적으로 효율성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삼는 조직과 개인들만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게 되고 사고 예방과 대응의 루틴을 추구하는 조직과 개인들은 도태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이나 규제와 같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현재 서로 경쟁하고 있는 조직들과 개인에게 모두 동일한 수준의 자원을 사고예방과 대응의 루틴을 습득하는 데 할애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예를 들면, 사고 대응 훈련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조직이나 개인의 경우 강력한 제재나 벌칙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과 사고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위기는 또 바뀔 수 있다. 안전과 사고 예방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자원이 소요된다는 것을 국민들과 우리 사회의 조직들이 인식하게 되면 그때 우리 사회는 다시 효율성과 성장을 중시하는 예전의 루틴과 가치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러한 회귀 움직임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적인 제재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규제의 증가 (혹은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규제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불필요한규제들을 감내하고 그에 따른 효율성의 희생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대형 인재의 위험성을 안고서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 국민이 선택해야 할 문제다.

 

둘째, 우리 사회에 사고예방과 대응의 루틴이 자리잡기 위해 어떤 요인들이 이와 관련이 돼 있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해 봐야 한다. ··고등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업적 성취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나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조장하는 가정교육, 최대한의 규제 완화와 철폐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은 얼핏 생각하기에는 사회의 사고예방과 대응의 루틴을 육성하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실제로는 안전하고 사고에 대비하는 사회의 근간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다른 중요한 요인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를 철저하게 고민해 보고 다양한 요소들의 측면에서 요구되는 변화를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국가적 변화는 순차적이거나 점진적이기보다는 동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와 관공서에서 사고예방과 대응 훈련을 강화하더라도 사회 전반적으로 효율성과 성장을 우선하는 문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부의 변화는 시간이 흐르면 다시 과거의 효율성과 성장을 우선시하는 루틴으로 회귀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조직과 개인들은 정밀한 시계 톱니바퀴들처럼 잘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다. 만약 이 시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를 원한다면 여러 개의 톱니바퀴들 중에 한두 개만 변화시키는 것으로 원하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잘 돌아가던 시계마저 멈추고 오작동하는 부작용만 발생할 수 있다. 사회 전반, 각계각층에서 사고예방과 안전이라는 목표와 새로운 가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수많은 측면에서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루틴의 상호연관성은 우리 사회의 변화가 결코 정부나 기업 일부의 노력으로만 이뤄질 수 없음을 시사한다. 대한민국을 더 안전한 사회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 모든 조직과 개인 구성원들이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각자 위치에서 자신이 취해야 하는 변화와 희생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전략이나 조직에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줄 만한 조언도 있다. 조직이 어떤 목표나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그 목표나 전략은 항상 장점과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적절한 (혹은 자신의 상황에 그 장점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동시에 그 단점은 덜 중요한) 전략을 선택해야만 한다. 예를 들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효율성과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은 사고예방과 안전의 측면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안전과 사고예방을 중요시하는 전략은 효율성과 성장의 측면에서 역시 경쟁자들에게 뒤처질 수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렵던 시절에는 효율성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전략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제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안전과 사고예방을 도외시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처럼 어떠한 전략과 목표가 더 바람직한가는 각 조직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전략이 두 가지 상반된 오류에 노출돼 있다는 미시간 경영대학원의 펠리페 차사르(Felipe Csaszar) 교수의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차사르 교수에 따르면 모든 조직은 좋은 투자안을 거부할 위험(Type I error)과 좋지 못한 투자안을 선택할 위험(Type Ⅱ error)을 항상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오류들은 모두 조직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조직들은 어느 하나의 오류만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오류를 동시에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문제점은 이 두 가지 오류는 서로 상쇄(trade-off)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즉 어느 기업의 역량이 고정돼 있다는 가정하에 좋은 투자안을 거부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면 좋지 않은 투자안을 선택할 위험이 증가하고, 좋지 않은 투자안을 선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면 좋은 투자안을 거부하는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필연적으로 두 가지 오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한 선택은 각 기업이 처한 환경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난 50여 년간 대한민국은 좋은 투자안을 거부하는 오류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주로 펼쳐왔다. 혹시 모를 사고를 피하기 위해 효율성을 희생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국가적, 조직적, 개인적 역량을 결집하고 모든 루틴을 그 목표에 기반해 발전시켜 왔다는 뜻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많은 좋은 투자안들을 성공적으로 채택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우리 사회는 좋지 못한 투자안들도 채택하는 오류를 범해 왔다. 그 결과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거듭된 안전사고 발생으로 모 중공업 회사가 이에 대해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2014년의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좋은 투자안을 거부하는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대한민국과 한국 기업의 지상과제가 돼선 결코 안 된다는 걸 말해준다.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세월호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러한 비극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강진구고려대 경영대 교수 jg20605@korea.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스쿨(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싱가포르 난양경영대(Nanyang Business School)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심 분야는 경영전략, 혁신과 경쟁우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자 의사결정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7호 New Look at Gen X 2022년 06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