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 Case Study

“유출·폭발 사고, 우리가 1차 방재 책임” 사업장마다 ER팀, 40개 모듈 익히고 또 익혀

153호 (201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듀폰 ‘ER(Emergency Response)’ 프로그램

- 듀폰이 핵심 가치로 삼는안전보건환경(Safety, Health, and the Environment)’을 실현해 나가기 위한 하위 프로그램

- 사업장 안은 물론 사업장 밖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해 놓은 방재(防災) 관련 사규에 기초해 운영

- 화학물질 유출, 폭발 등 사고 발생 시 ER 팀원들이 실제로 사고 현장에 투입돼 위기 상황을 주도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자체 방재 역량을 키우는 게 목표

- 각 사업장마다 ER팀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개인용 보호장구, 억지/제어/제독/이송 등 방재 업무 관련 각종 장비를 마련해 놓고 매년 정기적으로 교육 및 모의훈련을 실시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정부의 부실한 재난 대응 체계, 무사안일주의에 대한 원성과 비판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안전 불감증은 정부와 산업계에도 만연해 있는 게 현실이다. 언론에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해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2년 전 벌어졌던 대형 산업재해인 구미 불산 유출 사고다.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작업자의 실수로 5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부상자만 18명이 나온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당시 구미가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피해가 커졌던 데에는 사고 발생 초기 방재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큰 원인이 됐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외부 방재전문 인력이 산업 현장에서 벌어진 화학물질 관련 사고에 투입될 때는 거의 예외 없이 한 가지 공통적인 어려움에 부닥친다는 사실이다. 바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방관, 경찰 등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들이 사고를 촉발시킨 화학물질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모른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 수는 4만여 종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아무리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고 한들 그 많은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 정보를 방재당국이 일일이 꿰고 있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듀폰 아태지역본부 안전보건환경(SHE·Safety, Health, and the Environment)부에서 동북아·동남아 지역 운송안전 및 방재 팀장을 맡고 있는 김정환 과장이방재의 1차적 책임은 소방서 등 방재당국이 아니라 해당 물질을 취급하는 제조사가 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기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문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9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듀폰은 생산공장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사내에 ER(Emergency Response·비상 대처)팀을 구성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다양한 위기 상황을 가정해 각종 트레이닝과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인 만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침착하게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눈여겨볼 점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ER 팀원들이 직접 방재 작업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는 걸 목표로 훈련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김정환 팀장은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 회사는 소방서에 전화로 신고만 하거나 책임자가 사고 현장에 직접 내려가서 소방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수준에서 그친다하지만 듀폰에선 직접 사고 현장을 지휘하고 몸소 수습에 나설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배양하는 걸 훈련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DBR이 듀폰의 ER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듀폰의 핵심 가치 - 안전보건환경(SHE)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 듀폰은 시장 변화에 맞춰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온 혁신 기업의 대명사다. 이 회사는 1802년 화약 제조로 시작해 20세기 들어나일론을 개발하면서 굴지의 화학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종자, 식품, 농업 등 생명공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종합 과학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런 변신의 귀재인 듀폰도 두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안전보건환경(SHE·Safety, Health, and Environment)’을 핵심 가치로 삼아 온 경영 철학이다. ( 1)

 

1 듀폰 핵심 가치

 

듀폰은 SHE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본사에 안전보건환경 및 지속가능성 담당 임원(SHE & Chief Sustainability Officer)을 별도로 두고 있다. 본사 부사장급인 SHE & CSO는 전 세계 듀폰 작업장의 안전 경영 관리 실태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인 엘렌 쿨만에게 직접 보고한다. SHE & CSO는 매 분기별로 전 세계 작업장의 사고 내용, 재해율 등을 통계 내 각 작업장의 안전 실적을 발표해 관리하고 있다. 듀폰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종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사고율 제로(Committed to Zero)’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듀폰 홈페이지에도 소개돼 있는 SHE 선언문에는모든 상해와 직업병은 물론 안전 및 환경 관련 사고는 전부 사전에 예방이 가능하고, 그렇기에 우리는 이 모든 것을제로로 낮추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특히 SHE와 관련한 사규(corporate standards and guidelines)만 따져도 1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눈여겨볼 점은 방재에 대한 전문화된 사규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사업장 안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규정해 놓은 사규(S25F: Site Emergency Response Planning)는 물론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사규(S4U: Emergency Preparedness and Response for Off-Site Incidents) 역시 두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ER 프로그램은 바로 이 두 가지 사규, S25F S4U에 기초해 운영된다. ( 2) 김정환 팀장은많은 기업들이 사고 방지와 관련된 안전수칙은 잘 구비해 놓고 있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방재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사고는 아무리 조심을 해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듀폰처럼 방재 관련 규칙을 따로 정해 놓고 이를 조직 차원의 역량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 듀폰의 방재 관련 사규(S25F, S4U)에 담긴 주요 내용

 

1) 듀폰의 전 세계 각 사업장은 위기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각 사업장 특성 및 화학물질 특성에 맞춰 상세하고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 24시간 비상 방재전화 시스템, ER 조직 구성, 연간 방재 교육 및 모의훈련 계획, 비상연락망, 현장 대응 프로세스 구축 등)

2) 듀폰 각 사업장은 생산공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ER 팀을 구성해야 하며, 팀 리더는 반드시 듀폰 사내 방재 교육 프로그램에 의거해 위험물질 방재 관련 집중 교육을 받아야 한다.

3) 듀폰 ER 팀원들은 소속된 사업장 상황에 따라 정기적으로 방재 관련 교육 및 모의훈련을 받아야 한다.

4) 듀폰 각 사업장은 방재 관련 장비를 현장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 보호복/호흡기 등 개인용 보호장구 일체, 유독 물질 탐침 장비, 무전기 등 커뮤니케이션 장비, 억지·제어·제독·이송(containment, confinement, decontamination, trans-loading) 관련 각종 장비 등)

5)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회사 측은 현장 수습에 참여하는 듀폰 ER 팀원들이 방재 작업 전후로 건강 상태에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

6) 듀폰 ER팀 리더는 방재 모의훈련이 끝난 후, 또는 실제 사고 수습 후에는 철저한 평가 작업을 통해 각 사업장 대표에게 보고함으로써 향후 ER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체적인 방재 역량 확보 - ER 프로그램

전 세계 각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ER 프로그램은 듀폰이 자체적인 방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하고 있는 대표적 활동이다. 긴급 상황이 닥치더라도 소방서 등 외부 기관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현장을 통제하고 지휘할 수 있도록 ER팀을 구성해 매년 정기적으로 방재 관련 교육 및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듀폰코리아 역시 1990년 울산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한 이후 지난 20여 년간 매년 한 차례씩 빠짐없이 모의훈련을 수행해 왔다.

 

전 세계 작업장마다 이뤄지는 ER 모의훈련의 세부 내용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그러나 어디서나 거의 예외없이 적용되는 원칙이 있다. 바로레벨 3’ 위기 대응에 맞춰 훈련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듀폰 ER팀에선 위기를 크게 레벨 1, 2, 3 세 단계로 구분한다. 레벨 1원격 지휘로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을 탱크로리로 운송하던 중 접촉 사고가 발생했지만 화학물질 유출도 없었고 부상자도 없다면 굳이 담당자가 현장에 출동할 필요 없이 전화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레벨 2현장 협조상황으로 ER 팀장 혹은 팀원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우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사고 대처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외부 방재 기관에 협조를 제공하는 선에서 그친다. 레벨 3현장 통제 및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저장탱크가 전복돼 유독성 물질이 유출됐다거나 공장 내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경우 등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다. 이때는 ER 팀원 전체가 직접 현장에 출동해 사고 수습을 주도해 나간다. 듀폰의 ER 모의훈련은 언제나레벨 3’ 상황 대처 역량까지 키우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이뤄진다.

 

현재 듀폰코리아의 ER팀은 김정환 팀장을 포함해 총 18(듀폰코리아 전체 직원의 약 4%)으로 구성돼 있다. 김정환 팀장의 경우 1년 내내 오로지 방재 업무만 전담하며 나머지 17명의 팀원들은 평상시엔 서울 듀폰코리아 본사에서 영업이나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하거나 울산 생산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정기적으로 ER 관련 방재 교육 및 모의훈련에 참가한다. 대개 1년에 3∼5일 정도 일정으로 집중 교육을 한 후 마지막 날 실제 모의훈련을 하는 형태다.

 

듀폰 아태지역본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방재 교육 모듈은 대략 60여 가지에 달한다. 위기 상황 발생 시 사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기초 교육부터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 정보 교육, 작업장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 분석 등 심화 모듈은 물론 탐침(detection)/제독(decontamination) 장비 사용법, 잔류 오염도 조사 방법 등 실습 교육까지 매우 다양하다. 각 사업장은 60여 가지 모듈 중 각각의 특성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을 취사 선택해 트레이닝에 활용한다. 각 나라별로 취급하는 화학물질이나 사업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듀폰코리아의 경우 현재 40여 가지 교육 모듈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 보호구 착용법이나 탐침 장비 사용법 등은 거의 매년 교육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프로그램이고 유독물질 독성 분석이나 공정상 위험요인 분석 과정 등은 매년 조금씩 내용을 바꿔가며 교육을 진행한다. 해마다 사업장에서 다루는 화학물질이 달라지고, 공정상 변화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교육 내용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나간다는 설명이다.

 

모의훈련은 집중 교육을 마친 후 배운 내용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 대개 훈련 맨 마지막 날 실시한다. 듀폰코리아의 경우 보통 1) 화학물질 유출과 관련된 사고 2) 화재 3) 공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폭발 사고 등 세 가지로 위기 상황을 나눈다. 이를 다시 1) 사업장 내 관리 미숙 2) 운송 시 발생한 돌발 사고 3) 입출고 과정에서의 위험 4) 창고 보관 시 문제 등 사업장 안팎의 여러 사고 발생 가능 지점에 따라 재분류해 매년 조금씩 시나리오를 달리해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울산 사업장 안에서 유독물질이 유출된 상황을 가정하고 모의훈련을 실시했고, 재작년엔 사업장 밖인 울산 인근 창고에서 유해 물질이 유출된 상황을 상정해 훈련을 수행했으며 3년 전엔 충북 진천에 있는 창고에서 도료 제품을 하역하다 페인트가 대량으로 누출되는 사고를 억지하는 드릴을 실시했다. (‘비슷한 사고, 전혀 다른 대응참조.) 훈련 때마다 ER 팀장은 현황을 신속하게 파악해 팀원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어떤 장비를 가지고, 어떤 운송수단을 이용해 사고 지점으로 이동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 후 팀원들에게 정찰/억지/제어/이송 등 각각의 업무 책임을 부여해 침착하게 상황 수습에 나서도록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비슷한 사고, 전혀 다른 대응

듀폰코리아는 매년 시의 적절한 주제를 골라 방재 교육을 하고 그에 맞춰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그전 해에 벌어져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북 구미공단의 불산 유출 사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훈련을 기획했다. 물론 하나는 실제 벌어진 사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상 상황이긴 했지만 비슷한 사고 내용에 대응은 전혀 달랐다.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한다.

 

1) 경북 구미공단 불산 유출 사고

2012 927.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북 구미공단의 휴브글로벌 사업장에서 불화수소산(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탱크로리에 저장돼 있던 액체를 저장탱크로 옮겨 담기 위해 호스를 연결하던 과정에서 작업자가 밸브를 잘못 건드려 유독 가스가 대량 유출된 것. 당시 노동자들은 보호복도 입지 않고 작업을 하다 맹독성 가스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중화제를 확보하지 못해 몇 시간 동안 애꿎은 물만 뿌려댔다. 개중에는 화학 보호복도 착용하지 않고 현장 대응에 나선 소방관도 있었다. 뿌연 연무는 도무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주변으로 뿜어져 나갔다.

 

2) 울산 듀폰코리아 공장 가상 모의훈련

2013 1120일 울산의 듀폰코리아 생산공장. 사업장 내에 있던 산성 화학물질 저장탱크가 전복돼 유독 물질이 유출된 상황을 가정한 ER 모의훈련이 벌어졌다. 듀폰의 24시간 비상 방재전화를 통해 사고 현장에 있던 직원이 신고를 했다. 긴급 상황을 보고받은 ER팀은 즉시 사고 지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ER 팀장의 지휘하에 21조로 짝을 이뤄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1차 투입조는 억지(抑止) 임무를 맡았다. 우주복같이 생긴 보호복에 산소통까지 둘러멘 이들은 유독가스용 압착패드와 로프를 사용해 탱크 훼손 부위를 막았다. 곧이어 각종 공구를 챙겨 든 제어(制御)조가 나서 파손된 밸브와 파이프를 수리, 더 이상 유독 물질이 확산되지 않도록 상황을 수습했다. 이어서 투입된 제독(除毒·decontamination)조는 알칼리성 물질인 소석회로 중화 작업에 들어갔다.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은 건 이송(移送). 고압 펌프로 훼손된 탱크에 남아 있던 물질을 새 저장탱크로 옮겨 담는 것으로 현장 드릴을 끝마쳤다.(사진)

 

 

모의훈련이 끝난 후엔 팀원들이 전부 모여 1∼2시간 정도 마무리 점검 회의를 갖는다. 김정환 팀장은실제 훈련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미비점 및 개선과제에 대해 팀원들 간 가감 없는 토론을 진행한다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활동과 자원 투입이 필요하고 그 일을 누가 담당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결정해 모의훈련 점검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아태지역 ER 프로그램 담당자는 물론 듀폰코리아 사장에게도 직접 전달된다. (그림 1) 김숙경 듀폰코리아 홍보부 상무는만약 안전사고가 날 경우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성과급을 받을 때에도 불이익이 생긴다실제로 최고경영자가 안전 관리에 관심을 갖고 몸소 챙기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림 1 ER모의훈련 시나리오 흐름도

 

 

듀폰코리아의 안전 경영

듀폰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하면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우선 사무실 어디에도 문턱이 없다. 행여 걸어가다가 직원들이 문턱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모든 쓰레기통은 플라스틱이 아닌 철제로 만들어져 있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사무실 천장 부근에는 군데군데 볼록거울이 설치돼 있다. 직원들이 사각 지대에 걸려 행여나 부딪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배려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만큼 조직원들에게 안전과 관련해 요구하는 책임 수준도 높다. 심지어 회사 내뿐 아니라 회사 바깥에서도 안전 수칙을 철저하게 지킬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듀폰코리아에선 업무상 이유로 차를 가지고 다닐 경우 공식 운전면허증 외에 사내에서 발급하는 별도의 운전면허, 이른바듀폰 면허증을 따야 한다. 방어 운전과 안전 운전을 위주로 한 필기 및 실기 시험을 통과해야만 이 면허증을 딸 수 있는데 이게 없으면 회사 안에 차를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 특히 듀폰에선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해고 사유가 된다. 안전 의식이 부족한 사람은 진정한 듀폰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듀폰코리아 서울사무소에는 사무실안전위원회(Office Safety Committee), 안전운전위원회(Driving Safety Committee), 근무외안전위원회(Off-the-job Safety Committee)등 안전과 관련한 크고 작은 위원회들이 있다. 이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인력만 줄잡아 1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개 2∼3년 임기로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들은 사장에게까지 보고되고 필요할 경우 예산을 짜서 집행해 나간다. 예를 들어 차량안전위원회는듀폰 면허증을 취득한 직원들에게 삼각대, 점프케이블, 스프레이 등 안전운전과 관련된 장비를 선물로 지급해 주자는 제안을 해 예산을 확보했다. 김숙경 상무는가급적 모든 직원들이 한 번씩 위원회에 참가하도록 함으로써 평소 안전에 관해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의견을 실제 회사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 경영 - 가장 중요한 건 최고경영자의 의지

듀폰의 창업자인 E.I. 듀폰은모든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며 안전에 대한 책임은 관리자에게 있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그는 살아 생전최고경영자가 먼저 작동해 보지 않은 공장에는 어떤 종업원도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할 조건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19세기에 확립된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21세기에 이르러서도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다. 한 예로 듀폰에선 사업 확장을 위해 신규 화학물질을 들여오려고 하더라도 사고 위험을 가정한 방재 교육이나 ER 모의훈련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물질을 도입할 수가 없도록 돼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처할 능력도 없는 제품은 취급해선 안 된다는 게 사규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듀폰코리아에선 2006년 유해 물질을 들여오기 위해 정규 모의훈련 외에 해당 물질에 특화된 방재 교육 및 모의훈련을 추가로 실시해야만 했다. 듀폰이 방재에 얼마나 큰 중요성을 두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김숙경 상무는이런 이유 때문에 듀폰 사람들끼리는우리는 뭘 하든지 남보다 시간도 돈도 두 배로 더 든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하지만 바로 이런 점이 오늘날 듀폰을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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