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iprocal Loyalty 실행방안

기업과 고객은 공생관계 ‘상호 호혜적 로열티’로 패러다임을 바꿔라

73호 (2011년 1월 Issue 2)

황주리 작가는 화려한 원색과 흑백, 열린 상상력을 바탕으로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한 신구상주의 계열의 화가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통해 도시적 인간의 내면세계와 인간 상황을 아름다운 색채로 구현하고 있다. 황 작가는 <식물학>에서 우리 일상의 복잡 미묘한 상황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남다른 관찰력,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세상의 사물 및 사람들과 소통하며 우리 삶의 자화상을 인간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인 ‘Reciprocal Loyalty’의 핵심 주제가 고객과의 소통과 공감이라는 점에서 작품을 음미해볼 만하다.

황주리 <식물학>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1cm, 2008

 

 

 

 

미국 오리건주 비버톤에 위치한 나이키 본사를 방문해보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항상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직접 축구를 하고 달리기를 합니다. 또 고객들과 공감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합니다. 오늘날 로열티는 기업이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풀던 과거 수직적 개념에서 벗어나 수평적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객과 기업이 상호의존하는(reciprocal) 관계에서 수평적으로 대화하고 공감하면서 로열티를 형성해야 합니다.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은 기업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직원들을 주축으로 꾸준히 이뤄져야 합니다. 이번 DBR 스페셜 리포트는 기업과 고객, 양자 간 대화와 교류를 통해 상호 로열티를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기업 생존 및 번영의 핵심 기반인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뛰어넘어 감정적, 정서적 교감을 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로열티는 상호의존적 관계

로열티(loyalty)란 무엇인가? 각 기업은 자신의 제품과 시장, 기업문화에 맞춰 이에 대한 답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 그 답을 제대로 갖고 있어야 누가 자사에 이익을 주는 로열티 고객인지 파악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로열티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그 과정을 찾아내 로열티를 올리기 위한 업무를 개발하고 수행할 수 있다. 가령 구매자료에 의존해 구매횟수, 구매의 양과 액수, 품목 등을 분석하고 고객의 로열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어떤 기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또 다른 기업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전략적 시각에서 로열티를 의미 있게 정의한 후, 그 의미를 담은 조사분석에 따라 로열티 있는 고객을 파악해 경영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래 전 고객 로열티는 주로 수직적, 따라서 일방적인 개념이었다. 과거 60년대에는 프랜차이즈란단어가 로열티와 유사한 의미로 많이 회자 됐다. 기업이나 브랜드는 프랜차이저(franchaisor), 고객은 프랜차이지(franchaisee)로 비유됐다. 고객이 이것저것에 묶여 기업이나 브랜드를 일방적으로 쫓아다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이것저것이란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는 느낌이나 애착, 아니면 마일리지 점수와 같은 것으로, 고객이 기업이나 브랜드를 충성스럽게 쫓아다님으로써 얻는 경제적, 감성적 이득이다. 그리하여 단순히 싫다, 좋다, 호감이 간다라는 브랜드 태도를 보거나, 구매 의향이 있다, 추천할 의향이 있다 등의 행동성향을 보고 고객 로열티를 가름한다. 또는 매출자료 분석에서 나온 구매패턴과 실적을 반영해 로열티를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로열티는 수평적, 따라서 양방적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로열티는 고객과 기업이 살아가기 위해 상호의존하는(Reciprocal)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미국의 저명한 마케팅 학자인 스턴(Louis W. Stern)에 따르면 고객이 없으면 기업이 살기 어렵고, 기업이 없으면 고객도 살기 어려워 서로 도와 주며 공생하는 관계가 수평적 로열티다. 기업과 고객 중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고 서로 도와주므로, 양자 중 어느 누구도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서 일방적으로 무언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양자는 늘 서로 묻고 의견을 들어 합일된 결정을 도출해 행동한다. 더 나아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서로 얻기 위한 것이 상호의존적 관계이므로, 기업과 고객 양자 중 누구 하나라도 필요한 것을 상대방에게 주지 못하면 그 관계는 의미를 상실한다.

 

따라서 현대적 의미의 상호호혜적 로열티(Reciprocal Loyalty)를 얻고자 하는 기업은 먼저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고객도 마음을 열고 대화에 응해 기업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은 곧 기업이 고객에 대해 갖고 있는 로열티의 증거다. 기업이 고객에 로열티를 보일 때, 고객도 상호호혜적으로 기업에 로열티를 보일 수 있다. 이런 로열티는 기업의 사회적 자산(social equity)으로서 수직적 개념의 로열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경쟁력을 기업에 가져다 준다.

 

캐터필러(Caterpillar), 할리 데이비슨 (Harley Davidson), 애플(Apple) 같은 기업들이 오늘날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된 데에는 좋은 제품과 함께 대화와 공감으로 형성된 로열티 고객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저가 항공사의 원조로 크게 성장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스(Southwest Airlines)도 태생적인 낮은 서비스를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으로 극복했다. 서비스는 미흡하지만 대화와 공감을 통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항공사로 인정 받은 것이다. 1999년에 창업한 자포스(Zappos)라는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기업은 창업 초기부터 기업의 모든 조직과 자원, 그리고 문화를 대화와 공감을 통한 상호호혜적 로열티 개발에 맞췄다. 2009년에는 아마존(Amazon) 12억 달러에 매입할 정도의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자신의 미래도 상호호혜적 로열티의 확보에 달려있다고 보고, 자포스의 로열티 경영 능력을 12억 달러에 구입한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은 상호호혜적 로열티를 얻기 위한 투자에 주저하고 있다.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큰 투자가 요구된다고 생각하거나, 고객과 굳이 동반자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땅이 비옥해야 화학비료와 농약을 적게 쓰고도 오랫동안 농사가 잘 되듯이 고객이라는 농토를 상호호혜적 로열티로 비옥하게 해야 기업도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대화와 공감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은 상호호혜적 로열티를 만드는 첫 관문이다. 여기서 대화란 기업과 고객이 각각 1)인격적(personal) 차원에서 2)서로 동등한 수평적 입장을 견지하며 행하는 3)실시간(online)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대화가 이루어지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은 고객과 대화를 하지 않고 로열티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대화 없이 만든 로열티는 수직적인 것에 그치고 언제든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고객과 인격적, 수평적, 실시간 의사소통을 하는 기업만이 동반자 관계의 진정한 로열티를 만들 수 있다.

 

고객과의 대화에는 특별히 큰 투자가 요구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정보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할 필요도 없고 기업의 모습을 어느 날 한 순간에 변모시킬 필요도 없다. 여력이 되는 대로 종업원들이 모여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고객과 접촉하면 된다. 고객과의 대화는 기업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발생한다. 다만 진화를 위해서는 참고 기다리면서 고객이라는 농토를 로열티로 비옥하게 만들겠다는 가치관과 태도가 필요하다.

 

대화는 인격적이다. 기업은 불특정 다수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을 확인하고 특정된 고객 개개인과 개별적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만약 고객이 1000만 명 있다면 그 1000만 명 각각과 의사소통을 한다. 기업은 각 고객의 인격을 확인하고 그것에 맞춰 각 고객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차별화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1000만 명과의 대화가 모두 다를 수 있다.



오랫동안 기업은 불특정 다수와 비인격적으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데 익숙해져 왔다. 고객과의 의사소통을 대부분 대량전달 매체나 매뉴얼에 입각한 표준적 고객접촉 시스템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의사소통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기업은 상호호혜적 로열티를 높일 수 없다.

 

대화는 수평적, 즉 쌍방적 의사소통이다. 대화를 하려면 상대방 간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어야 한다. 기업이 고객을 잘 아는 만큼 고객도 기업을 잘 알아야 기업과 고객 간에 대화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고객 스스로 기업을 알기에는 너무 힘들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게 투명해야 한다. 이 투명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고객에게 잘 알려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과 고객이 수평적이기 위해서는 한 쪽이 상대방에게 더 의존적이면 안 된다. 더 의존적인 자는 상대방으로부터 발을 빼기 어렵기 때문에 쌍방향 의사소통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마일리지 점수로 고객을 지나치게 얽매이게 하는 것은 고객과의 쌍방향 대화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또 고객의 머릿속에 어떤 자극적인 감성을 심어서 고객이 기업이나 브랜드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니게 하는 것도 고객과의 대화에 방해가 된다. 이런 감성이나 마일리지는 수직적 로열티의 주요 요소이지만, 상호호혜적 로열티 경영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화는 실시간 의사소통이다. 미리 자기가 할 말만 준비해서 상대방에게 쏟아내고 끝을 내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만남의 현장에서 생각을 서로 주고 받으며 어떤 합일점을 찾는 것이 대화다. 그래서 대화는 기업과 고객 간의 상호작용적(interactive) 모습이다. 이런 측면 때문에 대화의 과정이나 성과는 대화현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매뉴얼을 정해 놓고 여기에 맞춰 고객과 의사소통을 진행하는 기업은 대화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화는 현장에서 고객과 합일점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 대화는 문제해결 중심적이고, 진정성 있는 의사소통이다. 건수를 채워 보고하기 위한 것이나, 이미지 조작을 위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사소통은 대화가 될 수 없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상호호혜의 정신에 맞춰 기업과 고객이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다. 인격적으로 말하다 보면 수평적 입장에서 말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실시간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대화를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앞으로도 대화를 계속 할 것이라는 확신이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있어야 한다. 이런 확신이 있어야 양자 간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자포스의 핵심 경쟁력, 컨택센터

기업이 고객과 인격적, 수평적, 실시간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 특히 대기업에서 이런 것이 가능할까?

 

먼저 대화는 달걀이냐 닭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다. 많이 할수록 그만큼 고객이라는 농토는 상호호혜적 로열티로 비옥해져 경쟁력을 얻는다. 회사가 지시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고객과 대화하는 종업원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조직상황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스스로 그렇게 한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인생관과 삶의 방식 때문에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객과 대화하는 종업원들이 있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이런 종업원들에게 신바람을 불어 넣어 조직 문화를 점진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점진적 움직임을 추진한다면 큰 투자 없이도 기업은 얼마든지 고객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자포스(Zappos)라는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설립 당시부터 고객과의 대화에 걸맞은 기업조직과 문화를 조성해 상호호혜적 로열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기업이다. 이 기업으로부터 여러 교훈들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중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컨택센터(Contact Center)와 관련된 것이다. 이 컨택센터는 흔히 말하는 콜센터다.

 

그런데 자포스의 컨택센터는 여타 콜센터와 확연히 다르다. 우선 컨택센터 직원들은 고객응대 시 준수해야 할 매뉴얼이 없다. 직원에게 자유재량권을 줬다. 직원이 하루 종일 한 명의 고객과 대화를 한 사례도 있고, 심지어 고객을 위해 다른 쇼핑몰에 들어가 정보를 찾아 구매를 도와주는 일도 많다. 종종 고객에게 먼저 연락해 생일축하를 해 주기도 한다. 이런 모든 것이 회사의 매뉴얼에 있는 게 아니라 컨택센터 직원의 자유재량에서 비롯된다. 통화건수를 의식해 통화시간을 줄이고자 노력하거나, 회사규정만 되풀이 하며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지 않는 일을 자포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자포스는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되는 기업이다. 아주 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소규모 영세기업도 아니다. 자포스는 고객과의 대화창구로 컨택센터를 활용했고, 그리하여 이 컨택센터에 많은 투자를 했다. 컨택센터 직원들은 정규직원들이며 사장 이하 모든 임직원이 컨택센터 업무에 숙련된 사람들이다. 물론 신입직원들도 모두 컨택센터를 상당기간 거쳐야만 한다. 컨택센터는 핵심부서이지 변방부서가 아니다. 반면 자포스는 고객과의 일방적, 간접적 의사소통에는 투자를 자제한다. 대중매체 광고는 타 경쟁업체에 비해 비중이 적고, 이벤트성 행사나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없는 편이다. 이보다는 고객과 직접적인 대화를 하는 데 기업의 역량을 결집한다.

 

종업원은 대화의 주체

대화는 생명체끼리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브랜드에 인격이나 감성을 불어 넣고 아무리 의인화를 시켜도 그것들에 생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대화는 종업원 개인과 고객 개인 간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종업원은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갖고 고객과 대화한다.



이 점에서 고객과 대화하려는 기업은 먼저 종업원이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이해하고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이후에는 고객과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자유재량을 종업원에게 부여해야 한다. 종업원이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습득하면 아무리 자유재량적 활동을 하더라도 기업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 자포스는 이러한 상식적 원리를 실천에 옮겼고, 그리하여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을 실천했다.

 

컴퓨터에 사람의 인격과 감성을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컴퓨터에 고객과 대화를 나누라고 할 수 없다. 물론 먼 미래에는 그런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사람이라는 훌륭한 컴퓨터가 있다. 그래서 고객과 개별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 사람이라는 컴퓨터는 인격과 감성을 잘 저장하고 처리한다. 자포스처럼 고객과 대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몇 백 명 이상 있다면 실질적으로 몇 개의 슈퍼 컴퓨터 체제 이상의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고, 이를 통해 몇 백만 명 이상의 고객과 대화할 수 있다. 사람에 기반을 둔 강력한 고객경영 체제는 비교적 낮은 초기 투자를 통해 확립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영업실적에 맞게 확대, 발전시킬 수 있다. 자포스는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요컨대,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은 기업과 한 마음이 된 종업원들이 모여 꾸준히 진행해 가는 것이다. 각 종업원들이 각 고객과 수평적 입장에서 인격을 나누며 실시간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늘 현재진행형이고 끝없는 기업의 숙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 숙제의 핵심은 즐겁고 행복하게 고객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종업원에게 만들어 주는 일이다.

 

대화와 공감을 넘어서

기업은 고객의 마음을 읽고 원하는 바를 찾아서 실현시켜줘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 대화와 공감은 필수적이다. 고객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고객과 같은 처지가 되어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미국의 한 항공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일등석만 타고 다니는 경영자가 3등석을 타고 다니는 고객의 마음을 알 수 없고, 해고당한 공항 현장직원의 마음을 잘나가는 본부의 경영기획실 직원이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자기 머리를 깎다가 느낀 바를 사업에 적용해 성공한 예가 많다.

 

나이키(Nike)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Phil Knight)와 빌 바워맨(Bill Bowerman)이 그런 경우다. 육상선수로서 느낀 바를 반영해 잘 달릴 수 있는 기능적 운동화를 만들어 사업번영의 기초를 다졌다. IBM CEO였던 루 거스트너(Lou Gestner)는 이전에 IBM의 고객이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CEO였다. 거스트너는 IBM을 분사하자는 주위의 압력을 극복하고 고객중심적인 영업을 이끌어 성공적인 경영업적을 쌓았다. 그는 재무나 관리통들이 주장한 분사가 이루어지면 IBM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의 판단에는 IBM의 고객이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CEO 재임시절 경험이 한 몫 했다.

 

고객의 처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행운에 가깝다. 대부분은 그런 경험 없이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은 절대적이다. 할리 데이비슨 본사에 가 보면 주차장에서부터 고객과 대화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배어있다. 직원들 모두 할리 오토바이를 타지는 않지만 회사의 제일 좋은 주차공간에는 오토바이만 세울 수 있다. 건물 내 사무공간에는 할리 고객의 문화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상징물과 구조물이 가득하다. 직원들은 이것들을 통해 끊임없이 할리 고객과 문화적으로 소통한다.

 

그러면 앞서 제시한 대화의 3요소를 마음에 두고 고객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기로 하자. 많은 고객은 자신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의식적으로 잘 인지하지 못한다. 다만 그 마음속의 무엇으로 인해 어떤 행동과 감성을 표출한다. 또는 그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을 잘 인지하더라도 사회적 압력 또는 표현 능력의 제한 등으로 기업에 잘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고객이 표출한 행동과 감성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접수하는 것이야말로 고객의 마음을 잘 읽는 첩경이다. 고객의 작고 미세한 행동 변화나 감성의 움직임 속에 진실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이 없다면, 당연히 그런 행동의 변화와 감성의 움직임을 찾아낼 수 없다. 각 고객의 개성을 잘 파악하고 고객과 같은 입장에서 의사소통을 해야 고객의 미묘한 행동이나 감성을 잡아낼 수 있다. 이 점에서 <와이어드>라는 책에 실려 있는 나이키의 데이브 셰넌(Dave Schenone)이 보여준 예는 의미 있다. 달리는 기능성만 강조된 나이키 운동화의 매출이 정점을 지난 1990년 어느 날, 셰넌은 대학생들이 운동화를 과거보다 구매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 대학교 교정을 무작정 어슬렁거렸다. 거기서 그는 대학생들이 주로 통이 크고 긴 청바지를 입고 거기에 무겁고 딱딱해 걷기에도 불편한 닥터 마틴스(Doc Mattens)라는 부츠를 신고 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관찰한 대학생들은 스타일을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통이 크고 긴 청바지에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닥터 마틴스 부츠를 불편해도 신고 다녔다. 불편해도 패션은 대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여기에 착안해 나이키는 대학생의 문화와 생활양식에 맞는 제품개발에 착수했다. 그리하여 나온 것이 프레스토(Presto)였다. 이것은 기존의 것보다 크고, 사이즈도 단순화된 형형색색의 운동화로, 스포츠문화상품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어놓을 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고객의 행동과 감성을 잡아낸다고 해서 고객의 마음을 읽는 일이 거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행동과 감성을 해석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자신이 파악한 행동과 감성을 고객에게 다시 정확히 전달하고, 그런 행동과 감성에 내재돼 있는 고객의 생각을 관찰하고 물어봐야 한다. 당연히 이를 위해 기업은 또 다시 고객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대화는 생명이 없는 기업이 하는 게 아니라 종업원이 하는 것이다. 그 어느 최신 IT시스템이나 대규모의 표준적 시장조사 능력을 갖고 있어도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 속에서 고객의 복잡한 행동을 이해하고 감성을 제대로 교환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종업원이라는 사람뿐이다.

 

대화적 기업문화

고객과의 대화에서 종업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종업원이 고객과 대화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으면 기업과 고객 간의 대화와 공감, 더 나아가서 상호호혜적 로열티 경영은 어려워진다. 따라서 각 기업은 먼저 자신의 기업문화가 고객과의 대화에 얼마나 부합되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대화적 기업문화의 특징을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자율성(autonomy)이 존중되는 문화에서 종업원은 고객과 대화할 수 있다. 자포스의 경우, 고객과의 대화에서 컨택센터 직원이 준수해야 할 명시적 규범이나 매뉴얼이 없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고객과의 대화를 다양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종업원에게 자율성이 주어지려면, 종업원은 업무수행에 대해 높은 동기부여와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아무에게나 자율성이 부여될 수는 없다. 자율성이 존중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려면 일에 대해 동기부여와 능력이 높은 사람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거나 훈련시켜야 한다. 자포스는 콜센터 업무에 동기부여와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쉽게 구하기 위해 회사를 라스베이거스로 옮겼다. 그곳에는 콜센터들이 밀집해 있어 동기부여와 능력 면에서 훌륭한 인력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엄격한 채용과정을 적용해 추구하는 기업문화에 잘 맞는 지원자들을 채용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동기부여와 업무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했다.

 

종업원의 조직에 대한 헌신(commitment)은 고객과의 대화를 원하는 회사가 꼭 갖춰야 하는 조직문화적 요소다. 종업원의 헌신을 얻으려면 기업도 그만큼 종업원에 헌신해야 한다. 경제적, 비경제적 만족을 종업원에게 제공해야 한다. 2010년 포춘(Fortune)지에 일하기 좋은 직장 15위에 오른 자포스의 컨택센터 직원은 모두 정규 직원이다.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으로 잘 알려진 또 하나의 회사인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스도 다른 항공사가 모두 감원을 하는 불황의 와중에도 감원을 하지 않았다. 그리하고도 더 큰 수익을 창출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종업원의 고용안정을 꾀하면서 고객과의 대화를 추구하는 회사들은 대체적으로 검소하다. 꼭 필요하지 않은 데는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 CEO나 임원의 보수나 경비도 크지 않고, 직원들도 다 솔선수범해 절약에 동참한다. 자포스에서는 CEO가 직원들과 개방된 공간에서 서로 마주보며 일을 한다고 한다.

 

또 고객과 대화하는 회사의 종업원들은 자기들끼리도 서로 늘 대화한다. 대화하라고 해서 억지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다. 친구나 선후배를 대하는 느낌으로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대화하고, 대화에는 늘 재미나 즐거움이 곁들여진다. 스스로 대화하는 이유는 고객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서로의 일이 늘 조화롭게 진행돼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대화가 많으므로 종업원 간의 갈등도 파괴적이 아닌 건설적이다. 갈등이 더 많은 대화를 낳고, 갈등의 원인과 대책을 찾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간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들자면 많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고객지향적인 기업은 여타 기업들보다도 정직하고 투명하다. 정직과 투명성이 기업 내에 잘 정착될수록 종업원들의 직장만족도는 높아진다. 2010년 포춘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직장에 자포스에 이어 16위로 오른 시스코(Cisco Systems)의 창업자 존 체임버스(John Chambers)는 일찍이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시스코의 핵심 가치관으로 삼았다. 존 체임버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일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정직하고 투명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직원들에게 늘 강조했다. 1980년대에 캐터필러는 일본기업의 도전과 힘든 경제상황 속에서 수년간 적자를 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쌓은 캐터필러의 정직과 투명성은 종업원, 딜러, 구매자들 간의 대화와 공감을 가능케 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지한 강력한 상호호혜적 로열티는 회생의 밑거름이 됐다.

 

대화적 기업문화를 조성하면 종업원이 스스로 움직여서 고객과의 대화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각 기업은 먼저 자신이 대화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 다음에 그런 문화 속에서 좀더 능률적으로 종업원이 고객과 대화할 수 있는 여러 방책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중심

사회교환적 측면에서 사업은 사람들이 번영하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첫 출발이 대화와 공감이며 이 과정의 완결편이 상호호혜적 로열티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과 대화와 공감을 이끌어 가는 주체는 곧 종업원이다. 따라서 종업원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이 실천되고, 로열티 경영도 성공한다. 결국 회사 안이나 밖에서 모두 사람을 사람답게 보고 움직이는 기업만이 로열티 경영을 통해 번영할 수 있다.

 

현용진 교수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매디슨 캠퍼스)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숙명여대와 아주대를 거쳐 2002년부터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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