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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포트폴리오 관리

의미있는 고객만 추려 핵심사업과 결합하라

안상훈 | 65호 (2010년 9월 Issue 2)

 

GE, 듀폰, 3M…. 100 년이 넘는 동안성장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온 기업들입니다. 한 마리 토끼만 잡는 것도 어려운데 이 힘든 일을 100년 동안 해왔다는 점 때문에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신속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현재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 해도 미래 성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처분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꺼리는 경영자도 많고, 포트폴리오 평가 결과 분석에만 매달리다 미래의 신규 사업 기회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DBR이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론 및 올바른 사용법을 제시합니다. 생생한 혁신 아이디어의 발굴을 통해 성장 정체의 고민을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혜 서울산업대 교수는 지난 10년간 유기적 기하학(Organic Geometry)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 홍 교수는 캔버스와 붓 대신 컴퓨터를 사용해 사각형 등의 인공적 이미지를 만든 후 이를 가구, 벽화, 조각, 비디오 등의 작품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단순한 사각형이 벽돌로, 창문으로, 계단으로, 건축 자재로, 집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 사업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해체하고 확산시켜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 주제 Portfolio Management와 맥을 같이 한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 물살이 드센 곳에서 부지런히 노를 젓지 않으면 제자리를 지키기도 어렵다. 하지만 성장은 말처럼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나아가 성장 그 자체만으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지도 않는다. 미국의 초우량 기업들 가운데 국가 GDP 증가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의 비율은 40% 정도다. S&P 500 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기업의 비율은 29%로 줄어든다. 실질적인 플러스 성장을 이루고 자본의 기회 비용 이상으로 가치를 창출한 기업이 단지 29%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29%에 포함된 기업 중 단 41%만이 다음 10년 동안에도 이 같은 성과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도태의 압박을 이기고 가치를 창출하며 영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첫째, 성장에 대한 강렬한 열망에 기초해 야심 찬 성장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유혹이나 무난한 성장 목표는 그 자체로 성장의 불씨를 약하게 만들고 기업 활동을 둔화시킨다. 자동차 정비에 필요한 각종 조립 제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세계 시장 점유율을 획득하고 있는 독일 뷔르트그룹은 매 5년간 2배 이상의 성장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수립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목표에 냉철한 분석과 낙관적 조직 문화가 결합된 결과, 1979년 2억 유로에 불과했던 이들의 사업 규모는 2007년 85억 유로로 성장했다. 목표가 달성된 2007년 뷔르트그룹이 설정한 2017년 성장 목표는 220억 유로에 달한다.
 
둘째, 성장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무차별적 시장 확대에 따른 전략적 포지션의 약화, 소모적 시장 점유율 쟁탈에 따른 수익 구조의 악화, 승자의 저주와 같은 M&A의 후유증 등은 맹목적인 외형 확대에 몰두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은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닌 가치 성장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가치 성장을 위해 개별적인 성장 대안들이 충족시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은 지속 가능성, 경쟁력, 수익성이다. 지속가능성은 환경, 재무, 운영 리스크가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지 말아야 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쟁력은 차별적인 고객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명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수익성은 자본 비용을 상회하는 수준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치밀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대항해의 성공을 위해서는 상세한 항로 설계와 최적의 함대 구성, 빈틈없는 병참 계획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담대한 가치 성장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어떠한 성장 경로를 추구할지, 각각의 성장 단계별로 어떠한 사업을 전개할지, 각 사업은 어떤 고객에게 어떤 제품을 어떤 가치 제언으로 제공할지, 그에 따른 자원과 역량은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정교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자신의 성장 잠재력을 과대 혹은 과소 평가해 불합리한 성장 목표를 설정하거나, 조급한 외형 확대의 유혹에 빠져 적절한 성장 경로를 이탈하거나, 포트폴리오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접근 방법으로 인해 가치 성장의 기회를 상실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런 오류를 피하려면 성장과 포트폴리오에 대한 문제 의식과 관리 수준을 고도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관리의 의미와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기업들은 신속한 외형 확대에 대한 유혹과 대세론의 압박에 초조함을 느낀 나머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녹색 사업이나 모바일 사업이 유망하다든지, 실버 혹은 여성 고객을 잡아야 산다든지, 유기농 브랜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식의 대세론에 기초해 다양한 층위의 포트폴리오들을 늘린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포트폴리오들이 어떤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와 무관하게 단지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성적으로 방치된다는 점이다. 이때, 저성과 포트폴리오들은 기업의 전략적 초점을 흐리게 하고 자원과 역량을 분산시킴으로써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때 기업은 비로소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 전략 기획, 마케팅, 영업 등의 기능 단위별로 각 층위의 포트폴리오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자원과 역량을 재배분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한다. 이 방법은 상당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몇 가지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현재 성과를 바탕으로 한 정량적 평가 결과가 미래의 전망이나 새로운 기회 요소를 가리는 사례, 사업-고객-제품-브랜드 포트폴리오 간의 전략적 정합성이 확보되지 않아 혼란과 낭비가 발생하는 사례가 좋은 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더 체계적이고 전사적인 접근 방법, 즉 구조적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가치 성장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목표와 시각에 기초해 기업의 성장 경로 및 사업 전개 로드맵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기초해 각 개별 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포트폴리오들을 고객 중심성에 기초해 통합적으로 재편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 첫걸음은 합리적 성장 경로에 기초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BCG 매트릭스나 GE 매트릭스 등과 같은 몇 가지 권위 있는 평가 방법이 떠오른다. 기업은 이런 전통적 도구를 활용해 각 사업의 전망과 성과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기초해 미래의 자원 배분 및 투자 계획을 수립한다. 이는 일견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한 접근 방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다음의 맹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개별 사업에 대한 평가가 기업의 합리적 성장 경로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듀퐁이 각 사업의 현상적인 성과에만 기초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면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섬유 부문을 매각하고 농업과 식량 부문에 진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부 지향적 사고는 성장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둘째, 산업 환경이나 수명 주기가 사업 성과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전체 커피 소비량이 단 1%도 늘어나지 않을 만큼 정체됐던 1990년대 미국 커피산업 환경 하에서 스타벅스는 연평균 50%라는 놀라운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특정 기업의 혁신은 산업 환경이나 사업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셋째, 현재의 사업 성과가 미래의 사업 성과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일본 업체들의 거센 공세로 1980년대 초 파산 직전에 내몰렸던 할리 데이비슨은 자유를 갈망하는 머슬 바이크 라이더들을 자사의 핵심 고객으로 규정하고, 이에 전사적인 마케팅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했다. 누구를 고객으로 규정하고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과는 크게 엇갈릴 수 있다.
 
기업이 이 문제점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법을 <그림1>과 같이 동태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핵심 사업에서의 성공이 없으면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핵심 사업의 자산과 역량을 활용해 확장 사업을 성공시키고, 나아가 미래의 성장을 위한 대안 사업을 개발해가겠다는 합리적 성장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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