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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회의는 ‘다름’을 이해하는 훈련소

마동훈 | 37호 (2009년 7월 Issue 2)
‘서로 다름’의 이해
“분명히 내가 A 분야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는데, 왜 이걸 들고 왔나? 전혀 관련이 없잖아!”
“왜 고치라고 한 부분을 그대로 놔뒀어? 도대체 내 말을 뭐로 듣는 거야?”
“분명히 팀장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했는데 왜 그러세요?”
“말씀하신 것이 명확하지 않아서 제 나름대로 일을 했습니다만….”
 
사람들의 생김새는 모두 다르다. 우리는 그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서로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면, 그로 인해 오해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겉모습이 아닌, 개인의 내부적인 특성(지각, 인지, 감성, 취향 등)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은 쉽게 간과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서로 다른 외양을 가진 타인들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낀다’고 전제한다.
 
물론 이것은 분명한 오해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은 때로 생김새보다 훨씬 더 다를 수 있다. 이에 대한 적확한 이해, 즉 ‘서로 다름(difference)’의 이해는 오해를 넘어선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주며, 조직 구성원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개인별로 생각과 감정의 방식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서 많은 오해와 갈등, 비효율이 생기는 원인이다. 

‘서로 다름’, 그 이유는?
사고와 인식의 개인별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심리학 분야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머릿속에 고유의 인식 프레임(frame)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보를 제각각 걸러내 해석한다고 본다.
 
커뮤니케이션학 역시 이와 비슷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좀더 문화적이며 사회적인 면을 강조한다. 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커뮤니케이션 문화 이론 연구자인 스튜어트 홀은 1973년 논문 <인코딩/디코딩(Encoding/Decoding)>에서 동일한 메시지를 개개의 방송 수용자들이 다르게 해석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첫 번째 원인은 수용자들 각각의 ‘기술적 인프라(technical infrastructure)’다. 이는 한 사회 속에서 개인 존재의 기반을 이루는 사회적 특성(인종, 성별, 종교, 가문 등)을 뜻한다. 두 번째 원인 또는 배경은 ‘물적 생산 양식(mode of production)’이다. 이는 개인의 경제적 존재 양식을 뜻한다. 홀은 마지막으로 ‘개인의 지식 체계(framework of knowledge)’를 언급했다. 이는 개인의 기술적 인프라와 경제적 토대에 기반을 둔 사고, 인지, 지식의 체계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개념이다. 종합하자면, 이 3가지 원인이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같은 메시지를 접하고도 서로 판이하게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또 다른 영국의 문화 연구자이자 역사학자인 리처드 호가트는 1959년 생각의 다름을 설명하기 위해 ‘리터러시(literacy)’라는 개념을 활용했다. 리터러시는 언어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넘어선 개념이다. 새로운 유행, 취향, 조직의 분위기와 규범, 혹은 지식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이에 적응하는 능력도 모두 리터러시에 포함된다.
 
사회와 조직의 구성원 대부분은 일단 외견상 새로운 유행과 취향, 조직 분위기, 규범, 지식을 ‘모두 이해하고 이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보이도록’ 훈련받는다. 구성원은 다수의 질서로부터 일탈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또 조직에 소속됐다는 안정감을 갖기 위해 그렇게 행동한다. 이로 인해 사회와 조직의 구성원은 리터러시를 갖춘 ‘교양인’이 되도록 훈육된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모든 사람이 결코 같을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모든 사회에 소수 문화, 혹은 하위문화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런 문화는 보통 정서적으로 매우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각된다. 즉 한 사회와 문화에는 공통적인 리터러시가 있지만, 모든 수용자가 이에 동일한 수준으로 부응하지는 않는다.
 
이렇듯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고도로 체계화된 조직들은 이런 ‘서로 다름’을 용납하지 않거나,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보통 하나의 주제를 갖고 한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동일한 수준의 지식과 열정으로 대화/회의에 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몰이해는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낳고, 더 나아가 참여자들에게 심한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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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동훈dhma@korea.com

    - (현)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미국 텍사스주립대(Austin) 교환교수 재직
    - 영국 외무성 펠로우 및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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