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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의 회의 전략

꼭 필요한 사람이 확실히 말하게 하라

김익현 | 37호 (2009년 7월 Issue 2)
1990년대 초반 IBM이 몰락의 위기에 몰리자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최고경영자(CEO) 루 거스너가 가장 먼저 손댄 것은 회의였다. 일본 기업 캐논은 사카마키 히사시 사장의 회의 혁신에 힘입어 기업 문화를 바꿀 수 있었다. GE를 최강 기업으로 키워낸 잭 웰치 회장 역시 워크아웃 회의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회의 문화 혁신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삼성은 캐논, HP를 비롯한 세계적 기업들의 활발한 토론 문화를 벤치마킹하면서 삼성만의 독특한 회의 유전자를 만들어냈다. 달라진 회의 문화는 기업 경쟁력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회의는 회사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출발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막상 현실을 보면 회의에 대한 유쾌한 기억은 별로 없다. 하나 마나 한 회의, 적당히 이야기 나누다 헤어지는 회의, 결정된 것은 많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겨지지는 않는 ‘식물’ 회의…. 이런 기억 때문에 회의(會議)가 많으면 회의(懷疑)에 빠지게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쓴 짐 콜린스는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일류 기업들은 임직원 간에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는, 매우 시끄러운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정점에 자리잡고 있는 게 바로 회의다. 세계 유수 기업들의 회의 문화를 벤치마킹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단계] Before Meeting
야구팀이나 축구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동계 훈련을 제대로 해야 한다. 동계 훈련에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경기를 제대로 치를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한 해 동안 경기장에서 선보일 각종 전략과 전술을 완성하는 곳도 바로 동계 훈련장이다. 시즌 중 경기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십중팔구 동계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비 운동을 철저히 하라 회의도 마찬가지다.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회의실에 앉는 순간부터 회의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결정해야 할 사안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회의의 막이 올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별다른 준비 없이 회의실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려 하면 안 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회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이 대목이다.
 
스티브 발머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철저한 준비로 회의 문화를 확 바꿨다. 뉴욕타임스 기자와 만난 발머는 “최근 수년 사이에 회의 문화가 많이 변했다”고 털어놨다. 대표적인 것이 회의석상에서의 발표를 대폭 생략한 점이다. 빌 게이츠가 있던 시절 MS의 회의 방식은 사뭇 고전적이었다. 슬라이드나 프레젠테이션을 넘기며 발표를 하고, 발표가 결론에 이르고 나서야 질문을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MS는 이런 회의 방식을 추방해버렸다. 생산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요즘 MS의 회의실에서는 의제 발표 과정 없이 곧바로 토론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발머는 회의 참가자들에게 미리 관련 자료를 나눠주도록 요구한다. 회의 전에 자료를 받아 미리 읽도록 하여 의제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철저하게 준비 운동을 시킨 결과는 바로 회의에서 성과로 나타났다. 일단 회의가 시작되면 지루한 프레젠테이션 과정을 생략해버리고, 바로 질문과 토론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MS는 이런 변화를 통해 더욱 핵심을 찌르는 회의를 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 베스트 프랙티스의 산실인 GE도 회의를 하기 전에 분명한 계획을 세운다.
 
경기에 뛸 선수를 잘 뽑아라 경기에 임박한 야구나 축구 감독들은 우선 ‘등록 선수’를 결정한다. 경기에 뛸 주전 선수들은 등록 선수 중에서 뽑아 쓸 수 있다. 감독들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선수를 잘 골라야 한다. 이때는 ‘정실’이나 과거의 이름값에만 얽매이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IBM의 부활을 이끌었던 루 거스너의 회의 혁명을 보자. 거대한 IBM 왕국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부하들을 잔뜩 거느린 봉건 영주들로 가득한 회의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IBM 간부들은 참모들을 옆에 대동하고 필요할 때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또 회의 참가자 결정 역시 실력(필요)보다는 이름값(직급)이 기준이 됐다. 첫 회의를 마친 거스너는 이런 관행에 일침을 가했다. “직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직위에 관계없이 회의에 부르자.” 거스너의 선언은 이름값만으로 폼 잡는 스타(중역)들이 더 이상 대접받기 힘들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바로 이때부터 IBM의 회의 혁명은 시작됐다.
 
캐논은 아예 어떤 사람이 회의에 꼭 참여해야 할지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활발하게 의견을 말하는 사람,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논리적으로 의견을 집약해 말할 줄 아는 사람이 회의에 도움이 되는 이들이다. 반면 입을 꾹 다물고 있거나, 남이 말한 것을 종합 정리하는 평론가적 발언을 하는 사람은 회의에서 배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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