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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AI 시대 인력 포트폴리오 다시 짜려면

이중학,정리=장재웅 | 433호 (2026년 1월 Issue 2)
‘AI+내부 직원+외부 파트너’ HR로 재편 (Hybrid Resource)
자동화로 남는 인력은 고부가 업무 전환
Article at a Glance

생성형 AI의 확산은 노동 가치의 중심을 효율적인 ‘수행(Doing)’에서 인간 고유의 영역인 ‘판단(Deciding)’과 ‘발견(Discovering)’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제 인간 노동자는 정해진 과업을 완수하는 실행자를 넘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을 내리고 문제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는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조직은 성과 평가의 기준을 투입 시간이나 단순 산출량이 아닌 비판적 사고와 공감, 윤리적 책임감 같은 인간적 가치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직무(Job) 중심의 경직된 구조에서 벗어나 개별 구성원의 역량과 역할을 유연하게 결합하는 ‘역할 중심 조직’으로 진화함으로써 AI와의 생산적 공존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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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초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클라나는 전 세계에 흥미로운 숫자를 공개했다. AI(인공지능) 챗봇 하나가 도입 첫 달에 230만 건의 고객 상담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숫자는 정규직 상담원 700명이 한 달 동안 풀타임으로 일해야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었다. 평균 문제 해결 시간은 11분에서 2분으로 줄었고 고객 만족도는 인간 상담원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했다. 1 이 사례는 AI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지금 당장 조직의 인력 구조를 뒤흔드는 현실임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1년 뒤 클라나는 ‘AI만으로는 고객 경험의 품질을 완전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학습 결과를 공유하며 고객이 언제든 사람과 연결될 수 있도록 고객 상담 인력을 다시 채용·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즉 AI는 ‘대체’의 도구인 동시에 ‘언제, 어떤 조건에서 사람에게 넘길 것인가’라는 핸드오프 설계(조정비용)의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올린다.

수많은 기업 리더가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기술적 압박 사이에서 명확한 좌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긴장 상태는 종종 양극단의 의사결정으로 연결된다. 한편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AI 도입과 인력 감축을 등치시키는 기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AI란 커다란 기술의 파고 앞에서 조직과 구성원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선도 기업들의 사례는 AI 시대 인력 전략의 핵심이 해고냐 보호냐의 이분법에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월마트 CEO 더그 맥밀런의 ‘AI 선언’이다. 전 세계적으로 직원 약 21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그는 “AI가 바꾸지 않을 일자리가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그런 일을 떠올려본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2 그러면서 그는 이 많은 직원을 위한 대대적인 리스킬링과 일하는 방식 변화를 예고하며 본격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AI의 높은 파고를 대비하기 위한 해법은 조직이 보유한 인적자원과 기술적 자원, 외부 파트너 자원을 아우르는 ‘인적자원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데 있다.


새로운 인사관리의 정의와 생태계

지난 1세기에 걸쳐 경영학은 기업을 명확한 경계를 가진 실체로 규정해 왔다. 이 전통적인 관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한 ‘정규직 직원’을 의미했으며 경영의 초점은 이들의 채용부터 퇴직까지 관리하는 직원 생애 주기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 긱 이코노미의 성숙, 최근 생성형 AI 등장으로 벌어지고 있는 중간관리층의 감소와 직무/기능 구분이 희미해지는 현상은 전통적인 기업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있다. 오늘날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는 더 이상 내부 직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외부의 다양한 파트너(ex. 프리랜서, 계약직 등)에 더해 자율적인 행위자로서 기능하는 AI까지 다양한 주체가 기업의 가치사슬 내에서 복잡하게 얽혀 협업하고 있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와 딜로이트가 이야기한 ‘워크포스 생태계(Workforce Ecosystems)’ 3 개념은 이러한 변화를 비교적 적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워크포스 생태계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여하는 내부 직원과 외부 기여자, 기술적 행위자를 모두 포괄하는 통합적인 구조를 의미한다. 4 이 생태계 관점으로 보면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특정한 과업을 수행하고 성과를 창출하며 관리와 투자가 필요한 디지털 동료로 격상된다. 따라서 HR은 이제 인간 직원만을 관리하는 부서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 내부와 외부가 혼재된 이 복잡한 생태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함을 뜻한다.

워크포스 생태계가 부상하면 인사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요구된다. 가령 금융 시장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군에 자본을 배분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듯 인사 역시 업무(Job) 혹은 과업(Task)이라는 자본을 인간과 AI, 외부 파트너라는 다양한 노동 자산군에 배분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인사의 핵심 질문을 ‘이 일을 할 사람을 몇 명 채용해야 하는가’라는 양적 질문에서 ‘이 업무를 수행하는 최적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적인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 과거에는 인력 부족이 발생하면 채용 공고를 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었으나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는 해당 업무를 AI에 맡겨 자동화할지 외부 전문가에게 아웃소싱할지 아니면 내부 직원을 리스킬링해 수행하게 할지를 먼저 분석한다. 이는 인력이나 헤드카운트 관리에서 ‘하이브리드 리소스 오케스트레이션’으로의 변화를 뜻한다. 조직 내외 구성원과 AI를 포함하면 전통적 의미의 인적자원(Human Resource)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자는 이를 ‘하이브리드 리소스(Hybrid Resource)’라고 정의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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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리소스 관리를 위한 시작점

조직 내 하이브리드 리소스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직무 기술서를 해체하고 이를 구성하는 개별 과업 단위로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AI, 내부 인력, 외부 파트너를 선택지가 아닌 동등한 자산군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마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채권, 대체투자가 각각의 특성과 역할을 갖듯 세 자산군은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니며 최적의 조합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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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자산군인 AI는 속도, 확장성, 일관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정형화된 데이터 처리와 패턴 인식, 대규모 정보의 요약 및 번역 등이 그 예다. 고객의 단순 문의와 사내 규정 질문, 기술 지원 매뉴얼 검색 등은 이미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영역이다. 텍스트 기반의 고객 응대는 24시간 가능하고 감정 노동의 피로가 없는 AI에 이관되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하다. 코딩에서의 기초 코드 작성과 이메일 초안 작성, 회의록 정리와 단순 번역 등도 AI의 생성 능력이 빛을 발하는 분야이다. 수천 장의 이력서 선별과 급여 계산, 휴가 처리 등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AI 자동화를 통해 오류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두 번째 자산군인 내부 인력은 조직 맥락의 이해, 관계 구축, 장기적 헌신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창출한다. 공감과 윤리적 책임, 복잡한 맥락의 이해와 신뢰 구축, 전략적 결단 등이 여기에 속한다. 불만을 가진 VIP를 진정시키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서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일 혹은 인수합병과 같은 민감한 협상은 인간의 정서적 지능과 정치적 감각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이 명확하더라도 윤리적 이유나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위해 다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이러한 결단과 그에 따르는 법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역할이다. 또한 새로 합류한 직원에게 조직의 가치를 전수하고 팀원들의 동기를 부여하며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는 리더십은 인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온전히 구현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연결적 노동(connective labor)의 영역이다. 교사, 상담사, 치료사 등 감정적 이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직무에서는 AI 자동화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윤리적으로는 부적절하게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5 이러한 업무는 상호 신뢰와 사회적 유대를 만들어내며, 몸을 사용하고, 감정을 읽고 표현하며, 협력적이고 즉흥적인 상황에 대응하고, 실수를 만들고 관리하는 다섯 가지 인간 고유의 요소를 포함한다. 6 조직 내 구성원들이 AI 사용을 꺼리는 흔한 이유 중 하나도 AI가 ‘너무 불투명하고, 감정이 없으며, 경직돼 있다’는 인식 때문인 점을 보면 연결적 노동은 조직 내 자산, 구성원이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세 번째 자산군인 외부 파트너는 전문성, 유연성, 혁신의 원천으로서 내부 인력과 AI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외부 파트너에는 프리랜서 전문가, 컨설팅 펌, 아웃소싱 파트너, 긱 워커, 전략적 제휴사가 포함된다. 이들은 조직이 보유하지 않은 희소한 전문성을 즉시 공급하고 프로젝트 기반의 유연한 인력 운용을 가능하게 하며 외부 시각을 통해 조직의 관성을 깨뜨리는 혁신 촉매 역할을 수행한다.

외부 파트너 활용이 효과적인 상황은 명확하다. 첫째, 조직 내 역량이 부족하거나 해당 전문성의 내재화가 비효율적인 경우다. AI 구축 초기 단계에서 데이터 과학 컨설팅을 받거나 법률 검토나 세무 자문처럼 간헐적이지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수요의 변동성이 커서 상시 인력 운용이 비효율적인 경우다. 계절적 마케팅 캠페인, 신제품 론칭 프로젝트, M&A 실사 등 일시적으로 인력이 집중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서 외부 파트너는 탄력적인 자원 조달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객관적 시각이나 외부 검증이 필요한 경우다. 조직문화 진단, 전략 수립, 기술 감사 등에서 내부자의 편향을 배제하고 새로운 관점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AI와 외부 파트너를 끌어들일수록 개별 업무의 속도는 빨라지지만 회의·보고·검증·핸드오프 7 가 늘면 조직 전체의 조정비용은 오히려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결국 하이브리드 리소스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의존관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업무를 과업 단위로 분해해 AI/내부 인력/외부 파트너로 재배치하는 것은 단순한 ‘인건비 최적화’가 아니라 핸드오프 수, 의사결정 단계, 재작업률을 낮춰 조정비용 곡선을 완만하게 만드는 ‘조직 설계’ 행위다. 즉 포트폴리오 재배치는 산출을 키우는 동시에 조정비용을 줄여 조직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직무별 하이브리드 리소스 연결 사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 가지 자산이 연결돼 일할 수 있을까? HRBP(HR Business Partner)의 경우를 먼저 보자. 채용 이력서 스크리닝, 면접 일정 조율, 온보딩 문서 자동화는 AI에 맡길 수 있다. 반면 경영진 코칭, 조직문화 진단 및 개입, 핵심 인재와의 리텐션 면담은 내부 HRBP의 고유 영역이다. 채용 브랜딩 캠페인 기획, 조직 진단 서베이 설계 및 분석, 고위직 서치는 외부 파트너(헤드헌터, HR 컨설팅펌)가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영업 직무에서는 CRM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잠재 고객 우선순위화, 제안서 초안 생성, 미팅 후 팔로업 이메일 자동화가 AI의 영역이다. 핵심 고객과의 관계 구축, 복잡한 협상, 전략적 파트너십 개발은 내부 영업 인력이 담당한다. 신규 시장 진입 시 현지 에이전트 활용, 대규모 입찰의 기술 제안서 작성, 산업별 전문 영업 교육은 외부 파트너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마케팅 직무에서 AI는 광고 카피 변주 생성, 소셜미디어 콘텐츠 스케줄링, 캠페인 성과 데이터 분석에서 강점을 보인다. 브랜드 전략 수립,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위기 커뮤니케이션 대응은 내부 마케터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대규모 캠페인 제작, 인플루언서 매칭, 미디어 바잉 최적화는 광고 에이전시나 전문 마케팅 파트너가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기획/전략 직무에서는 시장 데이터 수집 및 요약, 경쟁사 동향 모니터링, 보고서 초안 작성을 AI가 담당할 수 있다. 전략적 의사결정, 이해관계자 설득, 실행 로드맵 수립은 내부 기획 인력의 몫이다. 산업 전문가 인터뷰, 심층 시장 분석 리서치, 전략 컨설팅은 외부 파트너를 통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한다.

재무 직무에서 AI는 경비 처리 자동화, 재무제표 초안 생성, 이상 거래 탐지에서 효율성을 발휘한다. 예산 협상, 투자 의사결정, 이사회 보고는 CFO와 재무팀의 전략적 역할이다. 외부 회계감사, 세무 자문, M&A 가치평가는 회계법인이나 투자은행 등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AI-인간 협업 성공의 조건:
리더와 구성원의 역할


세 자산군의 최적 배치만큼 중요한 것이 AI와 인간의 효과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 조건일 것이다. 최근 여러 실험과 연구는 AI 성능보다 리더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고 구성원의 준비도가 어떤지에 따라서 AI와 협업과 성공이 결정됨을 보여준다.

먼저 리더의 역할을 살펴보자. AI 도입에 성공한 조직의 리더들은 세 가지 행동을 공통적으로 보인다. 8 첫째, AI와 협업을 명확히 지지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단순히 “AI를 쓰라”는 지시가 아니라 AI가 조직의 목표 달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설명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둘째, 스스로 AI를 학습하고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더가 직접 AI를 활용하는 모습은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신호가 된다. 셋째, AI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한다. 과도한 기대는 실망으로, 과소평가는 활용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픈AI가 발표한 ‘AI 시대의 리더십 가이드’에도 동일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음을 보면 위 세 가지 행동은 연구와 실무 차원에서 모두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

그러나 AI 도입은 리더만의 과제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조직 전반의 AI 사용 의도는 리더뿐 아니라 동료들로부터 학습한 사회적 규범에 의해 형성된다. 10 흥미롭게도 조직 내 최고의 AI 활용 사례는 종종 중앙이 아닌 현장(edge, not the center)에서 나온다. 11 왜냐하면 현장의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맥락에서 AI 활용법을 발견하고 이를 동료들과 공유할 때 가장 효과적인 도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구체적 국내 사례로는 GS그룹의 ‘52g’를 들 수 있다. 52g는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내부적으로 발굴해 실험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5년안에 2배 성장(growth)’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장의 주요한 문제를 기반으로 AI와 협업해서 풀어가는 사례가 이미 국내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장 주도의 혁신이 일어나려면 두 가지 조직적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심리적 안전감이다. 직원들이 AI 실험을 두려움 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그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에서 직원들은 AI 활용 실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배운 것을 동료들과 나눈다. 둘째, 공유 시스템과 인센티브다. 직원들이 발견한 AI 활용법을 조직 전체가 학습할 수 있도록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혁신적인 활용 사례를 발굴한 직원에게 인정과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12

반면 실패하는 AI 도입의 패턴도 명확하다. 효율성만 강조하고 품질과 창의성을 경시하는 하향식 도입은 직원들의 저항을 불러온다. 직원들은 스스로를 핵심 가치를 만들어내는 역할로 인식하는데 AI 도입은 이 정체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13 결국 성공적인 AI 도입은 인간의 사고, 창의성, 전문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강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될 때 이뤄진다.


효과적인 협업 설계를 위한 AI와 소통 전략:
공통 기반 형성 및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그렇다면 AI와 인간 협업에서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공통 기반(common ground)’의 형성이 필수다. 공통 기반이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게 해주는 ‘공유된 지식과 가정’을 의미한다. 14 인간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필수적인 이 개념은 AI-인간 상호작용에서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AI 시스템의 한계 중 하나는 이 공통 기반 형성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LLM은 사람보다 대화적 근거 형성이 부족한 텍스트를 생성하며 마치 상호 이해가 이미 달성된 것처럼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 15 이는 협업 초기의 근거 형성 실패가 이후의 상호작용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AI 협업 워크플로를 설계할 때는 사용자의 목표와 선호를 파악하고, AI의 현재 및 계획된 행동과 그 부작용을 전달하며, 적절한 수준의 세부 사항을 선택하는 등의 공통 기반 형성 메커니즘을 의도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AI 장면에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서 한 단계 발전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을 강조하고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필자는 AI 동료를 굉장히 똑똑하지만 우리 조직의 맥락은 잘 모르는 외국인 인턴으로 비유해서 설명한다. 이 인턴에게 효과적으로 일을 주기 위해서는 일의 맥락, 결과물의 모습, 조직 내 자주 활용하는 단어나 약어, 조직 내 주요한 이해관계 등을 설명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고 이는 AI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리스킬링과 역할 전환:
이케아 사례와 자동화를 넘어선 증강


하이브리드 리소스 포트폴리오 재편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기존 인력을 새로운 역할로 이동시킬 수 있는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동화(Automation)’와 ‘증강(Augmentation)’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자동화 중심 접근은 주로 기존 과업에서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며 그 이득은 인건비 감소에 한정된다. 반면 증강에 초점을 맞춘 전략은 새로운 범주의 업무와 가치를 창출해 양의 합(positive-sum)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자동화는 구성원들이 업무에서 받는 자율성, 인정, 연결감을 감소시켜 일을 덜 ‘의미 있게’ 만들 위험이 있으며 이는 참여도, 성과, 웰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케아(IKEA) 사례는 자동화를 증강으로 전환한 성공적인 리스킬링의 본보기다. AI 봇 빌리가 전체 고객 문의의 47%를 처리하면서 콜센터 인력의 잉여가 발생했다. 이케아는 8500명의 상담원을 해고하는 대신 이들을 인테리어 디자인 어드바이저로 리스킬링했다. 16 상담원들은 이미 제품 지식과 고객과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디자인 역량만 더하면 됐다. 단순 문의 응대라는 비용 센터(cost center)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고부가가치 디자인 상담이라는 수익 센터(profit center)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이케아는 추가 매출 기회를 창출했다.

이 사례의 핵심은 AI가 대체한 과업(단순 문의 응대)과 인간이 이동한 과업(디자인 상담) 사이의 관계다. 디자인 어드바이저 역할에서 직원들은 AI가 제공하는 고객 데이터와 제품 추천을 활용하면서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감성적 연결을 형성하며 창의적인 공간 솔루션을 제안하는 증강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즉 이케아는 AI를 통해 저부가가치 업무를 덜어내고 확보된 인적자원을 고부가가치의 증강 업무로 전환함으로써 비용 절감이 아닌 매출 증대를 이뤄낸 것이다.


하이브리드 리소스 관리자로서
인사팀의 새로운 역할과 역량


조직 내에서 이러한 직무 재배치를 주도하고 워크포스 생태계를 조율하기 위해 인사팀은 새로운 운영 모델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전통적인 인사의 인력 수급 전략은 채용과 육성, 아웃소싱의 세 가지 레버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AI 자동화를 네 번째 핵심 레버로 추가하고 이 네 가지 옵션을 상황에 맞게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리소스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이 필요하고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새로운 업무 수요가 발생했을 때 인사팀은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 매트릭스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이 업무를 AI 에이전트로 자동화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내부 역량이 부족하거나 일시적인 수요인가를 파악해 긱 워커나 외부 파트너를 활용한다. 그다음 내부 직원을 리스킬링해 AI와 협업하게 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는데 이는 장기적인 핵심 역량 보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인간과 AI, 외부 파트너가 섞여 일하는 환경에서는 명확한 거버넌스가 필수다. 인사는 IT 부서와 협력해 다음과 같은 프로토콜을 수립해야 한다. 가령 AI가 업무를 수행하다가 어떤 조건에서 인간에게 넘길 것인가를 정하는 인수인계 절차가 필요하다. 클라나의 경우처럼 고객의 부정적 감정이 감지되거나 문제 해결이 지연될 때 즉시 인간 상담원에게 연결되는 프로세스가 정의돼야 한다. AI의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도 인사의 몫이다.

이러한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모더나, 마이크로소프트, SK그룹 등 국내외 일부 기업은 인사와 IT 혹은 AI 부서를 통합하는 조직구조 변화를 본격화했으며 조직 내 ‘AI 매니저’ 등의 새로운 직무를 신설해 운영 중에 있다. 이들은 조직 전체의 업무 흐름을 분석해 워크플로 재정의를 주도하고 어떤 AI가 어떤 직무를 증강할 수 있는지 탐색하면서 인간과 AI 협업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모더나는 디지털과 AI에 대한 호기심과 실험 정신을 핵심 역량으로 강조하면서 AI 기반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실현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론 및 미래 전망

2030년까지 선도적인 조직은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계층 구조가 아니라 유연하고 역동적인 네트워크 형태의 오케스트레이터 조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정규직 여부보다 누가 혹은 무엇이 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가가 중요하다. 하이브리드 리소스 관리로 전환을 고민하는 리더 혹은 구성원은 먼저 직무(Job) 단위가 아닌 과업 단위로 조직의 업무를 분해해서 살펴보고 AI, 내부 인력, 외부 파트너라는 세 가지 자산군에 최적으로 배분하는 ‘워크 리디자인(Work Redesign)’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인사 내에 AI 도입과 인력 재배치를 전담하는 AI 챔피언 혹은 관련 기능을 구축하고 기술 부서와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인간 프리미엄 시대도 도래하고 있다.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연구를 보면 ‘AI 프리(AI-Free)’ 능력이 중시될 전망인데 이는 AI 없이 인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기도 한다. 17 또한 기계적인 업무가 자동화될수록 남은 업무들은 더욱 창의적이고 감성적이며 전략적인 인간 본연의 활동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리소스 관리 및 포트폴리오 전략은 단순히 AI를 도입해 사람을 줄이는 자동화 접근 방식이 아니다. 이는 기존 과업에서 비용을 제거하는 데 그치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진정한 가치는 AI, 내부 인력, 외부 파트너라는 세 자산군의 고유한 강점을 조합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가치 창출 영역을 개척하는 데 있다.
  • 이중학joonghaklee@dgu.ac.kr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미국인사관리협회(SHRM)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여러 국내 조직에서 생성형 AI, 데이터 기반 HR 의사결정, 다양성 관리 분야 자문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레딩대 경영학 박사, 서강대 경영학 석사와 동국대 교육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미래경영연구센터, 롯데인재개발원 등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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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jwoong04@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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