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등장은 인터넷 패러다임을 검색 경험 중심에서 의사결정 경험 중심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 추천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실행까지 연결하면서 탐색과 입력, 확인 과정이 불필요해지고 있다. 이런 전환은 ‘AI 네이티브 경험(AI Native Experience, ANX)’이라 불린다. ANX는 고정된 UI(유저 인터페이스) 대신 AI가 상황에 맞게 설계하는 유동적 UI, 과업 중심의 성과 지표, 인간 참여형 인터랙션(Human-in-the-Loop, 이하 HITL)의 설계를 통해 구현된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해 기존 IT 업계 밸류체인은 ‘인터넷-브라우저-앱/웹 서비스’에서 ‘AI(추론)-에이전트(실행)-서비스(결과)’로 이동하는 중이다. ANX의 최종 지향점은 사용자 맥락에 맞는 실행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함으로써 AI가 사용자의 근본적인 취지에 맞는 형태로 인터넷 경험을 재편하는 데 있다. 그 핵심 가치는 ‘좋은 정보’가 아니라 ‘좋은 상호작용’에 있다.
12 Business Trend Insight
AI 네이티브 익스피리언스 (AI Native Experience)
인터넷 패러다임을 검색 중심에서 의사결정·실행 중심으로 전환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불필요한 탐색 및 입력 단계를 줄이고 실행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 방식.
검색형 인터넷의 종말, 그리고 AI 인터넷의 시작
우리는 지난 40여 년의 인터넷 역사를 뒤로 하고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AI로 인한 변화다. 기본적으로 IT 분야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이라는 용어에서 보듯이 정보를 혁신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그 트래픽으로 광고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모델링해 신산업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다. IT의 역사는 다른 분야에 비해 길지 않지만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대다수는 IT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검색이다. 즉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더 잘 찾고, 더 잘 접근하는 법’이 발명되면서 IT를 활용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났다. 검색은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합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발명됐고 커머스나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의 추천은 사용자의 취향을 정교하게 맞춰주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무한히 탐색하고 클릭하며 입력하고 확인하는 동작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최근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동시에 사용자 대신 그 의도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면서 탐색·입력·확인으로 대표되던 중간 단계의 의미가 빠르게 퇴색되고 있다. 즉 인터넷 사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정보의 탐색과 접근, 정리의 과정이 AI로 인해 불필요한 행위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구글을 포함한 검색엔진과 콘텐츠 메타 검색, 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트래픽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AI로 인한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필자는 2024년 초부터 AI 기술이 가져다줄 인터넷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IT(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에서 IT(상호작용 기술, Interaction Technology)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AI의 등장으로 사용자에게 정보를 보여주고 추천해주는 것이 더 이상 유용하고 중요한 서비스 경쟁력이 되지 못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보다는 지능적인 존재로서 AI가 잘하는 역할은 AI에 맡기고 인간은 더욱 인간다운 상호작용과 권한을 바탕으로 인터넷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른바 AI 네이티브 경험(AI Native Experience), 즉 ANX의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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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규jk.chairman@companoid.io
컴패노이드랩스 의장
장진규 의장은 2000년대 초 스타트업을 창업해 3년 만에 M&A를 통해 엑시트했으며 이후 연세대에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용자경험(UX) 분야 전문성에 바탕을 둔 스타트업 투자사 겸 컴퍼니 빌더인 컴패노이드랩스를 창업해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기업 Herbert Computer, Inc.을 창업해 CEO로서 AI 인터넷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