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스탠다드’는 국내 패션 PB와 SPA 브랜드 시장의 관행을 역행하며 성장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기대에 못 미쳤던 패션 PB들 사이에서 가격과 품질을 모두 인정받을 만한 옷들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제품당 판매 이익률을 줄이면서 소재를 고급화하고 실력 있는 생산 업체들과 협업한 결과다. 동시에 무신사에 작성된 고객 리뷰를 일일이 분석해 디자인을 보완함으로써 히트 상품을 늘려갔다. 모노톤 컬러와 미디어 월 등의 요소로 감각적인 매장을 구현하는 데도 힘썼다. 쇼핑 경험 측면에서는 무신사 앱과의 연동 서비스로 쇼핑 편의성을 강화한 O4O(Online for Offline) 매장을 실현했다. 올해부터는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넘어 숍인숍으로 매장 형식을 확장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과 만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과 이태원역 사이의 이태원로는 한남동에서 ‘꼼데길’이라고 불리는 패션 브랜드 밀집 상권이다. 2010년 8월 꼼데가르송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생기면서 꼼데길로 불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구찌, 디젤, 띠어리, 헌터 등 다양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매장이 터를 잡았다. 패션의 격전지가 된 꼼데길에 지난 8월 국내 SPA11전문점(Specialty retailer), 자사 상표(Private label), 의류(Apparel)를 합친 용어로 한 회사가 기획, 생산, 판매를 총괄하며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를 가리킨다.
닫기 브랜드 최초로 과감하게 매장을 연 곳이 있다. 무신사(MUSINSA)의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MUSINSA STANDARD)’가 선보인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다. 홍대, 강남, 성수, 명동에 이어 무신사 스탠다드가 서울에서 5번째로 오픈한 매장이자 최초로 모든 건물을 전부 활용하는 곳이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영업 면적 기준 약 1520㎡(약 460평)로 서울의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즐비한 상권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는 점에서 무신사 스탠다드의 자신감이 돋보인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2017년 8월 베이직한 디자인,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이란 3박자를 표방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무신사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론칭 약 1년 만에 연 매출 170억 원을 달성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9년에는 3.7배 성장률에 이르는 연 매출 630억 원을 기록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패션업의 불황이 지속됐던 2020년에도 굳건하게 당시 역대 최고 연 매출액 1100억 원을 이뤄냈다. 2021~2023년 약 3개년 평균 매출 성장률에서도 133%를 보이며 순항 중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대회 국가대표팀 단복 공식 제작사로도 활약했는데 우리 국가대표팀이 만든 개·폐회식 단복이 올림픽을 주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한 ‘베스트 단복 톱(TOP) 10’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변화’와 ‘젊음’이라는 2가지 키워드에 맞춰 단복을 제작하려던 대한체육회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 온 무신사 스탠다드에 협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