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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치적 다이내믹스(Heliopolitical Dynamics)

“지구는 좁아” 지정학적 위험의 확장
기업 패권 경쟁 범위도 우주 전체로

문정빈 | 400호 (2024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차 대전 종전 이후 발달한 위성, 대륙 간 탄도탄, 우주 비행의 등장이 정치 세력 간 갈등의 잠재 범위를 대기권을 벗어난 외기권과 달, 화성을 비롯한 외계 천체까지 확장시키면서 우주정치적 위험이 부상하고 있다. 우주정치적 위험과 이를 둘러싼 역학 관계, 즉 ‘우주정치적 다이내믹스(Heliopolitical Dynamics)’는 향후 기업의 투자와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이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과 우주정치적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에 우호적이며 위협이 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동맹 관계와 반도체, 배터리, 제조 로봇 등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민간 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우주 탐사 글로벌 공급망에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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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치적 위험의 부상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함께 지정학(Geopolitics)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정학이란 지리적 조건과 경제가 국가 간의 정치와 상호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지정학적 위험이란 글로벌 차원에서의 지정학적 상황이 기업의 해외 투자와 공급망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을 뜻한다. 미국의 압도적 힘의 우위가 저물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이 생겨난 상태에서 앞으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갈등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난 1990~2020년 한 세대 간의 평화는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 예외적인 현상이었다. 이 기간 동안 나고 자란 세대가 세계 인구의 주축이 되면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평화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어찌 보면 이제 역사가 상시적인 정치 세력 간의 갈등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일 수 있다. 이른바 ‘정글의 귀환’인 셈이다.1

그런데 앞으로는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무력 갈등의 영역이 지표면과 대기권을 넘어 우주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전쟁은 주로 지표면에서 벌어진 데다 대기권 중에서도 지표면과 가장 가까운 대류권 상공에서만 벌어졌다. 하지만 2차 대전 종전 이후 발달한 위성, 대륙 간 탄도탄, 우주 비행의 등장은 정치 세력 간 갈등의 잠재 범위를 대기권을 벗어난 외기권과 달, 화성을 비롯한 외계 천체까지 확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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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69년 유인 우주선의 달착륙 이후 우주 탐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미국이 여론과 비용 문제로 다소 정체된 사이 중국은 우주 탐사에서 미국을 추월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중국은 2019년 달 뒷면 착륙, 2021년 화성 착륙, 2022년 우주정거장 임무 개시 등의 이정표를 세우며 2031년까지 화성 표면의 샘플 채취 후 귀환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실로 패권 경쟁의 범위가 지구 대기권을 훌쩍 뛰어넘어 태양계 전체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하원의원 6명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빌 넬슨 국장에게 화성 표면 샘플 귀환 프로젝트에 6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보장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2

16세기 폴란드의 가톨릭 사제이자 천문학자인 코페르니쿠스는 가톨릭교회의 우주관인 천동설(Geocentrism)에 맞서 지동설(Heliocentrism)을 제안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사망 즈음 출간된 그의 저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를 만들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후 인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인류의 힘의 투사(Power Projection) 범위가 태양계 전체로 확장되는 새로운 지정학적 갈등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태양계의 중심이자 지구(Geo)의 반대말인 태양(Helio) 중심의 지정학적 위험, 즉 우주정치적 위험(Heliopolitical Risk)이 부상하고 있다. 우주정치적 위험이란 우주 공간 중 이미 인간의 활동 범위로 자리 잡은 태양계 차원에서의 지정학적 상황이 기업의 투자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위험을 뜻한다. 지정학적 위험의 공간적 확장판인 셈이다. 우주정치적 위험과 이를 둘러싼 역학 관계, 즉 ‘우주정치적 다이내믹스(Heliopolitical Dynamics)’를 2025년 비즈니스 키워드로 주목해 살펴보자.


라그랑주 점을 차지하라

우주정치학의 첫 번째 관심 영역은 어디일까? 달과 화성 표면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실제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곳들은 라그랑주 점(Lagrange Point)이라 불리는 지구 공전 궤도상의 점들이다. 고전역학의 삼체 문제(Three-body Problem)3 의 특수한 경우로 태양계에서 압도적 질량을 가진 태양과 지구 사이에 중력 평형이 이뤄지는 점들을 의미하며 총 5개가 존재한다. 라그랑주 점에 우주선을 위치시키면 별다른 추진력 없이도 중력 평형에 의해 궤도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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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빈

    문정빈jonjmoon@korea.edu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문정빈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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