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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자산으로 관리하는 ‘고객상태표’

자본고객-부채고객 나눠 매출 파악
제대로 측정하는 것이 경영 개선 첫발

장영훈 | 390호 (202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고객은 자산이다. 고객상태표의 가치는 이 ‘자산으로서의 고객’을 자본과 부채로 나눔으로써 현재 매출이 얼마나 견실하고 지속가능한지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도록 해준다는 데 있다. 가령 기업의 회원으로서 상품 구매 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의 식별고객은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자본이 될 수 있는 데 반해 매출 이력이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비식별고객은 유동성이 더 높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채의 성격을 띤다. 업종에 따라 자본과 부채의 구분법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렇게 정확한 매출 원천을 파악해 부채고객을 자본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은 고객 기반의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자산으로서의 고객

40년 이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재무 관리 및 비즈니스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 온 인튜이트(Intuit)의 창업자 스콧 쿡(Scott Cook)은 혁신 전략이나 기술 기반의 경쟁 및 재무 성과, 비용 효율화에 집착하는 기업에 “경쟁에 집중하는 대신에 고객에게 집중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수십 년간 다양한 회계 및 재무 관련 전문적인 경험을 갖춘 CEO조차 기업의 재무적 성과는 결국 고객으로부터 창출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업에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서의 고객’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서 자산(Asset)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자산은 재무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고 현재 가치보다는 미래의 가치가 더욱 중요한 자원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나 부동산, 상품 재고, 유가증권 모두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유형의 자산 항목 외에도 인적자원이나 지식 재산, 심지어는 고객까지도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재무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고 미래의 가치 창출을 위해 투자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분야의 석학인 수닐 굽타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도널드 레만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다양한 유무형의 자산 중에서도 기업 활동을 영위하며 전방위적으로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고객이야말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한다.1 그러나 많은 기업이 고객을 자산이라 강조하면서도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접점에서 정보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케어(care)에 집중할 뿐 정작 다른 유형의 자산처럼 고객을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고객도 재무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고 미래의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이 투자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고객 케어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객을 자사가 보유한 현금이나 재고자산처럼 측정하고 이것이 기업의 재무 상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의 명언인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을 되짚어보자. 현재 기업이 자산으로서 고객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는 것은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관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객제표의 고객상태표(Customer Balance Sheet)는 고객을 자산으로 인식함으로써 체계적인 고객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첫 번째 기준이 될 수 있다. 고객이 해당 기업에 어떠한 자산적 가치를 가졌는지에 대해 자본고객(식별고객)과 부채고객(비식별고객)의 개념으로 구분해 보여주는 고객상태표는 고객제표의 근간에 해당하는 프레임워크다. 혹자는 이미 고객관계관리 시스템(CRM)을 통해 고객을 관리하는 기업에도 왜 새로운 고객제표가 필요한지 의아해할지 모른다. CRM은 기업들이 현재 고객과 잠재 고객과의 상호작용, 특별히 관계의 생성과 기업-고객 간 상호 커뮤니케이션과 지속적인 관계의 유지를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이다. 물론 이러한 CRM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고객을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CRM 시스템은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한 지엽적인 분석이나 고객 대상의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집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을 통해 기업이 창출하고 있는 경영 성과를 전사적인 관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인 고객제표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점이 있다. 물론 CRM을 이미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객제표까지 함께 활용한다면 고객과의 관계 관리뿐 아니라 기업의 고객 관계가 어떻게 기업의 경영 성과로까지 연결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체계적인 CRM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고객의 형태별로 파악

고객상태표는 각 기업이 보유한 고객의 구성 상태를 대차대조표 형식으로 보여주는 경영 성과 지표다. 기존 재무제표의 대차대조표는 차변에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전체 자산을, 대변에 경제적 자원에 대한 의무인 부채와 소유주의 지분인 자본을 기록해 기업의 경영 성과를 평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객제표의 고객상태표는 차변에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총자산고객(식별과 비식별고객 포함)을, 대변에 비식별고객인 부채고객과 식별고객인 자본고객을 기록해 기업의 경영 상태를 평가한다. [그림 1]은 고객상태표의 전반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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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림 1]의 ① 영역은 고객상태표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평가지표 중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항목에 대해 스코어카드 형태로 요약해 제공한다. 즉, 고객상태표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자본고객, 즉 식별고객의 수와 비율은 물론 식별고객에 의한 매출액과 이것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제시한다. 다른 정보를 차치하고서라도 이 4가지 평가지표 값만 보면 이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고객 경영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② 영역은 그 기업의 고객상태표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데 외형적으로는 재무제표의 재무상태표와 유사한 구조를 띤다. 즉, 재무상태표가 차변과 대변으로 자산을 나누어 관리하듯이 고객상태표에서도 고객이라는 자산 항목을 차변과 대변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고객상태표의 차변에 해당하는 자산고객 영역에서는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을 합한 총고객에 의한 경영 성과를 매출액, 고객 수, 인당 평균 매출액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대변에서는 재무상태표에서 자산을 자본과 부채로 구분하듯 자산고객을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으로 구분해 식별 및 비식별고객에 대한 매출액과 매출 비율, 고객 수와 고객 비율, 인당 평균 매출액으로 상세한 현황을 보여준다. 비식별고객은 상품 구매 시 개인의 식별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매출 이력이 누구로부터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고객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언제든지 경쟁사가 더욱 저렴하거나 더 많은 혜택의 프로모션을 제공하면 그 기업으로 떠나는 유동성 높은 고객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매출액에서 식별된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을 제외하면 모두 비식별고객의 매출로 집계한다. 종합해 보면 고객상태표는 기업이 일정한 기간 동안 창출해 낸 매출이 얼마나 많은 고객에 의해서 발생했는지, 이 매출 안에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고객 경영 성과 평가의 기반을 제시한다.

고객상태표에서 제공하는 몇 가지 중요한 평가지표는 그래프를 통한 시계열 분석이 가능하다. [그림 1]의 ③ 영역을 보면 고객상태표의 차변 자산고객에서의 총고객 매출액, 총고객 수, 고객 평균 매출액들의 변동 추이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비교하고 있다. 특별히 기업들의 고객 수와 총고객 매출액이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으로 구분돼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러한 시계열적으로 표현된 다년간의 고객상태표 구성 요소들의 비교를 통해 기업들은 현재 기업들의 고객 성과 추이를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미래의 고객 성과 관리 방향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림 1]의 A사 고객상태표를 보면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본 기업의 전체 고객 수는 약간 줄었다가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19년부터 팬데믹에 상관없이 식별고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별고객 수가 늘고 있기 때문에 식별고객의 전체 매출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의 평균 매출액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객상태표가 보여주는 다양한 수치 정보를 비교함으로써 기업은 자사의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의 가치가 매해 얼마나 성장하고 있고,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또한 시계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고객이라는 자산의 가치를 잘 파악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과연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다양한 공격적 마케팅과 홍보가 넘치는 작금의 경쟁 상황 혹은 팬데믹이나 외환위기와 같은 소비 경색을 가져오는 경영 위기의 상황에서도 고객이라는 자산의 가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비교적 명확한 전략적 방향성을 수립할 수 있다. 자사의 고객을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으로 구분함으로써 두 고객 그룹에서 창출되는 경영 성과를 비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고객 그룹에, 얼마나 더 집중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얻을 수 있다. 재무상태표에서 부채비율이 자본 대비 높을수록 재정적으로 건전하지 못하거나 안정적이지 못한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것처럼 고객상태표에서도 부채고객 비율이 자본고객 비율보다 높을수록 기업의 고객 경영 상태는 건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채고객을 줄이고 자본고객을 늘려야 한다.


A사와 B사 고객상태표 비교 분석

그러면 실제 사례를 한번 비교해 보자. 이 글에서 다루는 A사와 B사는 유사한 제품군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소비재 제조업 기업이다. [그림 2]는 두 기업에 대한 고객상태표의 핵심 지표를 중심으로 단순 비교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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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A사의 경우는 식별기업이 95만 명(39.5%) 가까이 되지만 B사의 경우는 20만 명(8.2%)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두 기업의 총매출액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식별고객 비율이 눈에 띈다. 또한 A기업은 매출의 49.8%가 식별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본고객에게서 발생하고 있지만 B 기업은 매출의 12.1% 정도만이 자본고객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식별고객 평균 매출액 역시 A사가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고객상태표의 기본적인 정보만 보더라도 A사가 B사보다 더욱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향후에도 외형적으로 A사가 더욱 탄탄한 유기적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당해 년도 결산 고객상태표를 바탕으로 두 기업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림 3]은 두 기업의 2023년 기준 당기 고객상태표를 보여준다. A사는 자본고객인 식별고객의 매출액, 비율, 고객 수 및 평균 매출액이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비식별고객의 매출 비율과 전체 고객에서의 비식별고객의 비율은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B사의 경우에는 식별고객의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고객 매출 비율이나 총고객에서의 식별고객 비율 등은 전년 대비 변화가 없으며2 A사와는 다르게 비식별고객의 비율도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A사와 B사의 부채고객과 자본고객 비율을 비교해 보면 어떤 기업이 고객 관점에서 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자본화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A사와 같이 부채고객은 줄여 나가고 자본고객은 늘려 나가는 것이 모든 경영 전략의 기본 방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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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림 4]는 고객상태표의 몇 가지 주요 지표에 대해 과거 몇 년간의 시계열 변화량을 보여준다. 시계열적 자료는 현재 상태에 대한 과거의 논리적 근거뿐만 아니라 향후 변화에 대한 개략적인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정보다. 두 회사의 지난 5개년 동안 변화 패턴을 보면 재무제표 관점으로는 겉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의 질적인 양상은 매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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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객 수의 변동 추이를 보자면 총고객 수(식별고객 수+비식별고객 수) 관점에서는 두 회사가 이렇다 할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5년 내내 B사의 총고객 수가 A사보다 조금 더 많았다. 그러나 A사의 경우 팬데믹 기간 동안 감소했던 총고객 수가 2022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증가세로 돌아온 반면 B사는 최근 5년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으로 구분해서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A사는 과거 5년 동안 4~12%에 이르는 식별고객 수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B사는 낮은 수준의 식별고객 수가 그대로 정체돼 있었다. 즉, A사의 총고객 수 증가는 식별고객이 견인하고 있었고, B의 총고객 수 감소는 팬데믹으로 인한 비식별고객의 감소의 여파가 그대로 투영된 결과였다.

이러한 식별고객 및 비식별고객 수의 변화는 고객 매출에서 더 큰 변화를 야기한다. 우선 총고객 매출액은 비식별고객의 매출액까지 포함한 금액이므로 재무제표상의 총매출액과 동일하다. 2019년 기준 외형적으로 더 큰 매출액을 보이던 B사는 2023년 A사에 완전히 역전을 당한다. 그렇다면 B사도 언젠가는 다시 A사를 역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매출액의 구성 내역을 보면 그러한 상황은 당분간 벌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 자명해 진다. A사와 B사의 매출액을 구성하는 식별 및 비식별고객의 매출 비중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A사의 총고객 매출액은 식별고객에 의한 매출 비중이 50%를 육박하는 반면 B사의 식별고객에 의한 매출 비중은 초라할 정도로 미미하다. B사의 매출액은 비식별고객에 의한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팬데믹과 같은 외적 경영 환경 요인에 의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비식별고객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B사의 총매출액은 거품처럼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인당 고객 평균 매출액의 관점에서도 재미있는 현상이 관찰된다. 통계적으로 검증된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식별고객 중심의 경영 활동은 비식별고객에 의한 매출 실적을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A사의 경우 팬데믹 기간 초기를 제외하면 식별고객 및 비식별고객의 인당 평균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로 해석해볼 수 있다. 우선 ‘식별고객의 실제 구매력이 조금씩 강해졌다’는 가정과 ‘기존의 비식별고객이 식별고객으로 전환돼 비식별고객의 인당 평균 매출액을 계산하기 위한 모수가 상대적으로 작아졌다’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우수한 회원 관리를 운영하는 기업에서는 비식별고객들이 식별고객(회원)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크다. 이는 멤버십 침투율(membership penetration rate)이란 지표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된다.3 반면 B사의 경우 식별고객의 인당 평균 매출액은 거의 정체 수준인 동시에 비식별고객의 인당 평균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식별고객의 구매력이 개선되지 못한 채 비식별고객의 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에 실제 적용할 때의 고려 사항

지금까지 매출액과 같은 외형 지표만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기업의 속내를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이라는 관점으로 구분해 봄으로써 기업의 경영 성과가 얼마나 견실하게 지속 또는 성장할 수 있는지 두 기업의 고객상태표를 통해 살펴봤다. 고객상태표는 고객이라는 기업의 자산을 대차대조표 형태로 분석함으로써 현재 기업의 경영 성과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단, 고객상태표를 기업이 실제로 적용하고자 할 때는 2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

먼저, 이 글에서는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을 분류하는 방법으로 식별고객과 비식별고객의 구분을 제시했지만 이 방법은 업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3의 유통업체만을 통해 공급하는 식품 또는 생활소비재 제조 기업이라든지 직영 매장을 통해 판매하더라도 구매자의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기업에서는 식별고객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금융이나 통신사와 같은 일부 서비스 업종이나 기업 고객과 거래하는 B2B 업종은 모든 구매자가 식별고객이기 때문에 식별/비식별고객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런 기업은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을 구분하는 별도의 기준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어떤 분류 기준을 수립하든 상호 배타적이고, 전체 포괄적(mutually exclusive & collectively exhaustive)으로 고객을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채고객으로 분류된 고객은 기업의 노력으로 언젠가는 자본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식별/비식별고객으로 자본/부채고객을 분류할 경우 추정된 비식별고객 수에는 어느 정도 오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식별고객은 매출 정보를 기록하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이 가능하지만 비식별고객은 이러한 방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당성 있는 방법을 통해 추정해야 한다.4 비식별고객 수를 추정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비교적 정확한 방법은 POS(판매 시점) 데이터를 통해 추출된 비식별 거래 중 신용카드 번호나 현금영수증 번호를 이용해 추정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이 방법 역시 적용할 수 없는 기업도 있다. 이 경우는 비식별고객의 총매출액이나 식별고객의 평균 매출액과 같이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수학적인 모델링을 수행해 추정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든 어느 정도 타당성 있는 수치를 제공할 수 있지만 비식별 구매 정보 자체가 어느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지 알 수 없어 오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고객상태표가 주는 전략적 시사점

이미 두 기업의 사례를 통해 고객제표가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지표와 해석을 설명했지만 고객상태표가 주는 전략적인 시사점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상태표는 기업 매출의 원천을 고객이라는 기업의 자산 유형 관점에서 정확하게 밝혀준다. 고객상태표가 존재하지 않았던 때에도 매출의 원천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을 가시적으로 측정하고 드러내어 관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둘째, 고객상태표는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의 비교를 통해 기업이 집중해야 할 고객 영역을 탐색해준다. 자본고객보다 부채고객의 비율이 높다면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당분간 그 기업의 목표는 부채고객의 비율을 줄이는, 즉 자본고객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돼야 한다.

셋째, 고객상태표는 경쟁이 치열한 산업일수록 단순히 고객 수만 늘리는 것보다는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준다. 시장점유율 증대만을 꾀하기보다는 고객점유율 증대를 위한 기업의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기 A사의 경우 총고객 수는 거의 변함이 없었지만 개별 고객의 인당 평균 매출액 증가가 전체 매출액 증대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고객상태표 평가 지표들의 시계열 변화 패턴을 관찰하면 그 기업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총매출액 관점에서만 봤을 때 기업 간의 등락과 순위 변화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매출액에 대한 고객 원천 비율과 그 변화량을 본다면 A사와 B사의 상황은 단기간에 다시 뒤집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한의학과 경영학을 함께 전공한 필자의 경험으로 재무상태표와 고객상태표의 관계를 풀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다. 기업의 재무적 결과 현황을 보여주는 재무상태표는 한의학 관점에서 사람 몸 안에 흐르는 피, 곧 혈(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무적 결과의 단면을 재해석해주는 고객상태표는 혈이 몸에 잘 돌도록 하는 기(氣)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혈이 생명 활동의 근원이지만 혈만으로는 살 수 없으며 반드시 기가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고객은 기업 매출의 근간이요, 기업의 성장과 지속성의 근원이다. 따라서 재무상태표와 더불어 고객상태표를 함께 관리하는 것은 혈과 기를 모두 관리하는 것이고, 이는 곧 혈기(血氣) 왕성한 경영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 장영훈 | 노팅엄대 중국상학원 교수

    필자는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노팅엄대 중국상학원에서 마케팅 & 비즈니스 분석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다수의 정보시스템 관련 국내외 저널에서 부편집위원장과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있으며 수년간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에서 마케팅 및 정보시스템 관련 컨설팅을 수행했고 사외이사 및 고문으로 활동했다. 현재까지 50여 편의 논문을 국제 저명 학술지(SCI급)와 국내 학술지에 게재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데이터 기반 고객행동분석, 디지털 마케팅, 인공지능 및 로봇기반 서비스 매니지먼트다. 고객제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Younghoon.Chang@nottingham.edu.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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