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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클럽’ 멤버들의 난상 토론

“팀 내 ‘아픈 손가락’ 꾹 참고 케어했죠.
얼마 뒤 달라진 모습, 그때의 보람이란…”

이규열 | 373호 (2023년 07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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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성과 시스템을 관리하는 건 인사팀이지만 실제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이들의 성과를 밀착 관리하는 건 팀장이다. 팀원의 성과가 곧 팀장의 성과가 되기도 한다. 회사로부터 더욱 엄격한 평가를 받는 만큼 팀원들을 평가하는 데도 신중하다. 팀원들이 고과를 수용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지속적인 업무 점검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회사의 불만에 공감해주는 등 신뢰 관계를 단단히 구축해야 부정적인 평가도 받아들일 수 있다. 저성과자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혼을 낼 수도 있다. 팀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사전에 명확히 알려야 혼이 나는팀원들도 잘못을 수긍한다. 저성과자 동료에 대해 불평하는 팀원이 있다면 맞장구 치지 말고 그를 도울 방법을 함께 궁리해야 한다.



“낮은 고과뿐 아니라 높은 고과도 분석 대상입니다.”

“더 많은 평가자가 참여하도록 평가 시스템을 손봤더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커졌습니다.”

“우리 회사에선 직급별 역할을 규정해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해요.”

지난 6월 말, 직장인들이 가장 피곤해 한다는 월요일의 늦은 저녁. 서울시 강남구의 한 식당에는 각기 다른 회사에서, 각기 다른 직무를 맡은 세 팀장이 모여 팀원들의 성과 관리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폭우가 쏟아져 귀갓길을 조심하라는 예보가 내내 들렸지만 이들의 열띤 토론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팀장들은 성과를 관리하는 인사팀 이상으로 팀원들의 성과에 고민이 많다. 팀원들의 성과가 곧 팀과 자신의 성과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구성원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지만 실제 이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건 팀장이다. 팀원들을 평가하는 만큼 엄격하게 회사로부터 평가받는 이들이기도 하다. 팀장은 어떻게든 팀원들로 하여금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평가를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할지, 팀원들의 성과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팀장들은 늘 고민이다. 이는 국내 최대의 팀장 커뮤니티 ‘팀장클럽’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다. DBR이 팀장클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멤버 3명을 초대해 실전 성과 관리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솔직한 토론을 위해 참석자들의 실명 대신 ‘닉네임’을 사용해 토론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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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정수’ 팀장
22년 차 직장인이자 12년 차 팀장. 글로벌 뷰티 브랜드에서 고객 서비스를 맡고 있다. ‘부캐’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이다.

‘우즈우즈’ 팀장
21년 차 직장인이자 10년 차 팀장. 국내 패션 브랜드에서 경영 관리를 맡고 있다.

‘별찌’ 팀장
18년 차 직장인이자 3년 차 팀장. 글로벌 테크 회사에서 영업을 맡고 있다.



주로 어떤 팀원들에게 낮은 고과가 주어지는가.

두문정수(두) 평가 기준은 명확하다. 연초에 세운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다. 정량적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높은 성과를 받기 어렵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상황을 탓한다는 것이다. 다른 팀에서 제대로 협조해주지 않았다는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해진 프로세스 밖의 일이 터지는 건 예삿일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성과를 내는 과정이다. 물론 역경을 극복하는 노력 끝에도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결과에 대한 성과 평가뿐만 아니라 역량 평가가 함께 이뤄진다. 역량 평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들은 높은 고과를 받긴 어려워도 낮은 고과를 받지도 않는다.

우즈우즈(우) 인사, 회계 등 경영 관리 직무에서 정량적인 평가가 쉽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역량 평가와 관련한 태도 부분에 다른 직무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점수를 주는 듯하다. 특히 하라는 것만 딱 하는 팀원들이 있다. 일을 잘 못하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함께 개선해나갈 수 있다. 반면 ‘아, 쟤는 분명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팀원들도 있다. 후자가 더 높은 고과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전자를 더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별찌(별) 컨디션을 탓하며 갑작스러운 휴가를 자주 내는 팀원들이 있다. 영업은 언제나 고객에게 채널을 열어둬야 한다. 가게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으면 발길을 돌리듯 고객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옆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 컨디션이 안 좋다는 게 고객을 놓친 것에 대한 사유가 돼선 안 된다. 운동을 하든 영양제를 챙겨 먹든 자기 몸은 자기가 챙길 줄 알아야 한다.

평가 결과를 잘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객관적 평가가 어렵지 않은가.

작년에 회사의 평가 체제를 재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이전보다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평가는 대상자가 그 결과를 객관적이라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사람이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끔 했다. 한 직원의 평가 과정에 과거에는 부서장만 참여했다. 지금은 상위 부서장 등 리더들은 물론 동료 팀원, 심지어는 유관 업무를 하는 다른 부서의 구성원까지 포함했다.

평가자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평가 항목을 최대한 간소화했다. 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최대 10개 문항을 객관식으로 평가하게 했다. 동료 직원 사이에는 성과 평가는 빼고 역량 평가만 진행했다. 같은 부서라도 함께 일해보지 않았을 수도 있고, 동료끼리 업무에 대해 평가한다는 건 감정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도 비슷한 프로세스가 있다. 대상자가 직접 평가자 3명 이상을 선정해 이들에게 평가를 요청하는 것이다. 보통은 본인보다 연차가 높고 업무를 잘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부탁한다. 대부분 흔쾌히 수락한다. 본인이 지명했으니 친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후한 이야기만 나올 것 같지만 막상 까보면 신랄한 목소리도 많다.

스스로도 낮은 평가 결과에 놀랐던 경험이 있나.

평가 결과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보통 팀장에게는 더욱 엄격한 평가가 이뤄진다. 우리 회사에선 팀장 이상 직급에서만 다면 평가를 진행한다. 팀장이 되고 처음으로 다면 평가 결과를 받아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낮은 성적을 받아 놀랐다.

이게 과연 내가 받은 점수가 맞나 싶어서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현실이었다. 눈앞에 낮은 점수를 직면하는 건 정말로 끔찍한 일이다. 낮은 점수의 원인을 찾아 파헤치는 건 더더욱 그렇다. 처음 팀장을 맡은 만큼 열심히 한 죄밖에 없는 것 같은데 팀원들이 나를 이렇게 싫어한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팀원들이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 나갔다.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살펴보니 이유가 있었다. ‘과욕’이었다. 처음 팀장이 됐으니 잘하고 싶은 마음에 너무 많은 액션 플랜을 세웠다. 팀원들 입장에서는 중구난방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초보 팀장 입장에서도 여러 업무를 능숙히 관리하지 못했다. 3개월 정도 크게 낙심했다. 팀원들에게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동시에 스스로 개선책을 찾아가야 하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렇게 평가 결과에 감정이 요동치는 경험을 하다 보니 이후에는 팀원들을 평가할 때도 좀 더 신중하게 됐다.

정량 결과는 좋은데 낮은 결과를 받은 적이 있다.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상사에게 구체적인 사유를 물었으나 자신의 권한이라고만 했다. 상사의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된 것으로 보였다. 낮은 고과에는 늘 의문이 따른다. 낮은 고과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직원이 납득할 수 있고, 그 부분에 개선 노력을 하게 된다. 더불어 회사는 높은 성과를 받은 사람들에게 더욱 주목해야 한다. 이들의 사례를 분석해서 전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해야 조직 성과를 향상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는 자신의 성과에 대한 피드백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피드백을 받길 바라는 듯하다. 아직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기획안을 제출한 적이 있다. 영업에 대한 지식, 경험이 많지 않은 친구가 만든 결과물이라 세세하게 피드백하기에도 어려웠다. “기초부터 배우고 다시 봅시다”가 해줄 수 있는 피드백의 전부였다. 처음에는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계속해서 구체적인 피드백을 요청하니 난감했다. 교육은 백년대계란 말이 있듯 회사 일도 익히는 데 마땅한 시간이 든다. 그 과정이 충분히 쌓여야 의미 있는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다.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피드백을 요청받으면 그에 앞서 “그 질문을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되묻는다. 왜 피드백을 받고 싶은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칭찬이 받고 싶은 건지, 뼈 때리는 조언이 필요한 상황인지 그 이유가 다를 수 있다. 이를 팀장 스스로가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대답하기보다는 직접 묻는 편이 이들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주는 데 효과적이다. 칭찬이 필요한 팀원에게는 충분한 인정을 해주고, 조언이 필요한 팀원에게는 실질적인 가이드를 줘야 한다.

보통은 “이런 점은 너무 잘하고 있어. 그런데 저런 점은 좀 더 개선하면 좋을 것 같아”라는 식의 피드백을 던진다. 코칭에는 주로 ‘Yes And 대화법’이 활용된다. “이런 점은 너무 잘하고 있어. 그리고 저런 점도 개선하면 훨씬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아”라는 표현을 사용하라고 권한다.

자신이 회사에서 잘하고 있는지 항시 고민한다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신의 일에 대해 더 궁금해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 일에 애착을 갖고 있다. 나 또한 상사들에게 기대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지, 더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묻곤 한다. MZ세대는 즉각적인 칭찬을 좋아하는 듯하다. MZ세대도 윗세대의 특성을 이해하면 좀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이들은 칭찬을 받는 것도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별다른 피드백이 없다면 그 자체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낮은 고과를 통보하는 것도 난감할 것 같다.

난감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꼼꼼히 목표 대비 결과를 체크하고 분석해 놓는다. 그리고 사전에 혼자서 면담 시뮬레이션을 한다. 보통 평가 면담 시, 팀원 스스로 올해 잘했던 점, 아쉬웠던 점을 리뷰하게 한다. 그러면 아쉬운 점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해서 정량적, 정성적 목표와 결과를 세밀하게 짚어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노력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준다. 팀장으로서 직원의 낮은 고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내년에는 더 나은 고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팀장의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도 함께 묻는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잘 수용하고 정확한 피드백에 대해 감사하다고 한다. 수용하지 않은 직원은 이의제기를 얘기할 수 있다. 이럴 때 팀장이 물러나기보다는 “곰곰이 생각해보고 원하신다면 진행하세요”라고 할 필요도 있다. 이의제기에 대비를 하기 위해서도 정량적, 정성적 결과를 철저하게 분석해 놓아야 한다.

아울러 코칭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라포(Rapport, 두 사람 사이 상호 신뢰 관계) 형성이다. 라포가 두텁게 구축돼 있으면 어려운 이야기를 건네도 안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바로 업무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기보다는 평소의 고민, 커리어패스 등의 이야기로 운을 띄워 공감대를 형성한다. 팀원의 말을 경청하는 게 중요하지만 처음에는 팀장이 먼저 입을 여는 것도 방법이다. 팀원 입장에서 가장 대답하기 난감한 상사의 질문은 “요즘 어때?”이다. 마땅히 할 말이 없다. 팀장 자신이 먼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공유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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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면담하면서 피드백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업무 진행 사항에 대한 피드백 없이 1년 또는 반년에 한 번 고과를 알리면 팀원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 수 있다. “여태까지 아무 말 없었으면서 어떻게 이런 점수를 줄 수 있냐”며 항의할지도 모른다. 우리 회사에서는 분기별로 팀장-팀원 피드백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불평을 토로하는 팀원들도 있다. 나쁜 이야기는 옮아갈수록 두 배, 세 배 증폭된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이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맞장구 쳐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대변해야 하는 입장이고 한 번 받아주면 점점 더 큰 불만을 늘어놓을 것 같아 이들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팀원들이 나를 멀게 대하기 시작했다. “나도 알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며 조금씩 공감을 표했다. 그랬더니 팀원들이 안심하고 어떤 고충이 있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터놓았다. 이러한 공감 역시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팀원들에게 고과를 알리는 것 이상으로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팀원의 낮은 성과를 회사에 소명해야 할 때다. 일부 팀장은 저성과 팀원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도 한다. 심지어 팀 전체가 낮은 성과를 내면 특정 저성과 팀원의 잘못 때문이라며 둘러대기도 한다. 임원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A 때문에 못했고 핑계를 대는 B 부서장에게 크게 실망했다”는 말을 들었다. 저성과자의 성과 개선에 도움을 주고 업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는 게 팀장의 역할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저성과자는 개선이 불가능할까.

사람을 ‘고쳐쓰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도와야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필요하다. ‘월급 루팡’이라고 소문난 팀원 C를 맡은 적이 있다. 소위 말하는 만년 과장, 차장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된다. 심지어 나보다 연차도 높았다. 그에게 기획안을 요청했다. 그 경력에서 나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일하면서 배워야 할 업무 기술을 제때 배우지 못한 것 같았다. 개선을 요구해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결국 직접 고쳤다. “이 부분은 이렇게 판단하신 것 같아서 이렇게 고쳤어요” “이렇게 표현하면 좀 더 임팩트 있을 것 같아요”라는 등 피드백을 건넸다.

그랬더니 임원들로부터 꽤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그때 “C가 한 겁니다” 하며 공을 돌렸다. 이후 C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 부분은 이렇게 만들어 봤는데 충분한가요?”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피드백을 먼저 요청해왔다. 반년 정도 지났을까. “팀장님, 저 요즘 엑셀 공부합니다”라는 C의 말에 깜짝 놀랐다.

사실 C는 성장하고자 했던 의지를 품고 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불운하게도 이를 발굴해 줄 팀장을 제때 만나지 못했다. 반면에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사람도 분명 있다. 이들에게는 목표 설정부터 업무 과정 등 팀장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편이 낫다.

조직과 직무에 완전하게 부합하는 인재를 뽑아 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채용은 어느 정도 준비된 연극과도 같다. 뚝심 있어 보일 것 같았던 지원자가 막상 팀원이 되니 툭 하면 눈물을 보는 유리 멘탈이었다. 이들을 직무와 조직에 맞게 갈고 닦는 것 또한 팀장의 역할이다.

좋은 말만 해서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혼도 내고 화도 내야 한다. 다만 팀원들에게 어느 순간에 꾸짖을지 그 기준을 명확히 설명했다. 나는 ‘세일즈의 태도’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영업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나 행실은 용납하기 어렵다. 숫자를 능숙하게 못 다룰 수 있어도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건 문제가 된다. 이를 명시했더니 팀원들도 인지하고 조심하는 듯하다. 팀장 스스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고 이를 알리는 게 좋다.

분명 팀장으로서 ‘아픈 손가락’들이 있다. 실제 그런 팀원들을 케어했더니 조금씩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 임원이 “요즘 그 친구 많이 좋아졌더라”며 그 모습을 인정한 적이 있다. 더할 나위 없이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러나 내 능력과 권한이 좀 더 뒷받침돼준다면 여유를 갖고 더 많은 친구를 지도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회사는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능동적으로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처음 업무를 내릴 때부터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 특히 주니어들에게는 회사에서 어떤 전략적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그에 따라 이 업무를 왜 진행해야 하는지, 관련된 정보는 누구에게서 찾을 수 있는지 등을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 “뭐든 일단 가져와 봐”라는 식의 업무 지시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저성과자들이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1 on 1 미팅을 하는데 한 팀원이 다른 저성과자 팀원 D 때문에 팀 전체의 성과가 낮아진다는 불평을 한 적이 있다. 우선, 그 팀원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 놓을 만큼 심리적 안전감이 구축돼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했는데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 속상했겠군요” 하고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D에 대한 험담을 하진 않았다. 험담으로 이어지는 순간 팀워크는 깨질 수밖에 없다. 대신 D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하게 했다. “D가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D에게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등 질문을 던졌다. 그다음 질문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다면 D를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왜 자신이 D를 도와야 하냐며 반발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도 분명 낮은 팀 성과가 되풀이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이 점을 강조하면서 함께 D를 도와보자고 제안했고 그 역시 흔쾌히 수락했다.

높은 성과를 좇지 않는 ‘조용한 사직’도 성과 관리에 어려움을 미칠 것 같다.

특히 MZ세대를 부하 직원으로 두고 있다면 자신의 일이 개인적인 성장, 회사의 성장, 고객 서비스 등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팀 미팅에서 회사의 사명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처음에는 종교 행사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럼에도 시시때때로 팀원들에게 회사의 사명이 뭔지 물었다. 계속 반복하니 팀원들도 익숙해졌다. 팀장님이 또 물어볼 게 뻔하니 외워두고라도 있자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이 미션을 실무에서 실천할 수 있을지 물었다. 고객을 대할 때는 물론 다른 직원들과 협력할 때 등 실천할 수 있는 계기는 다양했다. 즉, 일상적인 업무에 의미를 부여해준 것이다. 분기별 조직 문화 관련 평가에서 우리 팀은 글로벌 톱을 차지한다.

현업에 큰 욕심을 두지 않고 N잡을 고민하는 팀원이 있을 수도 있다. 이들에게 역시 현업의 중요성을 상기해줘야 한다. N잡 커리어에 필요한 실무 경험, 네트워크, 평판을 쌓아 가는 데도 현업에서의 성과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식이다.

팀원들에게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가.

회사에서 직급별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규정해뒀다. 한 팀원이 고민 상담을 해 왔다. 오래 동안 일했는데 왜 본인은 계속 과장이냐는 것이다. 회사는 차장의 역할을 사내 ‘인플루언서’라고 정의했다. 실무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며 원활하게 협업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차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팀원에게 그 규정을 얘기해주며 본인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되물었다. 그 역시도 아직까지는 인플루언서로는 미숙하다고 시인했다. 회사가 기대하는 역할과 성과를 정해 두니 평가하는 사람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고, 평가받는 사람도 정당하게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직의 인력 구조에 따라 개인별로 기대치를 설정해두고 알려주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회사나 팀에 따라 직급 분배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을 수 있다. 어느 팀에는 차장이 없을 수도 있고, 어느 팀에는 대리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의 특성은 유기적이라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연차 높은 과장에게 일부 차장의 역할이, 후자의 경우 연차 낮은 과장에게 대리의 역할이 부여된다면 조직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자신의 성과를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정해진 목표에 잘 도달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살피는 것이다. 매일 아침 ‘할 일 목록(To Do List)’을 작성하듯 분기에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얼마큼의 노력이 더 필요할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는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여러 상황이 얽히고설킨다. 내가 문제인지, 회사가 문제인지, 경제가 문제인지도 헷갈린다. 그럴 때는 가만히 앉아 백지 위에 마인드맵을 그려보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펼쳐 두고 구조화하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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