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등장이 라디오를 죽이지 못했듯 유튜브의 폭발적 인기도 팟캐스트를 없애지 못했다. 오히려 팟캐스트 시장은 스트리밍 기술의 발달, AI 스피커의 대중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수요 증가 등의 원인으로 인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방식의 변화로 인한 고립감, 화상회의 등으로 인한 시각적 피로도 증가 등으로 인해 보는 즐거움 대신 듣는 즐거움을 선택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스포티파이, 애플, 아마존 등이 팟캐스트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듣는 콘텐츠 시장은 새로운 격전장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비디오 시장에서 했던 일을 오늘날 팟캐스트가 라디오 업계에서 수행하고 있다.” (What Netflix did for video is what podcasts are doing for radio today.)
1970년대 북미 1위 라디오 프로그램 공급 업체 ‘웨스트우드원’을 설립해 미국 라디오 산업을 이끌던 놈 패티즈(Norm Pattiz)가 35년간의 라디오 산업 관련 커리어를 정리하고 팟캐스트 플랫폼 ‘팟캐스트 원(Podcast One)’을 설립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그는 2010년 팟캐스트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발 빠르게 팟캐스트 플랫폼 팟캐스트 원을 세웠고 이 업체는 미국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뜨거워진 팟캐스트 열기
패티즈의 예상대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팟캐스트의 인기가 뜨겁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0년 10억 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팟캐스트 시장은 2025년 33억 달러로 성장할 예정이다. 5년 만에 3배 이상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의 경우 서비스하는 팟캐스트가 200만 개에 육박한다. 또한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팟캐스트 제작 및 유통사 더링어를 흡수 합병한 데 이어 최근에는 팟캐스트 광고 퍼블리싱 플랫폼 메가폰을 인수했다. 최근 한국에도 진출한 스포티파이는 공공연히 “스포티파이는 더 이상 음악 회사가 아니라 오디오 회사”라고 밝히며 팟캐스트 등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팟캐스트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애플 역시 2014년 팟캐스트 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꾸준히 팟캐스트 시장에서 주도권 싸움을 진행 중이다. 2017년에는 팟캐스트 검색 텍스트 ‘팝업 아카이브(Pop Up Archive)’를, 지난해 초에는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팟캐스트를 선정해주는 서비스 ‘스카우트 FM’을 인수하는 등 팟캐스트 서비스 개선에 나서며 스포티파이에 빼앗긴 팟캐스트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1년 4월에는 팟캐스트 스트리머가 청취자 대상으로 과금할 수 있는 플랫폼, ‘애플 팟캐스터스 프로그램(Apple Podcasters Program)’을 선보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아마존이 팟캐스트 스튜디오 ‘원더리(Wondery)’를 3억 달러에 인수하며 팟캐스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시장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도 최근 팟캐스트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 10년간 국내 팟캐스트 시장을 선도해온 ‘팟빵(podbbang)’이 있다. 팟빵은 2012년 ‘나는 꼼수다’로 팟캐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 발 빠르게 온라인 공간에 산재해 있던 팟캐스트 채널들을 모아 청취자에게 제공하는 팟캐스트 플랫폼을 선보이며 국내 대표 팟캐스트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덕분에 현재 팟빵의 국내 팟캐스트 시장점유율은 약 70%에 육박한다. 팟빵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0만 건을 넘어섰고 매일 50만 명 정도가 팟빵을 통해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2만3000개가 넘는 팟캐스트 방송이 팟빵에 올라와 있고 지난해 누적 청취 시간이 2억4000만 시간을 넘었다. 연간 팟캐스트 콘텐츠 다운로드 수도 2012년 20만 건 수준에서 2016년 300만 건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후 유튜브의 영향으로 정체를 보이다 지난해 360만 건을 넘어서며 반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