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업·농촌의 미래]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땀의 산업으로 불리던 농업이 데이터와 기술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이 농장을 누비고, 인공지능이 사료를 분석하며, 블록체인이 식품의 신뢰를 기록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운영하는 농식품 벤처·창업 활성화 지원사업의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농식품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AI와 블록체인으로 식품산업의 신뢰를 세우다―퓨처센스
“식품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은 데이터에서 시작된다.”
퓨처센스(대표 안다미)는 AI·블록체인 기반 식품이력추적 플랫폼 ‘푸드포체인(Food4Chain)’을 개발해 식품 제조·유통·수출 전 과정을 디지털로 연결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식품이력추적제에 대응해 수출용 K-푸드의 규제 대응과 품질 검증을 동시에 처리한다. 또한 AI 기반 수요 예측과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생산·유통 과정의 손실률을 줄이며 식품 폐기물 저감 성과를 거뒀다.
CES 2025와 GITEX 2025에서는 해외 기업과 협력 MOU를 체결하며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퓨처센스는 식품 안전과 식량안보를 동시에 겨냥한 차세대 농식품 데이터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이 움직이는 농장―크래블
스마트 농업의 완성은 자율주행에 있다.
크래블(대표 김진형)은 농기계 자율주행 키트 ‘오토아’와 농장 운영 플랫폼 ‘팜 OS’를 결합해 대규모 농장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
오토아는 기존 트랙터나 이앙기에 간편히 장착할 수 있으며 RTK·INS 센서 기반으로 센티미터(㎝) 단위의 정밀 주행이 가능하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인도네시아 플랜테이션에서 자율주행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작업 데이터는 팜 OS로 통합 관리돼 농장의 디지털 전환(DX)을 앞당기고 있다. 크래블은 자율주행 솔루션을 넘어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플랫폼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AI가 읽는 사료의 흐름―에임비랩
축산업의 생산성은 사료 관리에서 갈린다.
에임비랩(대표 고병수)은 AI·IoT 기반 스마트 사료 관리 솔루션 ‘마이피드’를 개발해 사료빈(자동 라인으로 이송될 사료를 대량으로 보관하는 통) 내부 상태와 정밀 데이터를 제공하고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사료빈을 원격으로 관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손쉬운 설치·유지보수로 농가의 도입 부담을 줄였으며 말레이시아 수출을 성사시키며 해외시장 진입에도 나섰다.
AI가 흐름을 읽고 농민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을 판단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전통의 지혜와 첨단 과학의 결합―오너브
오너브(대표 정원철)는 전 세계 전통 의료인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천연 원료와 AI 기반 환자 맞춤형 제약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원료의 효능과 함량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표준화하고 제약 공정을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를 통해 개선하며 전통 의약품의 낮은 신뢰도와 비효율적 생산 체계를 극복했다. 홍콩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한방의 지혜와 현대 과학의 결합으로 K-메디신의 새로운 글로벌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축산 금융의 새 길을 열다―스탁키퍼 ‘뱅카우’
스탁키퍼(대표 안재현)는 블록체인 기반 축산 금융 플랫폼 ‘뱅카우’를 통해 한우 한 마리를 자산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우의 성장·유전 데이터를 토큰화한 ‘가축 자산 증권화(STO)’ 모델로 농가에는 자금 조달의 길을, 투자자에게는 투명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제공한다. 농협은행·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금융기관과 협력해 축산업의 금융화를 현실로 만들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농가·소비자·투자자가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축산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술이 농업의 새 생태계를 만든다
농식품 벤처·창업 활성화 지원사업은 예비 창업부터 성장을 거쳐 첨단기술 고도화와 사업화, 투자 연계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다. 이 중 첨단기술 분야는 기술 검증과 시장 진입을 연결해 현장 적용 속도를 높이고 민간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데이터와 기술로 무장한 벤처의 실험이 산업의 표준으로 축적되며 농업은 지능형 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은 “농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데이터에서 비롯된다”며 “현장의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벤처와 함께 농업의 체질을 바꾸고 미래 일터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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