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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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2월, 처음 팀장이 된 초보 팀장입니다. 14년 동안 영업 업무를 맡았지만 팀장으로 승진하면서는 교육팀으로 배치받았습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퇴사로 당시 회사에서 유일한 팀장 승진 대상자였던 제가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죠. 오랫동안 영업을 해서 조금은 지겨웠던 터라 새로운 도전으로 여겨 잘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스스로의 부족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실무 하나하나를 팀원들에게 배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빠르게 배워 팀원들의 버팀목이 돼주고 싶지만 머리가 굳어서인지 예전보다 새로운 일을 배우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습니다. 전에 한 번 물어봤던 것을 깜빡하고 다시 물어보는 일도 일쑤. 종종 수준 이하의 질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팀에서 가장 근속연수가 높은 박 과장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중요한 사안을 물으면 “박 과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박 과장한테 한번 물어봅시다”라고 답합니다. 당장 결정할 일은 끊임없이 나오는데 팀장이 모르는 게 많으니 박 과장에게 묻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박 과장에게는 이게 부담이었던 모양입니다. 팀의 모든 일에 깊게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그는 “요즘 후배들 일 도와주느라 정작 제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네요”라며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박 과장이 경쟁사의 팀장 후보자로 면접을 봤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사실 박 과장은 지난 인사에서 내심 자신이 팀장으로 승진할 것을 기대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이번 승진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막상 기대감이 꺾이고, 일은 늘어나니 이직까지 고려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박 과장에게는 미안하기도 하고, 또 그가 당장 떠나면 팀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걱정도 됩니다.
팀원들과 잘 지내보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팀원들은 회식도 싫어하는 듯하고 업무 시간에는 잡담도 꺼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친해질 기회가 없어 보이는데 저만 빼고 다들 끈끈해 보이는 건 오해일까요. 일로도, 사람 간의 관계로도 만족을 찾기 어려워지자 매일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어제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라도 나면 회사를 안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잠시 했습니다. 저도 힘들지만 팀이 더 걱정입니다. 어쩌면 팀장인 제가 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저만 떠나면 팀 전체가 더 편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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