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로 일한 지 5년 차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부하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해왔지만 최근 ‘역대급 직원’을 만났습니다. 신입 직원인데 일머리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입사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지시한 업무를 점검했을 때 실수 없이 제대로 해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실수를 바로잡도록 다시 지시하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릅니다. 고객사 이름을 잘못 표기하는 등 업무 처리에 있어 디테일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데드라인을 넘기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더 화를 돋우는 건 신입 직원의 태도입니다. 한 번은 수준 미달인 결과물을 그냥 통과시킬 수 없어 퇴근 전에 업무 재작업을 지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야근하면 죽는 병에 걸렸는지 "내일 출근해서 하겠다"며 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킵니다. ‘워라밸’ 좋죠. 그런데 일이 능숙하지 못하면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게 우선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꼰대’인 건가요?
질책도 해봤습니다. 신입 직원이 똑같은 실수를 5번째 반복했을 때였죠. "물론 처음이라 미숙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정말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눈에 띄는 곳에 따로 메모하든지 노력을 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렇게 강하게 말하면 하루 이틀은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듯하더니 다시 실수투성이의 서류를 보내 제 속을 긁습니다. 요즘 MZ세대는 회사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중에 인사 고과를 낮게 줘도 개선 의지를 보이긴 할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그런 직원을 왜 뽑았냐고요? 신입 직원이기 때문에 가르치고 지적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가르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걸 그때 생각하지 못한 제 자신이 한심할 지경입니다. 여기가 회사인지 학교인지…. 처음에는 ‘빨간펜’ 선생님처럼 일일이 봐주면서 마이크로 매니징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제 업무도 많은 상황에서 신입 직원 하나에 매달려 있자니 이게 무슨 시간 낭비인가 싶더군요. 선임급 팀원에게 시간 날 때마다 봐주라고 했더니 다들 자기 일도 바쁜 상황이라 점점 불만이 쌓이는 게 눈에 보입니다.
더 절망스러운 건 역량 미달의 무책임한 신입 직원이라도 행여 퇴사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겁니다. 중소기업이라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아 지원자가 많지 않은 편이거든요. 지금 직원보다 더 나은 사람이 온다는 보장이 없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경영진에 입사자 처우 개선을 제안했지만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비용 절감해도 모자랄 판"이라며 면박만 들었네요.
MZ세대 신입 직원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르치고 지적하면 나아지긴 하는 걸까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생각만 드네요. 같은 지적을 반복하는 것도 지치고, 진정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죄송합니다"란 소리 듣기도 지겹습니다. 신입 직원과 함께 일하는 고객사의 불만을 응대할 때마다 저도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얼마 전에는 탈모 초기를 진단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신입 직원을 탓했지만 이제는 관리자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내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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