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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

AI는 고객의 ‘감정’까지 돌볼 수 있을까…
감성 AI가 여는 새로운 고객 케어의 시대

최호진 | 430호 (2025년 12월 Issue 1)
▶ Based on “The Caring Machine: Feeling AI for Customer Care” (2024) by Ming-Hui Huang and Roland T. Rust in Journal of Marketing, Vol. 88(5), pp. 1-23



고객 경험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이 갖게 되는 고민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응대 속도나 인력 부족처럼 전통적 문제뿐 아니라 불만·분노·피로감 등 감정적 요인이 고객 이탈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글로벌 기업이 생성형 AI를 고객센터에 도입하고 있지만 많은 관리자는 여전히 “AI가 고객의 감정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해 왔다.

국립대만대와 메릴랜드대 연구진의 연구는 실제로 AI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고객의 정서를 돌보는 ‘케어링 머신(caring machine)’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지 검증했다.

연구진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눈다.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고객 서비스’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관리하며,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고객 케어’다. 기존 서비스가 문제 해결이라는 ‘두뇌(brain)’ 기능에 집중했다면 케어는 고객의 감정적 필요를 다루는 ‘심장(heart)’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이 연구의 핵심 전제다. 연구진은 감정 케어가 독립된 마케팅 기능으로서 기업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감정적 유대가 형성된 고객은 더 충성도가 높고 장기적 가치가 크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실무자 대상 조사 결과, 연구진은 기업들이 감정적으로 격앙된 고객을 다루는 일, 지연된 서비스 속도, 고객 감정에 대한 낮은 이해 등 다양한 감정관리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생성형 AI를 이미 도입한 기업도 많았지만 관리자들은 ‘AI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고객 감정을 포착하고 대응하는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AI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일부 특정 상황에서 AI가 인간보다 감정 표현을 더 정교하게 포착할 수 있으며 적절하게 설계된 경우 공감적 반응을 표현할 수 있다며 감정 기반 상호작용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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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이러한 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AI가 고객 케어 과정에서 수행할 역할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연구진이 제시한 예시 시나리오에서 AI 상담원은 고객의 언어·표정·음성에서 감정 신호를 읽어 슬픔이나 불안을 감지하고 이에 맞춰 공감적 언어로 대응한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 지침을 제시하면서 고객의 감정을 안정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 전체가 고객의 정서적 안녕감과 장기적 관계 가치(LTV)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기술이 상호작용을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객이 브랜드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감정 기반 AI를 실무에 적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AI가 고객의 언어·표정·음성에 담긴 감정을 정확히 추론해야 하고 공감적 반응의 적절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의 관점을 반영한 응답 설계가 필요하다. 고객이 던지는 질문만이 아니라 실제 반응과 맥락을 기반으로 대화를 설계하는 ‘응답 엔지니어링(response engineering)’ 역량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고객–AI 관계가 아니라 고객–브랜드 관계로 이어지도록 전략적 조율이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조건이 갖춰질 때 비로소 ‘케어링 머신’의 잠재력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연구는 감정 케어라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AI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기술이 고객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기존 고객 서비스가 고객 만족의 절반을 담당해왔다면 감정 케어는 고객이 ‘실제로 돌봄을 받고 있다(cared for)’고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생성형 AI는 아직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고객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반응하는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기업이 AI를 효율화 도구를 넘어 정서적 관계 관리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AI는 고객과 브랜드 간의 신뢰를 강화하는 새로운 전략적 수단이 될 것이다. 고객 경험의 다음 경쟁 무대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다. AI는 그 변화를 가속할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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