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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기억될 권리’를 쟁취하려면

김현진 | 422호 (2025년 8월 Issue 1)
요즘 콘텐츠 플랫폼과 브랜드 마케터들을 만나보면 모두 한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예전처럼 사용자들이 우리 홈페이지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요. 돌아보면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일으킨 ‘공범’입니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예전처럼 검색창을 두드리기보다는 생성형 AI에 먼저 말을 걸고, 답을 구하고, 때로는 마음을 달래기도 하니까요. 어느새 우리는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와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많은 사용자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링크를 탐색하기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생성형 AI에 문장으로 던집니다. AI는 수많은 문서를 벡터로 변환해 의미의 지도를 따라 최적의 답변을 제공합니다. 클릭하기 전에 답이 주어지고, 링크 대신 문장이 인용되는 ‘제로 클릭(Zero Click)’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 새로운 검색 생태계에서 기업이 경쟁해야 할 대상은 더 이상 ‘구글 검색결과 1페이지’가 아닙니다. 이제는 챗GPT,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등 거대 언어모델(LLM)의 ‘답변 메모리’에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는지가 승부를 가릅니다. 검색 노출이 아닌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클릭률이 아닌 모델 점유율(SOM, Share of Model)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입니다.

그동안 디지털 마케팅의 본질은 ‘검색엔진에 잘 노출되는 콘텐츠’를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세가 되고 있는 GEO는 단순한 노출 최적화를 넘어 AI의 ‘기억 공간’에 우리 브랜드의 위치를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즉 AI가 사용자에게 답변할 때 우리 브랜드를 인용하거나 기반으로 삼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질문 단위, 문단 단위, 나아가 멀티모달 콘텐츠 단위에서 우리의 콘텐츠가 ‘AI의 답변 문장’으로 선택받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콘텐츠의 구조, 문체, 통계, 인용 출처, 고유 키워드 등은 모두 AI의 인용 빈도와 직결됩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 결과, 단순한 키워드 반복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 인용이나 정량적 통계 삽입이 GEO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GEO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브랜드의 모델 점유율(SOM) 확보입니다. AI의 답변에서 얼마나 자주, 또 어떤 맥락에서 우리 브랜드가 언급되는지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인간과 AI 사이 인식 격차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브랜드 링컨은 인간의 인식도는 높지만 AI 인식도는 낮았고, 전기차 리비안은 그 반대였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AI가 특정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하게 만들까요?

브랜드는 이제 ‘AI가 읽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합니다. 감성적인 문구보다도 스펙, 성능, 문제 해결 중심의 정보가 AI의 인용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제품이 왜 필요한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가?” “어떤 상황에서 유용한가?”와 같은 질문에 구조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GEO 경쟁에서 살아남는 비결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최적화 전략의 그림자가 될 수 있는, 윤리적 이슈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최근 하버드대 연구진은 전략적 텍스트 시퀀스(STS)를 삽입하면 LLM의 응답이 특정 브랜드를 우선 추천하도록 왜곡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GEO가 검색 알고리즘 조작의 새로운 형태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합니다.

DBR은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기업들이 GEO와 SOM이라는 새로운 경쟁 지형을 이해하고 AI 생태계 속에서 브랜드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클릭의 시대’가 저물고 ‘답변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우리 브랜드가 AI와 인간 사용자 모두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회자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기억될 권리’를 설계하는 길에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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