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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Business Frontier: 황희영 아이디인큐 대표

17만 패널, 모바일 여론조사 값싸게 초고속 조사… B2B시장을 열다

장재웅 | 209호 (2016년 9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아이디인큐가 2011년 내놓은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오픈서베이는 빠른 설문조사 속도와 저렴한 가격으로 모바일 리서치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오픈서베이는 전국 규모의 데이터 수집에 드는 시간을 반나절 이내로 줄임으로써 설문조사 전반부의 혁신을 보여줬다. 또 설문결과 전달 과정 개편을 통해 데이터 분석에 드는 시간을 실시간에 가깝게 단축했다. 오픈서베이는 단순히 설문조사의 응답 수집채널을 모바일로 옮긴 정도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원가구조를 개선함으로써리서치라는 도구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최시영(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돈 버는 스타트업.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꿈이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투자금을 활용한 이용자 수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보니 매출은 늘어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B2C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1위 모바일 리서치 업체 아이디인큐는 초기부터 B2B 시장을 공략하는 확실한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빠르게 자생력을 갖추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디인큐는 2011년 설립된 모바일 리서치 전문 스타트업이다. 기존 설문조사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중소기업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실제 이 회사의 창업자인 김동호 전 아이디인큐 대표는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묻고자 하는 것은 보편적인 니즈인데, 이것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의 문턱이 높다고 판단해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아이디인큐는 기존 오프라인 설문조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인터넷 설문은 응답률이 낮다는 점에 착안해 스마트폰을 활용한모바일 설문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기존 설문조사 대비 비용을 30∼40% 저렴하게 서비스하면서 응답률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회원으로 등록된 8만여 명의 패널들 덕분에 아이디인큐는 통상 일주일 이상 걸리던 설문조사 기간을 3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아이디인큐의 고객사들은 단 2일이면 설문조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이런 가격 경쟁력과 시의성이 입소문이 나면서 창업 5년 만에 국내 모바일 리서치 시장 1위 기업이 됐다. 현재 유한킴벌리, 현대카드, 3M 등 대기업 고객사를 확보하며 연간 1500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리서치업계에서 모바일 기술을 가지고 혁신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아이디인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 KTB네트워크 등 벤처 투자사들의 누적 투자액이 60억 원에 달한다. 특히 현재 약 10% 정도에 불과한 국내 서베이 시장 내 모바일 리서치 점유율이 향후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돼 전망도 밝은 편이다.

 

‘돈 버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한 아이디인큐의 성공 비결을 듣기 위해 황희영 아이디인큐 대표와 손영대 제품 총괄 본부장을 만났다. 황 대표는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으로 리서치와 소비자 인사이트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2015년 아이디인큐에 합류했다. 손 본부장은 아이디인큐 설립 때부터 함께한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다.

 

 

황희영 대표는 포항공대 화학공학 학사, 석사를 거쳐 모니터컨설팅그룹, 한국 피자헛, 한국 맥킨지앤컴퍼니를 거쳐 2015년 아이디인큐에 전략 부사장으로 입사했고 2016 1월 아이디인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리서치 비즈니스가 새로운 산업도 아니고 심지어 레드오션으로 불리던 시장인데 그곳에서 아이디인큐가 업계의 선두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 제품의 가장 큰 특성이자 장점은모바일에 있다. 소비자 조사는 지난 100년간 존재해왔지만 모바일이 지니는 강점을 통해 이것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우리의 업이다. 내가 처음 소비자 조사를 접한 것이 2000년쯤이다. 그때만 해도 길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종이 설문지를 뿌려 조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을 컴퓨터 화면으로 옮겨온 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것이 다시 모바일로 옮겨가는 또 다른 변화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이 지니는 강점이 바로 푸시 알림을 통한 빠른 속도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확한 타기팅이다. 기존 종이 설문 방식에서는 설문 대상자를 타기팅 하려고 해도 성별, 연령, 사는 지역 정도로밖에 분류를 못했다. 하지만 오픈서베이는 훨씬 더 풍부한 정보로 정교한 타기팅이 가능하다. 심지어 같은 응답자의 이전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한 타기팅이 가능하다. 또 최근에는 모바일에서만 측정 가능한 여러 가지 조사 방법들이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어떤 매장을 방문하는지, 어떤 앱을 설치했는지 등을 측정해 더 정밀한 조사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강점은 빠르다는 것과 조금 다른 측면에서 경험 순간 조사(in-the moment)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의 느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많다. 기존 조사 방법에서는 과거의 경험에 대해서 묻는 방법밖에 없다. 때문에 기억의 왜곡이나 잊힘이 발생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모바일은 실제로 소비자가 어떤 행위를 하는 시점에 응답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우리는 이걸다이어리 응답 방식이라고 한다. “앞으로 1주일 동안 맥주를 마실 때마다 설문을 하고 사진을 찍어 올려달라고 패널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주를 마시는지 훨씬 더 생생하게 알 수 있다. 기존 설문은 객관식 보기 중에 선택하거나 최대한 깊게 나아가봐야 주관식 응답을 쓰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뤄지는 설문들은 멀티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 많다. 카톡에서도 사진 한 장으로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가? 이처럼 소비자들이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환경에서 구매 환경이나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사진 응답 기능을 앱을 통해 시작했는데 패널로부터의 반응도 좋고, 기업 고객들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구 회사의 경우 판매를 하고 난 후 실제로 소비자가 그 가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해 하지만 이런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직접 소비자의 집에 찾아가야 했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기업들은 사진 응답을 통해 자신들의 제품이 사용되는 환경을 알고 싶다는 요구를 많이 한다.

 

카톡에서도 사진 한 장으로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가? 소비자들이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환경에서 구매 환경이나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질문을 통해 소비자의 경험을 파악하는 방법이 아닌 스마트폰이 알아서 소비자의 경험을 파악하게 하는 방식이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특정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만 추려내 설문을 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우리도 그런 방법을 개발 중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내 매장뿐만 아니라 경쟁사 매장에 방문한 사람들도 기기를 통해 알아내 조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오픈서베이와 오베이는 어떻게 다른가?

 

오픈서베이의 주 사용자는 기업이다. 고객사가 설문을 의뢰하면 아이디인큐가 오베이를 통해 패널들로부터 응답을 수집하고 그 결과를 오픈서베이를 통해 제공하는 식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할 일이 많은 기업들이 주 고객이다.

 

미국에서 잘되고 있는 서베이몽키와 비슷한 모델이라고 보인다. 맞는가?

 

그런 오해가 있는데 오픈서베이는 미국의 서베이몽키와는 차별화된다. 오픈서베이는 100%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패널을 보유하고 있고 서베이몽키의 경우는 웹 기반이다. 또 서베이몽키는 보통 설문자가 설문을 작성해 링크를 공유해 답을 얻는 방식이지만 오픈서베이는 불특정 다수의 패널에게 설문을 보내고 그 응답을 받는 형태다.

 

사업화 초기 앱을 통한 리서치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을텐데 어떻게 경쟁우위를 확보했나.

 

정확하게 기억을 할 수는 없지만 메이저 리서치 회사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은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모바일로 설문조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컴퓨터로 하던 조사의 일부를 모바일로 볼 수 있게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아이디인큐의 목표가 리서치 환경을 모바일로 옮기자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리서치 결과를 고객에게 빠르게 전달한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비슷한 방식이었다. 리서치 회사에 의뢰하고 한 달쯤 걸려서 결과를 전달받는 식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자동화해서 리서치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보자고 계획을 했다. 모바일을 활용하는 것은 그 해결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컴퓨터의 경우 e메일을 보낸다고 바로 응답을 받을 수는 없다. 또한 응답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런데 모바일 환경에서는 푸시 알림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굉장히 복잡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사용자에 대한 많은 정보를 미리 알고 있어서 필요할 때 그 사람을 정확히 찾아내 조사하는 방식이다. 100명이 들어와서 그중에 아닌 사람들을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조사하고자 하는 대상과 가장 비슷한 사람을 골라내 설문을 보내기 때문에 리서치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줄고 정확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게 목표였고 모바일은 그 과정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 모바일 리서치 앱이 있었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도 앱은 다 비슷하지만 동작하는 방식에서 우리만의 기술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오픈서베이의 현재 위치를 평가한다면?

 

누적 고객사가 약 830여 개 정도이고 유효 패널 수는 17만 명이 조금 넘는다. 누적 다운로드는 60만이 조금 넘는데 유효하게 활동하는 사람의 수는 20만 정도다. 점유율에 대해서는 우리도 정확히 모른다. 왜냐하면 모바일 리서치는 기존 다른 리서치 방법들이 모바일로 전환된 부분도 분명 있지만 아예 모바일 기반으로 새롭게 시도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점유율이 크게 중요하지 않고, 시장 자체가 그리 큰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려는 데 더 관심이 있다. 평소에 점유율은 보지 않는다. 다만 연간 프로젝트 수는 2015년에 약 1500개 정도를 했고 올해 7월까지 700개 정도 했다.

 

 

오픈서베이의 장점은 프로젝트의 성격, 표본 수, 문항 수 등에 따라 다양한 가격 체계가 마련돼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유가 있는가.

 

기본적으로 우리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처음 창업할 때부터 할 수 있는 설문조사는 다 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고객사들 각각에 대한 접근법은 다르다. 모든 설계를 다 하고 온 고객사는 우리를 정말 플랫폼 자체로만 활용하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리서치 디자인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호기심을 갖고 오는 고객에게는 설계부터 시작해서 조사의 유형까지 추천하고 있다. 일을 하는 방식이 고객사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보니 우리 내부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국내 리서치 시장 자체의 규모는 어떻게 되나?

 

리서치 시장 전체는 5000∼7000억 사이다. 그런데 이 시장을 두고 정말 많은 기업이 경쟁한다. 인터뷰만 하는 업체, 설문조사만 하는 곳, 솔루션만 주는 곳, 우리처럼 다 하는 업체 등 다양하다. 리서치 시장이 특이한 점은 1등을 하는 기업도 매출 1000억이 안 된다는 점이다. 작은 기업들이 시장에 넓게 퍼져 있다. 우리가 처음에 시장에 잘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우리를 죽이기보다는 협업이 이뤄질 수 있었다. 리서치 시장은 하나의 거대 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기능도 중요하지만 패널의 수나 질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패널이 필요했을 텐데 초기 패널 모집의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가.

 

처음에 앱이 나왔을 때는 스마트폰 유저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장단점이 각각 존재했다. 재미있거나 특이한 앱이 나오면 미디어에서 많이 다뤘다. 당시에는 심지어 지면을 할애해 새로운 앱을 소개할 정도였다. 사람들도 앱을 많이 찾고 관심이 많던 시기였다. 패널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별도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온·오프라인에 걸쳐 많이 진행했다. 사회적인 분위기 덕분에 초기 운이 좋았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도화선 역할을 했을 뿐이다. 실제로 유저를 제일 많이 늘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추천제도에 있다. 이 제도로 자연스럽게 패널 수가 늘었다. 오베이 응답자들은 설문에 응답하면서 보상을 받고, 지인을 추천해 패널이 되게 하면 또 다른 보상을 받는다. 오베이에서 제공하는 포인트는 현금과 똑같은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대부분의 패널이 지인 추천으로 가입했다. 이 제도가 패널 수를 빠르게 늘렸고 이런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또 다양한 층의 패널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계층이 있으면 그 층을 공략하기 위해서 프로모션을 따로 시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패널을 모집하다보면 아무래도 모바일 환경에 친숙한 젊은 층이나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성향의 사람이 중심이 되고, 중장년층이나 의견 표출에 소극적인 사람은 패널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패널 모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특정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중요한 원칙은 유입 경로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다. 프로모션을 하더라도 한 채널에서만 하게 되면 편향된다. 그래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패널을 모집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모집된 패널을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우리 패널들만을 봐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계 자료라든지, 조사 결과를 참고해 동일한 문항을 패널에게 보내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계속 관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모바일 이용자들이 패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모바일 쇼핑을 더 많이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실제 지난 3년간 패널들이 쇼핑하는 행태를 트래킹해 오프라인, 컴퓨터, 모바일 등으로 나눠 추적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전체 디지털 쇼핑 중 모바일 쇼핑의 비중을 매월 발표하고 있다. 이 둘을 비교해보니 3년 전에는 7∼8% 차이가 났는데 최근에는 5% 정도로 차이가 감소했다. 초기의 패널들의 경우 일종의 얼리어댑터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패널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런 부분이 점차 희석되고, 점점 전체 인구의 특성과 일치해간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기에는 스마트폰 사용률이 낮았지만 최근에는 이미 보급률이 90%가 넘은 상태고, 특히 고연령과 저연령에서는 온라인보다는 모바일을 사용하는 비중이 더 높다. 우리 부모님만 하더라도 인터넷은 잘하지 않으시지만 모바일은 이용하신다. 커버리지를 볼 경우 온라인보다 훨씬 더 넓다. 지금 우리의 주된 경쟁사는 오프라인 리서치보다는 온라인 리서치 업체들이다. 스마트폰은 온라인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도구라는 점에서는 큰 장점이 있다. 생각해보면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은 한 모바일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나도 모바일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생각보다 웹 기반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상층이 많지 않다. 특히 주부 같은 경우 더 그렇다. 전화는 집에 있는 사람들만 받고, 인터넷 조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훨씬 더 보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모바일이다.

 

기업 고객들이 주가 될 것 같다. 가장 많이 하는 성격의 의뢰는 어떤 것이고, 최근에 인상이 깊었던 고객이나 프로젝트가 있는가?

 

조사 영역의 분야는 사회 조사와 마케팅 조사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는 마케팅 조사만을 하고 있고 고객은 모두 기업이다. 의뢰는 고객사가 하고 있는 산업에 따라 매우 다르다. 오픈서베이의 경우 초기에는 작은 고객들, 그리고 심지어는 개인도 리서치를 의뢰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때문에 고객사를 살펴보면 영세한 고객사의 수가 상당히 많다. 오픈서베이 고객 셋 중 하나는 그동안 리서치에 관심은 있지만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 냈던 작은 회사들이다. 하지만 매출에 크게 기여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마케팅 예산이 많고, 조사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프로세스에 녹아 있는 기업들이다. 마케팅을 많이 하는 산업은 주로 소비재나 유통 쪽이다. 그쪽 산업이 우리의 비즈니스 안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사의 유형은 고객의 비즈니스에 따라서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하다. 주로 관심이 높은 것은 과거 다른 유형의 조사로는 수행할 수 없었던 모바일의 특성을 살린 조사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픈서베이가 제공하는 설문응답 결과 분석 화면

 

 

최근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고객이 누구인지, 구매 패턴이 어떤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엄청난 성과를 거둔 기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오픈서베이가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우리의 주력 사업은 설문 조사이기 때문에 기업이 가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그 부분이 큰 가능성을 갖고 있기에 시도하고 논의 중인 것 역시 맞다. 기업 고객들은 자신들의 고객에 대한 정보가 있다. 굉장히 소중한 정보지만 이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개인은 최소 3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 A 카드사에서는 한 소비자가 A카드를 적게 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것이 다른 카드를 주로 쓰기 때문인지, 카드 소비를 아예 적게 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이 부분을 정확히 알면 마케팅 전략이 달라진다. 이처럼 자신들의 데이터로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있다. 또 마케팅 활동을 했을 때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패널 중심 설문조사의 장점은 어떤 활동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들의 고객 데이터를 우리에게 주고 활용하라고 하는 것 등이 지금까지 기업과 협업을 했던 모델이다. 최근에는 다른 부분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있다. 모두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팀을 갖고 있다. 그런데 데이터가 크면 클수록 가설 없이 뛰어들었을 때 유의미한 특징을 발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통제 가능한 범위의 데이터를 활용해 가설을 검증한 후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고자 하는 요구가 있다. 또 다른 경우는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추정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 구매 내역을 통해서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추정하는 것 등이다. 또는 이 고객이 다른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추정하고자 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인데 정확도를 위해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데이터를 보고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와는 별개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성공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런 면에서 상당한 성공사례로 보여지는데 매출 등 회사 재무 상태를 공개할 수 있나.

 

매출과 영업이익은 여러 가지 이유로 외부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초기에는 클라이언트가 없는 상황에서 패널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패널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 때문에 투자금에 많이 의존했다. 현재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고객에게 결과물을 제시한다면 비용 등에서 아낄 수 있는 부분은 한도 끝도 없이 많다.

 

지금 대부분의 인력은 오픈서베이의 새로운 단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를 위해 투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고 사업을 했고, 또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운영자금이 없어 투자를 받아야 하는 처지는 아니다. 지금 투자 받은 범위 내에서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것은 할 수 있다. 그런데 혹시 큰 시장에 뛰어들거나 돈이 많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면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창업 초기 어려움은 없었나.

 

손영대(이하 손): 처음 시작할 때는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과 함께 모여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고 다양한 아이템을 동시에 시도해봤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합류했다. 3∼4개의 아이템을 실험하다가 모두 소화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하고 오픈서베이 하나에 집중했다. 특히 투자를 받는 과정이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오픈서베이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픈 사람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지지부진한 나머지 사업은 정리됐다. 처음 여러 아이템을 시도할 때는 마치 동아리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투자를 받는 1년여의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걸 한번 해보자가 아니라 어느 때까지 어떤 성과를 이루어내자는 분위기와 의지가 형성됐다. 될지, 안 될지 모르고 시도하다가 지지해주는 사람이 생기다 보니 책임감이 생겼다. 초기에는북클이라는 중고책 거래 서비스를 시도했다. 미국은 전공책이 비싸고 국토가 넓어 중고책 거래가 활성화돼 있었다. 이것의 한국 시장 버전을 만들고자 했는데 결국 접었다. 교육 관련 사업도 한 달 정도 시도하다가 접었다. 과목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공부하는 습관 등을 가르쳐 동기부여하게 도와주는 아이템을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

 

: 앱을 출시하고 나서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 만들다보니 오류가 많았는데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리뷰를 보고는 힘이 많이 빠졌던 것이 사실이다. 리서치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SNS를 통해 우리를 조롱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도 캡처해두고 계속 보고 있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컨설팅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겼는데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컨설팅도 매우 특이한 곳이기 때문에 나의 경험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많았다. 가장 놀랍고, 어려웠던 것은 그 누구도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일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 큰 회사의 경우는 내가 속한 조직이나 역할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아이디인큐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면, 그것이 자기의 업무가 되고 그쪽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구성원들 사이에 이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나를 포함해 외부 출신 인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기도 하다. 또 자기 할 일만 하면 언제 어디서 일을 하는가에 신경쓰지 않는다. 재택 근무 제도를 갖고 있는데 제도를 남용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활용할 것이며 맡은 업무를 완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특히 개발팀은 사전에 신청만 하면 어디에서 업무를 하든 상관없다. 출근 시간도 오전 11시까지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언제 오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유롭되 본인이 자신의 생산성을 책임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독특하다. 아이디인큐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이 많고 11이나 소수의 그룹별 소통이 많다. 현재로서는 효과도 가장 좋은 것 같다.

 

스타트업에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집요한 사람을 좋아한다. 가만히 있으면 일이 안 된다. 업무를 위에서 푸시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주변의 업무를 당겨야 한다. 적극적이고 집요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물론 다가오는 정보를 분석하는 자리도 있겠지만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보면 본인이 집요하고 정보를 당겨오는 것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신의나 지지도 잘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똑똑하고, 일 잘하고 이런 특성을 원하는 것은 어느 회사나 똑같다.

 

아이디인큐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 우리가 하는 업의 본질이 소비자 인사이트를 기업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기업이 의사결정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설문은 그중 하나의 수단이다.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설문 안에서도 우리가 아직 시도하지 못한 방법이 있을 것이고 설문이 아닌 다른 방법도 존재할 것이다. 그 경계를 넓게 보고 있다. 우리에게 성장이라고 한다면 같은 맥락하에서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기업이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성장이자 비전이다. 왜 이것을 하고 싶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B2B 스타트업이 생각보다 없다. 대부분이 B2C. 미국과 다르게 B2B가 많이 없고 있는 기업도 광고 관련된 일을 한다. B2B로 성장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

 

현 시점에서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 남보다 힘든 일을 먼저 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인 것 같다. 내가 빛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의사결정을 하기 쉽다. 그러나 가장 험한 일을 내가 먼저 해야 회사가 돌아간다. 또 의미 있는 일을 바른 방식으로 하는 것도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여론 조사도 돈을 받고 그냥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잘하고 싶기 때문에 이 분야를 하지 않고 있다. 누군가가 정한 기준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때 올바른 방식으로 일하고자 한다.

 

손영대 본부장은 연세대 산업공학 학사, 석사를 거쳐 파인디지털 근무 후 아이디인큐에 합류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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