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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Business Frontier: 한상엽 sopoong 대표

스타트업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소셜벤처, 가치가 사업이 되다

장재웅 | 201호 (2016년 5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벤처기업은 수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을 의미하는소셜벤처가 뜨고 있다. 사회적 문제는 크게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문제가 사회 구조적 원인에 의해 발생해야 하며, 둘째, 이 과정에서 피해를 받고 소외받는 주체가 명확해야 하고, 셋째, 이런 문제 중 기업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스타트업이 소셜벤처다. 소셜벤처가 뜨면서 소셜벤처에 투자하는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기존 경제적인 관점 외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자본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를 말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우성(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고 빠른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벤처기업이 대학생 주거 문제를 걱정하고 환경을 염려해 차량 공유 서비스를 만든다?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얼핏 돈이 안 될 것 같은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 선진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회적 기업 성격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 또는 소수의 기업가가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설립한 사회적 기업을소셜벤처라고 부른다.

 

소셜벤처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벤처기업과 사회적 가치가 양립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이다. 실제 대다수의 경영자들은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이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윤만 추구해도 살아남기 힘든 경영 환경에서 어떻게 기업이사회적 가치까지 추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먼저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이 생긴 후에야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 뿐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하겠다고 만들어진 기업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 기업 중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들은 대부분 소셜벤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제시카 알바가 설립한 친환경 유아용품 제작 회사어니스트 컴퍼니’,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탐스슈즈등은 대표적으로 성공한 소셜벤처다. 세계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미국의 킥스타터는 창업 모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소셜벤처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단계는 초기 인큐베이팅 과정이다. 대부분의 소셜벤처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각 지원기관 역시 소셜벤처 지원을 위해 인큐베이팅 단계부터 다양한 투자 및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민간 분야에서도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및 투자에 뛰어드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DBR은 소셜벤처라는 새로운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한상엽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이하 소풍) 대표를 만났다. 그가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 올바른 소셜벤처의 모습과 소풍의 투자 철학 등을 들었다.

 

 

 

한상엽 대표는 사회적기업가다. 디자이너와 카툰 작가들의 자립과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벤처뭉크(Munc)’의 창업자로 사회적 기업에 발을 내디딘 이래 프로젝트 그룹넥스터스를 만들어 국내 사회적 기업에 대한 담론 형성에 기여했다. 국내 최초 경험공유 플랫폼 위즈돔의 창업자이기도 한 한 대표는 현재 소셜벤처에 씨드투자와 인큐베이팅을 제공하는 sopoong의 대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름다운 거짓말>이 있다.

 

‘소셜하다’라는 게 어떤 건가.

사실 대부분 기업들도 사회에 공헌하고 있지 않나.

굉장히 오래된 논쟁이고 엄밀한 답이 나와 있진 않지만,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나 인증제가 있긴 하다. 일반적인 재무 투자 수익률을 측정하는 평가지표인 투자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처럼 사회·환경·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측면의 수익까지 평가하는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나 기어스(GIIRS·Global Impact Investing Ratings System) 같은 측정방법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B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처럼 미국 비영리조직인 B랩사가 만든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 같은 것도 있다.

 

사실 모든 기업에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 단지 임팩트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과 렌터카 업체를 비교해보자. 기본적으로 두 비즈니스 모델은 차를 빌려 탄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서울시에선 쏘카나 그린카와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에는 무료 광고, 공공 주차장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하면서 렌터카 업체에는 그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렌터카보다 카셰어링이 사회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카셰어링의 사회적 가치는 이미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 평균적으로 카셰어링 차 한 대가 움직이면 도심에서 차 15대가 줄어든다. 렌터카는 그렇지 않다. 렌터카는 필요할 때 바로 차를 빌리기도 어렵고 10분 단위 예약 같은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셰어링은 간편하게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차를 구할 수 있으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 사회적 가치란 무엇인가. ‘사회적이라는 말 자체가 모호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소셜벤처에서 말하는 사회적이라함은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보통 벤처는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그러나 불편과 문제는 다르다. 불편을 해결하는 게 벤처라면 문제, 특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소셜벤처다.

 

소풍은 사회적 문제의 기준을 크게 3가지로 정의한다. 첫째, 문제가 사회 구조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둘째, 이 과정에서 피해를 받고 소외되는 주체가 명확해야 하며, 셋째, 이런 문제 중 기업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소풍은 이 기준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소풍이 투자하는 회사 중 도시양봉을 사업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 미국에서 전 세계 꿀벌의 90%가 죽었고, 국내도 토종벌의 95%가 줄었다. 이건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사회 문제다. 얼핏 이 비즈니스의 수혜자가 모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너무 명확하다. 수혜자는 우리 모두다. 때문에 이런 기업을 임팩트가 큰 소셜벤처로 보고 투자를 한다.

 

간혹 사회적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 탓에 소셜벤처 역시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우가 있다. 사실 소셜벤처라는 말이 많이 쓰이게 되는 이유는 민간에서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정부 인증 없이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를 쓰지 못한다. 사회적 기업은 태생 자체가 정부 주도다. 처음에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면 정부가 평균 3년 동안 5∼10명의 인건비를 다 지급했다. 첫해에 100%, 2년 차에 80%, 3년 차에 50% 하는 식으로. 이런 제도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회적 기업은정부 덕분에 반()좀비로 존재하는 회사혹은세금 써서 기생하는 회사라는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중에서도 정부 지원으로 시작했지만 고용 창출도 많이 하고 굳건한 수익 구조를 만든 기업도 많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소셜벤처 역시 마찬가지다. 혹자는 소셜벤처가 열악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일반 벤처 자체가 생존과 수익률이 어마어마하게 낮다. 그게 원래 벤처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일반투자 섹터에서도 소셜벤처에 주목한다. ROI도 오히려 높다.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정부가 해결 못하는 사회 문제들이 더 많아진다. 결국 소셜벤처의 확산은 세계적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영국의 경우는 국내총생산(GDP) 10% 정도를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낸다. 영국의 경우 크게 사회적 기업을 소셜펌(social firms)과 소셜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로 나눈다. 고용 중심 사업은 소셜펌, 제품과 서비스 중심 사업은 소셜엔터프라이즈로 구분한다.

 

 

결국 기업은 돈을 벌고 수익을 내야 하는데, 수익과

사회적인 기여 사이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소셜벤처를 보는 시각의 양 극단엔 소셜벤처를 일종의운동(Movement)’으로 보는 관점과지극히 기업적 활동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운동으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 하는 활동에 만족감을 느끼며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소셜벤처를 한다. 이런 기업가를 만나면 수익모델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한다. 아무리 사회를 바꿔내고 사회 구성원에게 수많은 혜택을 제공해도 결국 강력한 수익모델이 있어야 이 혜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셜벤처를 기업 자체로 보는 이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한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도 안 보이면서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이 어려운 비즈니스를 만났을 때다. 최근에 소풍이 투자한 소셜벤처 중에동구밭이라는 곳이 있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을 텃밭에서 교육하는 모델이다. 이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끊기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회 문제지만 사람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 이런 발달장애인을 모아 텃밭에서 교육을 하는 것이 이 회사의 사업모델이다. 취지는 좋다. 사회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는 일단 수익모델이 약하고 사회적 임팩트 역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정부가 맡아야 할 발달장애인 교육비 부담을 개인(발달장애인의 부모)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임팩트 투자사나 소셜 인큐베이팅 업체가 이를 외면하면 당장 발달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다. 소풍이 동구밭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다.

 

국제구호활동가인 한비야 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민 구호를 위해 수도꼭지를 잠그는 게 중요하냐, 아니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로 인해 빠져 죽는 사람을 구하는 게 중요하냐.” 물론 궁극적으로 수도꼭지를 잠그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빠져 죽는 사람들을 건져내는 것을 외면할 것인가. 동구밭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다.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업체로서 소풍이 원하는 ROI ‘0’이다. 임팩트 투자로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소풍을 설립했을 때 설립자의 비전이나 의지도 그렇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소셜임팩트로 성공하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를 정의한다면?

투자의 관점이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본다. 투자의 본질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봤을 때 기존 투자의 관점들은 다 경제적 관점에만 치우쳐 있다. 하지만 자본은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 등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다. 투자나 기업의 관점에서 유난히 경제적 관점이 강조된 게 지금까지의 트렌드라면 임팩트 투자는 경제적 자본뿐만 아니라 자본이 갖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고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게 애초에 사회적 자본 형태로 이뤄질 수 있고 소풍이 기대하는 것처럼 경제적 관점으로 이뤄진 투자가 나중에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소풍의 투자수익률은 어떻게 되나.

투자 회사와의 관계 때문에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투자금을 회수(exit)한 사례는 한 건이다. 여기서만 10배 이상의 수익을 실현했다. 소풍이 투자한 것으로 잘 알려진 쏘카 역시 아직 회수는 안 됐지만 상당한 재미를 봤다. 앞으로도 이런 케이스들이 여러 건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소풍이 투자한 회사가 14개인데 이 중 6개가 후속투자를 받았다. 사실 대다수의 소셜벤처를 exit하기가 쉽지 않다. 앞에 동구밭을 생각해봐라. 이 회사가 수천억, 수억원대의 회사로 성장하기란 힘들다. 작은 규모라도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만 만들 수 있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수익률은 소셜벤처의 성공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어떻게 하다 소셜벤처에 발을 들이게 됐나.

처음부터 이쪽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창업에 관심이 있어서 대학교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이 되던 겨울방학에 첫 창업을 했다. 첫 사업 아이템은 웹툰이나 디자인을 소싱하는 회사였다. 이름은뭉크로 정했다. 이때가 2005 1월이었다. 웹툰이 포털에 정식 서비스화되기 시작한 게 2004년이다. 이때 웹툰 하나가 포털에 올라가면 하루 이틀 사이에 트래픽이 수백만 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 시작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웹툰 그리는 작가들과의 인맥을 활용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일을 했다.

 

처음에는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돈이 벌리는데 스스로가 갈수록 지쳐갔다. 돈이 생기면 행복하고 즐거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그때 인생을 바꾼 책을 만났다. 뭉크를 공동 창업했던 친구가 추천한 책인데 제목이 <세상을 바꾼 대안기업가 80>이다. 책에는 내 또래 청년 사업가들이 전 세계를 돌며 비즈니스를 수단으로 사회를 바꿔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당시 나에게 사업은 인생의 목표, 존재가치 이런 것들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사업이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그전까지는 당연히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경영학과에 가야 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한마디로 내가 왜 사업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뭉크를 그만두고 2006년에 처음으로 사업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도전했다.

 

문제는 2006년에는 국내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왜 한국에는 이런 개념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던 차에 마침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몇몇 분들이 미국에는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가들이 있고 그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당시 주변의 제일 똑똑한 친구들을 모아넥스터스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당시 전혀 정보가 없던사회적 기업에 관한 자료와 콘텐츠를 만들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자는 게 이 단체의 취지였다. 결과만 말하면 이게 꽤 성공했다. 국내 사회적 기업의 1세대들, 즉 선두주자들이 다 넥스터스 출신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보청기를 만드는 딜라이트라는 회사의 창업자 김정현, 셰어하우스 우주(WOOZOO) 창업자 김정헌, 에코디자인 등으로 유명한 터치포굿(Touch4Good) 대표 박미현 등이 다 여기 출신이다. 결국 넥스터스는 기업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최초의 시도이자 성공이었다. 이게 잘되면서 소풍과의 인연도 시작됐다.

 

소풍은 2008년에 설립됐다. 이재웅 다음(Daum) 창업자가 소풍의 설립자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다음 설립 취지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인터넷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수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어서였다. 다음이 커지고 상장을 하면서 한계를 느낀 후 소풍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이 대표가 소풍을 만들면서 주변에 협력할 파트너를 찾다가 넥스터스와 협력을 하게 되면서 인연이 생겼다. 이때 만들어진 인연이 이후 창업을 하고 소풍의 대표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위즈돔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

2008년에 군대를 갔는데 그 사이 뭉크랑 넥스터스가 다 폐업을 했다. 개인적으로 엄청 충격이었다. 내 젊은 시절을 바친 회사들이 망한 거니까. 내가 과연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좋은 리더인가 등 많은 생각을 했다. 나 하나 없다고 망하는 조직이 과연 좋은 조직일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전역을 하고 대기업에 취업했다. ‘대기업은 왜 지속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 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기업도 별것 없었다. 그 안에 엄청난 시스템이 있고, 수십 년간의 경험들이 축적돼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조직 내 대부분의 지식은 암묵지 형태로 존재했다. 결국 사람을 지켜내면 회사가 성장한다.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직의 목표나 비전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구성원들의 삶과 성장,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같은 부분에는 소홀했다. 결국 구성원들을 지켜내고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위즈돔이다.

 

위즈돔을 창업할 때 초기 투자를 소풍에서 받았다. 군대 갔다 와서 1 4개월 회사 일을 했으니 돈이 얼마나 있겠나. 그래도 소풍에서 흔쾌히 초기 투자를 해줬고, 그 덕택에 2012 6월 위즈돔을 창업할 수 있었다. 위즈돔은 간단히 설명하면사람도서관이다. 꼭 유명인이 아니라도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나눌 준비가 돼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즈돔에 사람책으로 등록한다. 이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위즈돔을 통해 만남을 신청하면 된다.

 

소풍으로 오게 된 배경과 소풍의 역할은?

위즈돔 창업 후 3 9개월 정도 일을 하다가 소풍으로 오게 됐다. 위즈돔을 운영하다보니 사회문제는 점점 심각해져가고 이 사회문제의 증가 속도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즈돔 자체에 회의감이 든 것은 아니지만과연 위즈돔만으로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때쯤 소풍에서 제안이 왔다. 위즈돔은 어느 정도 잘 돌아가니까 소풍에서 더 큰 임팩트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원래 대표로 올 생각은 아니었다. 애초에 투자자도 아니었고 경험도 없었다. 파트너로 와서 투자심사역으로 활동했으면 했는데 소풍의 투자 전략에 대해 아이디어를 냈다가 우연한 기회에 대표로 올 수 있었다.

 

소풍이 지금까지 8년 됐는데 2015 12월 기준으로 투자를 한 곳이 14개밖에 안 된다. 투자회사로서는 굉장히 소극적 투자를 한 거다. 1년에 1∼2개꼴이지만 ROI는 엄청 나다. 아마 일반 벤처 섹터의 엔젤투자자들을 포괄해도 국내 투자자 중에서 최고 수준일 듯하다. 그만큼 보수적으로 신중하게 투자한다. 1년에 한 개 정도 투자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소풍의 장점은 회사 전체 역량을 집중해 투자한 회사가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보수적으로 투자하다보니 사회적으로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다. 물론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사회적 가치나 책임을 다 하고 있는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투자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소풍에서 어떻게 투자를 받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부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제안했고 이게 받아들여지면서 대표로 오게 됐다. 회사의 기본 방침대로임팩트 투자를 하면서 사회에 임팩트가 큰 방향으로 가자라고 했다.

 

앞으로 배치(batch)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수제로 진행한다. 상반기에는 5개 투자했고 하반기에는 10개 정도 선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부터는 이를 더 늘려 상반기는 20, 하반기는 40개까지 투자해야 하지 않나 고민 중이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은 소셜벤처들에 기여하고 싶다. 최근에는 일반 벤처캐피털(VC)이나 엔젤투자자들도 사회적 가치를 높게 친다.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창업자들이 사업하면서 필요한 윤리의식이나 도덕성이 뛰어나고, 문제 해결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수익률 면에서도 성과가 좋다. 최근에는 오히려 일반 투자자들이 우리에게 소셜벤처 중 투자처를 알려달라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성공한 스타트업도 결국은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높을 뿐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로서 이런 스타트업의 한계를 어떻게 보는지.

위즈돔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위즈돔은 초기보다 수익 모델의 구조가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강연 모델만으로 충분히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았다. 현재 위즈돔의 수익은 개인 간 거래가 30%이고, 50%는 대기업이나 정부 중견기업의 용역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솔루션 비즈니스가 나머지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 확장모델을 찾는 데 4년이 걸렸다. 사실 운이 좋았다. 국내에서 이런 방식의 접근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고, 서비스 오픈 첫날부터 매출이 생겼다.

 

결국 소셜벤처든, 스타트업이든 현금 창출 능력이 없으면 망한다. 흔히라면 끓여 먹을 돈이라도 만들 수 있으면 가늘게라도 갈 수 있다고 한다. 소풍의 투자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규모가 크든 작든 어느 정도 현금 창출이 가능하지 않으면 결국 좀비회사 혹은 지원금이나 공모전에 기생하는 회사가 되고 만다. 현재까지 벤처의 성공 방정식은 현금 창출보다는 세를 불려서 기업가치를 키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벤처의 역사가 긴 미국도 아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건 참 어려운 문제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생각해볼 문제

 

1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탄생한 소셜벤처가 있다고 하자. 사업을 영위하던 중 큰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기회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 사업 기회는 사회적 문제 해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 사업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2 소풍의 동구밭 투자는 잘된 투자인가? 투자의 측면에서 실패한 투자는 아닌가?

 

3 취지가 좋다는 이유로 정부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오히려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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