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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Case Study

즐겁게 일하고 책임 있게 성과내고… 81세 이나모리의 '아메바 경영', JAL을 살리다

이우광 | 161호 (201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HR,혁신

 일본의 세라믹 관련 기기 등의 제조회사인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78세의 나이에 파산한 일본항공(JAL)의 키를 잡았다. 그는 이미 일본에서 존경 받는 경영인이었다. 자칫 그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경우 그의 명성에는 누가 될 뿐이다. JAL의 경영을 책임지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나모리는 JAL 임직원의 고용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JAL의 키를 잡기로 했다. JAL에 합류한 그는 끈질긴 토론과 설득으로 엘리트와 관료주의가 팽배한 JAL 경영진의 의식을 바꿨고 사기가 땅에 떨어진 임직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사원의 행복추구를 위한 기업 이념까지 만들었다. 또 작은 단위의 부서까지 수지타산을 계산하는아메바 경영방식을 도입해서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JAL은 파산의 아픔을 딛고 2년 반 만에 재상장이라는 놀라운 경영성과를 거두게 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소이치로에 이어 일본에서 3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 78세의 나이에일본항공(JAL) 파산이라는 불속으로 뛰어들어 또다시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파산을 신청한 관료적인 기업 JAL 2년 반 만에 2000억 엔의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으로 재생했다. 그는 창업과 재건을 동시에 성취했다. 이나모리는 자신의 경영 철학과 방법이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업에서도 통용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래서 JAL의 회생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의 공공기업에 소중한 교훈을 전해준다.

이나모리는 독특한 경영철학과 경영방식인아메바 경영으로 교세라와 KDDI를 창업해서 대성공을 거뒀다. 그의 경영철학과 경영방식을 배우려는 중소기업 경영자 중심의 경영연구회인세이와주큐(盛和塾)’에는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약 9000명의 경영자들이 모이고 있다. 이런 업적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훌륭한 경영자다. 그런데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JAL 재건에 도전해 크게 성공했다. 그것도 이전에는 경험한 적이 없는 항공업계에서 거둔 치적이다. 그는 일본능률협회가 뽑은이상적 경영자4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는 도대체 무슨 비법을 휘두른 것일까? 이나모리의 JAL 재생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의 주요 업적

 

1959년 이나모리가 27세에 창업한 교토세라믹(현 교세라)

시가총액 약 2조 엔의 대기업으로 성장.

● 통신자유화로 1984년에 설립한 제2전전기획(현재 KDDI)은 현재

시가총액 약 45000억 엔의 거대통신회사로 성장.

2010년 파산한 일본항공(JAL)의 회장에 취임해 2차 파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약 2년 반 만에 재상장에 성공.

● 일본은 물론 한국과 미국, 중국, 브라질 등에서 그의 경영철학을

배우려는 경영연구회인 세이와쥬큐(盛和塾)에 약 9000명이

모이고 있으며 그의 경영 이념을 적용시켜 성공한 중소기업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파산한 JAL을 맡다

이나모리는 하토야마 전 일본 수상이 이나모리에게 JAL 회장 취임 요청을 몇 번이나 했지만 거절했다. 나이도 많았고 항공업계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족은 물론 연구회 제자들도지금까지의 업적을 말년에 훼손시킬지도 모른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3가지 대의를 생각하고 결국 수락했다. 첫째는 일본 경제를 위해서다. 종업원 5만 명에 매출도 2조 엔 정도인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 JAL이 파산하면 침체된 일본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둘째는 남아 있는 사원들을 위해서다. 회생 계획이 세워지면 JAL 임직원 중 약 16000명은 퇴사한다. 하지만 3만여 명의 고용은 지킬 수 있다. 사회적 의의가 크다. 그는 수락 일성으로 기자들에게사원의 행복을 위해서 취임했다고 말했다. 셋째는 JAL 이용자를 위해서다. 만약 JAL이 도산하면 일본의 항공업계는 ANA(全日本空輸)의 독점체제가 돼 건전한 경쟁에 따른 소비자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자신의 능력이 JAL 재건에 미치지 못해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무급과 주 3∼4일 출근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JAL 재생을 수락한 후 오히려 자신감마저 보였다. 자신의 거취를 걱정하는 연구회 제자들에게경영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 두고 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간에서는아무리 경영의 신이라도 오점을 남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JAL 회생에 실패하면 자신이 창업한 교세라, KDDI 직원의 명예도 훼손되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나모리가 JAL 재건을 맡기로 하자 해외 컨설턴트들이 몰려왔다. 이들은 미국에서 도산한 항공회사를 재생한 경험이 풍부하니 JAL의 회생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했다. 이나모리는 이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이들이 제시하는 회생 방법은 화려했지만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결국 교세라 출신 인사 2명과 자신의 경영철학, 아메바경영만으로 JAL 회생에 임했다. 그에게 다른 비법은 없었다. 50년간 현장에서 경험한 경영철학과 아메바 경영이 비법이라면 비법이었다. 세간에서는 이나모리가 고전적 방법만으로 관료적이고 거대한 부실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이나모리는 파산부터 약 26개월이 지난 2012 919일 사상 최단 기간에 JAL의 재상장에 성공했다. 그는 경영철학과 아메바경영을 JAL에 어떻게 적용했을까?

 

 

의식 개혁으로 관료주의 타파

 이나모리는 JAL이 파산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회장 취임 이후 JAL에는 진정한 리더가 없는 관료조직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현장에서 출발해 필사적인 노력으로 경영진이 된 게 아니라 일류대를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사람들이 조직을 지배했다. 그런데 명확한 비전도 없이 경영진에 오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회사가 도산했다는 자각조차 없었다. 경영진은항공회사는 공공 교통기관이기 때문에 적자노선이라도 운항이 불가피하고 경기변동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라며 적자 상태를 마치 남의 일처럼 말했다. 이나모리는 이런 간부들에게경영이란 회계 계수를 보는 것이 기본이다. 현재 JAL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으니 월별 결산서를 보여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해당 간부는 3∼4개월 전 결산서를 보여주고전 세계에 지점을 가지고 있고 매일 1000편이나 날고 있기 때문에 각 지점·공항의 수치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답변할 뿐이었다. 그러면서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영감이, 그것도 지방대학밖에 나오지 않는 기술자 주제에 갑자기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느냐는 면종복배(面從腹背)의 자세를 보였다. 그러자 이나모리는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이 아니다. 비행기 조종석에는 수많은 계기판이 있고 이를 전부 보지 않으면 비행기가 안전하게 날 수 없다고 꾸짖었다. 그는 JAL이 소수의 경영간부가 모든 것을 지시하고 실행하면서 자신들을 방어하는 경직되고 관료적인 조직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러한 관료조직을 허물지 않고서는 경영재건은 물론 3만여 명의 직원을 지킬 수 없었다.

 

이나모리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임직원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과 가치관, 판단 기준을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도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또 비전이 없는 경영진이 이끄는 조직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임직원의 의식개혁에 착수했다. 경영진이 ‘JAL은 파산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방법이 틀렸다고 자각할 때까지 계속 설득했다. 취임 직후인 2010 6월에는 업무가 끝난 후 간부 50∼60명을 모아 17회에 걸쳐인간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등에 대해 토론했다. 이나모리가 JAL 간부에게 말한 내용은 자신의 50년 경험에서 나온 경영철학이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원이 공유하고 행동해야 할 지침이다. 기본은인간으로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와 같은 원칙적인 내용이다. 이것을 반복해서 교육하고 이해시키면서 의식개혁을 단행했다. 이나모리가인간으로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자 간부들은아이들 대하는 것처럼 도덕관을 주입시키려 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나모리는어릴 때 부모와 선생님에게 많이 들었겠지만 지금 판단이나 행동을 할 때 그것을 실천하고 있느냐? 실천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 아니냐? 그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대기업을 경영하고 있느냐?”고 화를 냈다. 이런 회의가 상당 기간 지속됐다. “이런 의식으로는 채소가게도 경영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70대 할아버지가 월급도 받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필사적으로 설교하자 점점 동조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마음이 움직였다. 원래 반발이 심한 사람은 마음이 변하기 시작하면 빨리 변한다. 간부들은더 빨리 회장의 말을 들었더라면 JAL도 이렇게 되지 않았고 내 인생도 변했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의식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자 이나모리의 경영철학은 회사 전체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업적도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내에서는 ‘JAL 필로소피를 만들자는 말이 나왔다. ‘교세라 필로소피를 기본으로 JAL판 경영철학을 만들었다. 수첩 형식으로 만든 ‘JAL 필로소피인간으로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 판단해야 한다, 조그마한 노력을 지속한다, 본심으로 대한다,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진정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와 같은 원론적 내용이다. ‘JAL 필로소피 2개월 걸려 만들었다. JAL 임직원들은당연한 것을 지금까지 잊고 살았다고 말했다. 교세라와 KDDI에서는 필로소피가 진정으로 침투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나 JAL에서는 회사가 파산해 자신감을 상실한 탓인지 비교적 빨리 침투됐다. 이나모리가 필로소피 공유를 강조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 임직원과 공유해야 했고 그런 매개체가 바로 ‘JAL 필로소피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온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의 경영철학

이나모리는 리더의 조건에 대해 상당히 엄격하다. 그는국가는 한 사람 때문에 번성하고, 또 한 사람 때문에 망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흥망성쇠가 리더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훌륭한 리더는 조직의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치관을 부하와 공유하면서 조직을 끌고 나가야 한다. 좋은 회사로 만들려면 먼저 리더가 자신의 인간성, 인격을 높여야 한다. 조직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판단하고 결단하는 것은 리더다. 전술과 전략에서 무엇을 취사선택해서 경영할지는 리더의 가치관, 판단 기준에 달려 있다. 리더는 경영철학이 훌륭해야 한다. 훌륭한 경영철학은 자신의 욕망이나 손해득실이 아니라 사회나 직원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 ‘이타(利他)의 마음으로 경영하면 회사는 자연으로 좋아진다는 철학이다. 이나모리 경영철학의 진수는 채산성이나 효율성을 철저하게 추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경영자 스스로 사리사욕을 넘어선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철학을 논할 뿐만 아니라 실천하고 현장에서 사원에게 전파해야 한다. 사원은 그 철학을 통해 일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며 임하게 된다. 철학이 회사 전체를 활성화시키며 성장하는 힘이 된다. 그는직원들이 사장에게 반하게 하지 않고 어떻게 경영이 가능하겠는가, 또 고객에게 물건을 팔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직원이 사장에게 반하려면 월급을 많이 받아도 안 되고 일도 가장 열심히 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사하며 사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먼저 뛰어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 그는가족보다 종업원과 식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라고도 했다. 아무리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력을 보유해도 사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회사가 성장하지 않는다. 사원이 사장에게 반하려면 사장이 가장 많이 움직여야 한다. 이나모리는올바른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올바른 일을 하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른 것이란 경영자가 종업원과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고생하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의 이념은사원의 행복추구

 

다음에는 회사의 목적을 나타내는 기업이념을 만들었다. 기업이념은 교세라와 마찬가지로물심양면으로 전 사원의 행복을 추구한다로 정했다. 부실기업이 사원만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이념은 이기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나모리는회사가 사원을 행복하게 하려고 노력하면 사원은 자신들의 회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주주가치가 최대로 올라가는 게 기업의 목적이다. 사원이 즐겁게 일해서 좋은 실적을 내면 주주가치는 자연적으로 올라간다. 사원조차 행복하게 할 수 없으면서 어떻게 회사경영을 잘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이런 기업이념으로 교세라는 53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었고 미국 증권가에서도 전혀 시비를 걸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JAL의 기업이념을 이렇게 정한 데에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JAL은 이나모리 회장 취임(2010 21) 직전인 119일 약 1조 엔의 채무 초과로회사 갱생을 신청하고 도산했다. 금융회사들은 5000억 엔 이상의 채무를 포기했고 이도 모자라기업재생지원기구에서 3500억 엔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AL 2차 파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서 이나모리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간부들을 모아놓고업무는 즐겁게라는 말을 꺼냈다. 파산한 기업 간부들 앞에서 한업무는 즐겁게라는 말에 당시 간부들은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나모리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는경영자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전 사원이 JAL을 회생시키려는 진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나모리가 본 JAL은 대부분의 사원들이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회사가 도산한 것은 경영진 때문이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경영진이 잘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했다. 이나모리는 이런 의식으로는 JAL을 회생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JAL은 파산했기 때문에 월급을 30% 삭감했고 상여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또 희망퇴직 등으로 퇴사하는 직원도 많았다. 이런 환경에서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도록 하려면업무를 즐겁게라는 전향적인 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이나모리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일은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한 후 여유가 생기면 취미나 레저를 즐겨도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나모리의 생각은 다르다. 일에 온 열정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태계에서 동물이든 식물이든 열심히 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자연의 법칙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모든 생물은 필사적으로 살고 있다. 필사적으로 살지 않는 생물은 소멸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야 한다. 이나모리는 간부는 물론 직원들에게도 자신의 일에 대한 인생철학을 설파했다.

 “열심히 일하면 일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또 인간성도 좋아진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영향으로 일은 되도록 짧게 하고 많이 버는 게 좋다는 서구적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금전적인 동기부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전만을 좇는 방식으로는 모래를 씹는 인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이란 돈뿐만이 아니라 잘 살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을 즐겁게 해야 한다. 일이 고통이 돼서는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 아니라도 인생의 대부분을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일이 재미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인생 자체가 불행해질 수 있다. 나는 81세까지 그런 각오로 일을 했기 때문에 힘들 때도 있었고 불평불만이 많을 때도 있었지만 항상 밝게 전향적으로 열심히 일을 했다.”

이나모리는 임직원 모두가 힘을 합쳐 회사를 회생시키고 훌륭한 회사로 키워나가자고 호소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도 행복해진다고 격려했다. 이나모리는물심양면으로 임직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게 회사경영의 목적이라 생각하며 불타는 열의로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이 JAL 재건의 최대 이유다라고 말했다.

 

  

‘아메바 경영 JAL에 도입

임직원의 의식개혁은 진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산기업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경영성과다. 2010 2 JAL은 마치 회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분위기를 보였다. 특별법으로 항공기 운항이 계속됐기 때문에 회사가 파산했다는 의식은 크지 않았다. 간부들도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더욱 놀란 것은이익에 대한 감각이 희박했다는 점이다. JAL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이익보다는 안전을 추구했고 공공의 요청이 있으면 적자노선도 반드시 운행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이익이 발생해야 안전운항과 노선유지를 할 수 있다. 먼저 이익에 대한 의식개혁부터 시작했다. 본사는 물론 공항 현장, 자회사 등을 돌면서 조종사와 승무원들과 면담하고 매출 상승과 비용 절감의 중요성, 서비스 제일주의,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는 것 등에 대해 세밀한 부분까지 설득하면서 항공 사업의 특성을 파악했다.

JAL에는 수치를 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예산과 운항계획이 한번 작성되면 이를 실행할 뿐이었다. 예산은 소화하는 것이고 운항계획은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기업은 시장 변화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교세라 스타일의 업적보고회를 만들고 회계 항목을 더욱 세밀화해서 매월 계획과 실제 성과의 차이를 듣기로 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수치의 중요성을 임직원들에게 이해시켰고 아메바 경영의 근간인소집단 부문별 채산관리를 어떻게 조직하고 평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했다.

아메바 경영은 사업부 등 이익을 내는 수익부서와 인사 등 관리부서를 구분하고 수익부서는 다시 작은 집단으로 나눠 각 아메바에게 이익을 늘리는 책임을 맡긴다. JAL의 실상을 파악해보니 비교적 빨리 어떤 조직을 도입해야 할지 판단이 섰다. 그러나 이를 강압적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이나모리 회장을 중심으로 임원 및 중간간부들과 논의를 거듭하면서 결정했다. 아메바 경영은 직원이 주체로 경영에 참가하는 게 중요하다. 강압적으로 실행하면 직원들은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메바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JAL 임직원들과 논의를 거듭하면서 반년에 걸쳐 조직을 설계해 2010 12월에 새로운 조직 체제를 출범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JAL을 어떤 조직 체제로 바꿨을까? 항공사업은 기본적으로 비행기 한 편마다 수지 타산을 매긴다. 수익부서는 여객항공기를 운항하는 노선총괄본부와 영업 부문, 화물 부문으로 나눴다. 핵심은 노선총괄본부다. 노선총괄본부를 국내와 해외로 나누고, 다시 근접노선단위의 소집단으로 나눠 그룹 리더를 지명했다. 아메바 경영은 비용을 쉽게 파악하도록 사내거래단위를 설정한다. 조종사와 승무원, 공항 등 모든 비용을 세밀하게 파악해서 편당 수지 타산을 산출했다. 지금까지는 노선 단위의 수지타산이 2개월 이후에야 겨우 알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항공기마다 다음 날 바로 수지 타산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시장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단가를 변경하는 규칙도 정했다.

편당 손익이 쉽게 계산되자 정해진 예산을 모두 쓰면 된다는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직원들은 수지개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번 운항이 결정되면 이후에는 자신의 일만 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았던 관행이 변했다. 자원을 유연하게 배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점점 각 부문의 수지타산을 연계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예약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운항 항공기를 큰 비행기로 바꿔 매출을 늘리고 탑승률이 낮아지면 작은 비행기로 변경하는 등 조종사와 승무원의 배치도 유연해지기 시작했다. 근무 일정의 변경은 개인 급여와 사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저항이 컸다. 그러나 아메마 경영에서는 이런 부분이 기업의 이익에 직결되고 이익이 내지 않으면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협조하게 됐고 근무일정 변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아메바 경영이란?

아메바 경영은 회사 조직을 작은 팀으로 나누고 팀별 수익성을 산출해 이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경영기법이다. 부서나 팀 단위로 손익이 1개월 단위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모든 사원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게 해서 경영자의 의식이 높은 인재를 육성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조직이 커지면 이익과 손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아메바 경영은 작은 조직 단위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결과도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전 직원의 문제점이 나타나기 때문에 사원의 경영참가와 주인의식이 생겨나고 도덕성이 향상된다. 비용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서 업무를 수행할 때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게 된다.

아메바경영은 이상적인 경영방법이다. 하지만 도입과 실행은 쉽지 않다. 아메바경영이 성공하려면 모든 직원이 같은 가치판단과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시자가 많고 서로 가치관이 다르면 성과를 낼 수 없다. 또 조직을 작은 규모로 나눴기 때문에 행정처리가 증가하고 회의시간도 길어지는 등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아메바 경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사원이 동일한 가치관을 가지게 할 수 있도록 경영이념을 명확하게 하고 이를 사원에게 침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서 사원들을 한 방향으로 향하게 할 수 있고 회의 등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이나모리 회장은 아베바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 확고한 경영철학과 세밀한 부문별 채산관리를 기본으로 한다.

· 기업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경영철학을 공유한다.

· 기업조직을 아메바로 불리는 소집단으로 만들고 사내에서 리더를 뽑아 경영을

맡기고 경영자 의식을 키운다.

· 리더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전 직원의 지혜와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해서 직원 모두 업무에서 주역이 되고 자주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전원 참가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

공기업, 병원 등에도 적용되는아메바 경영

 

JAL 2013년 매출은 13093억 엔, 영업이익은 1667억 엔. 항공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JAL의 영업이익률 12.7%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08년도에 508억 엔의 영업손실을 낸 것을 감안하면 극적으로 회생했다. 이나모리가 JAL 재건을 통해 가장 중요하게 느낀 점은 기업에생명력을 불어 넣는 리더의 역할이었다. 리더는 자신의 철학과 사고를 기업에 적용하고 조직을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것이다. 리더가 이기적인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조직은 다른 방향으로 간다. 공명정대하고 몸과 마음을 다해서 조직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평시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면 위기가 찾아왔을 때 조직이 단결된다. JAL 2010 4∼2011 3 1년 동안 매출 14000억 엔, 영업이익 1900억 엔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11 3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을 찾는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국내선도 4월 적자로 돌아섰다. 이나모리는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정면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상은 공평하다.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밝은 미래가 열린다며 직원을 격려했다. 센다이공항이 폐쇄됐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객 수도 급감해서 항공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JAL은 임시 편 운항 및 감편, 항공기 소형화, 직원 배치 변경 등 현장 중심으로 기민하게 대처했다. 그 결과 비상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넘는 큰 이익을 냈다. 오히려 정치적인 힘이 작용하는 적자 노선의 철수는 생각보다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 노선철수 과정에서 다소 마찰음이 발생했으나 ‘JAL이 파산해서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더 주효하게 작용했다. 또 아메바 경영으로 수익이 임직원들에게 중요하게 여겨져서 과거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JAL의 사례를 통해 아메바 경영의 유효성은 충분히 입증됐다. 아메마 경영은 JAL뿐만 아니라 적자를 많이 내는 국영기업과 병원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의료 분야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사무직 등 의사 이외의 다른 직군 사람들이 경영에 관련돼 있다. 이러한 다양한 부문의 사람들이 얼마나 참여의식을 가지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병원의 성과가 좌우된다. 아메마 경영의 별칭인교세라식 병원원가 관리기법은 일반적인 진료과 단위의 수지타산 관리가 아니라 진료보수에 따라 사무직군 등 간접 부문의 수지까지 계산한다. 일반적으로 간접 부문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채산성에 관해 관심이 적으며 경영에 관여한다는 의식도 별로 없다. 하지만 간접 부문의 수지를 명확하게 매기면 비효율적인 부분이 드러나고 업무효율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 간접 부문의 직원들이 의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경영회의 등에서 부문별 성과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부분의 의견을 제시하고 의사직군과 의견을 조율한다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약제 부문의 성과가 나쁜 이유가 재고 때문이라면 의사가 처방하는 약의 수를 줄여 약의 재고를 줄여나갈 수 있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같은 질환이 발생해도 자신의 성향에 따라 다른 약을 처방할 수 있다. 다양한 약을 처방하게 되면 그만큼 재고가 많이 쌓이기 마련이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약을 사용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다양한 약을 처방할 필요는 없다. 의사가 일반적인 경우 처방하는 약의 종류를 조금만 줄여도 병원에 쌓이는 약의 재고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지자체 경영도 마찬가지다. 행정은 결산 과정이 느슨하다. 행정은 일단 정해진 예산을 모두 쓰는 데 열중한다.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의식이 거의 없다. 국내 지자체의 경우 예산이 부족한 사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메바 경영처럼 부문별 채산관리제를 도입해서 효율적인 행정 집행이 가능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공공 부문의 개혁이 시급한 과제다. 흔히 공공 부문의 부실에 대해 논할 때 직원들은 능력 없는 경영진의 낙하산인사를 탓한다. 또 감독기관은 직원의 과잉복지 등으로 인한 과다 지출을 지목한다. 어쩌면 JAL이 파산했을 때와 흡사하다. 과연 공기업의 임직원들은 얼마나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까? 경영진은 직원들의 행복을 어느 정도 절실하게 느끼고 실천하고 있을까? 직원들이 회사의 어려움을 자신들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비용 절감을 위해 임직원들이 서로 의논하고 협력하며 일을 하고 있을까? 이나모리의 JAL 회생 사례는 공기업이 어떻게 경영 혁신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나모리는 일본뿐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남겼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wklee@kjc.or.kr

필자는 중앙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경제학연구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주로 일본 경제와 산업·기업 등을 연구했고 일본연구팀장, 해외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 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등이 있다.

 

  • 이우광 |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저자
    wklee@kj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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