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ssential Cases in Books
Article at a Glance-혁신
인간은 미미한 곤충에서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인간은 잠자리 눈의 구조를 이용해서 ‘먹는 내시경’의 렌즈를 만들고 인체 내부의 미세한 변화까지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 돌고래의 모습과 운동원리 등을 활용해서 물속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마뱀 발바닥의 미세한 털을 분석하고 홍합의 접착력을 연구해서 더 강력한 접착력을 가진 게켈(Geckel)이라는 접착 물질을 개발했다. 물속에서 1000번이나 붙였다 떼어 내도 접착력이 유지되는 게켈은 봉합실, 밴드, 방수용 접착제, 약물 전달용 패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상상력을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이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또 자연에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이다. 미래를 잘 예측하면서 준비한다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대표적인 것이 소설과 영화다. 그런데 수십 년 전의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다시 보면 당시에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상황이 이미 현실에서 발생하는 때가 많다. 영화 ‘ET’에서 외계인을 싣고 하늘을 날았던 상상의 자전거가 2013년 6월 체코에서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어쩌면 영화 ‘제5원소’에 등장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보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만 공상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되고 싶고, 갖고 싶어 하는 능력을 가진 생물이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하늘을 나는 새다. 그래서 이카루스가 하늘을 날려고 시도했고, 라이트 형제가 그 꿈을 이뤘다. 우리는 자연에서 배운 상상과 꿈의 혜택을 보며 해외여행을 다닌다. 새뿐만 아니라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물고기와 천장에 붙어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 가벼운 줄이 끊임없이 나오는 거미가 부럽지 않은가? 이런 부러움 때문에 인간은 자연의 시스템을 관찰하고 동물, 식물, 곤충의 생체 시스템, 특성, 구조 등을 분석했고 이를 산업 전반에 적용시키는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를 탄생시켰다. 이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힘을 가지고자 하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런 구체적인 사례를 <상상, 현실이 되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유영민·차원용 지음, 프롬북스, 2014년)>에서 살펴보자.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상상, 현실이 되다
유영민·차원용 지음, 프롬북스, 2014년
곤충에게 배우다
미미하다고 생각되는 곤충도 자세히 관찰하면 배울 게 많다. 먼저 잠자리 눈의 메커니즘을 의학기술에 차용할 수 있다. 동물은 각각 나름대로 시각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동물의 시각 메커니즘은 모두 합쳐야 10개 미만이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시각 메커니즘은 인간의 카메라 형태 눈(camera-type eye)과 곤충의 겹눈(compound eye)이다. 곤충의 겹눈은 인간의 눈과 메커니즘의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 잠자리는 1만여 개의 낱눈으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개발된 인공 곤충 눈은 작은 미세 렌즈들을 지름 2.5㎜의 돔 구조에 촘촘히 배열해 놓은 것이다. 1만 개나 되는 미세한 낱눈들이 모여 하나의 겹눈을 이뤘다. 잠자리의 눈과 구조가 흡사하다. 이것은 돔 2개를 겹쳐서 구(球)가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360도를 볼 수 있는 카메라가 된다. 크기도 비타민 알약 하나보다 작기 때문에 몸 안을 관찰하는 데 필요한 ‘먹는 내시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이 곤충의 눈을 모방하는 이유는 인간의 눈에 비해 훨씬 뛰어난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곤충은 정보를 각각 낱눈을 통해 뇌에서 모자이크처럼 모아 사물을 인지한다. 파리가 사람의 손을 쉽게 피하는 것도 각각 낱눈이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 곤충 눈은 몸 안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내시경으론 그만인 셈이다. 또 낱눈들은 공과 같은 3차원 구조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높이와 각도가 다른 곳에서 들어온 빛을 감지할 수 있다. 인간의 눈도 훌륭하지만 의학적 용도에서는 잠자리의 눈이 더 유용한 것이다.
거미도 선망의 대상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은 시리즈로 제작되며 크게 히트를 쳤다. 손에서 나오는 거미줄은 영화 팬을 사로잡았다. 거미줄을 어른 엄지손가락 굵기로 뭉치면 보잉 737 비행기 두 대를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질기다. 같은 굵기의 강철에 비해 무려 100여 배나 강하다. 이 때문에 거미줄은 꿈의 섬유로 불린다. 학자들은 거미줄을 인공으로 합성하거나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transgenic) 방법도 중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다.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유전자를 알아내 동물의 젖이나 박테리아, 식물의 잎 등에서 거미줄을 대량 생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전자 배열을 재조합한 거미 실크는 아주 짧으며 불완전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학자들이 거미줄 양산에 매달리는 이유는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인공 힘줄, 방탄복, 스포츠 의류, 봉합사, 가방, 밧줄, 항공기 몸체 등으로 사용 분야는 다양하다. 덩어리 원료상태인 거미줄의 단백질을 비닐처럼 얇게 만들어 차량의 코팅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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