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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인터내쇼날

“재고, 정상가에 사드립니다” 기업 간 거래 통해 수익모델 창출

이유종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태영(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인 A사는 2008년 미국에서 차량 1400(장부가 2500만 달러)의 재고가 발생했다. 재고 처리를 위해 A사 경영진은 미국의 자동차 딜러들에게 접촉했지만 딜러들은 “50% 이상의 할인판매를 전제로 해야 한번 고려해 보겠다는 답변을 할 뿐이었다. 이들의 제안을 따른다면 A사는 125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A사는 뉴욕에 본사를 둔 액티브인터내쇼날의 문을 두드렸다. A사의 의뢰를 받은 액티브인터내쇼날은 1400대 모두를 장부가 그대로 매입하겠다며 흔쾌히 제안에 응했다. 50% 할인을 해도 팔릴까 말까 한 자동차를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제값에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액티브인터내쇼날은 기업 간 거래(Corporate Trading) 전문 업체다. 재고품, 부실채권 등 기업의 잉여 자산이나 부실 자산을 최대한 정상 가격에 인수하고 그 대가로 현금 대신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특히 미디어 광고권을 제공하는 게 기업 간 거래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이다. 주요 수입원은 광고 중개 수수료다. 원래 광고판매 대행업에 뿌리를 뒀기 때문에 광고 판매가 성사될 경우 광고 물량의 약 15%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A사와의 거래에서 액티브인터내쇼날이 내놓은 것 역시 현금이 아니라 미디어 광고권이었다. A사는 당시 미국에서 연간 4억 달러 이상의 광고를 집행하고 있었다. 어차피 자동차를 판매한 대가로 현금 2500만 달러를 받는다 해도 광고 집행을 위해 다시 그 돈을 써야 했기 때문에 액티브인터내쇼날의 제안은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A사는 골칫거리였던 재고 차량을 제값에 팔아서 좋고 액티브인터내쇼날 입장에선 광고 판매에 따른 중개 수수료 수입을 거둘 수 있기에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A사로부터 구입한 재고차량은 기업 간 거래 서비스를 활용하는 렌터카 업체 고객에 팔면 됐다. 한마디로 모두가윈윈하는 구조인 셈이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2013 12월 현재 미국 본사 이외에도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중국, 멕시코 등 15개 국에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은 1000명 정도로 60%가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2년 미국 본사의 취급액은 27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 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로 추산된다. 국내에는 2011 8월 현지법인이 설치됐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기업 간 거래의 개념 및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물물교환으로 재고를 해결하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미국 뉴욕에서 사업을 하던 유대인 경영자 앨런 엘킨 회장과 아더 와그너 사장이 1980년대에 공동 창업한 회사다. 엘킨 회장은 광고 판매 대행업에서, 와그너 사장은 잡화 판매 대행업에서 각각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동갑내기 친구인 이들은 우연하게 재고품 처리로 겪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게 된다. 광고 판매 대행업이나 잡화 판매 대행업이나 항상 재고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가진 재고품을 서로 교환하는 방법을 통해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동업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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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킨 회장과 와그너 사장은 잡화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구매하는 대가로 현금이 아닌 광고권을 지급한다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와그너 사장이 잡화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사오되 그 대금을 엘킨 회장의 광고권으로 지불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대신 와그너 사장은 잡화를 팔아 거둬들인 수익을 엘킨 회장과 공유하기로 했다. 잡화 제조업체 입장에선 어차피 제품 광고를 해야 했기 때문에 광고권을 받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 엘킨 회장 입장에선 지역 신문이나 방송에서 팔다 남은 광고 재고를 소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와그너는 잡화 업체의 적극적인 광고에 힘입어 제품 홍보에 탄력을 받으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물건을 잘 팔 수 있었다. 결국 모두가 이득을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는 게 엘킨 회장과 와그너 사장의 생각이었다.

 

실제 이들의 아이디어는 잡화 업체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와그너 사장 역시 잡화 판매에서 상당한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엘킨 회장과 와그너 사장은 화폐를 사용하지 않고물물교환만으로도, 즉 기업 간 거래만으로도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구체적인 사업 모델 구상에 돌입했다. 예를 들어 B기업에서는 남아도는 재고품들이 C기업에는 꼭 필요한 사례가 발생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B, C기업은 상대방의 사정을 서로 알기 어렵다. B기업은 C기업의 제품이 필요하지만 C기업은 B기업의 제품이 필요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재고품을 정상 가격보다 싼 가격에 팔고 그 대금으로 필요한 물품을 정상가로 구입한다. 회계장부에는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금, , 구리 등 원재료가 아닌 이상 전자제품, 자동차, 가구 등 일반적인 제품들은 시간이 지나면 재고품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상품이 자주 쏟아지는 품목에서는 재고품이 더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재고품의 경우 신상품이 아니라도 제품 사용에는 큰 문제가 없을 때가 많다. 대형 호텔체인이나 렌터카 업체들의 경우 고객에게 꼭 최신제품을 객실 TV로 배치하거나 최신 모델의 차량을 빌려줄 필요는 없다. 만일 재고품을 가진 회사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제품을 정상가로 교환하면 손실을 보지 않고 재고를 처리하며 꼭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구입한 제품이 구모델이지만 악성 재고품을 소진시켜 주기 때문에 이 정도의 부담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엘킨 회장과 와그너 사장은 1984년 미국 뉴욕에 액티브인터내쇼날을 설립한다. 미국 최초의 기업 간 거래 업체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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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수익원은 광고 중개 수수료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창업 초창기부터 기업 간 거래를 이용하려는 고객사로부터 중개의 대가로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중개의 대가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게 고객사들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중개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가뜩이나 기업 간 거래라는 생소한 비즈니스를 고객사들에 인식시키기도 어려운 마당에 추가 수수료 부담까지 지운다면 호응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어디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일까? 광고 판매 대행업에 뿌리를 둔 기업답게 미디어 기업으로부터 받는 광고 중개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재고를 정상가에 구입하는 대가로 광고권을 제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재고품을 가져가는 비용 대신 광고권을 제공하는 제안에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고 받아들인다. 물건을 더 팔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해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미디어에 광고를 해야 하는 기업들이 많다. 실제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지출항목에서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오랫동안 광고 판매 대행업에 몸담아 왔던 엘킨 회장은 이 같은 기업들의 속사정을 간파하고 광고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미국의 경우 광고를 중개해주는 대가로 신문사, 방송사로부터 15% 정도의 중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게다가 광고는 방송시간, 구매시점 등에 따라 가격의 변동폭이 크다. 따라서 미리 대량으로 사들이면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광고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광고 선매입으로 몇 년치 광고 물량을 통째로 미리 확보하기도 한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이 고객사로부터 떠안은 물건은 다른 고객사에 되파는 식으로 해결한다. , F라는 고객사가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재고품을 인수하고, F에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업체 G를 찾아가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고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고객사에 제공하거나 서로 맞교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들은 자사의 판매능력을 고려해 생산계획을 세우지만 수요와 공급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품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이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거래처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먼저 광고, 인쇄, 운송, 교육, 문구,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재고품 거래 계약을 맺었다. 취급품목에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전자제품의 재고품부터 반품, 미분양미임대 부동산, 부실채권, 스폰서십 등 거의 모둔 분야를 포괄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가 이뤄져야 자신들에게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체로 대형 기업들과 거래를 텄다. 현재 액티브인터내쇼날은 미국 경제지인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70%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을 정도다.

 

물론 액티브인터내쇼날이 모든 고객사의 재고 처리 요구에 응하는 건 아니다. 의뢰해 온 고객사의 자산 가치를 철저히 분석한 후 기업 간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에만 계약을 체결한다. 즉 액티브인터내쇼날은 회계법인 등 가치평가전문기관에 위탁해서 고객사의 거래대상 자산가치를 철저히 분석하고 고객회사의 경상비 지출액 규모, 경상비 사용유형, 재무구조 등을 분석한 뒤 최적의 거래 규모를 결정한다. 이후 TC 발행 규모와 유효기간을 정해 전체적인 기업 간 거래 규모를 확정하고 인수한 부실자산의 처리방법까지 확보한 뒤에야 비로소 고객사와 계약을 결정한다. ( 1) 전종환 사장은고객사에 납품을 하던 기존 거래처와 광고 대행사들의 매출을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일부 가져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들이 손해를 입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고객사의 경우 정상가에 재고품을 처리하고 일반적인 지출품목 중 일부를 거래처만 바꿔서 액티브인터내쇼날을 통해 해당 품목을 구입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만약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제공한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거나 가격이 비쌀 때는 고객사가 거래 자체를 무산시키는 구매거부권(Right of Refusal)을 행사할 수도 있다.

 

비화폐성 교환수단인 TC(Trade Credit) 통해 거래 규모 최대화 유도

 

액티브인터내쇼날은 특히 거래의 지급수단으로 상품권과 비슷한 형태인 비화폐성 교환수단(non-monetary exchange) TC를 고안했다. TC는 액티브인터내쇼날이 거래 중인 다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호텔 투숙권, 렌터카 이용권, 사무용 기기, 전자제품 등) 구입은 물론 TV나 신문에 광고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일종의 상품권(voucher)이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통상 재고품을 받을 때 TC로 대금을 결제한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의 TC를 고객사가 사용하려면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실제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규모의 15∼20% 정도만 대금으로 지불할 수 있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 고객사가 100만 달러에 상당하는 광고를 하고 싶다면 이 중 TC로 지불할 수 있는 건 15∼20만 달러뿐이다. 나머지 80∼85만 달러는 액티브인터내쇼날에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액티브인터내쇼날 입장에선 TC 판매를 통해 거래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5∼20만 달러어치의 TC가 실제로는 100만 달러의 거래액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광고판매 대행업에 뿌리는 둔 액티브인터내쇼날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광고 판매를 대행해 주는 대가로 광고 매출액의 15%를 신문/방송사로부터 받기 때문이다. 자연히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수수료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다. 위에서 예로 든 자동차 업체 A의 경우를 들어보자. A사가 자동차 판매 대금으로 받은 건 광고권,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2500만 달러어치의 TC였다. A사는 이 TC를 모두 사용하기 위해 총광고비로 125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추가로 1억 달러의 현금을 광고비로 지출한 것이다. 결국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총광고비(12500만 달러)의 약 15%에 해당하는 중개수수료 1875만 달러를 챙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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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TC를 사용하려면 재고품을 살 때의 거래금액보다 더 많은 비용의 제품을 구입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취급 규모가 훨씬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의 재고품을 처리한 대가로 TC를 받았다면 이 물량의 TC를 모두 소진하기 위해선 이후 400∼566만 달러의 현금을 추가로 사용해 모두 500∼666만 달러 상당의 광고나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전종환 액티브인터내쇼날 코리아 사장은거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재고품을 처리하는 기업들은 통상 재고품의 액수보다는 훨씬 규모가 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액티브인터내쇼날의 제안을 받아들일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저가 재고 매입 통해서도 이윤 창출

 

대부분 기업은 액티브인터내쇼날에 재고를 판매한 대가로 광고권을 받는 데 거부감이 없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다. 모든 기업이 광고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거나 기업, 정부 등 소수의 구매자만을 상대하는 기업들은 광고를 대량으로 사들일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고객사가 맞바꾸길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재고품을 다른 업체에서 찾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한 뒤 이를 정상가격으로 되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 냈다. 이른바 주식 투자에서 이야기하는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것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싸게 사서 제값을 받고 파는전략이다.

 

예를 들어 종이컵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이 기업이 하나에 정상 가격이 100원씩 하는 종이컵 1만 개의 재고(장부가 100만 원)를 처분해달라고 액티브인터내쇼날에 의뢰했다. 이 종이컵의 시장 가치는 개당 60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장부가 그대로 종이컵을 인수하면 총 40만 원의 손실(100만 원-60만 원)이 발생한다. 영세 기업이다 보니 종이컵 제조회사는 판매대금의 대가로 광고권을 원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 회사에 꼭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재료, ‘종이. 만약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원재료인 종이를 싸게 구입한 후 정상 가격대로 가치를 산정해 종이컵 인수 대금으로 지불하면 종이 매입 규모에 따라 수익 창출도 가능해 진다. 예를 들어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제지업체로부터 1㎏당 10원씩 저렴하게 종이를 살 수 있다고 치자. 이는 종이 구매 물량이 4㎏를 넘어가면 종이컵 인수로 인해 입게 되는 손실 40만 원을 상쇄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인수한 종이컵은 이를 필요로 하는 곳(식당, 호텔 등)에 넘기면 된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제지업체로부터 종이를 싸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 회사가 종이컵 회사가 아니라 기업 간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지업체 입장에서도 재고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할인된 가격에 재고를 처리하려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제지회사 입장에선 재고가 발생한다 한들 장기고객인 종이컵 회사에 정상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종이를 공급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단 정상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종이를 공급하면 이후에도 똑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종이를 계속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고가 다소 쌓여 손해를 보더라도 종이를 정상가에 팔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재고품 처리 전문업체인 액티브인터내쇼날과의 거래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일시적 또는 간헐적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정상가보다는 다소 낮은 가격으로도 흔쾌히 거래를 체결한다.

 

성공요인: 정보 비대칭성을 활용한 기업 간 중개 거래라는 사업 모델 창출

 

시장에는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얽히고설켜 있다. 이들은 서로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거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정보의 불균형때문이다. A에게는 필요 없는 자산이 B에게는 가치 있는 자산일 수 있고, B에게 쓸모 없는 재고가 A, 혹은 C에게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당사자들끼리 직접 거래를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다. , 시장에서 발생하는 비대칭적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현상을 이용해 기업 간 거래를 중개(brokerage)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을 고안해 낸 것. 특히 액티브인터내쇼날은 기업들에는 골칫거리인 재고나 부실 채권, 휴면 자산 등을 중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에게는 잉여자산일지 모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일상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귀중한 물품이 될 수도 있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이런 이해관계를 읽어냈고 꼭 필요한 곳에 휴면자산을 연결시켜 줌으로써 고객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나갔다.

 

특히 액티브인터내쇼날 사업 모델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결제 수단으로 비화폐성 교환 수단인 TC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 간 거래의 대가로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중개 수수료를 받아 내는 주요 출처가 거래를 의뢰해오는 고객사들이 아닌 제3, 즉 신문사나 방송사 등 미디어 업계라는 점이다. , 고객사들이 현금 TC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거래 규모(주로 미디어 광고권) TC 가치의 5배 정도 키울 수밖에 없는 제약 조건을 걸어둠으로써 광고 중개에 따른 수수료를 극대화시키는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의 뿌리가 광고판매 대행업이었던 만큼 자사의 핵심 역량을 십분 활용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TC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한 덕택에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사업 초창기 생소한 비즈니스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고객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자신들의 재고 자산을 정상 가격에 넘기면서도 중개 수수료를 추가로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TC를 사용하기 위해선 재고 자산 가치의 5배 정도가 되는 물량 거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긴 하지만 어차피 일상적인 영업 활동을 할 때도 발생되는 경상 지출인 만큼 추가적인 현금 지출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는네트워크 효과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 성공을 이끌어내는 데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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