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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기업PR광고’ 만드는 이병민 오리콤 부장

성과 자랑 유혹부터 뿌리쳐라 차분한 가치 전달이 호감도 높인다

고승연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문경(건국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한 플랜트 설비를 보여주고 최첨단 기술을 ‘살짝’ 설명한 뒤에 안전모를 쓴 채 환하게 웃는 엔지니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환호한다.

지금까지 중공업 회사의 기업PR 광고는 철저하게 이 공식을 따랐다. 아니 어쩌면 그런 공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중공업회사는 B2B 기업이어서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도 않고 어떤 설비를 만들어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설명한다 하더라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저 굉장한 규모를 보여주고 기술의 혜택을 많이받은 이들이 기뻐한다는 이미지 말고는 특별한 메시지나 스토리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2005,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중공업 PR 광고가 등장했다.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두산중공업의 기업PR 광고다. 물과 빛이 부족한 지구 곳곳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엄청난 설비의 웅장한 모습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때론 힘겨운 삶이 비춰지기도 하지만 억지로 그들의 ‘불행’이나 ‘불운’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덤덤한 어조로 그들에게도 맑은 물과 어둠을 밝히는 빛이 필요하고 그 일을 두산중공업이 하고 있다는 얘기만 나온다.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문장은 그 어떤 충격적이거나 과장된 화면을 본 것보다 오래 잔잔하게 마음에 남는다. 심지어 단 한 명의 빅모델을 쓰지 않고도 이런 효과를 만들어낸다.

2013년 여름, 이 광고의 9번째 캠페인이 론칭됐다. 이번 캠페인의 반응 역시 뜨겁다. 네티즌들이 TV CF에 대해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에서 10월까지 10위 안에 랭크돼 있었다.1  B2B 기업이 ‘업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공감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두산중공업은 빛과 물의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두 가지가 모두 부족한 사람들의 생활 속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두산중공업이 어떤 철학으로 빛과 물을 만드는지를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9년째 일관되게 밀어 온 슬로건과 광고 콘셉트 역시 크게 성공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광고를 기획·제작하고 있는 광고기획사 오리콤에 따르면 현재 두산중공업에 대한 사람들의 기업 선호도는 캠페인 론칭 이전 25.4%에서 캠페인 진행 이후 2011년까지 평균 80% 수준을 보이고 있다. ( 1) 한국대학신문이 지난 10월 전국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두산중공업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올랐다. (그림 1) 중공업 기업PR 광고의 목적이 ‘대국민 호감도 향상’과 ‘우수인재 확보’라고 봤을 때 ‘완벽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또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도 2012년에 국내 TV 광고로는 처음으로 해외광고제(미국 머큐리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2008년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4차 캠페인부터 광고 전반을 기획하고 제작해 온 이병민 오리콤 Plan-M 대표2 를 만나 기업PR 광고의 원칙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9차 광고캠페인에 대한 반응이 좋다.

‘광고 좋다’는 얘기를 어느 때보다 많이 들었다. 네티즌 평가가 굉장히 좋았고 실제로 서울영상광고제 TV CF 어워드에서 2위를 했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처럼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광고가 아니라 B2B 기업의 기업PR 광고라는 측면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반응이다.

  



이번 캠페인의 특징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첫 번째 변화는 ‘통합’이다. 이전의 캠페인에선 보통 발전으로 얻는 ‘빛’과 해수담수화로 얻는 ‘물’을 따로 찍어 하나의 캠페인 안에 두 개의 광고를 펼쳐 보였다. 그러다 보니 8차 캠페인 동안 공개된 광고는 8개가 아니라 그 두 배인 16편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9년 차에 걸맞은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 발전과 물을 나누지 않고 통합해 한번에 보여줬다. 두 번째 변화는 중공업계 최초로 60초짜리 스토리텔링 광고를 선보인 점이다. 세 번째로 시도한 변화는 9년째 끌고 온 슬로건, 즉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슬로건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카피 문구, 내레이션이 ‘우주의 별 중 가장 아름다운 별 지구’로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전에는 어느 특정한 지역에 맞춰 얘기가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지구로 연결해 크게 얘기해보자는 취지에서 문구를 쓰다 보니 도입부가 지구 전체를 언급하는 것으로 만들어졌다.

결론적으로 9년 차 캠페인에 맞게 기존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그리고 타깃이나 고객들의 주목도와 메시지 전달력을 높여보자는 생각에서 이번 광고가 만들어졌다. 발전과 물을 통합해 하나의 가치로 묶고, 60초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며, 슬로건과 연결한 지구적 가치를 얘기하자는 의도를 갖고 만들었다는 얘기다.

 

 

보통 광고들을 보면 어떻게 해서든지 강렬함을 주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런데 두산중공업 광고, 특히 이번 광고와 카피에서는 그런 강렬함에 대한 집착이 안 보인다.

지금까지 캠페인 전반이 그랬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내세우고 주장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충분한 여백을 두고 사람들이 음미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광고를 만들고자 했다. 내가 강력하게 주장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메시지에 젖어들게 하면서 전달하고자 했다. 많은 카피가 있거나 내용이 빡빡한 광고, 15초가 부족할까봐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광고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번 광고에 내레이션이 길다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60초 기준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최대한 절제하고자 했고 그게 통했다고 본다. 영상도 굉장히 절제했다.

영상을 만들 때에도 ‘스킵블리치(Skip Bleach)’ 기법과 고속촬영을 사용해 자연스러움과 절제를 강조했다. 스킵블리치란 필름에서 ‘은 입자’를 제거해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채도가 낮은 영상을 만드는 기법인데 강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전체적으로 색감은 강하지 않은데 색의 대비 효과는 좋아 세련되고 절제된 느낌, 깨끗한 느낌을 주는 데 효과적이다. 처음 볼 때에는 은은하지만 전달력이나 임팩트는 굉장히 큰 광고를 만들어 보려고 했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이 밖에 아이들이 물싸움을 하는 광고 뒷부분 장면은 초당 1000프레임까지 촬영 가능한 ‘팬텀 카메라’를 사용해 시원한 물줄기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웃음을 잡아냈다.

 

 

 

최근에 온갖 감성광고들이 난무하면서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 스타일이 좀 식상해진 감이 있는데 이번 두산 광고는 한 발짝 물러서서 성찰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억지로 밀어붙이면, 즉 ‘푸시(push)’하려고 하면 역효과가 난다. 두산중공업 광고가 조금 다른 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기존 B2B 기업의 PR 방식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먼저 두산중공업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생각해보자. 빛이 없는 곳에 에너지를 만들고 해수담수화로 물을 만드는 건데 이걸 ‘세상에 빛이 부족한 곳이 많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드리고 우리가 글로벌 기업이 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로 접근하면 아무도 기억 못한다.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전달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절대로 허구적이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리얼리티만 강조해도 문제가 생긴다. 캠페인에 등장하는 지역들은 실제 빛과 물이 부족한 지역이지만 소소한 일상, 예컨대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 모습, 해가 져서 어둠이 깔리니 야구를 못하게 된 상황, 마실 물이 없어서 갈증이 나는 상황을 담담하게 전달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다. 실질적인 일이니까. 그런데 그걸 너무 초라하고 불쌍하게 만들면서 인위적으로 접근하면 사람들이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다. ‘허구도 안 되고 과장된 리얼리티도 피하자’라는 건 결국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생각할 여백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후원하자고 하는 광고에서는 당연히 극사실주의적으로 가고 참상을 보여주는 게 맞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광고는 그런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세상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얘기고 그 중심에 있는 한 기업의 얘기를 전달하는 거다. 아이들을 모아 학교를 짓는 인위적인 장면 연출도 없지만 정말 죽어가는 아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그래야 몰입이 이뤄지고, 성찰이 나오고, 광고와 기업이 기억에 남는다. 기업PR 광고, 특히 중공업 같은 B2B 기업의 광고는 이 같은 방식으로 가는 게 효과가 좋다. 진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최근 기업PR 광고가 너무 많아서 어느 것이 어떤 기업을 말하는지 헷갈린다.

자꾸 기업의 입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들려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들이나 자랑거리가 있다. 인지도가 좀 있는 기업일수록 너무 자랑을 하고 싶어 한다. 당연히 메시지가 반복되고 식상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실적이 이렇게 좋다. 대단한 성과를 냈다” “당신이 행복하도록 지원해주겠다”식의 진부한 얘기를 그림(영상)만 바꿔서 계속 내보내니 집중력이 떨어지는 거다. 그런 방식의 소통이 끝난 지는 꽤 됐다. ‘푸시’한다고 해서, 어마어마한 물량을 쏟아붓는다 해서 사람들이 그 자체를 체화시키지 못한다. 광고인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른 뚜렷한 대안이 안 보이고 그걸 하면 기본은 하는 거니까 자꾸 변별력 없는 광고가 등장하는 거다. ‘어느 게 어느 광고인지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은 아주 뼈아픈 말이다. 수십억 원을 투자해 TV라는 매체를 비롯해 온갖 매체를 활용했는데 아무도 모른다? 이슈가 안 되는 ‘죽은 광고’는 정말 광고인이 슬퍼해야 할 부분이다.

두산중공업 광고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측면에서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슬로건 덕도 많이 봤다. 요즘은 IBM 같은 기업에서 ‘스마트 플래닛’이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는데 우리 전에는 기업 슬로건에서 지구를 얘기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굉장히 모호할 수 있는데 사실 ‘고객의 행복을 만드는 기술’ 같은 말보다 훨씬 덜 애매모호하다. “빛과 물이 있어 지구가 아름다운 별인 건데 그게 부족한 곳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업이다”식으로 스토리가 전개가 되니까 구체적으로 와 닿는다는 말이다.

 

똑같은 슬로건으로 9년을 지속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광고환경이 사실 그때그때 이슈나 트렌드에 지나치게 과민한 대응을 하는 측면이 좀 있다. 일반적인 제품, 소비재는 그래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런데 기업PR은 다르다. 기업가치를 공유해야 하는데 기업의 가치나 철학이 23년마다 확확 변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다른 기업PR 캠페인을 보면 사회적 분위기도 살피고 이런저런 눈치도 많이 본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광고주도 그랬고 우리 역시 ‘일관성’을 매우 중시했다.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도 일관성 있게 가는 슬로건인데 삼성 같은 대기업에 비해서 CSR 액수가 수십 분의 일밖에 안 되지만 이미지 자체가 확실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박혀버렸다. 최근에 슬로건과 관련해 아주 안타까운 사례도 하나 있다.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슬로건이다. 광고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다들 “야 저런 거 한 번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부러워하는 슬로건이었다. 그런데 그게 지루하다고 바꿔버렸다. 그럼 이제 SKT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어느 순간 그게 사라져 버린 거다.기업PR 하는 입장에서 클라이언트들도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이 바로 이거다. 고객들이 지루할 것이라고 으레 생각하지 말고 묵묵히 전달해야 한다. 시류나 트렌드에 너무 편승하지 말아야 한다. 광고 기법적인 측면, 호흡 등은 시대와 같이 가되 내가 뭘 전달하고 어떤 메시지를 만들 것인지 생각하면서 그동안 해온 것들을 자산으로 삼아 밀고 나가야 한다. 고객들과의 접점이 크지 않은 기업들의 PR은 그런 것들을 잘 정립하고 나가야 한다. 인지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더 천천히 가야 한다. 단숨에 인지도 올리기는 당연히 어렵다. 사람들은 그렇게 기업에 관심이 많지 않다. 다른 곳에 관심을 두기도 바쁜 세상이다. 조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집행해 가는 게 답이다.

 

두산중공업 기업PR 광고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두산중공업의 전신은 한국중공업이다. 사람들이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 B2B기업, 그것도 플랜트 만드는 회사다. 9년 전 광고기획자들이 직면했던 문제는 취업을 하려는 인재들이 ‘두산이 중공업도 했었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의 ‘낮은 인지도’였다.

처음에는 인지도가 사실상 ‘제로’였기 때문에 몇 가지 방향을 크게 잡았다. 우선 두산중공업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대표 사업인 발전과 해수담수화를 알리고자 했다. 에너지를 만드는 기업, 물을 만드는 기업을 정의하다 보니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카피가 나왔다. 이 카피는 아예 기업 슬로건이 됐다. 그 다음 단계에서 ‘성과 자랑’을 버리고 ‘업의 가치’를 전달하자는 기획이 나왔다. 이게 진짜 좋은 아이디어였다. 완전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아까 말했듯 자랑하고 싶은 수많은 실적은 그냥 묻어두고 ‘업의 가치’만 끝없이 전달하고 내부적으로도 이를 통해 직원들을 하나의 가치로 엮자는 생각이었다.

캠페인의 성과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기업 인지도가 캠페인 시작 직전 5.3%에서 현재 30% 이상이 됐다. 현재 광고인지도는 54%나 된다.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한때 90%까지 올라갔고 현재도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취업선호도는 경쟁사들을 모두 누르고 1위에 올라 있다. 두산중공업 임직원들의 ‘가치 공유’ 정도나 ‘자긍심’ 역시 매우 높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성과다.

 

‘빛과 물’은 사실 흔한 소재다. 자칫 식상함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어떻게 크리에이티브를 유지하나?

너무 흔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줄 수 있는 가치라든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더 많다. 이 점은 오히려 최신 상품을 광고하는 것보다 나은 점이다. 최신 제품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나 가치를 뽑아내려면 그 제품과 연계된 새로운 것들을 설명하고 전달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바로 공감하긴 어렵다. 하지만 빛과 물은 매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끄집어낼 수 있고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빛과 물이 부족한 지역을 계속 찾아보고 그 지역과 지역의 사람들을 어떤 스토리로 엮어 이야기를 해볼지는 매년 연구해야 한다. 이건 우리 직업이니까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다. 중요한 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한 많은 장치들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플랜트에서 나오는 물을 맞고 좋아하면 이상한 그림이 된다. 전기 회사도 아닌데 화면에 스위치가 나오는 것도 웃기다. 빛과 물이라는 공감이 강한 소재를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소재의 식상함이 문제가 아니라 전달의 기법이 핵심이다.

 

광고를 100% ‘해외 로케이션’으로 제작하고 있다. 어떻게 선정하고 기획하나?

‘아프리카 어디에서 식수가 없어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라든가, ‘아시아 어느 오지에서 아이들이 병에 걸렸다’라는 등의 소식을 들으면 그 지역을 바탕으로 직접 그곳을 가보거나 비슷한 지역을 찾는다. 무턱대고 영상이 잘 나올 곳을 찾거나 그러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스토리를 기반으로 빛과 물이 연관되는 곳을 선정한다.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을 하되 100% 리얼 다큐란 광고에서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금 더 시청자들이 편하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감독은 그곳에 가서 며칠 동안 돌아다니면서 그 자리에서 캐스팅을 한다. 이번 광고에 등장한 구둣방 할아버지는 길 가다 느낌이 좋아서 캐스팅했고, 물통을 든 여자아이는 실제로 구걸하는 아이였다. 우리가 만드는 스토리에 캐스팅을 하지만 배우나 모델을 쓰지 않는다. 약간의 연출은 있지만 절대 리얼리티를 왜곡하지는 않는 전략이다.

 

이 시대의 소비자의 마음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식상한 답변이겠지만 ‘진정성’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진짜다. ‘진정성의 시대’라는 말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광고에서 아무리 예쁘게 포장한다 해도 누가 한번 온라인에 항의를 하면 그 이미지는 조롱거리가 돼 버린다. 광고 내에서도 제품이나 브랜드의 좋은 점을 전달하고 어떤 효용이 있고 이득이 있는지 말해야 하지만 너무 거기에 집착하면 고객이 경험을 하거나 현실에서 브랜드나 제품을 접할 때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과장이 절대 섞이면 안 되는 이유다. 두 번째로 얘기해볼 수 있는 건 ‘일반인 모델’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다. 일반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덜 유명하지만 친근감 있는 모델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최근 SKT 광고 혹시 기억나는가? 근데 KT는 기억날 거다. 덜 유명한 가수들 쓰고 판소리 하는 소녀를 써도 기억에 더 남는다. 전체적인 광고 트렌드가 조금 더 친근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세 번째로 생각해 볼 건 소통 기법의 변화다. 자동차 광고만 해도 예전에는 엔진 자랑, 퍼포먼스와 스펙 등을 나열하고 주행 장면을 보여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내 주변에서 있을 법한 스토리를 세련되게 전달하고 있다. 결국 과장 없이 친근한 모델들을 활용해 내 주변에서 있을 법한 스토리를 만들어 세련되게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기업PR 광고와 관련해 더 전해줄 메시지는?

10년 가까이 진행되는 캠페인이다 보니 새로운 경험을 하나 하게 된다. ‘경험과 자산’에 기반한 ‘새로운 창조력’이라는 게 생긴다. 원래 광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창의력’ ‘크리에이티브’ 에 대한 강박관념이 굉장히 심하다. 자꾸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 하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거듭 강조했듯 기업PR 광고가 일관성을 잃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걸 자제해야 한다. 오히려 순간순간의 ‘욕구’를 좀 참고 꾸준히 하다 보면 전혀 다른 차원의 ‘크레이티브’가 등장한다. 두산중공업 광고를 만드는 우리도 늘상 ‘새로운 거 없을까’ 고민을 하고 바꾸고 싶어 했는데 오랜 스태프들이 계속 호흡을 맞추면서 10년쯤 해오니까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변화’가 아니라 그간의 자산을 활용하는 묵직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9년 전 첫 광고와 똑같은 슬로건과 콘셉트를 가지고도 물과 빛을 통합해 이번 광고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오랫동안 두산중공업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그 가치를 설명하고 전달하는 광고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 10년쯤 되니까 그간의 내용과 메시지를 훑어보고 생각해보면서 눈에 확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더 큰 그림을 그려내는 광고를 만들어낸 거다. 빛과 물의 통합도 그렇고 단순히 두 가지가 부족한 지역에서 스토리 전개를 시작하지 않고 아예 지구라는 전체에서 특정되지 않는 지역으로 초점을 맞춰 들어가는 것, 이런 게 눈에 확 안 띄는데 뭔가 새롭다는 느낌을 주지 않나? 기업PR 광고에서의 크리에이티브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이병민 오리콤 Plan M 대표는 1999년 대홍기획에서 광고기획을 시작해 2006년부터 오리콤에서 일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기업PR 광고로 2008년 한국광고학회 한국광고대상을 수상했고 2008년부터 두산중공업 기업PR 광고를 맡은 뒤 각종 광고상 기업PR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기업PR 광고기획 전문가다.

 

2013년 여름부터 방영되고 있는 두산중공업 기업PR 광고의 스틸컷.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배우가 아니라 현지의 일반인들이며 리얼리티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연출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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