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n Case Study
편집자주
※ 이 글은 한국마케팅학회 학술지 <아시아마케팅저널 Asia Marketing Journal> Vol.15, No.1 (April 2013)에 게재된 ‘A Case Study of Shanghai Tang: How to Build a Chinese Luxury Brand’를 요약 번역한 것입니다.
사례 소개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에는 사실상 ‘명품(럭셔리 패션 브랜드)’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1990년대가 되자 1992년에 중국 시장에 진출한 루이비통(Louis Vuitton)을 필두로 서구의 1세대 명품 브랜드들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수많은 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구찌(Gucci)를 들 수 있다. 구찌는 2006년 초에 6개에 불과했던 매장을 올해까지 56개로 늘리는 등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명품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뿐만 아니라 2015년이 되면 중국 시장이 현재 세계 1위 명품 시장인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해 최대의 명품 시장으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중국은 단 20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시장 중 하나로 급부상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중국 기업이 직접 개발한 명품 브랜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명품 브랜드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외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역시 중국이라는 나라와 고급 이미지를 쉽게 연결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 역사를 되짚어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말이 우수한 품질 및 솜씨와 동의어로 여겨졌던 때가 있다. 16세기부터 서양의 수많은 상인들은 뛰어난 품질의 실크와 도자기, 캐시미어 등 중국에서 생산된 고급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은화를 들고 중국으로 향했다. 또한 중국을 찾은 서양 상인들은 아름답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중국인들의 기술을 배우려 했다.
오랫동안 뛰어난 솜씨를 자랑해 온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은 명품 브랜드의 성장에 적합한 토대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는 길고 도전적인 여정이 될 것이다. 지금의 중국이 그렇듯 일본은 약 30년 전 유럽의 명품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메이드 인 재팬’은 저가 제품으로 여겨졌다. 지금은 일본산이라는 말은 뛰어난 품질과 최첨단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일본의 자체적인 명품 브랜드는 소수에 불과하다.
중국 브랜드 가운데서는 명품 브랜드로, 혹은 거의 명품에 가까운 브랜드로 발전 중인 것이 몇 개 있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와인 브랜드 장유(Changyu), 신발 브랜드 메리칭(Mary Ching), 의류 브랜드 네타이거(Ne Tiger), 화장품 브랜드 상하이바이브(Shanghai Vive), 시계 브랜드 롱기오(Longio), 시걸(Sea Gull), 티안왕(Tian Wang, 선전), 옥을 소재로 하는 보석 브랜드 자오위(Zhaoyi) 등이 있다. 특수한 사례로 중국 국영기업 차이나가먼츠(China Garments)가 선보인 남성의류 브랜드 서지-솔제리(SheJi-Sorgere)를 들 수 있다. 서지-솔제리는 중국에서 디자인돼 이탈리아에서 생산된다.
상하이탕(Shanghai Tang, 1998년부터 스위스의 명품 그룹 리치몬트(Richemont) 소유), 상샤(Shang Xia, 2008년부터 에르메스(Hermès) 소유), 주류 브랜드 웬젠(Wenjun, 2007년 이후 LVMH가 55%의 지분 소유) 등 외국 기업이 소유한 브랜드도 있다. 중국 디자이너를 고용한 프랑스 기업가가 개발했으며 홍콩에서 활동 중인 보석 브랜드 키린(Qeelin)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중국 소비자와 해외 소비자 모두가 인정하는 중국의 진정한 명품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중요한 질문을 갖고 있다.
상하이탕
상하이탕은 홍콩 사업가 데이비드 탕 윙 청(David Tang Wing-Cheung)이 1994년에 설립했다. 그는 고급스러운 중국 실크에서부터 몽고에서 생산된 최상급 캐시미어, 값비싼 중국산 옥 등 중국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급 재료를 활용해 중국인이 만든 것이라고 자랑스레 내놓을 만한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회사가 곤경에 처하자 탕은 1998년 상하이탕의 지배지분을 스위스의 명품 그룹 리치몬트(Richemont)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년에 걸쳐 리치몬트 그룹의 라파엘 마스네 드 셰르몽(Raphael Le Masne de Chermont)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드 셰르몽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영국, 벨기에, 홍콩 등에서 까르티에(Cartier), 피아제(Piaget), 오피치네파네라이(Officine Panerai), 보메메르시에(Baume & Mercier) 등을 거쳤다. 상하이탕의 CEO가 된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틈새시장을 겨냥해 상하이 전통 의상을 판매해온 적자 브랜드를 수익성 있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명품 시장 진출 전략
중국 업체가 명품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중 하나는 디자이너 개인의 능력을 통한 성장이다. 중국의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들 중 일부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입생로랑(Yves St Laurent), 샤넬(Chanel), 디올(Dior) 등 서양의 수많은 유명 브랜드들이 디자이너가 사망한 후에도 굳건하게 살아남았다.
명품 시장에 진출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합작이다. 데이비드 탕은 중국의 천연자원과 장인 정신을 활용해 중국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낼 만한 시장 잠재력이 존재한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서구 명품 그룹과 손을 잡았다. 리치몬트그룹의 역량과 네트워크는 상하이탕에 많은 도움이 됐다. 상하이탕 디자인팀의 구성 현황을 살펴보면 50%가 중국인이고 나머지 50%는 유럽인이다. 중국인과 유럽인이 둘씩 짝을 지어 일한다.
중국 문화와 유럽 문화를 섞는 방법은 중국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상하이탕의 브랜드 DNA를 유지하는 한편 창의성을 자극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주류 브랜드 웬젠은 서구 기업의 뛰어난 마케팅 역량과 중국의 신화를 결합시킨 덕에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LVMH와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웬젠의 실적은 지금보다 형편없었을 것이다. 브랜드 지분 일부를 해외 명품 그룹에 매각하면 중국 기업이 남아 있는 지분을 통해 훨씬 많은 이윤과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서양 기업과 손을 잡으면 재정적으로 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프랑스의 어느 사업가는 홍콩에서 명품 브랜드 키린을 구축한 후 제품에 중국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중국인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이와 유사한 방식을 활용해 중국인 기업가가 브랜드를 만든 후 중국인 디자이너와 서양의 마케터를 고용할 수도 있다.
중국 기업이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으로 유럽의 명품 브랜드를 사들이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미 여러 중국 기업들이 이런 방법을 택하고 있고 이런 추세가 한층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남성용 시계 브랜드 세루티1881(Cerruti 1881)은 홍콩기업 리앤펑(Li & Fung)에 매각됐다. 리앤펑은 프랑스의 명품 패션 브랜드 소니아리키엘(Sonia Rykiel)의 지분 80%를 보유한 기업이기도 하다. 홍콩에 기반을 두고 있는 또 다른 기업 YGM그룹 역시 영국 브랜드 아큐아스큐텀(Aquascutum)을 사들였으며 중국의 웨이차이그룹(Weichai Group)은 이탈리아의 요트 브랜드 페레티(Ferretti) 지분 75%를 인수했다.
유럽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법이 중국 기업들이 마케팅 노하우를 확보하고 명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명품 브랜드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럽 브랜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소유주가 바뀐다고 해서 브랜드의 뿌리와 DNA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략은 중국의 진정한 명품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전략 결정으로 본질적으로 국가 이미지와 연계돼 있는 특수한 명품 부문을 엄선해 투자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명품 시계는 스위스, 명품 초콜릿은 벨기에, 명품 자동차는 독일, 명품 신발은 이탈리아를 연상시킨다. 제품 카테고리와 연계된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는 브랜드에 커다란 보탬이 된다. 마찬가지로 캐시미어와 실크 의류, 가구, 도자기와 사기 그릇, 주류, 차, 필기도구와 편지지를 포함한 각종 문구류 등 ‘중국산’이라는 사실에 내포돼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중국 기업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 카테고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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