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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hinking - 금호타이어 이재문 선임연구원 인터뷰

혁신적 타이어 디자인 아이디어 신발 밑창에서 나왔죠

최한나 | 129호 (2013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임채범(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타이어가 디자인상을 받았다. 까맣고 둥글 뿐, 이 차나 저 차나 별 차이 없어 보이는 타이어가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2년 연속 받았다.

 

다른 모든 제품과 마찬가지로 타이어는 디자인을 지닌다. 통상 디자인은 심미적 결과물로 일컬어지지만 타이어에서 디자인은 아름다움, 그 이상이다. 타이어의 디자인이란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기능 및 효율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자동차를 한층 더 완벽하게 한다.

 

금호타이어에서 디자인 및 설계혁신팀장을 맡고 있는 이재문 선임연구원은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균형과 비율을 엄격하게 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예술과 더 가까운 디자인이라며디자인이 곧 기능인 타이어 디자인을 좀 더 효율적으로 고안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언어를 통일시켰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을 만나 타이어 디자인과 아이디어, 그것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들었다.

 

 

 

 

타이어를 디자인한다는 개념은 사실 좀 생소하다.

‘예뻐서’ 그 타이어를 골랐다고 말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새로 들어온 팀원에게 제일 먼저 해주는 말이 있다. ‘이제까지 갖고 있던 디자이너의 개념은 잊어라, 여기서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디자인과는 매우 다른 일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디자인을 본다고 하면 색상이나 질감, 전체적인 모양 등을 보는데 타이어의 경우 색상은 검정색, 재료는 고무, 모양은 원형 등 거의 모든 요소가 고정돼 있다.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디자이너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말과 같다. 자유롭고 다채로운 디자인을 꿈꾸고 들어오는 직원들은 금방 지루해한다.

 

타이어 디자인은 아름다움보다는 성능과 더 밀접하다. 타이어가디자인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그 타이어의성능이 우수하다는 말과 같다. 타이어 디자이너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다. 테크니컬 디자이너라고 봐야 할 것이다.

 

타이어는 동일한 패턴이 수십 번 반복되면서 하나의 원을 이룬다. 가로 220, 세로 60㎜ 안에 들어가는 패턴 하나, 이게 디자이너의 영역이다. 여기서 관건은 패턴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다. 비슷한 모양의 홈을 판다고 해도 각도를 얼마로 둘 것인지, 홈을 어느 정도 파낼 것인지, 선을 얼마나 길고 짧게 조정하는지에 따라 성능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예술에 가장 가까운 상업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다른 제품 디자인은 형태나 컬러, 피니싱 등에 초점을 두면서 균형이나 구조, 비율, 비례 등 조형의 기본적인 요소들에서 벗어날 때가 많다. 기본적인 균형과 비율을 깨면서 개성이나 파격을 추구하기도 한다. 타이어는 균형과 비율 없이는 말할 수 없다.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균형과 비율을 엄격하게 추구하기 때문에 정밀하고 정직하다. ‘디자인하면 떠오르는 트렌디한 면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서 오히려 순수예술과는 더 가까운 면이 있다.

 

타이어의 패턴은 성능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타이어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는 타이어의 트레드 패턴과 도로가 만나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타이어는 계속 굴러가기 때문에 전면이 한꺼번에 닿지 않고 부분 부분이 순간적으로 닿았다가 떨어진다. 그 순간마다 인터랙션이 어떻게 일어나느냐가 타이어의 성능을 좌우한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에 쓰이는 자동차에는 통고무 타이어가 들어간다. 홈이나 패턴을 파지 않고 평평한 면을 그대로 둔 타이어를 쓴다는 의미다. 타이어에 홈을 파지 않으면 자동차가 치고 나갈 때 보다 넓은 면으로 힘 있게 받쳐줄 수 있기 때문에 속도와 핸들링이 훨씬 좋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어에 홈을 파는 것은 배수 때문이다. 타이어에 홈이 없으면 비가 올 때 물이 빠지지 않아 제동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홈을 파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소음이다. 타이어에 홈을 파면 여러 높낮이의 블록들이 반복해서 배열된다. 그 블록들이 도로를 치고 지나가면서 소리를 낸다. 속도를 높일수록 소음이 커진다. 이 소음을 잡기 위해 피치라는 개념이 들어간다. 패턴을 이루는 하나의 단위를 피치라고 한다. 피치의 길이를 조절하면 블록 사이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엇갈리면서 서로 상쇄된다. 이러면 소음이 증폭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홈을 얼마나 깊게 팔지, 어느 각도로 팔지, 패턴의 크기를 어떻게 할지 등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을 때 멈추는 거리, 비가 올 때 물이 빠져나가는 양과 시간, 타이어가 닳는 정도, 주행 시 속력과 제동력 등이 달라진다. 당연히 발생하는 소음의 크기도 달라진다.

 

효율성 면에서만 본다면 타이어의 효율을 좌우하는 항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회전 저항(rolling resistence)이다. 쉽게 말해 마찰력인데 마찰이 크면 타이어가 빨리 닳는다. 연비 효율도 낮아진다. 둘째, 젖은 노면 제동력(wet grip)이다. 비가 올 때 얼마나 제동력이 좋은지를 나타낸다. 젖은 노면에서 제동력이 좋을수록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마찰력과 제동력은 서로 반비례 관계다.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겠으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생긴다. 쉽게 말해 RR 성능을 높이면 wet grip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둘을 어느 지점에서 조화시킬 것인지가 모든 타이어 회사의 고민이다.

 

어떤 모양의 홈을, 어느 방향으로, 어떤 각도로 얼마나 깊게 넣으면 배수나 제동이 좋아지더라 하는 정도는 문헌에도 많고 특허로 나온 것도 많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어디까지나 이론상 그렇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실제 상황에 얼마나 잘 들어맞느냐 하는 것인데 타이어 성능에 영향을 주는 가변 요소가 너무 많다. 이론은 가이드라인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결국 만들면서 끊임없이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해보는 수밖에 없다. 회사마다 보유한 노하우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역량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디자인하면서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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