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케이스 : 슈페리어홀딩스

오른쪽 신발 하나 더 끼워 팔았더니...

129호 (2013년 5월 Issue 2)

 

 

“이대로는 2∼3년 뒤 미래마저 불투명했습니다. 20∼30년 이상 된 슈페리어의 브랜드들이 노후화되면서 매출이 답보상태였죠. 25년 이상 운영하던 남성 의류브랜드인카운테스 마라 2006∼2008년 매출액이 400억 원을 맴돌았습니다. 손익은 더 나빠졌어요.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로운 소비 패턴에 맞춰서 변화하지 않으면 매출액은 더 줄고 시장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마저 들었습니다.” (김대환 슈페리어홀딩스 대표이사)

 

1967년 스웨터회사 동원섬유로 출발한 ㈜슈페리어는 국내에 골프의류의 개념을 처음 정착시킨 회사로 골프의류와 캐주얼의류를 생산한다. 2006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각 브랜드의 매출액은 정체를 보이거나 줄어들었고 수지타산은 악화됐다. 전체 의류시장의 흐름이 백화점, 대리점 등 오프라인 시장에서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 시장으로 바뀌고 있었지만 슈페리어는 2009년까지 온라인 시장에 진입조차 못한 상황이었다. 온라인 시장에 내놓을 만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슈페리어의 소비층은 대부분 중장년층이라서 20∼30대가 주도하는 온라인 시장에는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당시 온라인 시장은 매년 15∼20% 이상 성장하고 있었다. 반면 백화점과 대리점 등 오프라인 시장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돌파구는 브랜드 리스트럭처링

김 대표는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려면젊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행을 선도하는 20∼30대 여성이 주고객인 브랜드도 필요했다. 그렇다고 기존 브랜드의 조직과 매장을 모두 없앨 수는 없었다. 결국 브랜드 리스트럭처링을 통해서 기존 조직은 그대로 두고 브랜드와 영업, 생산방식 등을 바꿨다. 슈페리어는 2008년 의류브랜드 7개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슈페리어와 임페리얼을 뺀 나머지 5개 브랜드를 없앴다. 대신 신규 브랜드 7개를 출시해 9개 브랜드 라인을 구축했다. 50∼60대가 주소비자층인카운테스 마라를 담당했던 팀은 이탈리아 캐주얼 브랜드인 프랑코 페라로를 맡았다. 프랑코 페라로의 주고객층은 연령대가 35∼45세다. 리스트럭처링 초기에는 회사 내부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대표는 사내 프레젠테이션을 자주 열면서 걱정하는 임직원을 설득했다. 정확한 미래 예측 데이터를 보여주고 논리적으로 설득했다. 그는브랜드를 젊게 바꾸려면 나름대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가 늙었다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물론 내부 설득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향후 부정적인 전망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끝에 가까스로 임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코 페라로로 바꾼 뒤 400∼450억 원에서 정체를 보였던 옛 카운테스 마라 팀의 매출액은 지난해 460억 원으로 증가했다. 매장은 63곳에서 76곳으로 늘었다. 브랜드를 바꾼 나머지 다른 브랜드들도 차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브랜드 리스트럭처링 과정에서 실패의 쓴 맛도 봤다. 2008년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인페리 엘리스를 도입했다가 2년 만에 150억 원의 손실을 봤다. 초창기 과도한 투자가 실패의 원인이었다. 매장조차 없는 상태에서도 브랜드 출시 작업에만 직원 40명 이상을 1년 넘게 투입하면서 초기부터 과도한 비용이 지출됐다. 반면 현장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는 등 비효율적인 인력과 불필요한 예산 집행으로 브랜드 출시 후에도 적자폭이 커졌다. 김 대표는초창기 사업예산만 40억 원을 준비했으나 내 자신이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최악의 실패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후 전략을 바꿨다. ㈜슈페리어의 의류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계열사인 슈페리어홀딩스㈜에서 사내 벤처기업 형태로 새로운 브랜드팀을 꾸렸다. 슈페리어는 남성의류 위주로 경영지원과 생산, 마케팅 등의 조직이 구성돼 있다. 잡화와 여성의류, 온라인 시장 진출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기존 슈페리어와는 다른 조직에서 시도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빠른 의사결정 과정도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큰 슈페리어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더뎌질 수도 있다.

 

‘탱크 최를 의류 브랜드로 만들다

김 대표는 브랜드 리스트럭처링 이외에도 홈쇼핑 등 온라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젊은 감각의 브랜드가 필요했다. 하지만 기존 슈페리어 브랜드가 홈쇼핑 시장에 들어가면 오프라인 시장에서 지켜왔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슈페리어는 재고품이 남아도 땡처리를 하지 않을 정도로 브랜드 가치를 고급스럽게 유지하고 있었지만 홈쇼핑 시장에 들어가는 순간 유통망의 특성상 박리다매에 나서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다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온라인 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했다. 대신 홈쇼핑 시장에선 가장 비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슈페리어는 1993년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최경주 선수를 오랫동안 후원해왔다.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과 최 선수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사업을 함께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 대표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최 선수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출시하면 인지도를 쉽게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골프선수의 이름을 따서 의류브랜드로 사용한 아놀드 파머나 잭 니클라우스와 같은 브랜드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2010년 최 선수의 이름을 딴 스포츠의류 브랜드인 ‘K.J.Choi 골프&스포츠를 출범시켰다. 페리 엘리스의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서 슈페리어홀딩스에 최소한의 인원인 5명으로 팀을 꾸렸다. K.J.Choi 골프&스포츠는 온라인 시장에서만 유통된다. 백화점과 대리점에서 유통하면 입점 비용이 크게 들어가지만 홈쇼핑은 이런 비용이 없다. 홈쇼핑 판매는 보통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제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미얀마와 베트남, 캄보디아의 의류공장에도 생산을 맡길 수 있었다. 디자인을 뺀 생산, 물류 등의 모든 과정은 아웃소싱했다. 품질과 디자인은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가격은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했다. 바지 3∼4장에 16만 원을 넘지 않았다. 2010 10월 현대홈쇼핑에서 첫 판매에 들어갔는데 평균 판매율이 90% 이상이었다. 스웨터는 97∼98%나 팔렸다. 첫 해부터 이익이 났다. 2010년도 10∼12 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1년 매출액은 240억 원, 2012년에는 420억 원까지 늘었다. 2013년에는 5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팔리지 않은 재고품은 계열사인 슈페리어 아웃렛에서 처리했다.

 

세계 최초의 3짝 신발

최 선수의 브랜드에도 한계는 있었다. 20대를 주축으로 하는 인터넷 시장에는 K.J.Choi 골프&스포츠 브랜드가 적합하지 않았다. 홈쇼핑의 소비자 층은 40∼50대가 많아서 최 선수의 브랜드가 성공을 거뒀지만 20대가 주축인 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려면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했다. 김 대표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를 찾았다. 마침 김 대표의 지인이 프랑스의 패션기업인 마틴싯봉을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마틴싯봉은 1985년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마틴싯봉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패션 브랜드다. 국내에는 2000년대 초 애비뉴엘, 갤러리아 명품관 등에 입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슈페리어홀딩스는 2011 12월 마틴싯봉의 한국 판권을 인수했다. 이번에는 의류가 아닌 신발과 가방 등 잡화를 선택했다. 김 대표는의류사업은 판매주기가 짧아서 재고가 많이 발생한다. 좋은 옷이라도 여름 옷은 여름에만 팔아야 한다. 생선장사와 비슷하다. 반면 가방과 신발 등 잡화는 판매주기가 상대적으로 길다. 여름 가방과 겨울 가방이 따로 없다. 슈페리어의 포트폴리오를 의류에만 집중하기에는 위험이 따랐다고 말했다.

 

온라인시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소비자의 반응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서울 압구정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20∼30대 소비자가 많이 다니는 압구정동에서 성공하면 온라인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슈페리어홀딩스는 2012 5월 압구정동에 10평 규모의 블랙마틴싯봉 매장을 열었다. 해외 명품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팔자는 전략을 세웠다. 또 오른쪽 신발을 하나 더 주는 3짝짜리 신발(론니슈즈)을 만들고 가방과 색깔이 다른 어깨끈을 하나 더 줬다. 소비자는 3짝짜리 신발과 색깔이 다른 여분의 어깨끈을 맬 수 있는 가방으로 자신의 개성을 연출할 수 있었다. 브랜드 이름도 젊은 감각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서마틴싯봉에서블랙의 강한 이미지를 추가해서블랙마틴싯봉으로 바꿨다. 첫 달 매출만 5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후 압구정동 매장의 월 매출액은 19000만 원까지 올랐다. 2012 5∼12월 매출액 80억 원을 기록했고 2013년에는 350∼400억 원 정도의 매출액을 예상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Hmall 등 인터넷 쇼핑몰에도 입점했다. 인터넷 쇼핑몰 한 곳에서만 월 매출액이 28000만 원까지 나왔다. 이후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홍대 등에도 추가 매장을 개설했다. 롯데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2013 8월까지 매장을 2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슈페리어는 2013 2월 아예 프랑스의 마틴싯봉 본사를 인수했다.

 

 

슈페리어홀딩스의 성공요인

1.목표 가격을 먼저 정했다.

슈페리어홀딩스는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목표 가격을 먼저 책정한 뒤 나중에 비용을 맞췄다. 일반적으로 의류사업에서 옷의 가격은 대체로 원가와 유통수수료 등을 계산한 뒤 예상 판매량을 책정하고 회사에서 원하는 수익을 더해서 결정한다. 슈페리어홀딩스는 이 같은 기존 관행과 달리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대를 책정한 뒤 여기에다 원가를 맞췄다.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여성 핸드백은 60∼70만 원대에 달하는 국산 고급 브랜드보다 낮은 가격인 30만 원대에서 승산이 있다고 봤고 론니슈즈(3짝 신발) 10만 원 정도의 가격대가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20∼30대 여성은 자신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구매력을 감안해 목표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대신 이 가격대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인력과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 실제 슈페리어홀딩스는 최소 인력 활용과 아웃소싱 등으로 블랙마틴싯봉의 초기 자본금을 매장 보증금까지 포함해서 47000만 원까지 낮췄다.

 

2.실용적인 아이디어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슈페리어홀딩스는 블랙마틴싯봉을 출시하기 전까지 신발, 가방 등 여성잡화와 관련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블랙마틴싯봉이 해외 명품 브랜드였지만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소비자의 흥미를 끌 만한 신선한 요소가 절실했다. 김 대표는 애초에 신발을 켤레로 팔지 않고 오른쪽과 왼쪽 신발을 떼서 한 짝씩 팔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디자인을 다양하게 만들고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짝씩만 팔면 수요가 특정 디자인에만 과도하게 쏠릴 수 있다. 재고 부담이 우려됐다. 아예 신발 한 짝을 더 주면 어떨까. 신발 한 켤레는 디자인을 똑같이 만들고 추가로 주는 오른쪽 신발 하나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소비자는 디자인이 같은 한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일부 디자인만 다른 또 다른 한 켤레의 신발을 연출할 수도 있다. 가방도 가방 색깔과 다른 색상의 어깨끈을 하나 더 줬다. 소비자는 취향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어깨끈을 활용할 수 있다.

 

3.신발과 가방을 함께 팔았다.

국내 백화점에서는 한 매장에서 가방과 신발을 동시에 팔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 브랜드 중 가방과 신발의 판매율이 동시에 높은 브랜드는 많지 않았다. 가방 판매율이 좋으면 신발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고 신발의 이미지가 좋으면 가방이 잘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 명품은 대부분 가방과 신발을 함께 판다. 소비자가 가방 디자인과 색깔에 맞춰서 신발을 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가방을 사면서 신발을 추가로 사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슈페리어홀딩스는 백화점에 입점할 때 신발이나 가방 매장 구역에서 블랙마틴싯봉의 브랜드로 신발과 가방을 함께 팔았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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