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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 서울반도체

상식 버리고 경쟁자 외면한 기술로 블루오션 개척하다

이방실,박철순 | 129호 (2013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김광호, 유준우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TEMEP) 석사 재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전자기술 전문가 협회인 미국 전기전자학회(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IEEE)는 매년 산하 전문지 <스펙트럼 매거진(Spectrum Magazine)>을 통해 통신·인터넷·컴퓨터·자동차·항공우주 등 산업별로 우수한 특허 경쟁력을 갖고 있는 업체의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대상 기업들이 보유한 미국 특허 출원 수, 특허 성장 지표, 특허 영향력, 특허 응용 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랭킹을 정하는 게 특징이다. IEEE가 작년 12월 발표한올해의 특허 파워(Patent Power 2012)’ 기업 명단 중 반도체 제조(semiconductor manufacturing) 부문 1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그런데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 외에 유일하게 10’ 리스트에 들어간 회사가 있다. 바로 발광소자(LED) 전문업체인 서울반도체다.

 

올해 설립 26주년을 맞는 서울반도체는 연 매출 약 8600억 원 규모의 중견 기업이다. 2000년 매출액은 약 300억 원에 불과했지만 10여 년 만에 무려 스물여덟 배가 넘는 고속 성장 신화를 일궈냈다. (그림1) IEEE 발표에 따르면 서울반도체의 반도체 제조 부문 특허 경쟁력은 인텔(12), 램버스(13), 엔비디아(19) 등 글로벌 기업보다도 앞서 있다. 물론 이 같은 순위는 미국 특허에 국한해 내린 평가이긴 하다. 하지만 연 매출액이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2013 1분기 기준 약 87000억 원)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국내 업체가 올린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남기범 서울반도체 중앙연구소장은 “LED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IEEE 특허 파워 순위에 들어갔다서울반도체의 우수한 특허 경쟁력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스트래티지 언리미티드(Strategies Unlimited)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2011년 매출액 기준으로 전 세계 LED 패키징 부문 시장의 5.3%를 점유하며 글로벌 5위를 기록했다. 불과 20여 년 전엔 국내 시장에서조차 명함도 제대로 내밀지 못했던 중소기업이 오늘날 글로벌 5’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대기업 OEM 업체로 출발

서울반도체는 LED 패키징 및 모듈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1987 3월 미국계 반도체 제조업체인 페어차일드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들에 의해 설립됐지만 1991년 경영상의 문제로 매물로 나왔다. 당시 삼신전기 부사장으로 있던 이정훈 현 서울반도체 대표는 사재를 털어 이 회사를 인수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반도체는 주로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앞면에 부착돼 기능이나 작동 상태를 표시해주는 LED 디스플레이가 전체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 LG 등 국내 가전 메이커들에 OEM으로 납품하는 제품이 대부분이었고 부가가치도 낮았다.

 

서울반도체는 200112월 휴대폰 LCD 색깔을 청색이나 백색으로 바꿀 수 있는 측광식(side view) ·백색 LED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휴대폰 키패드 백라이트, 교통신호등, 전광판 등 LED 수요처가 늘어나고 고부가가치의 청·백색 LED 매출까지 급증하면서 2002년 전년 매출액(428억 원) 대비 무려 148%가 증가한 1061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후 서울반도체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적시에 내놓으며 내실을 다져나갔다. 우선 2003 4월 휴대폰 후면광원(BLU) LED에 대한 특허를 국내 최초로 취득하며 양산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이전까지 일본 니치아가 전 세계에 거의 독점 공급해오다시피 한 것이었다.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 판가 및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어 2004 4월에는 조명용 고휘도 LED ‘Z-파워를 개발,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했다. 당시까지 국내 조명용 고휘도 LED 시장은 미국 루미레즈(현 필립스 루미레즈)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고부가가치 제품을 잇따라 내놓은 덕에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은 14∼16%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경쟁업체들이 외면했던 AC-LED의 가능성에 주목

2000년대 들어 휴대폰용 LED로 제품을 다각화하면서 서울반도체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기는 했지만 이정훈 대표에겐 여전히 고민이 있었다. LED칩을 만들지 않고 지금처럼 패키징과 모듈 생산에만 집중할 경우 궁극적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힐 게 뻔하다는 것이었다. LED 산업의 가치사슬은 크게 에피(EPI·결정성장)/웨이퍼1 , 칩공정, 패키징, 모듈, 조명 등의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가치사슬의 상류 단계(upstream) 공정으로 올라갈수록 기술장벽이 높고 그만큼 부가가치도 증가한다. 서울반도체가 LED 패키징·모듈 전문업체로서 고객사 니즈에 맞는 제품을 적시에 계속 내놓는다면 수많은 LED 패키징 업체 중 나름 경쟁력을 갖는 국내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패키징·모듈만으로는 구조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로 성장한다는 생각은 애당초 접어야 했다. 니치아, 오스람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처럼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웨이퍼부터 칩 생산,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일괄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렇게 수직계열화를 추구하는 게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는 데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막대한 설비투자가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칩 개발 및 생산을 위한 기술장벽이 높아 자원과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그 때문에 수많은 LED 패키징 업체들이 자체 칩 생산을 포기하고 글로벌 LED칩 제조사로부터 핵심 원재료를 조달한다. 서울반도체 역시 도요타고세이와 크리로부터 칩을 전량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정훈 대표는 서울반도체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체 칩 제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재원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으로서 무모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중소기업으로서 수직계열화를 추진한다면 니치아나 크리처럼 기존 글로벌 업체들이 현재 생산하고 있는 칩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제품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는 전 세계 LED 분야 최고 석학과 전문 연구기관들을 직접 찾아 다녔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로부터 LED 산업의 향후 발전 경로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그들을 기술고문으로 영입했으며, 전문기관과는 적극적으로 기술협정을 맺었다. 그리고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LED칩 개발이 가능한지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이렇게 노력하는 와중에 일본 도쿠시마대의 사카이 교수를 만났고, 그에게서 기존 LED칩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칩 개발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바로 교류(AC) 전원에서 작동하는 LED ‘AC-LED’ 칩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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