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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프리미엄 한우 시장의 강자 ‘설로인’

‘같은 투뿔인데 맛 왜 다를까’에서 출발
좋은 원육-분석-숙성 ‘황소고집’ 통했다

신민기 | 386호 (2024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우 브랜드 설로인은 ‘같은 등급, 같은 부위를 먹는데 왜 매번 맛이 다를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좋은 원육을 고르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숙성과 패키징에도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는 등 미트테크를 통해 소비자들이 일관된 고객 경험을 갖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론칭한 B2B 채널 본대로는 고객이 사진으로 보는 그대로의 한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낡은 유통 방식을 혁신했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서구식 식생활이 확대되면서 프리미엄 한우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설로인은 온라인 한우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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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맛있다. 선홍빛 살코기에 눈꽃 같은 우윳빛 마블링이 가득한 고기를 숯불에 노릇하게 구워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뛰어난 맛 덕에 수입산 소고기에 비해 2~4배가량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한우를 최고로 여긴다. 한우자조금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는 단연 ‘한우(68.6%)’였다. 그리고 한우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맛(85.6%) ’ 때문이었고, 안전성과 영양 등이 뒤를 이었다. (그림 1)

이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한우지만 비싼 가격 탓에 특별한 날에 먹거나 소중한 자녀를 위한 유아식에 쓰려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큰맘 먹고 산 한우의 품질에 실망하기도 한다. 하늘 아래 똑같은 소는 없고, 같은 투뿔에 넘버나인 등급이라도 부위에 따라, 숙성 및 유통 과정에 따라 맛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싼 만큼 온라인으로 한우를 사기보다는 직접 보고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여전히 많다. 시금치 한 단마저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오늘날에도 동네마다 정육점은 빨갛게 불을 켜고 있다. 하지만 단골 가게에서도 일관된 품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정육점 사장들도 어떤 고기를 납품받을지는 고기를 받아 잘라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좋은 고기를 찾아 이곳저곳 정육점과 온라인 마켓을 찾아 헤매는 ‘한우 유목민’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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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통점(pain point)을 해결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한우 전문 브랜드인 ‘설로인(SIR.LOIN)’이다. 설로인은 푸드 테크놀로지를 통해 상품의 퀄러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해 소비자의 만족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2017년 12월 문을 연 B2C 채널 ‘설로인’에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정육점과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육류 도매 플랫폼인 ‘본대로’를 론칭했다. 프리미엄 한우 시장에 ‘미트테크’를 무기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설로인의 성공 비결을 DBR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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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세트 한우 브랜드 1위

설로인은 한우를 파는 회사다. 돼지고기, 양고기도 취급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한우가 대표 상품이다. 2017년 9월 회사를 창립해 그해 11월부터 설로인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좋은 품질의 한우를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기 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대비 2023년 매출액은 30%가량 늘었고, 지난해 말부터 100억 원 이상의 월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23년 3분기부터는 조정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대손, 주식보상비용 등 차감 전 이익)가 흑자로 전환하며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연중 먹는 한우지만 추석과 설은 특히 대목이다. 지난해 추석 설로인은 평균 20만 원 이상의 냉장 한우 선물 세트로만 4만여 개를 판매해 농협을 제외한 단일 한우 브랜드 중에서는 압도적인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다양한 한우 브랜드를 모아 파는 백화점의 한우 선물 세트 매출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올해 설에는 5만 세트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로인을 이용하는 고객 중에는 특히 나는 돼지고기를 먹더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100g에 2만 원 하는 한우 안심도 선뜻 산다는 부모들이 충성 고객이다. 설로인에서 한 번이라도 고기를 구매한 적이 있는 고객 중 재구매율은 60~70%가량인데 이유식용 한우인 ‘베이비로인’ 제품의 경우에는 재구매율이 80%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B2C와 B2B 채널을 합해 연 매출이 300억 원 돌파하는 등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에 선정되기도 했다. 온라인 한우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설로인은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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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 테크’를 통한 품질 균질화

설로인을 찾는 고객들은 언제나 똑같이 맛있는 퀄러티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구매 이유로 꼽고는 한다. 설로인은 생산부터 최종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독자적인 기술과 디테일을 통해 한우의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시작한 초기부터 한우 품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에 아낌없이 투자해 왔는데 2019년 하나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을 때도 제일 먼저 고가의 진공포장 기계를 사는 데 투자금을 썼을 정도다. 2022년 경기 군포시 금정동에 문을 연 지하 3층, 지상 8층 전체 면적 2만5000㎡ 규모의 SPC(Smart Product Center)에는 설로인의 첨단 설비와 기술이 집약돼 있다. 물론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가 늘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SPC 구축을 위한 자본을 모두 조달하고, 공장 설계까지 모두 마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공사비가 두 배로 늘어났다. 회사는 직원들의 월급만 남겨놓은 채 긴축에 들어갔고, 급히 추가 펀딩을 받기 위해 쉴 새 없이 투자자를 찾아다녔다. 이는 설로인이 품질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도 비즈니스 전 과정에 걸쳐 언제나 최악을 가정해 대비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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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로 한우 선별

한우 품질 관리는 좋은 원육을 가져오는 데서 시작한다. 설로인은 농가와 직거래하거나 직접 도축을 하는 대신 중도매인을 통해 경매 시장에서 소를 구입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한우 도매는 경매시장이 61%, 직매가 39% 정도를 차지한다. 경매시장에서 소를 한 마리만 사든, 농가와 직거래로 1000마리를 한꺼번에 사든 소 한 마리당 가격은 등급별 경매 시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동일하다. 여기다 농가와 직거래 시 전염병이 유행하거나 시장 수급 상황이 급변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리스크도 더 클 수 있다. 직거래의 이점이 없는 것이다. 설로인은 대신 경매시장에서 좋은 원육을 사 온다. 매일 8만여 곳의 농장에서 경매시장으로 오는 육류를 선별해 소싱한다. 소의 월령이나 농가 사육 환경은 물론, 근육과 마블링 분포, 근섬유 굵기 등에 대한 자체 지표를 가지고 전국 농장에서 한우를 엄선한다.

이렇게 가져온 원육은 모두 군포 SPC로 집결한다. 여기서 본격적인 설로인의 선별 작업이 시작된다. 우선 컴퓨터 비전 기반의 육질, 육량 판독 AI 시스템을 통해 고기를 다각도로 촬영하고 데이터를 추출한다. 고기가 특수 설계된 카메라를 지나가면 시스템이 마블링과 육색 등 육질을 결정짓는 요소와 제품의 규격을 자동으로 인식해 분류한다. 이와 관련해 ‘360도 이미지에서의 공통 객체 탐색 시스템 및 방법’에 대한 특허도 갖고 있다.

물론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판정한 등급도 중요한 기준으로 참고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한우와 육우 등 국산 소고기에 대해 육질등급과 육량등급으로 구분해 최종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육질등급은 고기의 품질에 대한 것으로 근내지방도와 육색, 지방색, 조직감과 성숙도 등을 판정해 전문가가 정한다. 육량등급은 고기의 양에 대한 것으로 등지방두께나 등심단면적, 도체중량 등에 따라 판정한다. 소비자들은 1++, 1+, 1, 2, 3, 등외로 구성된 육질등급을 보고 고기를 구매한다. 최근에는 이 등급과 함께 BMS(Beef Marbling Score)로 더 세분화해 고기를 고르기도 한다. BMS 7, 8, 9점이 1++등급에 해당하는데 국내 등급상 최상위인 1++에 BMS 점수가 9점인 고기를 ‘넘버나인’이라고 한다.

설로인은 여기에 더해 소고기의 다양한 단면을 스캐닝하고 자동으로 분석함으로써 세분화된 자체 기준에 따라 품질을 정한다. 소고기 등급은 등심 부위만을 가지고 결정하는데 같은 등급이라도 부위에 따라 품질이 다를 수 있고, 사람이 눈으로 보고 등급을 매기는 만큼 실수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기의 육질과 육량에 대한 데이터가 추출되면 AI가 종합적인 품질을 평가해 가격을 매긴다. 학습하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욱 정교해지는 머신러닝 특성에 따라 설로인의 육질 판별과 가격 정책 역시 갈수록 적중률이 높아지고 있다. 수만 장의 엑스레이 사진을 학습한 의료 AI가 의사보다도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설로인은 2024년 1월 현재 20만여 장의 소고기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렇게 방대한 한우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설로인이 유일하다.

선별 작업 후 자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고기는 B2C 채널인 설로인을 통해서는 판매하지 않고 B2B 도매 플랫폼인 본대로를 통해서만 판매한다. 본대로는 도매 채널인 만큼 다양한 육질,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설로인의 기준에 못 미친다고 해서 꼭 질이 떨어지는 고기는 아니다. 과도하게 마블링이 좋은 고기도 탈락할 수 있다. 지방이 많아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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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숙성

본대로를 통해 파는 고기는 업장의 고유한 노하우나 활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갓 도축한 신선한 원육을 그대로 팔지만 설로인을 통해 파는 고기는 자체 숙성을 거친다. 1차로 좋은 원육을 소싱해 왔다면 이제 설로인만의 섬세한 숙성 기술을 통해 고기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제품 간의 편차를 최대한 줄이는 과정이다. 사업 초기부터 숙성 기술에 집중했는데 숙성 전문가와 업체를 찾아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자체 연구와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연구 결과, 숙성 기술과 관련한 3건의 특허를 출원 중1 에 있기도 하다.

숙성과 부패는 동전의 양면이다. 숙성의 기본은 최대한 오랜 시간 고기의 감칠맛을 끌어올리면서도 부패는 늦추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설로인은 위생과 숙성 환경 제어에 중점을 둔 P.R.O. 숙성을 완성했다. 고기의 부패는 막고(Prevent), 감칠맛은 높이기 위해(Raise), 설로인만의 자체 데이터 기반 기술(Originality)을 적용했다. 설로인은 숙성 전 원육이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도축장의 위생 환경을 상시 점검하는 것은 물론 SPC에 입고된 고기와 제조한 제품을 무작위로 선별해 유전자증폭검사(PCR)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 검사와 마찬가지로 PCR 검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원육의 세균 감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2

설로인은 보통 3주간의 에이징 방식으로 소고기를 숙성한다. 진공포장된 원육을 일정한 온도로 설정된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육류 유통업체들은 도축 후 10일 이내면 상품을 판매한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자칫 부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온도와 습도, 풍속 제어에 있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 조건이 지켜져야 소고기의 단백질 효소가 근육 조직을 분해하면서 고기가 연해지고 감칠맛이 나는 한편 산패는 더디게 일어날 수 있다. 설로인의 숙성 창고 온도는 설정 온도 2도에서 편차가 0.5도밖에 나지 않는다. 또한 숙성이 끝난 제품은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0도의 항온 보관 창고로 즉시 옮겨진다. 온도가 다른 구역이 없도록 200여 대의 팬을 섬세하게 원격으로 제어해 4950㎡(약 1500평) 규모의 거대한 냉장고가 1년 365일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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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맞춤 정형 기술

설로인은 ‘같은 등급으로 똑같은 부위를 먹는데 왜 매번 맛이 다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대개 안심, 등심과 같은 부위로 한우를 구매하지만 세부 근육의 위치에 따라 맛은 크게 달라진다. 안심을 예로 들어보자. 농촌진흥청의 도체 수율에 따르면 소고기의 평균 출하 체중은 696㎏이다. 이 중 뼈와 가죽, 내장 등 부속 부위를 빼고 나면 살코기는 평균 273.4㎏이 나온다. 이 살코기 중에서 갈비는 53.87㎏, 등심은 34.8㎏이 나오는데 안심은 고작 7.45㎏만 나온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단위는 보통 스테이크 1인분, 150~200g 정도. 누구는 안심의 앞부분을, 또 누구는 몸통, 다른 이는 꼬리 부분을 받게 된다. 그런데 같은 안심이라도 세부 근육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비싼 값에 한우를 구매하지만 살 때마다 품질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로인은 안심만 해도 샤토브리앙과 미니 샤토, 로스안심과 꼬들안심, 안심추리 등 5가지 부위로 세분화해 판매하고 있다. 설로인의 시그니처 제품인 샤토브리앙은 설로인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부위로 안심의 정중앙에 자리해 연한 육질이 특징이다. 19세기 프랑스의 샤토브리앙 남작이 이 고급 부위로 그만의 스테이크를 조리해 먹은 데서 유래됐다. 한우는 신선식품인 만큼 이렇게 세분화해서 팔았다가 자칫 팔리지 않는 부위가 생기면 폐기할 수밖에 없어 위험 부담이 크다. 손쉬운 재고 관리를 위해서는 최대한 포괄적인 범주로 상품을 분류해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설로인은 고객이 원하는 정확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맞춤 정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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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패키징

숙성과 정형이 끝난 후에도 고기의 산패를 막고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패키징에 적용하고 있다. 오렌지색의 설로인 패키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진공포장 고기와 비교해 훨씬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설로인이 패키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기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산소 투과율이다. 아무리 고기를 진공포장하더라도 산소는 필름을 뚫고 고기와 만난다. 특히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육류 포장에 쓰는 연질 필름은 부드럽고 얇은 만큼 산소 투과도도 높다. 설로인은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패킹 회사 실드에어사의 최상위 필름을 직수입해 주재료로 쓰고 있다. 다른 진공필름과 마찬가지로 얇고 부드럽지만 7겹의 필름을 겹친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필름 중 산소 투과도가 가장 낮은 수준인데 그만큼 가격도 중국산 저가 필름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편이다. 국내에서는 이 필름을 쓰는 업체가 설로인을 제외하면 한두 곳 정도에 불과하고 미국이나 유럽의 초대형 육가공 업체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트레이에 고기를 담고 필름을 입히는 포장 기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진공포장은 대량 생산 시에도 계속해서 일정한 열을 필름에 가해 포장하는 게 핵심이다. 커피숍에서 쓰는 고가의 에스프레소머신이 커피를 한 잔을 뽑든 100잔을 뽑든 같은 온도와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해내는 것처럼 말이다. 설로인은 좋은 기계를 찾아 미트패킹 전문 회사가 많은 스페인에서 4억 원이 넘는 기계를 한 번에 3대나 들여왔다. 적당한 강도로 진공포장하는 기술도 수많은 실험 끝에 최적치를 찾았다. 압축을 세게 하면 진공이 튼튼하게 되지만 고기가 눌리면서 흔히 핏물로 알고 있는 고기의 수분, ‘드립’이 과도하게 새어 나와 미생물이 번식하고 고기에 잡내가 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숙성육은 운반 과정에도 서로 부딪혀 드립이 나오는 일이 없도록 특수 제작한 케이스에 따로 실어 옮기는 등 충격완화 프로세스에 따라 취급하고 있다.

패키징 과정에서 산소투과율을 최대한 낮춘 설로인만의 특수한 진공포장 기술 덕분에 소비자는 비교적 오랜 시간 소고기를 보관할 수 있다. 최상의 맛을 위해 제품을 받은 후 2주 이내 섭취하도록 권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기한은 도축 후 50일이나 된다. 일반적으로 마트나 정육점에서 구입한 진공포장이 돼 있지 않은 소고기의 경우 2~3일 안에 섭취해야 하는 것에 비해 편의성을 대폭 늘렸다.

패키징이 끝난 제품이 고객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도 엄격한 콜드 체인 관리를 통해 품질을 철통같이 지킨다. 배송은 국내 최대의 콜드체인 플랫폼인 ‘팀프레시’가 맡고 있는데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과 추적을 통해 외부 기온에 따른 냉매 투입량을 조절해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혁신 사업 모델로 기회를 찾다

설로인은 이처럼 한우의 생산부터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제품의 품질을 균질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술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고객이 늘 일관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믿고 사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2C 채널인 설로인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1월에는 B2B 채널인 본대로를 론칭했다. 본대로는 정육점이나 한우 전문 식당 등에 납품하는 도매 플랫폼이다. 설로인이 들쭉날쭉한 한우의 품질을 균질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만족을 얻고 있다면 본대로는 천차만별인 한우의 품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본대로는 기존에 한우 유통 시장이 갖고 있던 고질적인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테크놀로지로 해결함으로써 육류 전문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정보의 비대칭 해결

기존에 한우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불균형한 시장을 형성해 왔다. 최종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소고기 등급제나 이력제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한우 도매시장의 경우 여전히 비대칭이 남아 있다. 주문한 소고기 등급과 중량만 정확하다면 영세한 정육점 주인이나 식당 사장으로서는 육가공업체가 일방적으로 납품하는 고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구매력이 큰 사업체가 아니면 그저 “최대한 좋은 고기로 부탁한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고기를 다시 한번 손질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조리해야 하기에 육질만큼이나 수율도 중요한데 불필요한 부위를 다 떼고 나면 팔 수 있는 고기는 반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신선식품이다 보니 반품은 쉽지 않다. 일단 포장을 뜯고 손질을 해 봐야 고기의 품질을 알 수 있는데 제품을 다시 돌려보낼 수도, 그렇다고 질이 생각보다 떨어진다며 환불을 받기도 애매하다. 한우 도매를 위한 온라인 채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원F&B가 인수한 국내 최대 한우 도매업체인 금천미트도 온라인 유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개 등급과 중량, 브랜드 정도만 선택할 수 있어 고객은 실제로 어떤 고기를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본대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기존에 한우 도매시장이 갖고 있던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했다. 본대로 서비스의 핵심은 고객이 본 그대로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마치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처럼 고객은 사진 속의 정확한 상품을 골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육질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뿐만 아니라 설로인의 육질 판별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해 고기의 육질과 육량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설로인을 통해 쌓아온 수많은 데이터와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대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다양한 각도의 제품 사진을 보고 고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특히 만족한다. 본대로에서 한우를 납품받는 장군한우정육식당 대표는 “기존에는 직접 보러 갈 시간도 없고 해서 거래처에 전화로 주문을 해왔다. 그런데 직접 상품을 보는 게 아니다 보니까 불안하더라. 그래서 직접 사진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본대로에서 주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대로에서 채끝만 100개 넘게 주문해온 정육점 홍성축산 대표는 “ 채끝의 단면을 다각도로 볼 수 있어 좋다.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니 계속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온, 비채나, 에빗, 무니 등 유명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도 설로인의 한우를 받아 쓴다. 최상급 식재료만 취급하는 파인다이닝인 만큼 한우도 까다로운 기준으로 고르는데 이들은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더라도 한우를 직접 보고 사는 것처럼 적극적인 선택권을 갖게 돼 만족한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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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통 구조를 혁신해 대형 트레이딩 플랫폼으로 확장

한우의 유통 구조는 종종 높은 한우 가격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의 최종소비자가격에서 유통 비용은 2021년 기준 48.1%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우 유통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만의 독특한 사육 방식 탓에 딱히 생산 비용이나 유통 과정을 줄일 구석이 많지 않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과 호주에서는 거대한 목장에서 대량으로 소를 방목해 키운다. 사료 역시 가까운 곳에서 싸고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데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소를 키우는 데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 대량 생산을 하다 보니 유통 과정도 단순하다. 목장 규모가 큰 만큼 직접 도축하고 가공해서 소매업체에 직유통하기도 하고 대형 패커들이 목장에서 소를 받아 가공하고 유통하기도 한다. 미국의 타이슨푸드(Tyson Food Inc.)와 카길(Cargill), JBS 등 팩커(packer)는 미국 전체 소고기 시장에서 80%의 점유을 차지할 정도다.

우리도 이 같은 팩커 모델을 도입해 유통 구조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육 환경을 보면 쉽지 않은 얘기다. 한국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농가마다 적은 수의 소를 키운다. 산이 많고 땅이 좁아 방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축사에서 소를 먹여 키운다. 옥수수나 보리 같은 사료 역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소를 키우는 데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렇게 수많은 농가에서 기른 한우는 도축장에서 지육으로 가공을 거친 후, 등급 판정을 받는다. 등급을 받은 지육은 경매나 중개를 통해 식육포장처리업체에 판매되는데 경매시장에 일반인이 참가하기는 어려운 만큼 중도매인 역할이 필요하다. 식육포장처리업체에서 부분육으로 가공을 거친 고기는 대형 마트나 정육점, 음식점과 온라인 등 소매점을 통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소 값이 내렸다는 데도 식탁에 오르는 한우 값은 그대로라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도축과 경매, 가공 등 단계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각 유통 과정의 흐름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현재 학교 급식실이나 군대, 가공식품 업체 등 대형 수요처를 중심으로 한 한우 도매시장은 주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움직인다. 경매시장에서 중도매인을 통해 도축한 지육을 대리 구매한 뒤 가공하는 1차 육가공사와 대형 수요처 사이를 ‘나까마’라고 불리는 중개인이 연결한다. 소고기는 한 마리를 통째로 거래하는데 수요처에서는 일부 부위만, 그것도 대량으로 원하기 때문이다. “함박스테이크 5000세트에 들어갈 한우 갈빗살 5000㎏, 설도 2000㎏ 필요한데 될까요?” 하는 식이다. 의뢰를 받은 중개인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이리저리 전화를 돌린다. 누구는 갈빗살은 없고 안심이 남는다고 하고, 누구는 설도는 없는데 양지만 있다고 한다. 중개인들이 확보하고 있는 물량을 이리저리 돌려 받고서야 수요처에서 의뢰한 물량을 겨우 맞춘다.

본대로는 이 지점에서 시장을 혁신할 기회를 발견했다. 중개인들이 갖고 있는 물량에 대한 정보만 있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부분육을 가지고 정육점이나 식당 등 소규모 사업자를 중심으로 도매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형 거래 중심의 트레이딩 모델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요처가 본대로 플랫폼에 필요한 부위와 등급, 단가 등을 입력하면 플랫폼에 있는 여러 중개인이 입찰하는 비즈니스로 본대로가 중간 유통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낡은 도매 거래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농장과 1차 육가공사는 다양한 판로를 개척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모든 부위를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돼 한우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장하는 한우 온라인 시장, 한우 업계 1위를 꿈꾼다

설로인의 목표는 미트테크와 혁신적인 사업 모델로 한우를 산업화해 한우 업계 1위가 되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소고기 시장의 성장은 설로인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데이터와 설로인 분석에 따르면 국내 한우 시장 규모는 2019년 11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16조7000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 기준 9조 원가량인 한국 쌀 시장에 비해서도 한우 시장의 규모는 훨씬 크다. 소고기를 비롯한 주요 육류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비량은 2002년 33.5㎏에서 2022년 58.4㎏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2022년 쌀의 1인당 소비량(55.6㎏)과 6대 과일의 소비량(37.9㎏)을 넘어서 축산물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국민소득이 늘어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곡물보다 비싼 축산물 소비 역량이 커진 데다 서구화된 식단이 자리 잡으면서 밥상 위에 밥그릇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고기반찬은 더 많아졌다. 이 같은 성장에도 여전히 한국의 육류 중 소고기 섭취 비중이 19%가량으로 OECD 평균인 21%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내 시장의 한우 소비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고기를 구입하는 채널 중에서는 특히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주목된다. 대형 마트나 급식소, 정육점 등 채널 비중이 감소하거나 저성장하는 반면 온라인 및 홈쇼핑 채널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정보조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한우 온라인 시장의 비중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였지만 2022년에는 6.1%까지 커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른 식음료의 온라인 침투율이 전체 시장의 25%에 달하는 만큼 한우 역시 품질관리와 유통 문제를 해결한다면 온라인 채널이 주요한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DBR mini box I: Interview: 설로인 변준원 대표, 김지수 부대표

“연구실에서 실험하듯”… 한우 시장 혁신 나선 두 공학도



공학도들이 무언가에 몰입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화학생물 공학도인 두 사람은 한우 품질을 지키기 위해 연구실에서 실험하듯 여러 ‘변인(variable)’을 하나씩 통제해 나가며 마침내 설로인만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설로인을 창업한 변준원 대표와 김지수 부대표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04학번 동기다. 졸업 후 변 대표는 ㈜한화에서 미사일을 만드는 엔지니어로 일하다 컨설팅 회사인 AT커니(AT Kearney)와 부즈앤컴퍼니(Booz&Company)로 자리를 옮겨 컨설턴트로 일했다. 김 부대표는 CJ제일제당 전략기획실을 거쳐 넥스트스토리, 엑스몬게임즈 등에서 게임 개발자이자 기획 부문 전문가로 일했다.

졸업 후 잠시 각자 다른 길을 갔지만 육류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다시 뭉친 두 사람의 관심사는 하나로 수렴됐다. 인터뷰 도중 소고기의 단백질 결합 구조를 설명하는 두 사람의 눈망울이 유난히 반짝여 인상적이었다. 설로인은 이제 단순히 좋은 한우를 파는 데서 나아가 한우 시장 혁신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전공도 그렇고, 커리어를 보면 한우와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어떻게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나.

변준원 대표(이하 변) 컨설턴트로서 많은 회사를 컨설팅하면서 나도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위스키를 좋아하는데 위스키와 함께 즐기곤 하던 육포로 사업을 해 보기로 했다. 남아프리카의 전통 육포인 ‘빌통(biltong)’을 만들어 팔면 한국 시장에서도 먹힐 것 같았다. 내 손으로 직접 소고기 건조기까지 만들어 가며 상품을 개발했고, 나름대로 좋은 결과도 얻었다. 엔젤투자자로서 창업에 관심이 많던 김 부대표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형, 이거 맛있기는 한데 사업은 인생을 거는 건데 이렇게 작은 시장으로 되겠냐”며 만류하더라. 육포를 만들면서 알게 된 원료육, 특히 한우 시장의 문제가 떠올랐고 그러면 이걸 바꿔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원하는 맛을 내려고 비싼 한우를 사서 육포를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들쭉날쭉한 한우 품질 탓에 만들 때마다 육포 맛이 달랐다. 이때 한우 경매사를 하던 한덕우 현 최고상품책임자(CPO)를 만나 한우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됐다. 셋이 곧장 의기투합해 지금의 설로인을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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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경험해 보지 않은 시장인 데다 진입장벽이 높아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 같다.

김지수 부대표(이하 김) 그렇다. 우리끼리만 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다행히 한우 경매사로 일하던 한 CPO를 만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함께 지방 곳곳의 축산 농가도 찾아가고, 우시장과 도축장도 다녔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디테일까지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한우 다이닝 식당인 삼정하누와 한우 오마카세 식당인 설로인다이닝을 운영한 것도 도움이 됐다. 설로인을 마케팅하는 데도 도움이 됐고, 무엇보다도 고객들의 반응을 바로 살펴보고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이자 포커스그룹인터뷰(FGI)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된 나머지 식당을 운영하느라 고생한 적도 있다. 창업 초기 직원 한 명 없이 창업자 셋이 고기를 연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으며 설로인다이닝을 운영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런데 맛집 소개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와 ‘맛있는 녀석들’에 삼정하누와 설로인다이닝이 나오면서 갑작스레 유명세를 치렀다. 손님들이 크게 늘면서 핵심 사업인 설로인은 제쳐두고 하루 종일 고기만 구워야 했다.

사업 초기엔 설움도 많았다. 좋은 원육을 소싱하러 다니며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해도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고,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금은 한우 업계에 설로인을 모르는 곳은 없을 것 같다. 바잉 파워가 생기면서 좋은 업체들이 설로인에 원육을 납품하고 싶다고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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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말고 착한 가격을 앞세운 한우나 수입산 소고기,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은 없나.

지금도 돼지고기와 양고기는 설로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우만큼 차별성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설로인의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로 숙성을 거쳐 시중에 나온 제품보다는 우수한 품질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프리미엄 돼지고기 제품에 대해서는 아직 국내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가 크지 않은 것 같다. 한우와 다르게 어디서 사든 품질이 비슷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설로인이 성장해 나갈수록 다양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날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업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한우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직도 남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소를 키우는 게 생산이라면 도축 이후부터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가공 및 포장, 배송 등 전 유통 단계를 거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인은 다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 좋은 품질의 한우를 소비자가 맛있게 요리해 먹는 최종 단계가 남았는데 그릴링 기술이 있어야 하고 열원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비자가 가정에서 표준화된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마음 같아선 그릴을 들고 가서 소비자들께 맛있게 구워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현재 시중의 여러 조리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여러 주방 기계 업체를 서치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큐커에는 설로인만의 한우 요리 레서피가 탑재돼 있기도 하다.

내년 상반기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FI(재무적투자자)로부터 투자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엑시트 요구는 없다. 이미 군포에 공장을 세워 가동 중에 있기 때문에 B2C에서는 더 이상 대규모 자본 지출이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다만 본대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일부 물류 창고와 배송 차량 등의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상장을 통해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을 많이 데려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설로인에서는 고기를 정형하는 기술자가 가장 중요한 생산 직원이다. 그런데 이분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에 비해 시장의 대우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분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DBR mini box II: 성공 요인 및 시사점①

“신선해요” 말하는 대신 신선한 가공 과정 보여줘



이동민 강릉원주대 해양바이오식품학과 교수 dongminlee@gwnu.ac.kr



온라인으로 좋은 품질의 신선식품을 고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과일이나 육류와 같은 제품은 여전히 직접 눈으로 보고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가며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관성을 뚫고 설로인은 신선육류 온라인 마켓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더 나아가 B2B 시장에서까지 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설로인은 어떻게 기존의 온라인 시장, 더 나아가 오프라인 시장을 위협하는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웹사이트에서 특정 물건을 구매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A 웹사이트에는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기재돼 있는 반면 B 웹사이트에 비해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한다. B 웹사이트는 제품 가격이 더 높게 책정돼 있지만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상세한 제품 정보가 표시돼 있다. 소비자라면 어느 웹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비틀스의 열한 번째 앨범을 구매하는 상황이라면 아마 열에 아홉은 저렴하게 판매하는 A 웹사이트를 선택할 것이다. 어디서 사든 똑같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선한 전복을 구매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대부분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제품에 대한 정보가 상세하게 제공되는 B 사이트를 선택한다. 이는 서울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다.i 이 연구에서도 나타나듯 이 같은 결과는 제품의 비균질성 수준(Heterogenous level)에 기인한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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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 Figueredo, J.(2000)ii

비틀스 앨범은 어떤 웹사이트에서 구매하든 다르지 않지만 전복의 경우 어떤 웹사이트에서 구매하는지에 따라 제품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신선식품과 같이 품질의 편차가 크고 구매와 소비 과정에서 오감을 모두 사용하는 제품군의 경우 특히 온라인상에서 품질 판단이 어렵다. 소고기 역시 대표적인 비균질 상품이다.

소비자는 품질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 정보의 양과 질적인 측면이 더 나은 판매자를 선택하게 된다. 전복을 구매할 때는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정보가 상세한 B 웹사이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신선식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란 매우 어렵다. 신선식품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일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즉,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품목군이다. 신선식품의 품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오감을 발동시킬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온라인이라는 환경에 제약이 많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모든 소고기, 사과, 시금치의 실제 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이유로 신선식품을 구매할 때는 여전히 오프라인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정보를 가진 쪽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전달함으로써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신선식품은 오감을 사용해 품질을 판단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제품 고유의 특성과 관련된 정보로 맛, 향, 색깔 등의 물리적 요소에 대한 내재적 단서(Intrinsic cues)를 제공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의 특성상 대부분 생산 과정이나 생산지, 상품평, 별점 등 제품의 품질을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외재적 단서(Extrinsic cues)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설로인은 소비자가 신선육류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느끼는 정보의 불균형을 탁월하게 해소했다. 특히 소비자의 오감을 성공적으로 자극하고 발동시킬 수 있는 다양한 내재적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B2B 채널인 ‘본대로’와 B2C 채널인 ‘설로인’에서 제공하고 있는 내재적 단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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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시각 자극, 본대로:
최근 B2B 전용 온라인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신선식품 영역에서 B2B 온라인 플랫폼은 오프라인이나 유선으로 거래가 진행되던 것이 단순히 온라인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할 뿐 여전히 암묵적인 관계와 이미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돼 구매자가 제품을 비교하며 고르기 어려운 기존의 거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존에 오프라인 B2B 채널을 운영하던 업체가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한 경우 대부분 이런 형태를 띤다. 설로인은 처음부터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했기에 통용되고 있는 기존의 거래 방식을 차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도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시각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제품 사진을 통해 구매자가 직접 품질을 판단할 수 있게 했다. B2C 채널처럼 수많은 신선육류 제품 중 대표적인 한 개의 제품 사진이었다면 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설로인은 판매하는 모든 제품 각각의 외관과 단면을 다각도로 촬영해 품질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시각적인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은 추가적인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가격이 중요한 시장보다는 품질의 균질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자에게 특히 어필할 수 있다. 본대로의 구매 고객 중 식재료의 품질이 중요한 파인다이닝이나 단골이 많은 정육점 등이 다수라는 것은 이러한 점을 방증한다.

② 미각 자극, 설로인: B2C 채널인 설로인은 오감 중 미각을 자극하는 정보를 제시하는 데 상품 페이지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부위를 이미지화해 같은 안심 부위라도 판매하는 상품에 따라 미각적으로 어떻게 섬세한 차이가 있는지 제시하고 마블링(담백한↔고소한), 육향(은은한↔풍부한), 연도(부드러운↔쫄깃한) 등을 기준으로 맛을 시각화해 해당 제품의 맛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맛을 설명하는 것은 어떤 기업이든 잘할 수 있다. 하지만 맛에 대한 설명이 구체화될수록 소비자 역시 머릿속으로 구체적인 맛을 상상하게 되므로 기대만큼의 만족을 주기 어려울 수 있고 취향에 따른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그저 누구나 좋아할 만한 특징들, 신선하다거나, 육즙이 풍부하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설로인은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한우 부위를 세분화해 가공하고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육질의 고기를 판매하고 있기에 이 같은 프리미엄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고 이것이 주효한 전략이 됐다.



필자는 고려대 식품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생산 단계에서의 농식품의 가치가 구매 및 소비 단계로 잘 이어지지 못하는 점에 주목해 농식품 산업 및 마케팅 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푸드트렌드 No.4 집밥2.0』 『2024 푸드트렌드』 등이 있다.

DBR mini box III: 성공 요인 및 시사점②

품질 균질화 어려우면 오히려 비균질성 내세워야



이철 아주대 경영대학 e-비즈니스학과 교수 crhee@ajou.ac.kr



상품을 ‘품질의 균질 정도의 높낮이’로 구분할 때 소고기는 낮은 균질도의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공산품과 달리 대체로 신선식품은 공산품에 비해 비균질적인(heterogeneous)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균질적인 상품은 균질적인 상품에 비해 품질의 불확실성이 크다. 균질화(homogenization)는 상품 품질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균질화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사과를 예로 들어 보자. 사과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크기와 모양, 당도, 산도, 식감, 과즙의 양, 맛의 농도 등을 들 수 있다. 만약 생산자나 유통업체가 사과의 품질에 관여하는 요소들을 모두 수치화한 후 유사한 품질의 사과끼리 모아서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은 균질적인 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되고, 선택에 따른 불확실성 역시 줄어들게 된다. 지금도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브릭스(brix)로 당도를 표시해 유사한 당도의 상품끼리 묶어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우는 제품의 부위와 마블링, 육량, 신선도, 숙성 방식 등 다양한 요소가 품질을 결정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매기는 소고기 등급은 비균질한 소고기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주효한 방법이다. 하지만 도체가 크고 도축 후부터 산패가 시작되는 소고기의 특성상, 여전히 같은 등급의 같은 소고기라도 부위나 유통 방식에 따라 품질 편차는 소비자가 유의미하게 느낄 만큼 크다.

설로인은 한우가 갖는 비균질적인 특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근내지방도를 기준으로 한 등급제는 물론 육질과 육량, 육색, 마블링 분포, 근섬유 굵기 등 한우의 맛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하고 선별해 소비자들에게 일정한 품질의 구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소고기 부위를 더욱 세분화해 판매하는 것도 상품의 비균질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소의 등과 배 사이 안쪽에 있는 부위인 안심은 소 한 마리에서 1%가량만 나올 정도로 극히 일부인 데다 가격이 비싼 부위인 만큼 일반적으로는 대분할된 안심 덩어리를 모두 안심으로 묶어 팔고 있다. 하지만 설로인은 안심을 샤토브리앙과 미니 샤토, 로스안심, 꼬들안심, 안심추리 등 5개 상품으로 더욱 세분화했다. 설로인의 샤토브리앙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다른 브랜드의 안심을 사 먹을 때보다 제품의 편차를 적게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같은 균질화 노력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상품의 균질화와 가격이라는 가치 사이를 저울질하며 어느 부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로인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B2C뿐만 아니라 B2B를 동시에 전개했다. B2C로는 설로인(SIR.LOIN)을 통해 고객이 균질한 한우를 구매하게 함으로써 가치에 대한 지불 의사를 높이고 B2B 본대로를 통해 안정적인 비용 구조를 확보하면서 B2C 가격을 높이지 않아 고객이 느끼는 기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품질을 균질화하기 어렵거나 균질화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다면 역으로 비균질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한 막걸리 업체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일정한 맛을 내려고 하지 말고 가양주 빚듯이 무조건 맛있게만 만들어 보라고 하면 막걸리 업체가 어디든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러자 그 대표는 맞다고 답했다. 막걸리를 생산하는 데 있어 좋은 맛을 내는 것보다 늘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는 얘기다.

한우 역시 소마다 품질이 다를 수밖에 없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단점도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다. 비균질한 상품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되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보의 양이나 질, 품질에 대한 예측력이 충분하다면 고객이 갖는 신뢰와 만족도는 상승하게 된다. 설로인의 B2B 채널인 본대로는 다양한 품질의 한우를 취급하면서 제품에 대한 사진과 자세한 정보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였다. 고객으로서는 오히려 다양한 가격대, 품질의 상품을 골라 구매할 수 있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미국 뉴욕주립대 버팔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농식품정보과학회 편집위원장을 지냈으며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VR 및 메타버스, 스마트패키징 로지스틱스, 농식품 IT 전략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IT 전략과 HCI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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