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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이어져온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생각해 보면 DBR 109호의 주제는 어찌보면 늦은 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의 많은 관련 자료들이 손자병법 등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측면의 재해석에 치우쳐 있었으나 이번 DBR Special Report는 동양철학의 근본적 관점에서부터 실제 기업 경영 사례에의 적용 등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보여준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이제 더 이상 타 기업의 벤치마크 사례에 의지하거나 도식화된 경영 모델을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시장과 소비자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에 속한 조직원들의 변화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관리 모델에 대한 고민까지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론’이 아닌 ‘철학’이며 정량적인 분석과 모델링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대한 통찰이 아닐까.
특히 Special Report의 첫 아티클인 ‘사서오경 총론’을 읽으면서 문득 한국인의 특성과 성향을 고려한 조직관리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추상적인 내용을 실제 경영 이슈와 접목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으나 “한국인들은 창의력이 왕성하고 아이디어가 뛰어나지만 그것을 정리해 실용화하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글로벌 조직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점도 비슷하다. 한국인들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나 인사이트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매뉴얼화, 정량화, 도식화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조직관리의 관점이나 평가의 척도가 서양적인 것이 아닌 동양적 가치에 기준을 두면 어떨까? 국민의 스트레스 레벨이 가장 높다는 한국 사회의 어려움 중의 하나는 어쩌면 본성에 맞지 않는 관리 체계하에 발맞추려 애쓰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도 일부 기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DBR에 제안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앞으로 이어지는 Special Report들에서도 주제에 따라 이러한 동양철학적 관점의 아티클이 지속적으로 포함됐으면 하는 것이다. 인문학적 통찰력에 대한 추구는 경영학의 세부 과목처럼 분리돼 존재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마주치는 복잡다단한 문제의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한 가지 관점이다. 이번 호의 Special Report에서도 조직 관리나 리더십, 비즈니스 생태계의 활성화 등과 같은 주제들이 직간접적으로 다뤄졌으나 실제 경영활동에 적용하거나 명확한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지는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저널로서 DBR이 지속적으로 한국적 business wisdom을 축적해 나아가는 데에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세원
DBR 제4기 독자패널 (구글 전략광고주 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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