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DBR을 꼬박꼬박 챙겨 보는 편이지만 이번 66호의 스페셜 리포트인 ‘Benchmarking Rules’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벤치마킹은 필자가 일하고 있는 IBM과 연관성이 많다. IBM은 경영혁신을 통해 전통적인 하드웨어 제조·판매 업체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서비스기업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고, 이는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스페셜 리포트 내용 중 벤치마킹의 실패 요인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이세탄백화점을 벤치마킹하려다 실패한 오타큐백화점의 사례를 제시한 점이 흥미로웠다. 조직에 맞는 혁신을 통해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는 점을 조목조목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특히 좋았다. 또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도요타 방식을 벤치마킹했지만, 도요타 방식의 본질인 종업원 의식개혁을 신경쓰지 않아 실패한 것처럼, 기업들이 저지르기 쉬운 벤치마킹의 실패 원인과 대책이 잘 분석된 것 같다.
필자도 현장에서 자주 체감하는 부분이라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최근 IBM의 위치인식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스페이스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서비스의 핵심을 간과해 벤치마킹에 실패하는 기업들을 종종 본다. 기업의 스마트폰 서비스는 진정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콘텐츠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측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사용자 중심이 아닌 기능 위주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하기 때문에 개발과 효과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또 케이스스터디에서 소개된 현대카드 본사의 ‘통곡의 벽’ 사례도 시사점이 컸다. 이는 일종의 스마트 스페이스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인데,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하지 않고, 직원들이 고객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서비스의 핵심을 잘 전달했기 때문에 벤치마킹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경영기법이라도 무조건 인프라만 벤치마킹해서 도입하면 실패하게 마련이다. 성공적인 벤치마킹을 위해서는 서비스의 본질, 핵심을 이해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DBR 66호에서 그 핵심을 잘 짚어 벤치마킹을 고려하는 기업과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참신한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주는 DBR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