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 2월 4일부터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며 화제가 됐다. 이 중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 부과를 연기하면서 실행으로 옮겨지진 않았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는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1기에 이은 2기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발발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에 대해 평균 19.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1기의 유산이다. 미국의 평균 관세는 3%에 불과하지만 트럼프 1기의 추가 관세 부과로 중국에 대해서만 관세 수준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미국 추가 관세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중국에 대한 수입 및 무역수지 적자를 줄여 미국의 전체 수입 및 무역수지 적자를 낮추고 이 과정에서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 수출을 줄여 중국의 산업 발전을 견제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다.
관건은 트럼프 1기 관세 정책이 이 목적에 맞게 작동했느냐다. 미·중 무역전쟁의 발발 시점을 포괄적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인 2018년으로 보면 미국 통계 기준으로 당시 대비 지난해의 미국 대중 수입과 무역수지는 약 1000억 달러 줄었다. 그러나 중국 무역통계 기준으로 보면 다르다. 집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의 대미 수출은 약 500억 달러,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0억 달러 넘게 늘었다. 주목할 점은 중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19.2%에서 작년 14.6%로 5%포인트 하락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세계 수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팬데믹 기간이 포함됐음에도 연평균 6.2%씩 견실하게 성장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의 수입 및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18년 대비 각각 약 5000억 달러, 2000억 달러씩 늘었다.
중국이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출을 시도하고 있지 않나 의심하게 하는 대목도 있다. 중국 다음으로 큰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대상국은 멕시코와 베트남인데 중국은 이들 국가에 대해 엄청난 흑자를 거두고 있고 그 규모도 2018년 이후 크게 늘었다. 반면 미국의 대멕시코와 대베트남 무역수지 적자는 2018년 대비 작년에 거의 2∼3배나 늘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대중국의 수출 제재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가 대미 수출의 10%, 전체 수출의 1.5% 감소 효과(약 500억 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전체 수출 1.5% 감소도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이나 수출선 다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여서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이나 자유무역협정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의 대미 무역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오히려 세계 최대 교역국이며 2대 경제 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게 될 수 있다.
미·중 분쟁의 본질은 단순히 무역수지 경쟁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다. 자국 내 제조업 육성이 중요한 정책 과제이기는 하지만 관세 정책을 통해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국가가 생산하는 품목을 관세로 막아 4만 달러 국가가 생산하려다가 되레 실질 소득을 1만 달러로 낮추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4만 달러 국가는 그에 걸맞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관세로 국내 생산을 유도하기보다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생산 방식 및 제품 혁신을 이뤄내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중국과 경쟁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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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chch@kiet.re.kr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시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수석대표, 중국산업연구 부장, 산업통상연구 본부장 등을 지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산업조직, 부품소재, 중국 산업과 자동차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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