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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창업 두려워하는 지금이 창업 최적기

조시영 | 364호 (2023년 03월 Issue 1)
#1 며칠 전 공유오피스 커피머신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A 대표의 불안한 눈빛이 자꾸 떠오른다. 몇 년 전 이른바 ‘기획 창업’을 통해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스타트업을 시작했지만 최근 시리즈B 투자를 받는 데 실패했다는 소문이 들리던 때였다. 지난 수년 동안 펀드 자금이 넘쳐나던 일부 벤처캐피털은 유명 대학 박사나 외국계 기업 출신들을 ‘꼬셔서’ 창업을 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펀드 결성이 어려워지자 기획 창업한 회사들을 내팽개치다시피 한다는 얘기가 들렸다. 김 대표의 회사도 그중 하나였다.

사람을 성장 단계에 따라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구분 짓듯 스타트업도 돈을 구하는 단계에 따라 시드, 시리즈A, 시리즈B, 시리즈C 등으로 구분한다. 시리즈B는 사춘기가 오는 중학생으로 성공이냐 실패냐를 구분 짓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지난해부터 돈줄이 마른 다수의 벤처캐피털은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시리즈B 이후의 투자를 사실상 중단한 곳이 많다. 대신 수억 원 규모만 투자해도 되는 시드∼시리즈A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2 수년 전 알파고로 인해 충격을 받았던 사람들이 올해 들어 챗GPT에 열광하고 있다. 언론들은 그때처럼 ‘10년 안에 사라질 직업들’ 기사를 쓰느라 바쁘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챗GPT가 만들어낼 산업을 찾아야 한다. ‘빅 테크’가 도래하는 시기마다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

#3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때인 1995년에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는 첫 번째 창업을 했다. 머스크는 지금의 구글 맵 같은 서비스를 하는 회사인 ‘집투코퍼레이션’을, 베이조스는 인터넷 서점 회사인 ‘아마존닷컴’을 만들어 성공했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선보였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버, 에어비앤비, 카카오, 배달의민족처럼 스마트폰에 특화된 앱으로 대성공을 거둔 창업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4 워런 버핏이 e메일을 열 때마다 그로부터 온 메일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핀다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펀드매니저 사이에 구루(Guru)로 추앙받는 막스를 2018년에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수십 년간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 그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다. “현명한 투자를 하려면 투자 대상에 대한 지식이 남보다 월등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결국 ‘나는 모른다(I don’t know)’고 할 수밖에 없다. 대신 시장과 투자 대상이 시간에 따라 상승·하강하는 사이클을 읽고 매도·매수 타이밍을 잡는다.”

모두가 ‘바이(Buy)’를 외치는 타이밍에 매도하고, ‘셀(Sell)’을 외치는 타이밍에 매수하는 것. 사실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지만 막스처럼 실행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련의 시장 상황과 성공한 창업가, 투자자들의 혜안에 비춰볼 때 2023년은 스타트업 창업, 특히 테크 분야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적어도 10년 동안은 오지 않을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우후죽순 생겨난 벤처캐피털이 과거에는 빨리 돈을 벌지 못해 쳐다도 보지 않던 시드∼시리즈A 투자에 집중하고 있고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여줄 챗GPT를 활용할 사업 기회도 열렸기 때문이다. 모두가 창업을 두려워하고 ‘셀(Sell)’을 하는 시기가 역설적으로 ‘바이(Buy)’하기에 가장 적기일 수 있다. 괜찮은 아이템과 팀원, 그리고 밤샘 토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들 준비가 됐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용기뿐일지도 모른다.
  • 조시영 조시영 | 보로노이 CSO, 『스타트업 대표가 돼볼까 합니다』 저자. siyungj@gmail.com
    조시영 보로노이 CSO(Chief Strategy Officer)는 경제신문 기자와 벤처기업 임원을 ‘본캐’로,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 엔젤클럽 회원, 액셀러레이터 파트너를 ‘부캐’로 활동하며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상장(IPO)까지 전체 사이클을 직접 경험했다. 서울대 학사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졸업하고 애널리스트 스쿨, 전문 엔젤투자자 과정, 상장 전문가와 경영자 과정 등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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