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kinsey Quarterly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Why Leadership-Development Programs Fail’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많은 조직들은 관리자의 역량을 개선하고 새로운 리더를 육성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왔다. 미국 기업들이 리더 양성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만 따져도 연간 약 140억 달러에 이를 정도다.1 각종 대학들은 수백 개에 달하는 리더십 강좌를 운영한다. 일류 경영대학원이 제공하는 맞춤형 리더 양성 프로그램의 비용은 일인당 최고 15만 달러에 달한다.
500명 이상의 경영자들에게 인적 자원과 관련해 가장 중요도가 높은 3개의 우선순위를 꼽아볼 것을 요청한 설문조사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사에 응한 경영자들은 리더 양성이 현재와 미래의 3대 우선순위에 모두 포함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 중 약 3분의 2는 리더 양성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고 답했다.2 영국의 한 경영대학원이 고위급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사가 효과적으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3 또한 미국 기업 중 약 30%는 적절한 역량을 보유한 리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4
필자들은 수백 명의 CEO들과 이런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며 성공적인 프로그램과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을 모두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필자들은 흔히 관찰되는 네 가지 실수를 찾아냈다. 필자들은 이 글을 통해 네 가지 흔한 실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조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날 조직들은 한층 발달되고 까다로운 단계의 세계화에서부터 파괴적인 기술 변화, 지속적인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전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흔히 관찰되는 네 가지 실수를 찾아내고 실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아두면 조직들이 리더 양성 노력을 통해(그리고 궁극적으로 리더를 통해) 좀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1. 맥락(context)을 간과하는 실수
성공적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가려면 맥락을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한 상황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리더라고 해서 반드시 또 다른 상황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학계 연구를 통해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으며 필자들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필자들과 친분이 있는 유럽의 대형 서비스 기업 A의 CEO는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때 놀라운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에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명확한 지시를 내리거나 각 사업부의 재무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 A의 CEO는 계속해서 혁신과 신사고(과거에 A에 성공을 안겨줬던 문화의 대표적인 특징)만 장려하다가 결국 부실한 성과를 이유로 쫓겨나고 말았다.
필자들이 발견한 교육 프로그램 중 대다수는 동일한 방법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으며 전략이나 조직 문화, CEO 강령이 어떻건 똑같은 리더십 기술이나 리더십 스타일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정을 토대로 한다.
기업은 리더십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초기 단계에 ‘이 프로그램의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가’라고 자문해야 한다. 만일 인수 중심의 성장 전략을 지원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라면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신설 사업부나 새롭게 확대된 사업부에 도움이 되는 성공 전략을 고안할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 유기적인 기회를 포착해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라면 내부 인재를 훌륭하게 육성해내는 사람들을 경영진에 앉혀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맥락에 주목하면 리더들에게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2∼3개의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리더십 기준이 나열된 길다란 목록, 수십 개의 능력으로 이뤄진 복잡한 망, 기업 가치관 성명서 등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각 요소는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방식(‘3R’과 같은 식으로)으로 요약돼 있으며 각 요소를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모두 나름대로 타당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관리자와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결과물은 온갖 추천 내용들이 복잡하게 뒤섞인 ‘알파벳 수프(alphabet soup)’나 다름없는 경우가 많다. 필자들은 기업이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한 후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수의 리더십 역량(뛰어난 의사결정 능력, 좀 더 강력한 코칭 기술)을 찾아내면 결과가 훨씬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판매 성과 개선을 꾀하던 유럽의 소매은행 B에 가장 중요한(하지만 가장 부족한) 기술은 직속 상관의 공식적인 권위를 활용하지 않고 직원들을 설득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었다. 공식적인 보고 체계 밖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술은 많은 조직이 갖고 있는 경직된 구조와 반대된다. 당시 B는 중요한 판매 촉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판매 관리자들의 참여를 절실하게 필요로 했다. 따라서 판매 관리자들이 자신들에게 많은 부담을 떠안기는 시스템과 업무 방식을 수정하도록 IT 부서를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관리자들이 시스템과 업무 방식 변화에 주력할 수 있게 되자 은행의 생산성이 15% 개선됐다.
맥락은 조직 전체뿐 아니라 개인과 소규모 집단에도 중요하다. 가장 뛰어난 프로그램들은 각 참가자를 위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맞춤형 성장 경로를 제시한다. 아시아의 엔지니어링 건설 기업 C는 10억 달러를 상회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여러 해 동안 진행될 다수의 복잡한 프로젝트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새로운 부류의 관리자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C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3년 내에 1000명의 리더를 새롭게 훈련시킬 수 있도록 리더 제작소(leadership factory)를 설립했다.
C는 변화를 필요로 하는 중요한 관리자 세 부류를 찾아냈다. 첫 번째는 입찰에 능숙한 관리자(입찰 후 수동적으로 대응하며 예산 목표를 맞추는 데 주목하는 부류)들이었다. C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고객을 탐색하고 시장에 대해 좀 더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비즈니스 구축가(business builder)로 변신시켰다. 두 번째 부류는 현장에서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프로젝트 실행 담당자들이었다. C는 두 번째 부류의 관리자들을 정부, 합작 투자 파트너, 주요 고객들과의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프로젝트 관리 이사로 탈바꿈시켰다. 세 번째는 운영과 관련된 세부 사항과 비용에만 주목하는 지원 부문 관리자였다. C는 이들을 자사에 좀 더 커다란 기여를 할 방안을 찾아내고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리더로 변신시켰다.
2. 생각과 실제 업무를 분리하는 실수
리더 양성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을 짤 때에는 이론과 실무의 균형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직원들이 업무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본업의 긴급한 요구에서 벗어날 시간을 주는 외부 프로그램(대학 강의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커다란 가치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기초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성인은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의 10%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실무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울 경우 학습 내용의 약 3분의 2를 기억한다. 뿐만 아니라 재능이 있건 그렇지 않건 많은 관리자들이 업무 현장이 아닌 학습 공간에서 익힌 내용을 현장에 접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가장 강렬한 교육 경험조차도 기업 활동의 최전선에서는 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결방안은 매우 간단하다.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며 학습에 도움이 되는 실제 업무 프로젝트를 리더 양성 프로그램과 연결하면 된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높은 다양한 요구(예: 신제품 출시 가속화, 특정한 판매 지역의 실적 개선, 외부 협력 관계 협상,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전략 개발 등)를 해결하는 동시에 참가자들에게 개인적인 계발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의료기기 기업 D는 두 가지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실패했다. D의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 E는 몇 달 동안 의학적인 응급상황에서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 일이 ‘실제(real)’ 업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회에 의견을 제출한 E는 예상 외의 답변을 들었다. 이미 전담팀이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이사회가 리더 양성 프로그램의 부산물로 탄생한 해결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이사회의 답변이었다. 이사회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고서 의욕을 상실한 E는 머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반면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는 국제 엔지니어링 건설기업 F는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F가 진행하는 리더 양성 프로그램의 목표는 중간급 리더 300명의 자기 계발에 박차를 가하고 프로젝트가 예산 범위 내에서 제 시간 안에 끝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다른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예컨대, 어느 사업부를 책임지는 G는 핵심 클라이언트로부터 새로운 신규 주문을 따내고 자사의 사업 분야 중 하나 이상과 관련 있는 새로운 계약을 따내기로 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관련 인물들의 개인적인 행동 변화(예컨대, 직급이 높은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방해 요인을 극복하거나 부하직원을 좀 더 훌륭하게 지도하는 것)와 관련이 있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자사의 사업 분야 2개와 관련 있는 3개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G의 협상 노력은 상당히 진전돼 있었다. 피드백을 보면 G가 이제 자신이 담당하는 사업부의 편협한 이익만 대변하기보다 회사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접근방법을 적용하고 기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이들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능력은 신흥시장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신흥시장에서는 ‘반드시 진행해야만 하는’ 긴급한 프로젝트와 유능한 리더의 활용 가능성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환경 속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모든 주요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리더 양성 기회로 발전시키고 리더 양성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프로젝트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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