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새 모델 ‘린 스타트업’

144호 (2014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5월 호에 실린 스탠퍼드대 컨설팅 부교수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의 글 ‘Why the Lean Start-Up Changes Everything’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운은 새로운 사업을 벌일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술 신생기업이건, 규모가 작은 기업이건, 대기업 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건 마찬가지다. 수십 년 동안 통용돼 온 공식을 따른다면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해 투자자들에게 알린 다음 팀을 꾸리고 제품을 도입해 가능한 열심히 판매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일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시카 고시(Shikhar Ghosh) 교수가 새로운 연구를 통해 밝혀냈듯이 모든 신생기업 중 75%가 실패한다.

 

하지만 최근에 새롭게 기업을 시작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위험도를 낮춰주는 대항마가 등장했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 불리는 새로운 방법론이다. 린 스타트업은 정교한 계획 수립보다는 실험을, 직관보다는 고객 피드백을, 개발에 앞서 설계를 끝내는 전통적인 방식보다는 반복적인 설계를 선호한다. 린 스타트업이 등장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최소 요건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선회(pivoting) 등 린 스타트업의 개념은 금세 신생기업 세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경영대학원들도 이미 린 스타트업에 관한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과정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린 스타트업이 아직 완전히 주류가 된 것은 아니다. 린 스타트업이 온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아직 몇 년 더 기다려야 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린 스타트업의 현재 상황은 빅데이터가 5년 전에 처해 있던 상황과 비슷하다. 다시 말해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유행어로 알고 있고 기업들이 새로운 동향에 내포돼 있는 의미를 갓 이해하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린 스타트업 관행이 확산되자 기업가정신에 관한 통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모든 유형의 신생기업이 가급적 빨리 실패하고 지속적으로 학습하라는 린 스타트업의 원칙을 따르는 등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린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스타트업은 신생기업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다) 시간이 흐르면 린 스타트업 기법을 받아들인 대기업이 최대의 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다.

 

본 논문은 린 스타트업 기법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이 기법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린 스타트업 기법이 다른 비즈니스 추세와 결합해 기업가정신이 중시되는 새로운 경제에 어떤 식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설명하고자 한다. 이 부분을 특히 눈여겨보기 바란다.

 

 

완벽한 비즈니스 계획의 오류

 

일반적으로 기업을 설립한 사람은 가장 먼저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한다. 다시 말해서 기회의 크기, 해결해야 할 문제, 새로운 사업이 제시할 해결방안을 묘사한 하나의 문서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개 비즈니스 계획에는 향후 5년 동안의 수입, 이윤, 현금 흐름을 예측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 비즈니스 계획은 기업가가 실제로 제품을 만들기 전에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실행한 연구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금을 조달하고 실제로 아이디어를 실행하기도 전에 비즈니스와 관련된 미지의 것들을 대부분 알아낼 수 있다는 가정이 비즈니스 계획의 밑바탕이 된다.

 

설득력 있는 비즈니스 계획을 앞세워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확보한 기업가는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할 때 그랬던 것처럼 편협한 방식으로 제품 개발에 뛰어든다. 제품 개발자들은 고객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채 제품 출시를 위해 수천 시간을 투자한다. 신생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상당 수준의 피드백을 확보하는 것은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한 이후다. 다시 말해서 영업사원들이 물건을 팔려는 노력을 시작한 이후에야 피드백을 확보할 수 있다. 개발이 끝난 지 몇 달, 몇 년이 지나서야 기업가들은 값비싼 교훈을 얻는다. 뒤늦게 고객이 자사 제품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특징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수천 개의 신생기업들이 이와 같은 방법을 따르는 것을 지켜본 끝에 다음의 3개의 교훈을 얻게 됐다.

 

1. 고객과 처음 대면한 이후에 최초의 비즈니스 계획이 살아남는 경우는 드물다.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은 경기 상대가 시합 전에 세워 놓은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모두가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지만 입에 강펀치가 날아들면 계획 같은 것은 사라져버리고 만다.”

 

2. 벤처캐피털리스트와 구 소비에트 연방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전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예측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없다. 이런 계획은 대개 허구에 불과하며 이런 계획을 생각해내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3. 신생기업은 단순히 대기업의 규모를 줄여 놓은 존재가 아니다. 신생기업은 종합 계획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발전해나가지 못한다. 결국 성공을 거머쥐는 신생기업은 단기간 내에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하며 끊임없이 고객을 통해 새로운 교훈을 얻고 그 과정에서 초기의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반복하고 개선한다.

 

기존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는 반면 신생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다. 이것이 린 스타트업 접근방법의 핵심이다. 이런 차이점을 토대로 신생기업을 린 방식으로 정의하면반복 가능하고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도록 설계된 임시 조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린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3개의 핵심 원칙이 있다.

 

첫째,기업가들은 수개월 동안 계획을 수립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대신 기업을 시작하는 첫째 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검증되지 않은 여러 개의 가설(근본적으로 바람직한 추측)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따라서 기업 설립자들은 복잡한 기업 계획을 수립하는 대신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라 불리는 틀 안에 가설을 요약한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기업이 자사와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한눈에 보여주는 도표다. (‘가설을 표현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참조.)

 

둘째,린 방식을 활용하는 신생기업은 가설 검증을 위해건물 밖으로 나와 직접 고객과 대면하는접근방법, 즉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이라 불리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런 기업들은 회사 밖으로 나가 잠재 사용자와 구매자, 파트너들에게 제품의 특성, 가격, 유통 경로,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의 고객 확보 전략 등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한다. 민첩성과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 설립된 신생기업은 신속하게 최소 요건 제품을 모아 즉각적으로 고객에게 피드백을 요청한다. 그런 다음, 고객의 의견을 토대로 가정을 수정하기 위해 새롭게 설계된 제품을 검증하고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조금씩 수정하거나(반복) 중대한 변화를 꾀하는(선회) 등 주기를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한다. (‘고객에게 귀를 기울여라참조.)

셋째,린 방식을 채택한 신생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시작된민첩한 개발(agile development·애자일 개발)’이라는 방법을 실행한다. 애자일 개발은 고객 개발과 함께 진행된다. 기업들은 대개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와 욕구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추정하에 수년에 걸쳐 제품을 개발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개발 주기를 활용할 때와 달리 애자일 개발 방식을 도입하면 반복적이며 점진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낭비되는 시간과 자원을 줄일 수 있다. 신생기업들은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최소 요건 제품을 개발하고 검증한다.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신속한 개발 방식참조.)

 

 

호르헤 에라우드(Jorge Heraud)와 리 레든(Lee Redden)은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에서 필자가 진행하는 강의를 듣던 중 블루 리버 테크놀로지(Blue River Technology)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에라우드와 레든은 상업용 공간에 적합한 잔디 깎기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들은 10주에 걸쳐 100명이 넘는 고객과 대화를 한 끝에 자신들이 고객으로 지목한 최초의 목표 대상(골프장)이 잔디 깎기 로봇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던 중 에라우드와 레든은 농부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농부들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자동화된 방법을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라우드와 레든은 농부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새롭게 주목했으며 블루 리버는 10주가 채 되지 않아 제품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검증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9개월 후, 블루 리버는 300만 달러가 넘는 벤처 자금을 확보했다. 블루 리버는 그로부터 또다시 9개월이 지난 후 시장에 잔디 깎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날이 하락하는 스텔스 모드의 인기

 

린 방식의 등장으로 신생기업들이 자사의 업무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고 있다. 인터넷 분야가 한창 성장하던 시절에는 신생기업들이 주로스텔스 모드(잠재적인 경쟁상대에게 시장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를 택했다. 체계적으로 진행되는베타테스트를 통해서만 고객에게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던 것이다. 하지만 린 스타트업 방식의 등장으로 스텔스 모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비밀보다는 고객 피드백이 좀 더 중요하고 주기적인 신제품 공개보다는 지속적인 피드백 수집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로 활동하는 동안 필자는 이와 같은 2개의 근본적인 규칙을 구체화했다. (필자는 공동 설립자나 초기 창립 멤버의 자격으로 8개의 첨단 기술 부문 신생기업에 참여했다.) 10년 전 교직으로 옮겨갈 무렵, 앞서 설명한 고객 개발 공식을 생각해냈다. 2003,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 하스 경영대학원(Haas School of Business) 수업에서 이 프로세스를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2004, 에릭 리스(Eric Ries)와 윌 하비(Will Harvey)가 설립한 신생기업에 투자하면서 필자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에릭은 기술 산업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던 선형적인 제품 개발 접근방식인 폭포수 개발 모델(waterfall development model)을 버리고 반복적이고 민첩한 기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에릭은 새롭게 떠오르는 기법과린 제조(lean manufacturing)’로 알려져 있는 도요타 생산 시스템(Toyota Production System·TPS)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릭은 고객 개발과 민첩한 관행을 결합해린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달아 발표된 관련 서적들이 성공하자 린 스타트업 도구도 인기를 끌게 됐다. 필자는 2003년에 출판된 서적 <통찰을 위한 4단계(The Four Steps to the Epiphany)>에서 최초로 신생기업이 단순히 대기업의 규모를 줄여 놓은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고객 개발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10년에는 알렉산더 오스터왈드와 예스 피그누어가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Business Model Generation)>을 통해 기업가들에게 기본적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소개했다. 2011년에는 에릭이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을 통해 개괄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2012년에 필자가 밥 돌프(Bob Dorf)와 함께 출판한 단계별 안내서 <신생기업 오너를 위한 매뉴얼(The Startup Owner’s Manual)>에는 그동안 필자가 익혔던 린 기법에 관한 내용이 요약돼 있다.

 

현재 25개가 넘는 대학들이 린 스타트업 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온라인 교육 서비스 유다시티닷컴(Udacity.com)에서도 린 스타트업 기법을 가르치는 강좌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번에 수백 명에 달하는 창업 희망자들에게 린 기법을 가르치는 스타트업 위켄드와 같은 조직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모임에서는 하나의 공간을 가득 메운 창업팀들이 몇 시간에 걸쳐 대여섯 개의 제품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한다. 이런 자리에 참석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런 모임에서 금요일 저녁에 불현듯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고 일요일 오후에 실제로 매출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업가정신을 토대로 하는 혁신 중심 경제

 

린 기법을 매우 신봉하는 사람들은 린 프로세스가 개별 신생기업들이 좀 더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주장은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방법이 어느 신생기업의 성공을 장담한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필자는 수백 개의 신생기업, 린 원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실제로 린 원칙을 실행하는 기존 기업 등을 살펴본 결과를 토대로 좀 더 유의미한 주장을 펼치고 싶다.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여러 신생기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린 기법을 적용하면 전통적인 기법을 적용했을 때보다 실패율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신생기업의 실패율 감소는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즘은 파괴, 세계화, 규제 등이 모든 국가의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기존 산업의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다시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의 고용 창출은 신생기업에서 비롯돼야만 한다. 따라서 신생기업이 성공하고, 성장하고, 좀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육성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신생기업의 급속한 발전이 주축이 되는 혁신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실패율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5개의 요인이 신생기업의 숫자가 증가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1. 최초의 고객을 찾는 데 수반되는 높은 비용, 잘못된 제품을 내놓았을 때 치러야 하는 한층 높은 비용.

 

2. 오랫동안 지속되는 기술 개발 주기.

 

3. 신생기업 설립이나 신생기업 근무에 수반되는 본질적인 위험을 감수하려는 인력 부족.

 

4.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면 소수의 기업이 소수의 신생기업에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벤처캐피털 산업의 구조.

 

5. 신생기업 설립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전문 지식이 집중돼 있는 현상. 미국에서는 동부 연안과 서부 연안에 이런 지식이 집중돼 있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집중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기업가들은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여 든다.)

 

린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제약 조건이 완화된다. 신생기업들이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하는 기업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빨리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린 접근방법을 채택하면 세 번째 문제 역시 어느 정도 해결된다. 신생기업을 설립하거나 신생기업에 근무할 때 수반되는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린 접근방법의 등장 시기는 신생기업 설립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무너뜨리는 다른 비즈니스 추세와 기술 추세가 등장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이런 변화가 더해져 기업가정신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고 있다.

 

최근, 기트허브(GitHub)를 비롯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아마존 웹 서비시즈(Amazon Web Service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인해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이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 달러로 줄어들었다. 하드웨어 부문 신생기업은 더 이상 직접 공장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 해외 제조업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린 스타트업 방법을 실천하는 신생 기술기업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인터넷상에서 판매하거나 몇 주 만에 중국에서 제조된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 됐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대한 여학생들의 자신감과 관심을 키워줄 목적으로 설립된 신생기업 루미네이트(Roominate)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루미네이트 설립자들은 컴퓨터 시스템에 연결된 인형의 집 조립세트 설계를 검증하고 반복 작업을 통해 개선하는 과정을 끝낸 후 중국에 있는 계약 생산업체에 제품 사양을 전달했다. 그로부터 3주 후 첫 번째 제품이 도착했다.

 

또 다른 중요한 추세로 자본 접근성의 분산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벤처캐피털이 실리콘밸리, 보스턴, 뉴욕 근처에 밀집해 있는 정식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업가 생태계하에서는 수억 달러에 달하는 전통적인 벤처캐피털 펀드보다 규모가 작은 새로운 유형의 슈퍼 앤젤 펀드도 초기 투자를 할 수 있다. 와이 컴비네이터(Y Combinator), 테크스타스(TechStars) 등 수백 개에 달하는 신생기업 육성 조직들이 세계 각지에서 종자돈을 빌려준다. 킥스타터(Kickstarter)와 같은 크라우드소싱 사이트 역시 좀 더 민주적인 또 다른 방식으로 신생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

 

즉각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확보 가능한 현상 또한 신생기업들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인터넷이 인기를 끌기 전에는 신생기업 설립자들이 얻는 조언의 양이 노련한 투자자나 기업가들과 커피를 마시는 횟수에 비례했다. 하지만 이제는 신생기업을 겨냥한 넘쳐나는 조언 중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골라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됐다. 린 스타트업 기법은 훌륭한 조언과 그렇지 않은 조언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틀을 제시한다.

린 스타트업 기법은 원래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술 부문 신생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물 부문 소기업을 설립할 때도 동일한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모든 기업들이 린 스타트업 기법을 받아들이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기업의 효율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GDP와 고용 또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징후가 있다. 2011, 미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은 혁신 부대(Innovation Corps)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 과학 연구를 상업화하기 위해 린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또한 11개 대학이 미국 각지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연구 과학팀에게 린 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MBA 프로그램 역시 린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사실 MBA 프로그램들은 오랫동안 신생기업에 대기업식 접근방법(매출과 현금 흐름을 추적하는 회계기법, 경영과 관련된 조직 이론)을 활용하라고 가르쳐 왔다. 하지만 신생기업을 괴롭히는 문제는 대기업이 직면하는 문제와 전혀 다르다. 이제 경영대학들도 신생기업들이 대기업과는 다른 경영 도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는 것과 탐색하는 것 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경영대학원들은 더 이상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강좌에서 비즈니스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또한 십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MBA 프로그램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비즈니스 계획 경연대회는 비즈니스 모델 경연대회로 바뀌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이런 변화를 택한 경영대학원은 2012년에 변화를 꾀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이다.)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버클리대, 컬럼비아대는 앞장서서 변화를 꾀하며 린 스타트업 교과과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필자는 교육자를 위한 린 론치패드(Lean LaunchPad) 강좌를 통해 매년 250명이 넘는 대학 강사들을 가르치고 있다.

 

21세기 기업을 위한 새로운 전략

 

린 스타트업 기법이 비단 설립 년 수가 얼마 되지 않는 기술 부문 신생기업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미 명확하게 밝혀졌다.

 

기업들은 지난 20년 동안 비용 절감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나날이 증대되는 외부의 위협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사의 생존과 성장이 위협받지 않기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계속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조직 구조와 기술이 필요하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리타 맥그래스(Rita McGrath), 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이안 맥밀란(Ian MacMillan),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에릭 본 히펠(Eric von Hippel) 등 여러 경영 전문가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대기업의 혁신 프로세스 개선 방안에 대한 사고를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GE, 퀄컴(Qualcomm), 인튜이트(Intuit) 등 여러 대기업들이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실행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예컨대, GE의 에너지 스토리지(Energy Storage) 사업부는 혁신 방식을 바꾸기 위해 린 스타트업 접근방법을 활용한다. GE 에너지 스토리지 사업부 총괄 관리자 프레스콧 로건(Prescott Logan) 2010년에 사업부 내에서 개발된 신형 배터리에 산업 전체를 파괴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건은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생산 규모를 늘리고, 전통적인 제품 확장 방식으로 신제품(차후에 듀라손(Durathon)이라고 이름 붙여졌다)을 출시하는 대신 린 기법을 활용했다. 로건은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고 고객 발견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로건과 경영팀은 새로운 잠재 시장과 잠재 용도를 찾기 위해 수십 명에 달하는 글로벌 고객들을 직접 찾아갔다. 영업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로한과 경영팀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뒤로 밀어놓고 고객이 현재 사용 중인 배터리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고객이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고객이 어떤 식으로 산업용 배터리를 구매하는지, 얼마나 자주 산업용 배터리를 사용하는지, 고객이 배터리를 사용하는 환경이 어떠한지 파악하기 위해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 고객의 피드백을 토대로 이들은 집중해야 할 고객 대상을 수정했다. 초기 목표 세그먼트 중 하나였던 데이터 센터를 집중해야 할 고객 목록에서 제외시키고 공익기업이라는 새로운 목표 세그먼트를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통신기업이라는 광범위한 고객 세그먼트를 안정적이지 않은 전력망을 활용하는 개도국의 휴대전화 공급기업으로 축소했다. GE는 최종적으로 뉴욕 스키넥터디에 세계적인 수준의 배터리 제조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했다. GE가 신설한 제조시설은 2012년에 문을 열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GE의 신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아서 이미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라고 한다.

 

경영 교육이 시작된 후 1세기 동안 기존 기업의 실행과 효율성을 공식화하는 전략과 도구를 개발하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신생기업 설립을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최초의 도구가 있다. 새로운 도구가 기존 기업이 지속적인 파괴 세력과 맞서는 데 도움이 되는 최적의 시기에 등장했다고 볼 수도 있다. 21세기에는 이런 세력으로 인해 유형을 막론한 모든 조직(신생기업, 소규모 기업, 법인, 정부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파른 변화의 압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린 스타트업 접근방법은 모든 조직들이 변화의 압박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신속하게 혁신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비즈니스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티브 블랭크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는 스탠퍼드대 컨설팅 부교수이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와 컬럼비아대의 미국국립과학재단 책임 조사관이기도 하다. 블랭크는 공동 설립자나 초기 창립 멤버로 8개의 첨단 기술 부문 신생기업에 참여했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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