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ience Behind The Smile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가디너 모스(Gardiner Morse)가 대니얼 길버트 하버드대 교수를 인터뷰해 HBR 2012년 1-2월 호에 게재한 ‘The Science Behind The Smile’의 전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행복 연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이유가 무엇인가?
길버트: “행복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가장 오래된 질문을 ‘과학’이라는 인류 최신의 발명품과 접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행복 탐구는 주로 철학자와 시인의 몫이었다.
심리학자들은 원래 인간의 감정에 관심이 많았지만 감정에 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20년 전부터다. 그중에서도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되는 감정은 바로 ‘행복’이다. 최근에는 경제학자와 신경학자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서로 다른 연구 분야인 만큼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심리학자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경제학자는 사람이 가치 있게 여기는 대상을, 신경학자는 사람의 뇌가 보상에 반응하는 기제를 궁금해 한다. 3개의 서로 다른 학문 분야가 동시에 하나의 주제에 관심을 갖다 보니 행복 연구는 과학 분야로 넘어갔다. 저명한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행복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기 시작했고,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노벨상을 탔으며, 각국 정부는 자국 국민의 행복을 측정하고 키우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는 중이다.
행복처럼 주관적인 감정을 측정하는 일이 가능한가?
주관적 감정을 측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쉽다. 안과의가 안경 도수를 맞춰주는 논리와 비슷하다. 안과에 가면 의사는 눈앞에 여러 도수의 렌즈를 놓고 잘 보이는지 묻고 잘 보일 때까지 렌즈를 계속 바꾼다. 잘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에 대한 우리의 대답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눈에 딱 맞는 렌즈 도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은 경험에 대한 주관적 답변을 바탕으로 한다. 실시간으로 얻는 대답은 응답자가 겪는 감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지표가 되며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제 얼마나 행복했는지, 혹은 내일 얼마나 행복할지 정확히 말해줄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질문을 하는 순간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는 얘기할 수 있다. “어떻게 지내세요(How are you)”는 세상에서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인데 이 질문에 난처해하는 사람은 없다.
행복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람들에게 “지금 얼마나 행복하십니까”하고 물은 후 점수를 표시하도록 하면 된다. 또는 MRI 촬영을 통해 뇌 혈류를 측정하거나 근전도 검사를 통해 웃을 때 사용되는 얼굴 근육의 활성화 정도를 살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여러 기준들은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에 굳이 복잡하고 비싼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단순하고 저렴한 방안이 있는데 복잡한 방식에 비용을 들이는 건 연방 정부나 하는 짓이다.
하지만 점수 자체가 주관적이지 않은가?
누군가의 5점은 다른 사람의 6점일 수 있다.
약국에서 저렴한 체온계를 대량 판매한다고 생각해보자. 너무 저렴해서 기본 온도가 정확히 매겨져 있지도 않다. 그러면 정상 체온인데도 정상이 아닌 것처럼 나올 수도 있고 두 사람의 체온이 같은 데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사실과 다른 체온이 나오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데 병원을 간다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못 받고 지나칠 수도 있다. 이렇게 잘못된 체온계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예를 들어 100명의 사람들을 연구실로 데려와서 이 중 절반을 독감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고 해 보자. 그리고 일주일 뒤 잘못된 온도계로 이들의 체온을 측정했다. 온도계가 잘못됐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의 평균 체온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분명 높을 것이다. 어떤 체온계는 실제보다 낮게, 또 어떤 체온계는 실제보다 높게 나오겠지만 표본의 규모가 충분히 확보된다면 오차는 상쇄될 수 있다. 충분히 많은 사람의 체온을 측정한다면 기준이 서로 다른 체온계로도 사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행복 점수는 기준점이 다르게 설정된 체온계와 같다. 부정확성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예: 2010년 7월3일 오전10시42분에 존은 정확히 얼마나 행복했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심리학 실험 환경에서는 매우 적합하다.
과학자들은 행복 연구를 통해 어떤 사실을 발견했나?
대부분은 전부터 막연히 생각해왔던 것들을 확인시켜줬다. 예를 들면 낭만적 연애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반적으로 행복 지수가 높았다.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보다, 교회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부유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보다 전반적으로 행복하다, 뭐 이런 식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말한 요소들이 행복감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 집을 사고 새로운 배우자를 얻게 되면 행복해지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이 또는 그렇게 오래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실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그 행복감이 얼마나 갈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좋은 일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안 좋은 일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현장 연구나 실험을 해보면 선거에 이기거나 지고, 연인이 생기거나 헤어지고, 승진을 하거나 못 하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최근 연구에서는 우리에게 3개월 이상 영향을 주는 사건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는 잠시 축하했다가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온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생활을 시작한다.
인생에서의 사건들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왜 작은가?
우리가 행복을 만들어 내는 일, 다시 말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데 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어떤 충격적 사건이나 비극이 발생했어도 생각했던 것보다 괴로움을 덜 느낀다. 아무 신문이나 들고 읽어보라. 수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저서 판매부수를 부풀려서 부당한 돈을 챙겼다는 이유로 불명예스럽게 하원의장직을 사퇴했던 짐 라이트(Jim Wright)를 기억하는가? 몇 년 후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신체적, 재정적, 감정적, 정신적 그 밖에 거의 다른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모리스 비캄(Moreese Bickham)은 또 어떤가. 루이지애나 주립 교도소(Lousiana State Penitentiary)에서 37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후 그는 “(교도소에서의 시간을) 1분도 후회하지 않는다. 훌륭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상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비틀즈(Beatles) 원년 멤버로 드럼을 쳤던 피트 베스트(Pete Best)도 있다. 1962년, 비틀즈가 유명해지기 바로 직전에 드러머 자리는 링고 스타(Ringo Starr)로 교체됐고 아직까지 그는 세션 드러머로 일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밴드에 속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비틀즈 멤버로서 누릴 수 있는 삶보다 지금의 삶이 더 행복하다.”
다수의 행복연구에서 일관성 있게 도출되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달려갈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만들어 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그들은 자신을 속이는 것 아닌가? 진짜 행복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행복보다 낫지 않을까?
용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나일론 또한 ‘진짜’다. 천연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인위적 행복감 또한 완벽하게 ‘진짜’다. 당사자가 만들어냈을 뿐이다. 인위적 행복은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을 때 만들어 내는 것이고 자연스런 행복은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었을 때 경험하는 감정이다. 감정이 생기게 된 경로는 다르지만 감정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확실히 더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대다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수는 인위적 행복감이 외부 사건을 통해 유발되는 행복만큼 좋지 않고 억지로 행복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자신을 속이고 있을 뿐이며 정말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시력을 잃거나 엄청난 재산을 날리게 되면 비극적 사건 뒤에 완전히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삶에서도 꽤 괜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 이전의 삶보다 훨씬 좋은 몇 가지 점을 분명히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망상에 빠진 것은 아니다. 그저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 새로운 상황에 처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사실을 발견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자신의 새로운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찾아 나설 것이고, 결국 그러한 점을 찾을 것이며, 그것을 통해 행복해질 것이다. 과학자로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우리가 이런 작업에 얼마나 뛰어난지 대부분 잘 모른다는 점이다. “가진 돈을 다 잃고 아내가 나를 떠나도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어”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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