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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단물 빨아먹기는 No! 기업+대학, 마음을 열자

아몬 솔터,마르쿠스 퍼크먼 | 113호 (2012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2년 여름 호에 실린 임페리얼 칼리지 경영대학원 선임 연구원 마르쿠스 퍼크먼(Markus Perkmann)과 동 대학원 기술/혁신 경영 교수 아몬 솔터(Ammon Salter)의 글 ‘How to Create Productive Partnerships with Universities’를 번역한 것입니다.

 

 

내부 R&D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성공적으로 혁신을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는 기업은 다양한 지식에 접근하고 R&D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1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인재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대학은 외부 파트너 중에서도 특히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

 

간혹 기업 관리자들이 대학과의 교류를 단순한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대학 소유의 지적 재산2 을 활용하면 혁신을 이뤄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단순히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애쓸 뿐 혁신 프로젝트 진행 초기부터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대학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데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3  영국 기업들은 이미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라이선스 계약보다 산학협동에 20배 이상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4

 

하지만 기업 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과의 협력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5  협력을 방해하는 2개의 근본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계가 진행하는 과학 연구에 내재돼 있는 개방성이 기술을 보호하고자 하는 기업의 필요와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둘째, 학계의 연구는 장기적인 문제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더딘 반면 기업은 분초를 다투는 제품 개발 프로젝트와 일상적인 업무와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해 R&D를 진행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업은 대학이 좋은 파트너가 되기에 지나치게 느리고 관료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OECD 국가의 고등교육 기관 R&D 투자 규모는 무려 연간 16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와 같은 엄청난 투자 규모를 고려해 보면 대학과 협력하지 않는 기업이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6

 

기업이 산학협동을 추진할 때 전반적인 기업 전략의 일환으로 여기기보다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기업과 대학 간의 원활한 협력 관계 구축에 걸림돌이 된다. 고객 관계나 공급자 관계를 운에 맡기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업 관리자들은 학계와 협력을 해야 할 때 일시적인 접근방법을 택한다. 산학협동에는 노력이 중복될 위험, 기회를 놓칠 위험, 지적 재산을 두고 다툼을 벌이게 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본 연구를 통해 기업이 산학협동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학계와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구 내용참조.) 산학협동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기업은 산업과 학계 간의 차이점을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등 대학을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 로열 더치 쉘 PLC(Royal Dutch Shell PLC)의 프로그램 관리자 클라우스 오토(Claus Otto)대학의 연구 센터가 자사보다 더 나은 결과, 혹은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자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쉘은 사업적인 타산을 따져봤을 때 자사가 직접 기술 역량 구축을 위해 전폭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힘든 영역에서 대학과의 협력관계에 적극 투자한다.

 

 

 연구 내용

이 글은 저자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진행한 몇 건의 연구 프로젝트를 토대로 한다. 이 글의 저자들은 2004년과 2009년에 각각 한 차례씩 총 2회에 걸쳐 유사한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대학과 협력 중인 수백 개의 기업과 학계에서 연구 활동 중인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했다.i  저자들은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 임원, 기업가, 학계 과학자 등을 상대로 수백 건의 공식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다. 저자들은 학계 과학자들이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학문적 자산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관한 연구ii , 구조 유전체학 컨소시엄(Structural Genomics Consortium, 이하 SGC)에 대한 심층 연구, 산학협동 센터 비교 연구 등 다양한 귀납적인 연구 기법을 활용해 이 자료를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학계 과학자들의 산업 참여에 대해 1990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된 논문 중 전문가 검토가 이뤄진 모든 논문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문헌 검토를 진행해 방대한 양의 보조 자료를 확보했다.

 

학계의 연구로부터 충분한 가치를 이끌어내려면 기업 임원들이 2개의 중요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협력 기간이다. 단기 협력은 유용하며 보편적이다. 뿐만 아니라 협력 구조가 대학 및 교수들의 업무 방식에 맞춰져 있을 경우에는 단기 협력 방식을 활용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하지만 학계와 단기 협력을 추진하려면 창의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학계 연구와 기업의 업무 진행 속도 간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교수들의 장기적인 관점이 기업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오직 다음 분기만을 생각하는 관리자들의 단기적인 사고 방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학계와 오랜 시간 협력하다 보면 수많은 가능성이 생겨나며 향후 5∼10년 동안 기업을 번성케 할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처럼 효과적인 장기 협력을 위해서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하며 경영진이 협력의 설계 및 관리 방식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노력이 없으면 산학협동이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두 번째 요인은 협력 결과를 공개하는 정도다.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기업은 협력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한다. 사실 신속한 공개는 공공 과학(public science)의 생명수와도 같다.7  뿐만 아니라 협력의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하면 지적 재산 관련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협력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보호하는 쪽이 연구 결과를 상업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2개의 요인을 조합하면 총 4개의 협력 모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

 

1. 아이디어 실험실(idea lab): 새로운 선택 방안을 도출하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리자들이 비밀 유지의 욕구를 접어둔 채 교수들과 협력하는 방식.

 

2. 원대한 도전(grand challenge): 공공 영역에서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관리자와 교수들이 협력하는 방식.

 

3. 확장된 작업실(extended workbench): 기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 파트너와 신속하게 협력해 자사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방식.

 

4. 심층 탐구(deep exploration): 기업이 대학 파트너와 협력해 풍요롭고 영구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 심층 탐구 방식의 협력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소유할 수 있는 우선권은 기업에 돌아간다. (‘4대 산학협동 모형참조.)

 

1. 개방적, 단기적: 아이디어 실험실

 

아이디어 실험실 방식의 산학협동을 진행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파트너와 협력하며 협력에 참여한 교수들에게 연구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견 이런 유형의 협력이 기업 측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기업이 연구 결과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개방적인 방식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이 협력 방식은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와 과제에 교수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꿀단지(honey pot)’ 역할을 한다.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에는 학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반영돼 있다. 따라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점진적인 응용 연구에 투입돼 있는 학업 자본을 이런 유형의 연구에 투입한다. 둘째, 스피드 데이트에 참여하는 남녀가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상대를 만날 수 있듯 개방형 연구를 진행하는 기업은 다양한 관계를 구축하고 시험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대개 규모가 작다. 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지적 재산권 문제가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관리하기가 수월하다. 이런 접근방법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HP 실험실(HP Laboratories)의 혁신 연구 프로그램(Innovation Research Program)을 들 수 있다.8  HP 실험실은 새로운 연구 협력 관계를 구축할 목적으로 매년 엄선한 연구 주제에 관해 교수들의 의견을 구한다. HP는 교수들이 내놓은 제안서를 검토한 다음 자사의 이익 및 요구에 부합하는 제안을 선택한다. HP가 선택된 교수에게 수여하는 연구비는 5∼75000달러 수준으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HP는 매년 500건에 육박하는 제안서를 받아 그중 약 50건을 선별한다. HP 실험실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지적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표준화된 협력 연구 협약을 체결한다. 이 계약에 의해 교수들은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HP도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비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또 다른 사례로 베이어 AG(Bayer AG)가 운영하는목표 달성을 위한 연구비(Grants4Targets)’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베이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물 표적(drug target)을 분석하고 입증하고자 하는 연구원에게 5000달러에서부터 125000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한다.9  베이어는 관료적이고 번잡한 절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성공적인 지원자에게는 자사 과학자를 프로젝트 파트너로 붙여 준다.

 

 

  

 

새로운 혁신 생태계에 투자한 아럽파이어

1990년대 말 신규 소방 엔지니어링 서비스 그룹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업체 아럽그룹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소방 엔지니어링(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건물을 설계하는 영역)은 새로운 분야였던 탓에 일반 대중이나 전문가들이 소방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전혀(혹은 거의) 신뢰하지 않았다. 건축물에 적용되던 기존의 화재 피해 완화 전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관례에 의해 결정됐다. 하지만 소방 엔지니어링을 통해 관례를 기반으로 하는 규제보다 융통성 있으며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화재 제어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복잡한 건축물에는 소방 엔지니어링을 접목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규제 기관, 소방관, 개발업자들에게 관례를 따르지 않는 건물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아럽은 대학과의 장기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물 소방 안전에 관한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럽은 콘퍼런스, 박사 과정 학생, 개별 교수, 협력 연구 프로젝트, 산업 표준, 공통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방 엔지니어링, 개발 관례, 대체 안전 방안 관련 기준 등에 관한 지식 풀(knowledge pool)이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은 소방 엔지니어링 관련 최신 도구를 익힌 재능 있는 엔지니어들을 탄생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럽에도 커다란 도움이 됐다. 1998년에 불과 4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하나의 팀에서 출발한 아럽파이어(Arup Fire) 2011년에는 2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iii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은 기업이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교수의 수완 및 시기 적절하게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교수의 능력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고 실패하더라도 상당한 기회 비용이나 기타 손실을 초래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선택해야 한다. 사내 R&D 인력이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는 했으나 사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 때 해당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개방형 협력은 각기 다른 다양한 미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노키아(Nokia)가 운영하는 노키아 연구 센터(Nokia Research Center)에서 개방형 혁신 및 학계 연구를 총괄 관리하는 클라우디오 마리넬리(Claudio Marinelli) 이사는 이런 협력이 갖고 있는 가치는 대개 기성품과 다를 바 없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해결방안이 아니라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교수들과 소규모 협력을 진행하면(다양한 국가의 교수들과 협력하는 경우도 많다) 새롭게 떠오르는 다양한 연구 영역에서 펼쳐질 상황을 비용 효과적인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다. 가령 IBM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인 최첨단 연구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IBM 교수 연구지원금(IBM Faculty Award)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10  IBM 직원들은 협력을 지원하고 교육적인 발전을 장려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개인을 추천한다. 상금의 액수(4만 달러)는 그리 많지 않으며 상금을 수여받는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아니다. 상금을 제공할 때 지적 재산에 관한 문제가 개입되지도 않는다. 다만 IBM은 연구 결과를 공개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할 뿐이다. IBM 2010년 한 해 동안 20개 국에 위치한 70개 연구소에서 활동하는 105명의 연구자에게 상금을 수여했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와 같이 단기적이고 개방적인 탐구를 추진할 때 어떤 방법을 활용해야 할까? 우선 교수들이 유용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대학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가능한 단순한 형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셋째,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마감 시한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해야 한다. 또한 교수들은 프로젝트의 내용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쪽을 선호한다. 프로젝트 운영 방식이나 목표를 재량껏 결정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유형의 협력에는 위험이 수반된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결과가 매우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 진행 중인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해 어느 정도 결과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실패로 돌아가는 프로젝트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여러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이런 위험이 완화될 수 있다. 각 프로젝트의 비용이 다소 낮아지는 것 또한 위험이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대형 석유 회사의 한 임원은 이와 같은 시험 프로젝트 중 2년 후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비중이 20%만 돼도 만족한다고 이야기했다. 실패로 끝난 나머지 80%의 프로젝트는 2년의 시간이 흐른 후 자동적으로 종료된다.

 

그 외에도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시험 프로젝트의 결과를 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시험 프로젝트를 통해 충분히 교훈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런 위험을 극복하려면 가장 유망한 관계를 심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학계에서 활동하는 외부 파트너와 함께 연구를 진행할 내부 담당자를 임명하고 좀 더 장기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2. 개방적, 장기적: 원대한 도전

 

교수들은 중대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능숙하다. 따라서 개방적이고 장기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원대한 도전은 대부분의 교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협력 방식이다. 목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상호 작용 과정을 주의 깊게 관리하면 기업 역시 이런 종류의 협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가령, SGC는 약물 개발과 관련된 단백질 기초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머크(Merck), 노바티스(Novartis) 등의 제약회사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11  하지만 SGC 프로그램을 통해 도출된 모든 연구 결과는 공공 영역에 귀속되며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한다고 해서 기업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기업의 입장에서는 법률적으로 따졌을 때 연구 결과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한다 하더라도 개방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가령, 업계 선두 기업들이 업계 전체가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 행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할 경우 이런 방법을 택할 수 있다.12  제약회사 경영진은 연구 생산성은 떨어지는 반면 신약 개발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산학협동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말콤 스킹글(Malcolm Skingle) 이사는 업계 공유재산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집단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머크, 노바티스, 화이자(Pfizer) 등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다른 제약회사에서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 또한 스킹글과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개방형 과학 연구에 공동 투자를 하고 있다.

 

둘째, 기업이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해 새로운 영역 및 시장을 창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유형의 연구는 특정 기업의 보호하에 진행되는 연구에 비해 그 결과가 좀 더 빠른 속도로 널리 확산된다. 또한 그 결과 관련 기업들이 좀 더 수월하게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나갈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IBM을 들 수 있다. IBM은 서비스 과학 부문의 주요 연구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고 그 결과 서비스 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문제 및 의제를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됐다.13  개방형 연구 프로그램은 초기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교수들의 후속 연구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후속 지식 생성은 오픈 소스 플랫폼을 형성하기 위한 강력한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특정한 규범 및 기준에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해 새로운 혁신 생태계의 씨앗을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14  관련 사례로 선두적인 엔지니어링 업체 아럽그룹(Arup Group Ltd.)의 경우를 살펴보자. 1990년대 말, 아럽그룹은 새롭게 소방 엔지니어링 서비스 그룹을 선보이기로 결정한 후 소방 안전 구축과 관련 있는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여러 대학과 손잡고 장기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새로운 혁신 생태계에 투자한 아럽파이어참조.)

 

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 등 사회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또한 기업이 개방적이고 장기적인 산학협동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이유가 된다. 예를 들어, 석유 회사들은 다양한 형태로 대체 에너지, 탄소 배출 감소 등과 관련된 대규모 프로그램에 투자를 한다. 로열더치쉘이 좀 더 깨끗한 방식으로 화석 연료를 활용하기 위해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과 손을 잡고 진행 중인 5개년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2007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탄화수소를 추출해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15

 

개방적이며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가 기업에 주는 한 가지 중요한 이점은 공공 영역이나 제3의 영역으로 유입되는 추가 자본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초기 투자의 결실을 독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다른 곳에서 유입된 자본이 그 단점을 보완한다.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른 기업들과 함께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레버리지 비율이 특히 높아진다.

 

개방형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대학과의 장기적인 협상을 통해 거래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IBM 연구 실험실 컴퓨터 과학 부사장을 맡았던 시절 스튜어트 펠드먼(Stuart Feldman)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적 재산권을 둘러싼 계약상의 문제 때문에 대학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는 대학이 다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기를 바란다.”16  펠드먼의 말이 기업의 잇속만 차리려는 속셈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방형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기업과 대학, 양측 모두가 지적 재산권을 마음대로 휘두를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옳다. 개방형 연구 프로그램으로 인해 학계에서 활동하는 과학자가 자신이 소속된 대학의 뜻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과학자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지만 대학은 지적 재산을 통한 이익 창출에만 주력할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개방적이고 장기적인 성질을 갖고 있는 원대한 도전 방식의 프로젝트는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연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전략과 일상적인 관리, 둘 다를 담당할 특별목적회사(special-purpose vehicle)를 설립한 경우도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SGC 출범을 돕기로 하자 파트너들은 SGC를 하나의 독립체로 만들었다. (SGC는 토론토에 위치한 비영리 기업이다. SGC에 참여하는 제약업체,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를 비롯한 기타 자금 지원 단체의 담당자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SGC 관리를 맡고 있다.) SGC CEO는 생명과학 교수이자 생물공학 업체 설립자로 학계 및 재계에서 두루 존경을 받고 있는 알레드 에드워즈(Aled Edwards). 특별목적회사를 설립한 다음 CEO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면 양자 위원회나 다자 위원회를 괴롭히는 마비 현상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개방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 목표를 결정할 때는 실용적인 타당성에 대한 후원기업의 요구와 과학적 공유재산에 기여하려는 교수들의 성향 간 균형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업이 자사가 원하는 사업을 편협하게 정의한 다음 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규모 연구 프로그램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는 교수들도 있다. 따라서 연구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참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기술적인 차원에서 개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공적인 연구 프로그램이 2단계 지배 구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직급이 높은 이사회가 전반적인 방향을 정하고 기술위원회(혹은 과학위원회)가 개별 프로젝트의 목표를 정의해 지속적으로 목표 달성 여부를 관찰한다. 후원 기업들은 2단계의 지배 구조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 기업이 기술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으로 연구 결과를 흡수하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인텔(Intel Corp.)은 과학기술센터와 국제 연구소의 구조를 결정할 때 전략적인 차원 및 기술적인 차원에서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17 연구 의제를 결정할 책임은 대학 측의 책임 연구원과 인텔의 책임 연구원, 인텔의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가 동등하게 나눠 갖는다. 또한 각 프로그램에 최대 4명의 전속 연구원을 배치해 기술적인 차원의 협력을 지원한다. 인텔 실험실(Intel Labs) 산학협동 담당자 크리스토퍼 래밍(Christopher Ramming)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인텔 측 인력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업계 분위기를 알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강점 및 약점을 이해하고, 연구 결과를 실질적으로 접목할 수 있다.” 개방형 연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해서 지적 재산권을 갖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적극적으로 산학협동에 참여하면 경쟁업체들이 단기적으로 놓칠 가능성이 큰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개방형 협력을 진행하더라도 필요한 경우 차후에 다른 협력 방식을 따르는 좀 더 세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개방형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기업은 자사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정보가 공공 영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SGC는 후원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식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SGC 조직 내·외부에서 후원 기업의 요구 사항에 관한 정보 유출을 막는 메커니즘을 고안했다. SGC 경영진은 일종의신뢰할 수 있는 브로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즉 정보의 흐름을 주의 깊게 관리하고 정보 유출을 예방하는 것이다.

 

 

 

3. 보호주의적, 단기적: 확장된 작업실

 

일상적이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대학 연구진은 특히 역량 있는 파트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매우 전문화된 연구 집단이 갖고 있는 지적 능력에 접근하고 기업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과 다른 시각을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때 특정한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큰 공급업체, 판매기업, 컨설턴트 등과 달리 대학 연구진은 상업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다소 낮은 편이다.

 

필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살펴본 한 세계적인 엔진 제조업체는 혁신적인 원형 엔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대부분의 측면에서 엔진은 매우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지만 이따금씩 엔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회사의 R&D 담당 엔지니어들은 실패가 발생하는 원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고 결국 대학 측 파트너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엔진 회사 입장에서는 엔진 폭발 문제가 고도로 발달된 분석 역량을 필요로 하는 화급한 문제였다. 엔진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한 대학 연구진은 6주 만에 근본적인 폭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대학과 협력해 단기적이고 보호주의적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 관리자들은 두 가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먼저 교수의 입장에서는 이런 프로젝트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연구 결과를 출판할 기회를 얻기 힘들거나 그런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 자체를 위해 노력을 쏟아붓기보다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회 비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게다가 이런 프로젝트는 상당 수준의 비밀 엄수를 요구하며 기업은 문제와 해결방안 모두를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연구 결과 공개를 통해 학문적인 자본을 획득할 기회를 얻기 힘들다.

 

교수들이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에 좀 더 매력을 느끼도록 만들려면 프로젝트 자체를 장기적인 관계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포괄적인 협력 프로그램이 이미 진행 중일 때 해당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단기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최고의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서 언급한 엔진 제조업체는 해결방안을 제시한 연구진과 이미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따라서소방(firefighting)’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이들을 설득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대형 방위업체에서 산학협동 관계 글로벌 책임자를 지낸 적이 있는 한 관리자는 옛날부터 단기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교수를 모집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생산적인 관계를 제거하고 성공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전사적인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부터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학협동 관계를 맺더라도 향후에 좀 더 다채롭고 심도 깊은 연구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신뢰를 줄 수도 있다. 교수들 또한 이런 프로젝트가 자신이 갖고 있는 연구 문제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다. 흥미로운 문제가 있을 경우 차후에 이론적이고 실증적인 측면에서 정확도를 높여 개별적으로 심도 깊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협력의 목표를 정할 수 있으며 상업적인 조직과 협력할 때와 마찬가지로 해당 목표에 대한 결과가 제때 도출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확장된 작업실방식의 연구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은 신속하게 전문 지식 및 기술을 확대하고 자사가 당면한 문제나 과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산학협동에 참여하는 교수가 내놓은 연구를 실제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유형의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자사가 당면한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을 비밀에 부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채택되지 않은 잠재적인 해결방안은 예외다. 비밀 엄수를 원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비공개 협약만으로도 충분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간 진행하는 보호주의 방식의 산학협동이 매우 매력적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장 흔한 산학협동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신뢰할 수 있고 협력을 추진할 만하며 자사가 안고 있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수많은 교수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교수들을 추적하고 가늠하고 평가하기 위해 고객 관계 관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듯 대학 참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기업도 있다. 몇몇 교수들을 엄선해 지속적으로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등장하는 바로 그 순간 해결방안을 마련해 문제가 사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막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개방적인 성질을 갖고 있는아이디어 실험실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개별 교수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교수들은 결국 대학에서 정해놓은 정책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연구 활동이 각 대학 산하 관련 단체에서 요구하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령 노련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적인 손해보험 보상 범위를 제안하는 컨설팅 서비스 사무소를 운영하는 대학이 많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산학협동 담당부서에 관련 업무를 일임하거나 산학협동 관련 연락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학협동 담당부서나 관련 프로그램은 대학과 업계 측 파트너를 이어주는 중앙집중식 접점의 역할을 하며 산학협동과 관련된 계약 및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후원 조직을 물색하며 기업이 원하는 교수 및 학과를 섭외한다. 이런 사무소는 대학과 기업 간의 협력 관계를 전문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양측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술 이전 사무소18  내에서 이런 활동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관련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지적 재산을 처리할 책임 또한 기술 이전 사무소가 갖게 된다.19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과 계약 연구 협약을 맺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20  교수진과 산학협동 관리 사무소 사이에서 이상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지기는커녕 업무가 관료주의적이고 더딘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산학협동 프로젝트 중 특허 신청이 가능한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숫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산학협동을 통해 얻게 될 지적 재산의 가치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경우도 있다.21

 

이런 갈등을 피하려면 기업 관리자가 대학 산학협동 사무소와의 관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요 대학 파트너와의 기본틀 협약에 투자하면 협상 지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기본틀 협약을 체결하면 모범 계약 사례를 제시하고 신속하게 계약 연구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속성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방법을 채택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주립 대학교군()인 오하이오대 시스템(University System of Ohio), 영국의 더럼대(Durham University), 이스라엘의 히브리대(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등과 산학협동 협약을 체결한 P&G(Procter & Gamble)를 들 수 있다. 인텔(Intel)은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학-산업 연구 법인(University-Industry Research Corp.)이라는 이름의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대학-산업 연구 법인은 인텔 산하의 대형 센터 및 연구소에서 후원 기업과 대학 간의 계약 체결 및 자금 지원 업무를 독점적으로 처리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이런 방식 덕에 인텔은 자사의 대규모 연구소에 새로운 후원기업 및 대학을 추가할 때 좀 더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런 방식은 일관성 있는 관리 모형을 시행하고 산학협동에 참여하는 대학들을 과도한 행정 부담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4. 보호주의적, 장기적: 심층 탐구

 

대학과 손을 잡고 심층적이며 보호주의적인 방식으로 장기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협력 프로젝트는 대개 실험실이나 연구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층 탐구형식의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후원 기업이 연구를 통해 등장한 특허 신청 가능한 아이디어에 대해 우선적인 사용 권한을 갖게 된다. 이런 접근방법이 도입되면 연구진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연구를 장기적으로 진행하게 되며 기업은 경쟁업체가 관련 아이디어를 하위 영역에서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심층 탐구방식을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롤스로이스 홀딩스 PLC(Rolls-Royce Holdings PLC)를 들 수 있다. 20년 전 롤스로이스는 영국의 여러 대학과 손을 잡고 롤스로이스 대학 기술 센터(Rolls-Royce University Technology Centres)를 처음으로 설립했다. 현재 롤스로이스는 미국에서부터 중국에 이르는 세계 각지에서 약 30개의 센터를 운영 중이다. 각 센터는 연소, 공기역학, 소음/진동, 제조 기술 등 특화된 전문 기술 분야에 주력한다. 이런 노력 덕에 롤스로이스는 사내에서 모든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좀 더 뛰어나고 전문화된 역량을 보유한 연구센터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롤스로이스는 5년 단위로 각 센터에 자금을 지원한다. 연구센터가 구체적인 성과 목표를 달성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계약을 연장한다.

 

기업의 입장에서심층 탐구방식의 연구 프로젝트가 매력적인 이유는 연구 프로그램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연구원들에게 자사와 관련이 있고 자사에 도움이 되는 영역에 집중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협약을 체결하면 기업의 R&D 전략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좀 더 개방적인원대한 도전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을 때 발생하는 의제 표류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관계에서는 지적 재산권이 유효하기 때문에 대학 측 파트너가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을 외부에 유출할 위험도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좀 더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외부 파트너에게 중요한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등 협력에 좀 더 심도 깊은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법을 추진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연구 결과를 독단적으로 소유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고 연구 결과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병렬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연구 방향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형적인심층 탐구방식은 학계 파트너와 중기 협약(대개 3년 이상)을 맺고 새로운 센터를 설립하거나 기존 센터에 투자하는 것이다.

 

‘심층 탐구모형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리 방식 또한 중요하다. 기업과 연구 조직 간의 관계, 구체적인 단계나 성과와 연구비를 연동시키는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게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지적 재산 관련 조건을 확실하게 명시해야 한다. 가령, 화이자는 2006년에 향후 5년 동안 총 1억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스크립스 연구소(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22 와 협약을 체결했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가로 화이자는 스크립스가 찾아내는 연구 결과 중 약 절반에 관해 라이선스 우선권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협약 내용 중에는 스크립스가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을 때마다 화이자가 1∼2달 내에 라이선스 우선권을 행사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화이자는 자사가 라이선스 권리를 갖고 있는 연구 결과를 통해 향후 로열티가 발생할 경우 그중 일부를 스크립스에 넘기는 데 동의했다. 화이자가 우선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스크립스가 아이디어 활용에 관심이 있는 새로운 산업 파트너를 물색할 수 있다.

 

‘심층 탐구가 기업에 많은 이점이 있는 산학협동 방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이 없지는 않다. 협력에 참여한 대학 교수가 약속과는 다른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필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어느 대학-산업 연구 센터에서 동일한 프로젝트가 산업 측 파트너에게 두 차례판매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층 탐구와 같은 협약은 대학 교수들의 연구 활동을 장려하는 데 있어 유인체계(incentives)상 근본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 대학 교수 중에는 후원 기업이 독점적인 라이선스를 갖게 될 혁신을 이루는 것보다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알리는 데 더 커다란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신참 연구원과 선임 연구원 간의 갈등을 통해서도 이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신참 연구원들은 연구계 내에서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를 원하는 반면 선임 연구원들은 실험실을 유지하는 데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기업이 직면하는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는 산업 자본이 독립적인 대학 연구의 편견을 조장하고 모두에게 개방된 과학 의제를 독점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대중의 반발을 들 수 있다.23  제약, 석유 등 일부 업계의 관리자들은 이런 부분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998년 노바티스 농업 사업부는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식물 미생물학과와 무려 2500만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노바티스의 연구 지원은 사기업이 학계 연구를 독점하려 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외부의 비평이 줄을 이었다.24  엑손모빌(Exxon Mobile)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세계 기후 에너지 프로젝트(Global Climate and Energy Project)에 자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22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을 때도 논란이 일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할 방법이 있다. 먼저 기업은 수많은 교수들이 기업과 협력하는 주된 목적은 자신이 진행 중인 학문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교수들이 흥미로운 문제, 데이터, 장비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흥미로운 단서나 문제를 받아 든 대학 교수들이 재계와 학계, 양측의 관심을 끌 만한 해결방안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25  둘째, ‘심층 탐구방식으로 협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기밀성을 이유로 연구 결과 발표를 제한하거나 발견 내용에 대한 특허 신청 여부를 결정할 때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수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산학협동을 추진하는 기업은 학계 측 파트너와 합의해 정보 공개 관리에 관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즉 교수들이 발견한 내용에 관한 중요한(하지만 가장 중요도가 높지는 않은)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대학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은 추가적인 활용 및 발견을 위해 기업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연구 결과에 접근하기를 원한다. 협력 관계 내에서 교수들에게 좀 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기 부여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도움이 된다. 가령 연구를 통해 중요한 사실을 찾아낸 교수들에게 석좌교수 직위를 보장하거나 다년간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학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으로 보상을 제공하면 젊은 교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을 연구 프로젝트에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와 동시에 일부 교수들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상업화 실적을 자랑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26  이런 유형의 연구원들은 기업이 굳이 동기 부여책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상업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기업은 애당초 계약을 체결할 때 연구를 통해 새롭게 등장한 지적 재산에 대한 권리를 누가 가질지, 라이선스를 통한 로열티 수입을 어떻게 배분할지, 해당 프로젝트가 해당 연구원의 기타 상업 활동 및 사업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적절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

 

대학 부문은 그 규모가 크고 몹시 복잡하다. 뿐만 아니라 대학 부문 내에는 수많은 조직이 존재한다. 산업 파트너와 협력하는 데 매우 능숙하며 산업 파트너와 자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학도 있고 산학협동 경험이 제한적인 기업도 있다. 관리자들은 잠재적인 대학 파트너의 협력 역량을 신중하게 평가해 불필요한 준비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차후에 발견 내용에 대한 소유권을 두고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 외에도 국가에 따른 대학 연구 규정의 차이도 감안해야 한다. 가령,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교수들이 찾아낸 연구 결과에 대한 소유권이 대학에 귀속된다. 하지만 스웨덴과 이탈리아에서는교수 특권(professor privilege)’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연구 결과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다.

 

관리자는 대학 파트너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협력을 추진하는 게 가장 좋을지 결정을 내릴 때 협력을 진행할 대학의 특성을 주의 깊게 평가해야 한다. 가령 명문 공대 중에는 상업적으로 즉시 활용 가능한 응용 연구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대학이 많다. 다시 말해 이런 학교들은 필자들이심층 탐구라 부르는 방식의 산학협동을 진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좀 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대학과의 관계는 오로지 운에 맡겨두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대학과 기업, 양측 모두의 목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산학협동 모형을 설계하고 기간과 개방성 등 산학협동 시 고려해야 할 요소에 대해 적절히 고민한다면 얼마든지 대학을 장·단기적으로 가치 있는 파트너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

 

감사의 말씀

 

선진 경영 연구소(Advanced Institute of Management Research, RES-331-27-0063, EP/C534239/1)를 통해 도움을 주신 영국 경제 사회 연구 위원회(U.K. Economic and Social Research Council), 혁신 연구 센터(Innovation Studies Centre, EP/F036930/1)를 통해 도움을 주신 영국 공학 물리학 연구 위원회(U.K. Engineering and Physical Sciences Research Council)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또한, 영국 경제 사회 연구 위원회, 국립 과학 기술 예술 재단(National Endowment for Science, Technology and the Arts), 기업 혁신 기술부(Department for Business Innovation & Skills), 기술 전략 위원회(Technology Strategy Board)의 기금 지원을 바탕으로 설립된 영국 혁신 연구 센터(UK Innovation Research Centre, RES-598-28-0001)의 도움에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마르쿠스 퍼크먼·아몬 솔터

마르쿠스 퍼크먼(Markus Perkmann)은 임페리얼 칼리지 경영대학원(Imperial College Business School) 선임 연구원이며 아몬 솔터(Ammon Salter)는 동 대학원 기술/혁신 경영 교수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3417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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