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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ge of Hyper Specialization

超전문화 시대: 대격변에서 살아남기

토마스 W. 말론(Thomas W. Malone),타미 존스(Tammy Johns) | 99호 (2012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7·8월 호에 실린 토마스 W. 말론, 로버트 J. 라우바허, 타미 존스의 글 ‘The Age of Hyper Specializ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1776년,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Wealth of Nations)>에서 향후 수세기 동안 이뤄질 경제적 발전의 주요 동력을 ‘분업화(division of labor)’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번영의 많은 부분은 노동을 작게 쪼개서 다수의 전문 노동자가 수행하도록 하는 분업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식 경제와 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노동의 세분화는 과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업무의 하위 단계별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초전문화(hyperspecialization)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너무 달라서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근로의 신세계가 열렸다.
 
심하게 복잡한 오늘날의 공급망을 살펴보면 더 이상의 세분화는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일례로 787 드림라이너(Dreamliner)를 제작하겠다는 보잉(Boeing)의 야심 찬 계획은 초기만 해도 첨단 아웃소싱의 대표적 사례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각 협력업체에 맡겼던 부품들이 계획했던 만큼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서 보잉이 무리한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프로젝트는 계속 지연됐다. 보잉 웹 피이지에 나열된 787기의 주요 부품 협력업체만도 379개에 이르렀다. 실제 제품인 비행기도 이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기반 무형 상품의 생산 정보를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받아볼 수 있다면 업무가 얼마나 더 미세하게 나뉠 수 있겠는가.
 
산업화 초기에는 하나의 생산 업무(핀 제조)가 수많은 작업 단계로 나눠졌다면(핀 생산 공장은 18단계로 이뤄진다) 이제는 영업사원이나 비서, 엔지니어 등의 지식 근로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고도로 세분화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 생긴 직업들도 한물간 느낌을 줄 정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해도 그렇다. 소프트웨어 설계와 코딩, 테스팅 등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일을 나눠서 진행하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상황과 맞지 않는 이름이다. 이건 아주 단순한 예에 불과하다. 코네티컷에 본사를 둔 신생 소프트웨어 개발사 톱코더(TopCoder)의 경우 수십 명의 직원들이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톱코더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수주한 IT 프로젝트를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고 이를 전 세계 프리랜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경쟁을 붙인다. 전 세계 개발자들은 최고의 개발자, 즉 ‘톱코더’가 되기 위해 서로 경쟁을 벌인다. 예컨대 새로운 소프트웨어 상품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대회를 여는 것이다. 또는 고차원적인 프로젝트의 목표를 제시하고 개발자들에게 자세한 시스템 요구 사항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대회를 열 수도 있다. (톱코더는 개발자들이 의뢰기업에 세부 사항을 물어볼 수 있도록 온라인 포럼을 열고 포럼에서 오간 모든 질문과 답을 모든 개발자들에게 공개한다.) 가장 훌륭한 시스템 요구사항이 선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다른 개발자들은 필요한 소프트웨어 내용과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기 위해 경쟁한다. 각 부분을 개별적으로 개발하는 대회가 열린 이후에는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대회가 시작된다. 이렇게 해서 소프트웨어가 완성되면 프로그래머들은 다시 경쟁을 통해 오류를 찾아 수정하고 시스템의 잡다한 사항을 고친다.
 
톱코더의 모델은 흥미롭다. 200여 개 국에서 30만 명에 달하는 개발자 네트워크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톱코더는 구체적인 업무별로 다양한 의뢰를 받기 때문에 특정 분야, 예를 들어 이용자 인터페이스 설계에 뛰어난 개발자들이 해당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톱코더에서 일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개발자들은 전문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모듈과 같은 특정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개발자가 설계한 소프트웨어 일부를 통합하는 데 재능을 발견한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이 설계한 코드에서 버그를 발견해 고치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분업화라는 위대한 전통의 시대에 초전문화 현상은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다. 톱코더는 고객사에 이전 수준의 25%도 안 되는 가격에 이전 방식과 비교해 질적으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결과물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높은 보수를 받으며 일하는 개발자들을 잘 관리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살펴보겠지만 업무 품질과 속도, 비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이 같은 모델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인 이점 훼손 없이 100% 활용될 수 있을까? 초전문화가 가져올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잠재적인 위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빠르고, 싸고, 통제 가능하다
 
비슷한 기술로 촉진되기는 하지만 ‘초전문화’는 아웃소싱이나 해외로의 시설 이전과는 다르다. 그보다는 과거에는 한사람이 소화했던 일을 각 부분에 전문성을 지닌 여러 사람이 나눠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웃소싱이나 해외 이전이든 아니든 분업은 품질과 속도, 비용 개선으로 이어진다.
 
초전문화로 얼마나 품질이 개선될지 가늠하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과 상관없고 그래서 잘하지 못하는 일에 개인적으로 얼마나 시간을 쏟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과거 수공업 노동자처럼 오늘날의 지식 노동자들은 다른 사람(특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면 더 싸게, 더 빨리 해낼 수 있는 잡다한 일에 시간을 뺏기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매니저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제작에 필요한 작업 능력이나 디자인 감각이 별로 없는데도 슬라이드를 만드는 데 무수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저렴한 가격에 슬라이드 작업을 위임할 수 있는 이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톱코더와 같은 업체를 이용하면 파워포인트 사용에 능숙한 전문가에게 즉각 일을 맡길 수 있다. 지역적 범위를 더 넓혀보면 아주 뛰어난 슬라이드 제작자는 물론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오타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고 프레젠테이션 유형별로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사무용품 영업 프레젠테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고 제약업체 내부 프로젝트 평가 회의에 뛰어난 전문가가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그래픽 디자이너까지 더하면 프레젠테이션의 수준은 의심할 여지없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각 부분에 뛰어난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작업의 질이 개선된다. 톱코더 프로젝트처럼 해당 부분에 뛰어난 사람들이 서로 경쟁할 때 개선의 폭이 더욱 커진다. 이것이 바로 온라인 ‘개방형 혁신 시장’을 표방하는 이노센티브(InnoCentive)가 지닌 동력이다. 이노센티브는 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는 기업을 독창적 솔루션을 지닌 사람들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참조: 저자 중 한 명인 토마스 W. 말론은 이노센티브 자문 이사로 재직 중이다.) 수천 명의 과학자, 공학자, 학생 등이 이노센티브 웹사이트에서 흥미로운 도전 과제를 찾는다. 가장 뛰어난 해결법을 내놓는 사람은 기업이 내건 상금을 가져갈 수 있다. 어떤 과제의 경우 상금이 10만 달러를 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 이노센티브는 뛰어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물망을 넓게 던지면 기업 내부 전문가의 한계를 시험하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찾을 수 있다. 경영 전문 기고가 줄리안 버킨쇼(Julian Birkinshaw)와 스튜어트 크레이너(Stuart Crainer)는 다국적 제약업체 로슈(Roche)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로슈는 자동 화학 분석장치를 통해 임상 표본의 양과 품질을 측정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원했다. 그래서 2008년 이노센티브를 통해 해결법을 찾기 위한 콘테스트를 열었다. 2개월 후 전 세계에서 113개의 해결책이 접수됐다. 로슈 진단 사업부 매니저 토드 베딜리온(Tod Bedilion)은 무려 15년간 매달려왔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한 참가자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로슈의 사례는 초전문화의 또 다른 이점을 보여준다. 속도다. 문제되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 해결 대회를 열었더니 해결책을 찾는 속도가 드라마틱하게 빨라졌다. 일반적으로 초전문화는 관련 업무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동시에 수행하는 여러 사람에게 분배한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일을 처리하면 그만큼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례로 캐스팅워즈(CastingWords)는 음성 파일을 필사하는 작업을 놀라운 속도로 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끔 음성 파일을 녹음하는 시간보다도 더 짧게 걸리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간단하다. 음성 파일을 잘게 쪼개서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기만 하면 된다. 아마존(Amazon)에서 운영하는 사이트(Mechanical Turk)를 통해 모집된 사람들은 동시에 필사 작업에 들어간다. 각각의 작업은 서로 조금씩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받아 적었는지 비교하고 오류를 잡는다. 그리고 각 부분을 하나로 연결해서 완성품을 만든다. 앞으로 일을 맡길 때 어떤 사람이 믿을 만한지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완성도 평가 결과는 외부에 공개된다. 사용자 멀린 만(Merlin Mann)은 캐스팅워즈 홈페이지에 “캐스팅워즈는 마법 같다. 1시간 동안 중얼거린 파일을 MP3로 올렸더니 하루 만에 전부 필사해줬다. 정말 놀랍다.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이라도 부린 것 같다”고 코멘트를 올리기도 했다.
 
컴퓨터 기반 업무를 다양한 작업자에게 나눠주는 방법은 단순 작업 속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시간에 쫓기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작업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2007년 유명 컴퓨터 과학자 짐 그레이(Jim Gray)가 소형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실종됐던 사건을 생각해 보라. 그의 실종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3만 평방마일에 달하는 바다 한가운데서 그를 찾아내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후 며칠 동안 실시간에 가까운 위성사진이 수천 명의 메케니컬 터크 작업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위성사진을 정밀하게 관찰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런 활동은 사무실 건물의 야간 감시 카메라 테이프를 관찰하며 의심스러운 행동을 잡아내거나 다국적 기업 본사의 지시 사항을 동시에 여러 언어로 번역하고 잠재적 고객의 복잡한 사업 제안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는 등 무수히 많은 기회를 가능하게 했다.
 
초전문화를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로슈의 베달리온은 이노센티브에 일을 맡겨본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0명에 달하는 전문가를 한방에 모아놓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나 이틀에 걸친 세미나를 연다면 이들의 출장 경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므로 비싸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결과물은 수백 장의 포스트잇 종이에 적힌 메모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노센티브에서는 113개의 상세한 제안서를 받았다.”
 
대부분 기업들이 가장 크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자사 직원들이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초전문화는 지식형 근로자들이 끌어안고 있던 업무를 원거리 전문가들에게 맡겨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되도록 한다. 그러면 지식형 근로자들은 그 시간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2B 판매 과정에서는 정확한 계약 정보가 말끔하게 정리돼야 한다. 아주 중요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영업 책임자가 이 일을 맡는다면 고급 인력을 잘못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보다는 세분화된 전문가를 고용하는 편이 낫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비영리업체 사마소스(Samasource)가 그 예다. 사마소스는 개도국에 사는 개인에게 데이터 입력 작업을 맡긴다. 그들은 웹 조사나 직접 통화 등을 통해 각 기업의 인터넷 주소와 전화 번호, e메일 주소, DUNS(Data Universal Numbering System·기업 식별코드) 등 정보를 확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기업이 해당 업무를 수행할 부서를 만드는 대신 외부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면 더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미국 전역 법률 회사에서 신입 변호사들이 판례를 조사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지 생각해 보라. 이 일을 법률 분야별로 전문가에게 맡기면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라. 기업은 미국 반독점 판결과 관련된 각종 판례와 규정, 소송 제기 일정이나 텍사스 살인 사건 재판에 대한 증거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들 전문가에게 신입 변호사보다 5배나 많은 시급을 지불하더라도 비용 대비 결과물은 훨씬 나을 것이다.
 
 
초전문화 시대의 기업 경영
 
초전문화는 작업 배분의 거시적 부분에서 미시적 부분까지 조직 운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특정 부서에서 담당하던 일을 분리시킬 수도 있고 업무 절차나 분류 자체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경영진은 정보 입력과 같은 단순 작업을 사마소스와 같은 업체에 맡길 수 있고 세계 최고 전문가 집단의 힘을 빌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탤런트 그룹(Business Talent Group)이나 유어앙코르(YourEncore)는 프리랜서 전문가들로 네트워크를 짜서 단가가 높은 단기 프로젝트나 부가가치가 높은 컨설팅 업무를 의뢰받아 수행한다. 어떤 업무를 수행하든 초전문화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우선순위와 경영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경영진은 지식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만한 작은 단위로 나누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둘째, 전문 근로자를 모집하고 이들의 업무에 대한 조건 및 가치를 설정해야 한다. 셋째, 업무의 질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별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업무 쪼개기.
초전문화를 통해 지식기반 작업을 혁신하려면 우선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업무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업무 지도를 만들면 전문 인력을 이용해 좀 더 빨리, 좀 더 싸게, 좀 더 훌륭하게 달성될 수 있는 업무와 하위 업무를 파악할 수 있다. 거대 제약업체 화이자(Pfizer)는 2008년 ‘화이자웍스(pfizerWorks)’라고 불리는 업무 지도 작성 작업에 돌입했다. 그 결과 화이자 내에서 가장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지식 근로자들이 데이터 입력이나 인터넷 검색, 기본적인 프로그램 분석,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제작 등에 업무 시간의 20∼40%를 소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이자는 이런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단 인도 업체에 업무를 위임했고 이후 오하이오에 있는 미국 기업에도 일을 맡겼다.
 
지식 업무를 나눌 때는 업무 간 의존도를 파악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을 때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을지를 살펴야 한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한 다국적 기업이 행정부서를 재편하면서 경영진의 출장 준비를 비서 중 일부를 뽑아 만든 그룹에 맡기기로 했다. 이들을 출장 담당 전문가로 활용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 결정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출장 업무는 다른 회의 계획이나 가족 생일 및 기념일 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역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비서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근로자 모집 및 업무 배분.
초전문화된 업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 직원을 쓰거나 외부 협력업체와 전속 관계를 맺거나 기업과 전문가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중개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미국의 한 기술 기업은 내부 소프트웨어 개발 절차를 초전문화하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을 이용하는 실험을 했다. 화이자웍스는 소수의 전속 아웃소싱 협력업체를 뒀다. 티셔츠 회사 스레드리스(Threadless)는 자체적으로 전문 근로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품 디자인과 평가 업무를 맡긴다.
 
초전문화 시대의 경영진은 전속 관계를 맺은 중개업체와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숙련된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 업체는 최근 수년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료 ‘새로운 형태의 중개업체’ 참조)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서비스가 요구가 있을 때 즉시 컴퓨터 용량 및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 이런 회사들은 기업 요구에 맞춰 전문화된 근로자를 제공하는 ‘크라우드 컴퓨팅(crowd comput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개업체들은 아주 작은 일에서 꽤 큰일까지 다양한 업무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케니컬 터크나 사마소스 근로자들은 수센트에서 수달러의 급여에 몇 초 혹은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랜스(Elance)나 오데스크(oDesk)와 같은 프로젝트 사이트들은 그래픽 디자인이나 문서 작성, 사업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간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보수는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 수준이다. 이노센티브나 톱코더 같은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과학 연구 등 복잡한 대형 프로젝트를 맡는다. 이에 대한 보수는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초전문화 흐름에 합류한 기업들은 외부 근로자들을 위해 다양하고 혁신적인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은 보수를 활용하지만 다른 유인책을 사용하는 업체도 많다. 예를 들어 톱코더의 경우 참가자별 자세한 업무 성과를 전체 회원에게 공개한다. 자신의 이름을 ‘최고 성과자’ 목록에 올리기 위해 회원들은 최선을 다한다. 업무 선택 권한을 주는 것도 또 다른 동기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 톱코더의 설립자 잭 휴즈(Jack Hughes)는 업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톱코더의 생산성을 높이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초전문화가 확대될수록 뛰어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영업 및 마케팅 조직이 고객의 관심을 끄는 방식과 유사하다. 즉,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결정하는 한편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참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전문가 집단을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 기업 운영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업무 중개업체
 
근로 세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업과 초전문화된 근로자들을 연결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중개업체가 부상하고 있다. 대부분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보수에 추가 요금을 붙여서 매출을 낸다. 중개업체는 담당하는 업무 종류에 따라 나뉜다. 아마존의 메케니컬 터크는 몇 센트짜리 단순 업무를 중개하고 톱코더는 대규모 IT 프로젝트나 지적 재산권 이전과 같은 서비스에 대한 전문가를 찾아준다.
 
이런 중개업체들이 보다 큰 규모의 대형 업체로 성장하고 신뢰를 얻게 되면 초전문화는 주류가 될 것이다. 이들은 가용 근로자 집단과 고객사를 함께 늘려야 한다. 또한 근로자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작업 종류를 확대해주고 고객사에는 충분한 인력을 제공해야 한다. 보안과 프로젝트 관리, 품질 통제 등을 확보한 업체들이 업계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 1997년: 구루닷컴 설립. 등록 회원 수 100만 명. 220개 부문에서 인재 서비스 제공.
 
● 1998년: 이랜스 설립. 그래픽 디자인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웹 개발, 도움말 작성 전문가를 찾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서비스 제공. 2000년 9월까지 업계 선도 투자자들로부터 5000만 달러 이상 자금 모집.
 
● 2000년: 라이브옵스 설립. 2만여 명의 재택근무자를 두고 기업의 수요가 있을 때마다 분 단위로 요금이 책정되는 콜센터 서비스 제공.
 
● 2001년: 이노센티브 설립. 열린 혁신을 지향하는 최초의 글로벌 웹 커뮤니티. 과학 기술 분야 난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의뢰인’에게 ‘해결사’가 답을 제시.
 
● 2001년: 톱코더 설립. 코드 전문가들이 알고리즘 개발에서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대회를 개최. 이후 기업들이 의뢰하는 대로 설계 및 개발과 관련된 각종 경쟁 대회를 개최.
 
● 2003년: 오데스크 설립. 2009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결제되는 서비스 대금이 1억 달러를 넘었다고 발표. 소속 작업자 대부분이 미국 외 국가에 거주.
 
● 2005년: 캐스팅워즈 설립. 음성 파일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필사 서비스를 제공.
 
● 2005년: 메케니컬 터크 설립. 최초 목적은 아마존의 자체 작업 수행이었음. 현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작업을 배분해주는 통로 역할을 함.
 
● 2007년: 크라우드플라워 설립. 영상 자료 및 텍스트에 담긴 정보를 확인하거나 분류하는 작업을 기업의 요청대로 수행.
 
● 2008년: 사마소스 설립. 컴퓨터 기반 작업을 전 세계 빈민층에게 배분.
 
품질 관리.
초전문화 업무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외부 근로자를 고용하기 전에 근로자의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 오데스크나 구루닷컴(Guru.com)을 비롯한 일부 프로젝트 기반 중개업체들이 아직 이 방법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10년간 새로 개발된 방법도 여러 가지 있다.
 
결과물을 기준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이 그중 하나다. 예를 들어 이노센티브에서 경쟁대회를 열 때 업무를 의뢰한 기업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개발될 때까지 값을 내지 않는다. 메케니컬 터크를 이용하는 기업 역시 작업 결과물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돈을 내지 않는다. 또 다른 방법은 다수 근로자에게 동일한 작업을 나눠주고 반복되는 결과물만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 작업 과제와 답이 이미 알려진 과제를 섞어서 나눠주는 방법도 있다. 인력 중개업체 크라우드플라워(CrowdFlower)는 과제에 틀린 답을 내놓은 사람의 작업 결과는 거절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한 그룹의 근로자들에게는 과제를 주고 다른 그룹에서는 그 결과를 평가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통합.
개별적으로 생산된 결과물을 일관성 있는 하나의 답으로 통합하는 것이 초전문화의 마지막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1999년 3월 호에 말론 등 저자가 실었던 기사 ‘경영과학: 흐름, 공유, 조합(Management Science: flow, sharing and fit)’에 언급된 3가지 형태의 의존성을 관리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절차를 직접 감독하는 것이다. 톱코더에서 상당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은 ‘부조종사(copilots)’로 임명돼서 고객사가 열어야 할 대회의 개념을 정립하고 효과적인 경쟁을 위해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들은 다른 전문가의 작업을 조정하는 데 초전문화한 사람들이 된다.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다른 효율적인 방법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이전 작업의 결과물에 따라 후반 작업이 달라지는 ‘흐름 의존(flow dependency)’ 업무에서는 각 작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이때 적절한 소프트웨어를 도구로 사용하면 작업 상태를 추적하고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캐스팅워즈는 음성 파일을 작게 쪼개서 다양한 작업자들에게 분배하고 이들이 필사한 내용을 서로 비교해 맞지 않는 내용이나 오류를 고쳐서 하나의 문서로 통합하는 전문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1명 이상의 작업자가 같은 자원을 공유하는 ‘공유 의존(sharing dependency)’ 업무에서는 다양한 시장과 입찰을 활용해서 작업을 관리한다. 예를 들어 톱코더 프로그래머들은 소프트웨어 자료실에 자신이 개발한 모듈을 올리거나 이미 올려진 다른 사람의 모듈을 재사용한다. 자료실에 올려둔 모듈을 다른 작업자가 사용하면 개발자는 그때마다 로열티를 받는다. 해당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시간 또한 중요한 공유 자원이다. 앞서 언급한 모든 중개업체들은 고정된 가격을 제시하거나 입찰 시장을 통해 가격을 정해서 이에 대한 의존성을 관리한다.
 
‘조합 의존성’은 개별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하나로 통합할 때 발생한다. 모듈 구조와 기준은 조합 과정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톱코더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소프트웨어 모듈 간 인터페이스를 명확히 정의해서 전체 구조를 짠다. 전체 구조가 만들어지면 각각의 모듈이 동시에 개발되면서 전체 작업의 속도를 높인다.
 
카네기 멜론대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 크라우드포지(CrowdForge)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 이 시스템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여러 사람이 쓴 단락을 하나로 묶어서 매끄럽게 이어지는 산문을 만들 수 있을까? 크라우드포지는 이 문제에 도전하기 위해 메케니컬 터크에서 작업자를 찾아 백과사전에 넣을 글을 의뢰했다. 우선 글의 개요를 짤 작업자를 모집했고 다른 작업자에게는 개요의 각 부분에 들어갈 자료를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다른 작업자들에게는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각 섹션에 들어갈 단락을 작성해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시스템은 자동으로 처음에 만들어 놓은 전체 개요에 맞춰 단락들을 조합했다. 외부 평가원들은 이렇게 완성된 글이 같은 비용에 1명의 저자가 완성한 글보다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런 방법이 다른 글쓰기에도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아마도 언젠가는 사업 보고서나 제안서 등 다른 문서들을 혼자 작성하는 일이 수작업으로 옷이나 가구를 만드는 일만큼 드물어질지도 모른다.
 
 
좋은 점과 나쁜 점
 
초전문화는 기업과 근로자, 사회 전체에 중요한 이점을 안겨준다. 하지만 잠재적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초전문화의 장단점은 아웃소싱이나 시설 이전의 장단점과 비슷하지만 초전문화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잠재성.초전문화는 근로자와 기업에 전통적인 근로 방식이 주지 못한 유연성을 제공한다. 콜센터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라이브옵스(LiveOps) 직원들은 유연한 근로를 큰 장점으로 여긴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과 가정을 함께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자율성 또한 큰 매력이다. 기업 입장에서 초전문화는 생산 능력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발생했을 때 적십자 직통 전화는 기부하겠다거나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적십자는 재빨리 라이브옵스 직원 300명을 고용했고 그들은 며칠 동안 1만7000통에 달하는 전화를 처리했다.
 
초전문화는 많은 국가의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미스매칭 문제를 완화해줄 수 있다.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전 세계 기업들은 영업 대표나 엔지니어, 회계사 같은 주요 업무 담당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숙련된 회계사가 별로 어렵지 않은 업무를 초전문가에게 나눠주면 인력 부족 현상은 완화될 것이다.
 
기존 직업시장에서 불리한 입장이었던 구직자들도 초전문화로 수혜를 볼 수 있다. 온라인 중개업체의 경우 근로자들은 이력서나 경력, 추천이 아니라 오직 성과로만 평가받는다. 내세울 경력이 하나도 없는 사회 초년병이나 완전히 일손을 놓고 싶지 않은 노인,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직장에서는 각종 차별을 받을 위험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은 각종 제약에서 해방될 것이다. 오하이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펄 인터랙티브 네트워크(Pearl Interactive Network)는 화이자웍스(pfizerWorks)에서 아웃소싱한 업무를 수행할 때 장애인을 우선 고용한다.
 
초전문화는 개도국에 사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노동 이동성을 제공한다. 선진국 임금은 개도국보다 8배나 많다. 사마소스나 텍스트이글(txteagle)이 작은 업무들을 개도국 근로자에게 주면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근로자들의 생활 여건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위험.
초전문화의 미래를 위협하는 먹구름도 있다. 하버드대 법학 교수 조너선 지트레인은 이를 ‘디지털 노동 착취(digital sweatshops)’라고 부른다. 노동자가 아주 낮은 임금만 받고 착취당한다는 의미다. 노동 시장별로 임금 수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착취에 가까운 임금이 개도국에서는 꽤 매력적인 제안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고른 경제 성장이 이뤄지면서 시간이 지나면 노동 시장 간 차익 거래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노동 시장별 임금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물론 노동 착취는 인터넷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하버드대 산하의 인터넷 사회 연구 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 & Society)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메케니컬 터크 작업자들은 온라인 보수 수준이 오프라인상 보수보다 공정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위험은 작업을 잘게 나누는 과정에서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원래 의도를 숨기고 노동력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업자들은 자신의 믿음과 다른 일을 자신도 모르는 새 할 수 있다. 메케니컬 터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작업의 40% 이상은 스팸메일을 만들거나 시민운동을 가장한 정치 및 기업 선전 활동에 이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메케니컬 터크와 같은 소규모 중개업체들은 인터넷에서의 사기를 더욱 쉽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업무가 아주 작게 나눠지면 일의 의미와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애덤 스미스는 분업화가 강도 높게 진행돼서 작업이 몇 개 안 되는 단순 활동으로만 이뤄지면 사람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급여 지불에 대한 보장 없이 결과를 보고 급여를 주는 ‘스펙 방식’이 늘고 전자 네트워크로 연결된 직원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것도 문제다. 둘 다 초전문화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그래픽 디자인이나 원고 작성 분야에서는 결과물을 내고 그에 따라 급여를 받는 방식이 굳어진 상태다. 공장에서는 근로자를 밀착 감시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경쟁 대회를 통해 일하면서 일반적인 프리랜서보다 더 많은 일을 스펙 방식으로 처리한다거나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전자 감시를 강화한 중개업체 등이 문제다.
 
마지막으로 산업혁명이 전통 수공업자를 사라지게 만든 것처럼 초전문화가 확산되면서 특정 유형의 직업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혁명 당시 새로운 유형의 근로 방식을 관리하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고통이 따랐다. 초전문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와 같은 고통이 재현될 수 있다.
 
향후 조치.
초전문화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금은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들이 초전문화 영역에도 함께 적용되고 있다. 규칙은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다르다. 국가별로 비슷한 규칙이 만들어지면 기업이든 정부든 주체가 돼서 기업과 근로자가 느끼는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악독한 노동 착취나 기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근로자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제공하며, 정부가 적절한 세수를 얻을 수 있는 자유무역구역과 비슷한 경제구역 설립이다.
 
초전문화를 감독할 글로벌 규정과 관행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초전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다수 국가, 특히 유럽연합(EU)의 노동 규제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 정체를 우려하는 개도국이 변화에 저항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수행되는 지식 근로를 일종의 국제 교역 대상으로 재정의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면 지식 교환을 위한 국제 규정 수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거래를 급격히 팽창하게 만들었던 GATT나 WTO처럼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어 모두에게 이로운 윈윈 효과를 낼 것이다.
 
초전문화된 근로자들에게는 기술을 개발하고 경력을 하나의 중개업체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경험을 공유하거나 울분을 토하기 위해 동료들과 네트워킹하기를 원한다. 이전에도 우리는 전 세계에 흩어진 21세기 디지털 근로자의 전문성 개발과 공동체 의식을 위한 조합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프리랜서 조합(Freelancers Union)과 다른 독립 노동자를 위한 조직들은 이런 니즈를 반영해 세워졌다. 초전문화를 담당하는 중개업체 또한 같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업무가 잘게 쪼개진다고 해서 반드시 일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의료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아주 좁은 범위에 초점을 둬서 일하면서도 보람을 느낀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공장 노동자와 달리 디지털 초전문가들은 쉽게 자신의 경력을 쌓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의 경우 이노센티브에서 어려운 전문 작업을 하고 난 후 메케니컬 터크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일을 하면서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미래 전망
 
지식 근로의 미래를 논할 때는 컴퓨터가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게 하는 ‘인공 지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양의 텍스트를 분석해주는 차세대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예다. 판례를 조사하는 단계에서 사용되는 이 소프트웨어는 법률 회사 신입사원이 상자에 가득 담긴 문서를 하나하나 읽으며 처리해야 했던 일을 대신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초전문화 대상이 됐던 활동들은 기술 발달로 100% 자동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 지능은 다른 분야에서도 일부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관리하면서 초전문화를 가능하게 하거나 강화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초전문화를 적극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해당 업무를 100% 자동화할 수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초전문화는 지난 수십 년간 기업 경영을 가능하게 한 IT 도구의 인간 버전이다. 컴퓨터 기술의 경우 단순히 이를 구매해서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컴퓨터 기술을 조직 혁신 및 실제 업무 수행과 연관해서 현명하게 사용해야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초전문화도 비슷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만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초전문화에 대한 1세대 실험은 메케니컬 터크나 톱코더와 같은 중개업체에 의존해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 확산되면서 기업은 자사의 내부 활동을 조직하는 데도 이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때쯤에는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정부나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새로운 유형의 중개기관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초전문화를 지지하는 새로운 환경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영리 기업과 정부 기관, 비영리 기관 모두 글로벌 규정 및 기준을 준수할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과 비슷하지만 교환 대상은 정보나 재화가 아니라 지식 근로가 될 것이다. 또한 이런 현상은 전 세계에서 뜨겁게 약진하는 지식 근로의 새로운 흐름을 몰고 올 것이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토마스 W. 말론 · 로버트 J. 라우바허 · 타미 존스
 
토마스 W. 말론(Thomas W. Malone)은 MIT 경영대학원 급비 경영학 교수이며 MIT 집단지성센터(Center for Collective Intelligence) 설립 소장이다. 저서로는 <노동의 미래: 새로운 경영 질서 수립이 조직과 경영 방식, 삶에 가져온 변화(The Future of Work: How the New order of Business Will Shape Your Organization, Your Management Style, and Your life)>가 있다. 과학자 로버트 J. 라우바허(Robert J. Laubacher)는 MIT 집단지성센터 부소장이다.
타미 존스(Tammy Johns)는 맨파워그룹(ManpowerGroup)의 혁신 및 노동 솔루션 선임 부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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