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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Shared Value

‘이익+사회공헌’ 공유가치를 창출하라

마이클 E 포터 | 86호 (2011년 8월 Issue 1)
 
 
편집자주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1∼2월 호에 실린 마이클 E. 포터와 마크 R. 크레이머의 글 ‘Creating Shared Valu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곤경에 처했다. 최근 수년간 기업은 사회·환경·경제적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됐고, 기업이 공동체의 이익을 담보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려면 할수록 모든 사회 문제의 책임을 기업에 돌리는 경향도 강해졌다. 기업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정당성을 잃고 있다. 기업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정치 지도자들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업은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버렸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기업에 있다. 이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치 창출에 대해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가치 창출의 의미를 단기 재무 성과를 개선하는 것으로 좁게 정의했다. 반면 가장 중요한 고객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업의 장기 성공을 좌우하는 보다 포괄적인 영향력을 무시했다. 기업은 자사 고객의 안녕을 고려하지 않았고 필수 자원의 고갈과 주요 협력업체의 생존문제, 자사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공동체의 경제적 고통에서 눈을 돌렸다. 또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건비가 싼 곳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믿었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에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악화시켰다.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 발전 사이에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성립했고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정책을 통해 제도화됐다.
 
기업은 기업 활동과 사회를 규합하는 데 앞장서야만 한다. 선도 기업과 사상가들은 이런 인식을 받아들이면서 긍정적 변화를 약속하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산발적 노력을 한데 모아 방향을 제시해줄 전체적 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며 대부분의 기업은 사회 문제 해결이 기업 활동의 핵심이 아니라 부수적 임무일 뿐이라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편견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유 가치(shared value)’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는 사회의 요구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다는 원칙이다. 기업은 사업 성공과 사회 발전을 연계시켜야 한다. 공유 가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자선 활동,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경제적 성공도 함께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다. 기업 활동의 부수적 산물이 아니라 핵심 목적이 돼야 하는 공유 가치 창출은 경영 전략의 혁신을 가져올 주요한 원칙이다.
 
철저한 사업 운영으로 명성이 자자한 GE와 구글, IBM, 인텔, J&J, 네슬레, 유니레버, 월마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사회 이익과 기업 성과 사이의 관계를 재정의해서 공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활동을 이미 시작했다. 그러나 공유 가치가 어떤 식으로 혁신을 가져올지에 대한 인식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유 가치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리더들과 경영자들이 관련 역량과 지식을 축적해 사회의 요구와 기업 생산성의 진정한 기반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영리와 비영리 부문을 넘어서 협업하는 역량을 길러야만 한다. 정부는 공유 가치 창출을 저해하기보다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고 효율성을 개선하는 한편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를 축적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협의의 자본주의를 믿는 기업들은 보다 포괄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할 때 자본주의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 기회는 항상 존재해왔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그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기업은 자선 단체가 아니다. 기업은 기업다울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해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제 신개념의 자본주의를 정립할 시간이 왔다. 사회의 요구는 시급하고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고객과 직원, 새로운 세대는 기업의 주도적 역할 수행을 기대한다.
 
기업의 목적이 단순한 수익 추구가 아니라 ‘공유 가치 창출’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기업의 방향을 바꾸고 나면 글로벌 경제 속에서 새로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의 물결이 시작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새롭게 정의되고 기업과 사회의 관계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된다. 무엇보다 공유 가치 창출을 통해 기업은 다시 존재의 정당성을 찾게 될 것이다.
 
‘공유 가치(shared value)’란 무엇인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함께 발전시키는 정책 및 경영 방식을 통해 공유 가치가 실현된다. 따라서 공유 가치는 사회 발전과 경제적 이익 창출의 상관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서 가치란 최종 결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투입 비용 대비 이익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가치는 상품 판매로 얻은 매출에서 생산 비용을 제외한 수익을 지칭한다. 그러나 기업은 사회 문제에 관해서는 가치 창출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고 부수적 문제로만 치부해왔다. 그 결과 경제 가치와 사회 가치 사이의 연결고리는 약해졌다.
 
사회 부문에서 가치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는 훨씬 적다. 사회 단체와 정부 기관은 제공 혜택과 지출 비용으로만 성공을 파악한다. 그러나 정부와 NGO가 가치 창출을 목표로 삼기 시작하면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아야 할 필요성은 증가할 것이다.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
오랫동안 기업과 사회는 적대적 관계를 이어왔다. 이는 사회가 혜택을 입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제적 성공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경제학 이론 때문이기도 하다. 신고전주의 사상은 안전, 장애인 고용 등과 같은 사회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제약해야 한다는 믿음을 전파해왔다. 수익을 극대화한 기업에 사회 복지를 위한 제약을 가하면 기업의 비용이 증가해서 결국 수익도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이 바로 ‘외부성(externality)’이다. 결론은 신고전주의와 같다. 환경 오염은 기업 활동의 결과로 생기지만 이를 감당하는 건 기업이 아니라 사회다. 즉 기업 활동의 결과가 외부로 방출되는 것이다. 기업이 만들어낸 사회 비용을 기업 스스로 책임지도록 만들기 위해 사회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고 규제 및 처벌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논리는 그동안 많은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 또한 이러한 시각에 영향을 받아 사회 및 환경 비용을 기업의 경제 비용에서 제외하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기업은 기존사업 환경을 당연시하며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 규제에 저항했다. 사회 문제 해결의 몫은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로 넘겨졌다. 외부 압력으로 만들어진 CSR 프로그램은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할 비용으로 취급됐고 그 범주를 넘어선 노력은 주주의 돈을 무책임하게 사용하는 행위로 간주됐다. 정부 또한 공유 가치 창출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 정책을 도입했다. 각자는 상대가 자신의 목표에 방해가 된다고 여겼고, 그러한 믿음에 따른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공유 가치는 이와 반대의 개념, 즉 기존 경제적 요구를 넘어선 사회적 요구가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사회 문제나 병폐는 에너지·원자재 낭비, 안전 사고에 따른 비용, 부실한 교육을 보강하기 위한 추가적 연수 프로그램 등 결국 기업의 ‘내부’ 비용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사회 문제와 제약을 해결한다고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및 운영 방법, 경영 전략을 이용한 혁신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개선되고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공유 가치는 개인의 이윤 추구가 아니며 기업이 이미 창출한 이익을 재분배를 통해 함께 ‘나누자’는 개념도 아니다. 공유 가치는 경제·사회적 가치의 총량을 확대하자는 개념이다. 공유 가치가 요구하는 시각의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공정 구매 운동이다. 공정 구매는 가난한 농부가 재배한 농작물에 더 높은 값을 지불해 농부들이 빈곤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걸 목표로 삼는다. 숭고한 목적이긴 하지만 공정 구매는 전체 가치의 총량을 확대하기보다 기존 가치를 재분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공유 가치 창출은 농작법을 개선하고 농부를 위한 지역 협력 및 지원 체계를 강화해 이들의 농사 효율성과 수확량, 품질, 지속 가능성을 개선한다. 이는 곧 수입 및 수익 증가로 이어져 농부와 농작물을 구매하는 기업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 준다.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농부에 관한 연구 결과가 좋은 예다. 공정 거래는 농부들의 수입을 10∼20% 증가시켜줬지만, 공유 가치에 입각한 투자는 이들의 수입을 300% 늘려줬다. 새로운 구매 방식을 시행하고 지원 클러스터를 구축하려면 충분한 자본의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감내하고 지원을 계속한다면 결국 모든 참가자에게 보다 큰 경제적 가치와 전략적 혜택을 안겨줄 수 있다.
 
공유 가치의 근원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기업이 위치한 공동체의 이해관계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기업은 자사 상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또 필수 공공 자산과 우호적 환경을 얻기 위해 건강하고 부유한 사회가 필요하다. 기업과 사회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공공 정책은 결국 사회에 더 많은 피해를 안겨준다. 생산시설과 일자리를 얼마든지 이전할 수 있는 글로벌 사회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NGO나 각국 정부는 기업과 공동체의 연관 관계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구시대적 관점은 자본주의를 좁게 정의한다. 기업은 수익을 창출해서 고용과 임금을 제공하고 구매, 투자, 세금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대체적으로 기업은 스스로 온전히 설 수 있는 독립 기관으로, 사회나 공동체의 문제는 기업 활동의 범주를 벗어난 곳에 위치한다(밀턴 프리드먼이 CSR 개념을 비난하며 설득력 있게 제시한 주장이다).
 
지난 20년간 기업 경영진은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기업은 더 많은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데만 집중했다. 경쟁이 격화되고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는 주주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경영진은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생산시설 이전 등을 시도했고 재무적 레버리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투자 이익을 안겨줬다. 그 결과 경쟁 제품 간의 차이점은 거의 없어졌고 가격 경쟁이 심화됐으며 진정한 혁신은 자취를 감췄다. 기업의 유기적 성장은 둔화됐고 확실한 경쟁우위도 사라졌다.
 
그러자 공동체는 기업의 경영 환경을 지원해서 기업의 수익이 증가한다 해도 사회에 돌아오는 이익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기업이 사회의 자원을 빼앗아 이익을 창출한다는 의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은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한 최근에 더욱 강해졌다. 기업의 매출이 증가했는데도 실업률은 줄어들지 않고 영세상인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공동체가 느끼는 압박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영리-비영리의 경계가 흐려지다
공유 가치 개념은 영리 단체와 비영리 단체의 구분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는 워터헬스인터내셔널(WaterHealth International)이다. 영리 기업으로 설립된 워터헬스인터내셔널은 혁신적 정수 기술을 사용해 최저 가격에 정수된 물을 인도와 가나, 필리핀 시골 지역 주민 100만 명에게 공급한다. 워터헬스인터내셔널은 비영리 벤처 펀드인 어큐먼펀드(Acumen Fund)와 세계은행의 자매 기관인 국제금융공사(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뿐 아니라 다우케미컬 벤처 펀드로부터도 투자를 받고 있다.
 
벤처 투자사의 지원을 받아 4년 전에 설립된 도시락 공급업체 레볼루션푸드(Revolution Foods)는 매일 6만 명의 학생들에게 신선하고 건강하며 영양가 있는 도시락을 제공한다. 그런데도 매출총이익은 다른 어떤 경쟁업체보다 높다.
 
15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창립된 영리·비영리 복합 기업 웨이스트컨선(Waste Concern)은 근방에 자리한 슬럼가에서 모은 쓰레기를 매일 700톤씩 유기 비료로 바꾸는 쓰레기 처리 시설을 구축했다. 이 시설을 이용해 비료를 생산하는 웨이스트컨선은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추고 있다. 라이온스클럽(Lions Club)과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웨이스트컨선은 보건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비료 판매와 탄소 배출권을 통해 상당한 매출총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영리-비영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성공을 구가하는 기업의 사례는 공유 가치 창출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로 작용한다.
 
 
항상 이렇지는 않았다. 시장 선도적 기업이 근로자와 공동체, 협력사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수행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회 제도와 마찬가지로 이런 역할은 점차 축소되거나 다른 단체에 위임됐다. 투자자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기간이 단축되면서 ‘적절한 투자’의 범위도 좁아지기 시작했다. 원료에서 제품 판매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 수직통합형 모델이 사라지고 외부 협력업체와 국내외 아웃소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업과 공동체의 연계는 약화됐다. 기업이 개별적 기업 활동을 각각 다른 지역에 아웃소싱하면서 기업과 특정 지역 사이의 연계성도 사라졌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 ‘본국’이란 개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제 특정 국가의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경제의 효율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업은 훨씬 중요한 것, 즉 더욱 근본적인 가치 창출의 기회를 잃었다. 전략적 사고의 범위 또한 축소됐다.
 
전략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특정 고객군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만 한다. 기업의 경쟁우위는 가치 사슬, 다시 말해 제품과 서비스 개발 및 생산, 판매, 출하, 지원 등의 활동을 어떻게 조직하느냐로 좌우된다. 수십 년 동안 기업 경영자들은 시장 입지 강화를 위한 활동을 설계·통합하는 최선의 방법을 연구했다. 그러나 기업은 사회의 근본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간과하고 사회 문제와 병폐가 기업의 가치 사슬에 주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좁은 시각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규정한 것이다.
 
기업 환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 경영자는 특정 산업, 혹은 자사가 경쟁을 벌이는 특정 사업군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했다. 산업 구조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은 공동체가 기업 생산성과 혁신에 미치는 심오한 영향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보다 폭넓은 환경의 중요성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공유 가치는 어떻게 창출되는가
기업이 사회에 혜택을 가져오면 기업의 수익도 함께 증가한다. 이를 위한 3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품과 시장을 재구상한다. 둘째, 가치 사슬의 생산성을 재정의한다. 셋째, 기업이 위치한 곳에서 기업 활동을 지원해줄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이들 각자는 공유 가치 창출을 위한 선순환의 일부를 이루므로 특정 부분의 가치를 개선하면 다른 곳에서도 기회가 창출된다.
 
사회적 기업가의 역할
수익성 높은 해결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건 기업만이 아니다. 사회적 기업가들 또한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상품을 탐색 중이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기업 활동의 범위를 좁히는 기존 사고 방식을 고수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기업보다 먼저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은 100% 비영리 사회 프로그램보다 훨씬 빨리 성장한다. 반면 비영리 프로그램은 외부의 자금 지원 없이는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사회적 기업은 사회 공헌도가 아니라 공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공유 가치 개념은 자본주의의 경계를 새롭게 설정한다. 기업의 수익 증가와 사회 가치 창출을 보다 긴밀히 연관시키는 공유 가치 개념은 새로운 요구 충족과 효율성 제고, 차별화, 시장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 기회는 국가마다, 또 산업과 기업마다 크게 다르다. 그래도 기회가 모든 기업에 동등하게 돌아간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기회의 범위 또한 생각보다 훨씬 넓다. (공유 가치 개념은 HBR 2006년 12월 호에 게재된 마이클 E. 포터와 마크 R. 크레이머의 기고문 ‘전략과 사회: 경쟁우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Strategy and Society: The Link Between Competitive Advantage and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처음 소개됐다.)
 
상품과 시장의 재구상
 
사회는 보건, 주택, 영양 개선, 노인 주거시설, 재정적 안정 강화, 환경 오염 완화 등을 필요로 한다. 이는 글로벌 경제 체제 속에서 충족되지 않은 가장 큰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은 수요를 분석하고 생산하는 법을 연구하면서 가장 중요한 수요를 놓치고 있던 셈이다.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혹은 고객의 고객에게 편익을 가져다줄까?’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잊은 기업이 너무나 많다.
 
선진국에서는 사회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맛과 양에만 집중했던 식품회사들이 이제는 영양 개선과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텔과 IBM은 전력업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력 효율성 증진 방안을 강구 중이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고객의 재정 상황을 개선하고 신용을 관리해서 부채 상환을 돕는 각종 상품을 개발했다. GE는 친환경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제품 판매로 2009년에만 18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에코매지네이션만으로 포춘 150대 기업과 필적하는 매출을 이뤄낸 것이다. GE는 향후 5년간 에코매지네이션 매출이 기업 전체 매출보다 2배나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혁신을 통해 매출을 창출하는 방식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공유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가 얻는 혜택은 엄청나다. 기업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나 친환경 제품처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고객에게 알리는 마케팅 작업 능력이 정부나 비영리기관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저개발 공동체나 개도국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기업은 엄청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빈곤층은 그 어떤 계층보다 급박한 사회적 요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적절한 시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많은 기업의 시선이 인도와 중국, 브라질로 향해 있다. 이들이야말로 C. K. 프라할라드 교수가 설득력 있게 제시한 ‘피라미드 하층부(bottom of the pyramid)’ 시장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수십억 명의 잠재 고객들이 있다. 그동안 기업으로부터 외면받은 이들 국가에는 엄청난 수요가 잠을 자고 있다.
 
선진국에도 비슷한 시장은 존재한다. 그동안 기업의 시선을 받지 못한 비전통적 시장이다. 미국의 도심 빈민가가 좋은 예다. 그동안 기업은 이들이 가진 엄청난 구매력을 무시해왔다(‘도심 경쟁력 제고 구상(Initiative for a Competitive Inner City)’ 홈페이지 icic.org 참조).
 
저소득 소외계층의 소비자에게 적절한 제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엄청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가 휴대전화는 빈곤층이 안전하게 돈을 저축하도록 돕는 한편 영세 농부의 농작물 생산과 판매 역량을 혁신시켜준다. 보다폰(Vodafone)이 케냐에서 출시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 M-PESA는 3년 만에 1000만 명의 고객을 모집했으며 케냐 GDP의 11%에 달하는 자금을 처리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가 연간 평균 소득 2000달러 미만 농부를 겨냥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분기별로 5달러만 내면 일기예보, 농사 정보, 농작법 자문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200만 명의 농부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초기 조사 결과 이용자의 60% 이상은 서비스 이용으로 소득이 증가했다. 서비스 이용 후 수입이 3배로 증가한 사례도 있다. 자본주의가 빈곤층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경제 발전과 사회 진보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기업 입장에서 공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시작점은 상품에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요구나 혜택, 문제 등을 알아내는 것이다. 기회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기술 진보와 경제 발전으로 사회의 우선순위가 변하면 기회 또한 유동적으로 변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는 기업은 기존 시장에서도 차별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이전까지 간과했던 새로운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다.
 
소외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제품을 새롭게 설계하거나 유통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필요를 느끼고 방법을 연구하다 보면 기존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근본적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소액 대출이 좋은 예다. 개도국 시장에서 공급처를 찾지 못한 빈곤층 대출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무담보 소액 대출(microfinancing)은 현재 미국에서도 급성장을 거듭하며 그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서민의 대출 수요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가치 사슬의 생산성 재정의
기업의 가치 사슬은 천연 자원과 수자원 이용, 보건 및 안전, 근로 조건, 직장에서의 차별 철폐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 사회적 문제는 기업 가치 사슬의 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다 보면 공유 가치를 창출할 기회 또한 잡게 된다. ‘외부 사건’으로 분류되는 사회적 문제는 규제나 과세가 없어도 기업의 내부 비용을 증가시킨다. 제품 과다 포장이나 온실가스 배출도 사회의 환경 비용과 기업의 비용을 함께 증가시킨다. 일례로 월마트는 제품 포장을 간소화하고 트럭 이동 경로를 수정해서 2009년에만 제품 배달 경로를 1만 마일 단축했다. 덕분에 지금은 전보다 2억 달러나 낮은 비용에 더 많은 제품을 운송하고 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처리 방식을 바꾸면서 쓰레기 매립비용도 수백만 달러 줄었다.
 
[그림1] 경쟁우위와 사회 문제의 연관 관계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기업이 직원 복지 프로그램에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 직원과 가족들이 건강해지면서 사회는 이익을 얻고, 기업은 직원 결근과 그 결과 생기는 생산성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연관성이 가장 강한 분야들을 보여준다.
 
 
사회 가치 창출과 기업 가치 사슬의 생산성은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림 1) 시너지 효과는 기업이 공유 가치적 관점에서 사회 문제에 접근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고안할 때 더욱 증가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료나 안전, 환경 보호, 직원 유지 및 역량 계발 등의 사회 이슈를 해결하며 기업의 생산성도 함께 발전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변화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는 분명히 있다. 과거에는 환경 오염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규제나 과세로 강제되면서 기업의 비용이 늘어난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첨단 기술을 잘만 활용하면 명목 비용을 적게 투자하고도 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으며 자원 활용도와 공정 효율, 제품 품질을 개선해 결국 기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림 1> ‘경쟁우위와 사회 문제의 연관 관계’를 보면 사회적 문제들이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단기 비용 감축이 기업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경영 방식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공유 가치 창출을 통한 가치 사슬의 변화를 각 분야별로 살펴보자. 각각은 상호 연관돼 서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각 분야의 노력은 아직 진행 상태이기 때문에 결과는 수년 후에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사용 및 물류 전체 가치 사슬의 에너지 사용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생산 공정이나 운송, 건물, 공급망, 유통망 등도 새롭게 설계되는 중이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시작된 에너지 사용 혁신 노력은 탄소 배출이 전세계적 관심으로 부상하기 전에도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그 결과 각종 첨단 기술과 재활용 방법, 열병합 발전을 비롯한 수많은 개선 사례가 만들어졌다. 이들 모두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해결책이다.
 
 
배송 또한 엄청난 비용을 수반한다.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 때문만은 아니다. 배송은 시간 소요와 복잡성, 재고비, 관리비를 증가시킨다. 이에 따라 배송 거리를 줄이고 이동 방식을 합리화하며 운송 노선을 개선하기 위해 물류 시스템을 재편성하는 작업도 시작됐다. 이런 모든 노력은 공유 가치를 창출한다. 영국 유통업체 막스&스펜서의 가치 사슬 재정비 작업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 회사는 물품 구매를 같은 반구(半球) 내에서 진행해서 운송 거리를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했는데 2016년까지 매년 1억7500만 파운드의 비용을 감축하고 탄소 배출량 또한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를 재정비하다 보면 아웃소싱과 입지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원의 이용 환경에 대한 인식의 개선과 기술 발전은 수자원과 원자재, 포장재 사용뿐만 아니라 재활용 확대 등과 같은 영역에서도 새로운 해결안을 찾도록 촉진하고 있다. 기회는 모든 영역에서 창출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원 활용 방식이 개선되고 개선 사례가 협력업체나 유통 경로 전반을 통해 확대되면서 가치 사슬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쓰레기 발생량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 가치 창출: 정부와 시민 사회에의 시사점
본문에서는 기업에 대해 주로 논하고 있지만 공유 가치의 원리는 정부와 비영리기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출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 주체가 바로 정부와 NGO다. 이들은 자금 모집이나 투입보다 결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회 운동가들은 어떤 대가를 감수하더라도 사회 복지를 추구해야 하는 것처럼 이데올로기에 치우치거나 추상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정부와 NGO는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 중 하나를 취하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정부가 도입한 여러 정책은 제로섬 관계를 오히려 악화시켰다. 일례로 환경 규제는 대부분 지시나 통제, 기업을 처벌하는 시행 조치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기관이 환경 성과를 측정하고 그 기준을 도입하는 한편 단계적 시행을 통해 혁신과 환경 보호,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기술 발전을 지원한다면 더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공유 가치는 분명히 구분돼 있는 정부와 기업, 시민 사회의 역할 경계를 허문다. 공동체 입장에서 누가 가치를 창출했는지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관이 개별적으로, 혹은 협업을 통해서 사회적 이윤을 창출해주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든,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든 생산성 개선은 중요하다. 다시 말해 사회 활동의 전체 영역에서 가치 창출의 원칙을 근거로 자원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생산성과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형태의 NGO들이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상당히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테크노서브(TechnoServe)다. 테크노서브는 현재 30여 개 국가에서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경쟁력 있는 농업 클러스터를 개발하고 있다. 루트캐피털(Root Capital)은 무담보 소액 대출을 받기에는 규모가 크고 통상적 은행 대출을 받기에는 규모가 작은 기업과 농부에게 대출을 지원한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282개 기업에 2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40만 명의 농부와 장인이 도움을 받았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는 140만 에이커에 달하는 농지에서의 유기농 재배를 지원하기도 했다. 루트캐피털은 기업과의 정기적 협업을 통해, 즉 기업이 향후 농부로부터 구매할 농작물을 담보로 삼아 대출해줌으로써 기업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한편 이들이 구매할 농작물의 품질을 개선하는 성과를 올렸다.
 
민간 재단도 기업과 손잡고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유수 글로벌 기업과 체결한 파트너십을 통해서 개도국의 농업 클러스터를 육성한다. 이들이 농업 클러스터를 육성할 때에는 독특한 기후와 토양 환경으로 인해 경쟁우위를 갖춘 특정 상품 재배에 집중한다. 이때 테크노서브, 루트캐피털을 비롯한 NGO와 정부 단체가 파트너로 참여해 클러스터 환경을 개선하고 가치 사슬을 향상시켜줄 제반 사안들을 함께 해결한다. 영세 농가의 생산량을 증가시킨다 해도 이들의 농작물을 구매해줄 구매자와 가공업체, 효율적 물류 시설 등을 포함하는 지역 클러스터가 없다면 이윤이 지속적으로 창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들 모두 알기 때문이다.
 
전향적 시각을 가진 재단은 정직한 중개인의 역할을 수행하며 영세 상인과 NGO, 정부, 기업의 권력 격차를 완화해 거래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참가자가 효과적으로 협력해야만 공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코카콜라가 좋은 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 지사의 수자원 사용량을 2004년보다 9% 감축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2012년까지 20%를 감축한다는 목표의 절반을 달성한 셈이다. 다우케미컬은 최대 생산 기지의 담수 사용량을 10억 갤런이나 줄이는 성과를 이룩했다. 이는 미국 시민 4만 명에게 1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이 과정에서 400만 달러의 비용도 감축했다. 인도의 자인이리게이션(Jain Irrigation)은 수자원 보존을 위한 적수 관개(drip irrigation) 시스템을 도입해 이 분야의 선도적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덕분에 자인이리게이션은 지난 5년간 41%에 달하는 연평균 성장률을 달성했다.
 
구매 전통적 경영 이론에 따르면 협력업체와의 거래에서 기업은 교섭력을 활용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물품을 구입해야 한다. 이는 영세기업은 물론 농작물로 겨우 생계를 꾸려가는 농부에게도 가차없이 적용된다. 최근에는 저임금 국가의 협력업체로 기업의 일부 기능을 아웃소싱하는 현상이 자리를 잡기도 했다.
 
협력업체를 계속 소외시키면 이들의 생산성이 저하돼 품질 개선은 고사하고 기존 품질을 유지하는 일조차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기업도 깨닫기 시작했다. 협력업체의 자원 접근성을 확장하고 기술을 공유하며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은 협력업체의 품질과 생산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풍부한 물량을 공급받는 경로도 확보할 수 있다. 생산성 개선은 가격 인하보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준다. 협력업체의 역량이 강화되면 이들이 배출하는 오염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협력업체의 효율성을 개선해서 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킨다. 다시 말해 공유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물품 조달에 관한 새로운 실천 방식을 보여준 사례가 바로 네스프레소(Nespresso)다. 네슬레 사업 부문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네스프레소(알루미늄 캡슐을 넣어 커피 한 잔을 만드는 작고 세련된 에스프레소 기계)는 2000년 이후 30%에 달하는 연간 성장률을 지속했다. 커피 생산지마다 다른 캡슐을 제공해서 소비자는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품질과 편의를 함께 제공하며 프리미엄 커피 시장을 확대한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커피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커피 원두 대부분은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의 외딴 시골 지역에서 가난한 농부가 재배한다. 낮은 생산성과 품질 미달, 환경 오염 등으로 이들의 수확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슬레는 회사의 조달 체계를 재정비했다. 농부들과 함께 일하며 이들에게 선진 농작법을 전수하고 은행 대출을 보증해주는 한편 모종 작물과 살충제, 비료 등의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도왔다. 또한 재배지에 품질 검증 시설을 세워서 커피 원두의 품질을 구매 시점에 직접 확인하고 좋은 원두에는 프리미엄을 지불해 농부들이 원두 품질을 개선하도록 장려했다. 그 결과 농지당 생산량이 증가하고 커피 원두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농가 수입은 늘었고 커피 농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감소했다. 더불어 네슬레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양질의 커피 원두의 양은 크게 증가했다. 공유 가치가 창출된 것이다.
 
네슬레 사례는 현지 공급업체에 힘을 실어주면 물품을 구매하는 기업 또한 이익을 얻게 된다는 교훈을 안겨 준다.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아웃소싱을 하면 거래 비용이 늘어나고 효율성이 악화되는데 이는 저임금과 저렴한 원료 확보로 감축했던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대신 역량을 갖춘 현지 협력업체를 활용하면 기업은 운송 비용을 줄이고 생산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가치 사슬의 유연성을 높일 뿐 아니라 빠른 학습을 통해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 ‘현지 조달’은 현지 업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사업부를 둔 기업의 지사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업이 현지 조달 방식을 택할 때 협력업체는 수익 증가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임금을 인상할 수 있다. 이는 해당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다른 기업에도 이익을 준다. 공유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유통 유통 또한 공유 가치 창출을 위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아이튠즈(iTunes)나 킨들(Kindle), 구글 학술 검색(Google Scholar)이 보여주듯이 수익성 높은 신규 유통 모델을 확보하면 종이 및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무담보 소액 대출은 소상공인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 효율성이 높은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유통 모델을 통해 창출되는 기회는 비전통적 시장에서 더욱 커진다. 힌두스탄 유니레버(Hindustan Unilever)는 집까지 배달해주는 유통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 운영자는 인구 2000명 미만의 인도 시골 마을에 거주하는 소외계층 여성들이다. 유니레버는 이들에게 소액 대출과 교육을 제공했고 지금은 4만5000명의 여성 사업가들이 15개 주의 10만 개 마을에서 제품 유통을 관리하고 있다. ‘샥티 프로젝트(Project Shakti)’로 불리는 이 유통 시스템은 가계 소득을 2배로 늘리는 방법을 여성들에게 제공할 뿐 아니라 위생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늘려 전염병의 전파를 막는다. 이는 기업의 고유한 역량을 활용해 시장에서 소외됐던 소비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제품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바꿔줄 제품을 제공한 대표적 사례다. 현재 유니레버 인도 매출의 5%를 차지하는 샥티 프로젝트는 시골 지역의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면서 매체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는 효과까지 냄으로써 기업에 엄청난 경제 가치를 안겨 주고 있다.
 
직원 생산성 임금 동결과 직원 혜택 감축, 일자리 아웃소싱에 집중하던 시대는 지났다. 대신 최저 생활 임금과 안전, 복지, 교육, 승진 기회가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례로 예전에는 ‘값비싼’ 직원 의료 혜택을 최소화하거나 의료 혜택 자체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선도 기업들은 근로 손실 일수와 직원 생산성 저하, 건강 악화 등으로 생기는 비용이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비용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대표적 기업이 J&J다. J&J는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15년간 흡연자 3분의2 감소)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2억5000만 달러의 의료비를 절약하고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직원 복지를 위해 사용한 1달러당 2.71달러의 이익을 거둬들였다. 더불어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얻었다. 공유 가치 창출을 위한 회사의 노력에 노조가 동참할 경우 직원 생산성 개선 활동은 더욱 빠르게 전파될 것이다.
 
위치 물류 비용이 줄어들고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는 세계화된 시장에서는 지리적 거리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비용이 낮은 지역에 위치할수록 좋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그 결과 기업이 활동하는 공동체의 안녕과 복지는 점차 기업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지나치게 단순화된 생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산기지가 여러 곳으로 분산되면서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와 장거리 조달로 발생하는 숨겨진 비용을 기업들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식품 매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을 물류 창고 근처에 자리한 현지 농부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재고가 부족할 때마다 소량의 식료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멀리 떨어진 기업형 농장에서 낮은 가격에 식료품을 조달하는 것보다 운송비를 포함한 여러 면에서 이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네슬레도 시장과 근접한 곳에 소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원료를 조달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개도국으로의 아웃소싱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변하고 있다. 캐슈넛 가공업체인 올람인터내셔널(Olam International)은 아프리카에서 구매한 캐슈넛을 근로자 생산성이 높은 아시아의 가공 공장으로 운송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등지에 가공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근로자를 채용해 이들을 교육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공비 및 운송비가 무려 25%나 줄어들었고 탄소 배출량 또한 크게 감소했다. 아프리카 현지에 가공 공장을 설립함으로써 현지 농부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올람인터내셔널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의 수는 1만7000명이며 이 중 95%가 여성이다. 간접 고용 규모도 이와 비슷하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시골 지역에 엄청난 고용을 창출해준 것이다.
 
 
 
현지 고용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으면서 기업은 일부 사업 기능을 본국이나 현지로 다시 옮기고 해외 생산기지의 수를 감축하는 등 가치 사슬을 재편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화’는 인건비가 낮은 곳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비용 감축을 위해 공급망을 재편하는 활동을 의미했다. 그러나 실제로 세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특정 공동체에 깊이 뿌리를 내린 기업인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장소에 관한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인 기업은 공유 가치 창출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선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공유 가치의 관점에서 가치 사슬을 재구축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놓쳤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다양한 방법으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
 
현지 클러스터 개발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지원과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 생산성과 혁신은 ‘클러스터’, 다시 말해 기업과 관련 사업, 협력업체, 서비스업체, 물류 인프라가 지리적으로 한곳에 집중된 지원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리콘밸리의 IT 산업, 케냐의 화훼 산업, 인도 수라트의 다이아몬드 연마 산업이 좋은 예다.
 
클러스터는 기업뿐 아니라 학계나 무역 협회, 표준 설정업체 등의 기관도 함께 포함한다. 클러스터는 대학 등의 교육 기관, 청정 수자원, 공정 거래 법안, 품질 표준, 시장 투명성 등의 포괄적 공공 자산을 활용하기도 한다.
 
빠르게 성장하며 성공을 구가하는 지역 경제를 보면 클러스터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생산성과 혁신, 경쟁력을 강화하는 걸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역량을 갖춘 협력업체일수록 효율성 높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들과의 협업은 보다 손쉽게 이뤄진다. 교육과 운송 서비스 등을 현지에서 지원받는 환경이 갖춰지면 기업의 생산성 또한 크게 개선된다. 반대로 이를 지원해줄 클러스터가 없다면 기업의 생산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클러스터를 조성할 기본 틀이나 인프라가 없다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기업의 내부 비용이 늘어난다. 공공 교육제도가 미흡할 경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비용과 교육 비용이 함께 증가한다. 운송 인프라가 부족하면 물류 비용이 상승하고 성별·인종 차별이 있을 경우 인재 확보가 어려워진다. 가난은 제품 수요를 제한하고 환경 오염과 직원 건강 저하, 보안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진다. 기업과 공동체의 연결고리가 약화되면 기업이 감당할 비용은 늘어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향력은 감소해버린다.
 
기업은 생산성 개선을 위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한편 클러스터 완성을 막는 결함이나 문제를 해결해 공유 가치를 창출한다. 일례로 역량 있는 협력업체를 개발하거나 모집하면 조달 과정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경영자들은 클러스터의 존재나 위치를 중요시 여기지 않았다. 많은 경제 발전 프로그램에서도 클러스터를 통한 발전은 빠져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기업과 공동체를 연계시키지 않고 클러스터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개도국과 선진국에서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투명하고 개방된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노동자가 착취당하는 비효율적 독점 시장에서는 협력업체가 공정한 가격을 보장받지 못하고 가격 투명성 또한 부족하며 생산성은 형편 없이 낮다. 공정하고 개방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기업은 파트너와 힘을 합쳐야만 한다. 그래야 기업은 효율적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에 보상을 해주며 안정적으로 물품을 확보하고 현지 주민의 수입과 구매력을 크게 늘려줄 수 있다.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위한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기업이 주요 활동 지역에서 클러스터를 구축하면 해당 기업과 공동체의 관계는 더욱 확대돼 기업의 성공이 사회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기업이 성장하면 기업을 지원하는 다른 산업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새로운 기업이 설립되며, 부수적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창출되는 등 영향력은 배가된다. 클러스터 형성을 위한 제반 상황을 개선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다른 참가자와 기업에도 파급되는 효과를 낸다. 일례로 기업이 노동력을 개발하면 다른 많은 기업들이 보다 쉽게 숙련된 노동력을 찾을 수 있다.
 
네슬레도 네스프레소와 연관된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힘쓴 바 있다. 덕분에 네스프레소 구매 체계의 효율성은 크게 개선됐다. 네슬레는 각각의 커피 재배지마다 농업 기술, 재무, 물류 기능을 수행할 업체 설립을 지원했고 현지에서 생산된 커피의 품질 및 생산 효율성 개선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커피 종자나 비료, 관개 장비 등의 중요 농업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했으며 지역 농업협동조합을 강화해서 이들이 원두 품질을 개선해주는 습식 제분 시설(wet-milling facilities)을 공동으로 구매하도록 도왔다. 농부에게 재배 기술을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또 선도적 국제 NGO인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농부들에게 보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법을 전수해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커피를 재배하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서 네슬레의 생산성 또한 향상됐다.
 
클러스터의 제반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 대표적 사례는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무기질 비료(mineral fertilizer) 업체인 야라(Yara)다. 아프리카에서는 물류 기반 시설이 부족해 농부들이 비료를 비롯한 필수 농업 기구 및 자원을 효율적으로 얻지 못하고 재배한 농작물을 시장으로 운송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야라는 6000만 달러를 투자해 모잠비크와 탄자니아의 항만 및 도로 정비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은 두 국가의 농업 발전을 이끌기 위한 제반 환경 구축이다. 현지 정부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야라는 노르웨이 정부의 지원도 함께 받고 있다. 농작물 운송망 구축이 완료되면 모잠비크에서만 20만 명의 영세 농부들이 혜택을 얻고 3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제반 환경이 개선되면 야라의 사업이 성장할 뿐만 아니라 전체 농업 클러스터 또한 함께 발전하며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클러스터 구축은 신흥 경제국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많은 혜택을 가져다준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클러스터인 리서치트라이앵글(Research Triangle)은 IT와 생명과학 분야에서 클러스터를 구축해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 민·관 협동 사례다. 민간 부문과 주정부의 지속적 투자를 통해 클러스터를 구축하자 노스캐롤라이나의 고용과 수입, 기업 성과 지표가 크게 상승했고 지역 경제는 불경기에도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공동체의 클러스터 조성을 돕고 싶다면 기업은 우선 협력업체, 유통 채널, 교육 기관, 교육 및 시장 제도 등의 영역에서 부족한 점이나 개선할 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다음에 기업의 생산성과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에 집중하고 기업 혼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과 협업이 필요한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공유 가치가 효과적으로 창출되려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클러스터의 단점을 해결해야 한다. 이는 공동체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CSR 프로그램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CSR 프로그램은 가치 창출에 집중하지 않고 너무 많은 분야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영향력은 오히려 줄어든다.
 
그러나 지역 내 기반 시설과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기업 혼자 힘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협업이 필요하다. 이는 네슬레, 야라, 리서치트라이앵글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기업은 비용 분담, 지원 요청, 역량 조합 과정에서 파트너의 도움을 받기 위해 힘써야 한다. 무역 협회, 정부 기관, NGO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 내에서도 협업이 이뤄져야 성공적인 클러스터 개발이 가능하다.
 
공유 가치 창출을 위한 실제적 방안
단기 수익에만 집중하는 금융시장과 기업 경영진은 이 사실을 부인해왔지만 모든 수익이 동등한 건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익 추구는 한 차원 높은 자본주의라 할 수 있다. 사회의 빠른 발전과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과 사회의 번영을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 지속적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공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법규와 윤리 규정의 준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업 활동이 가져오는 폐해를 줄이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유 가치 창출은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사회 가치 창출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면 세계 경제의 성장을 강력하게 이끌 수 있다. 공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생산성, 그리고 기업 성공을 좌우하는 외부 영향력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이런 새로운 시각은 충족되지 않은 막대한 수요 및 거대 시장, 지역·사회 문제로 인한 내부 비용, 나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쟁 우위를 명확히 드러내준다. 그러나 기업은 최근까지도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공유 가치 창출은 단순한 자선 활동보다 효과나 지속성이 훨씬 높다. 환경 보호를 예로 들어보자. 기업이 외부 압력에 굴복해 스스로의 만족감을 위한 활동을 벌이는 대신 환경 보호를 통한 생산성 제고에 나선다면 훨씬 많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주택 공급도 마찬가지다. 공유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은 주택 보유에 대한 접근성을 신중히 확대하는 혁신적 상품의 개발을 도왔다. 멕시코 건축업체 우르비(Urbi)는 먼저 월세를 살아보고 자신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주택 구매를 결정하는 주택 담보 대출 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대출을 남발해서 사회 경제적으로 큰 폐해를 안긴 미국 은행들과 대조된다.
 
공유 가치 창출을 위한 기회는 기업의 특정 사업, 특히 가장 중요한 사업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최대한 많은 경제적 혜택을 안겨주는 사업에 집중해야 장기적인 공유 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분야, 또는 상당한 규모와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 문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남길 수 있는 사업 분야에 집중할 때 가장 많은 공유 가치가 창출된다.
 
역설적이게도 공유 가치 창출의 선구자들은 사회적 기업이나 개도국 기업처럼 자원이 제한된 기업들이었다. 이는 비주류인 이들이 기회를 보다 명확히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회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영리 단체와 비영리 단체의 경계는 사라져갔다.
 
공유 가치는 완전히 새로운 경영 관행을 만들어가고 있다. 모든 기업은 결국 이 관행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공유 가치는 기업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전략의 핵심은 차별화된 입지 선정과 가치 사슬의 변화에 있다. 공유 가치는 새로운 수요 기반과 상품 제공 기회를 열어주며 가치 사슬 재편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알려준다. 공유 가치 창출을 통해 강화되는 경쟁 우위는 비용 및 품질 개선을 통해 구축된 경쟁 우위보다 장기간 지속된다. 모방과 제로섬 경쟁의 고리는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정부 규제와 공유 가치
정부 규제가 올바른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기업이 공유 가치를 창출하도록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규제를 고집한다면 공유 가치가 저해될 뿐 아니라 경제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제로섬 관계가 불가피해진다.
 
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 지난 금융위기 때 뼈 아프게 겪은 교훈이다. 그러나 규제 정책이 어떻게 고안되고 이행되는지에 따라 사회에 해를 끼칠 수도,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공유 가치를 증진하는 규제는 올바른 목표 수립과 혁신을 유도한다. 올바른 규제 정책은 명확한 사회적 목표를 제시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기업이 단기 수익 극대화보다 공유 가치 창출에 투자하도록 한다. 이와 같은 규제 정책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올바른 규제 정책은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사회 목표를 제시한다. 사회 목표는 올바른 에너지 사용이나 보건 개선, 안전 등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실제적 비용을 반영해 자원(예를 들어 수자원)의 가격을 설정하기도 한다. 둘째, 성과 기준을 제시하지만 해당 성과를 달성할 방법까지 지시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수단 선택은 기업의 몫이다. 셋째, 기준 달성을 위한 점진적 단계를 제시해 새로운 제품이 자리를 잡고 투자가 결실을 맺을 시간을 준다. 단계적 접근 방식을 택하면 기업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개발하고 출시할 시간을 벌게 된다. 넷째, 성과 측정과 보고를 위한 공통의 시스템을 마련하고 기반 시설에 투자해 신뢰도 높은 데이터(예를 들어 각 지역사회별 영양 결핍 상태)를 수집한다. 성과를 측정해야 하나의 목표를 성취한 후에도 지속적인 개선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규제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결과를 효율적으로, 신속히 보고해야만 한다. 정부는 결과 보고를 위해 많은 비용이 드는 상세한 절차를 기업에 강제하기보다 필요한 경우 감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규제해야 한다.
 
반면 공유 가치 창출을 저해하는 규제 정책은 모양새부터 아주 다르다. 우선 측정 가능한 사회 이익 창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기업에 관행을 준수하도록 강제한다. 기준 충족을 위해 제한된 방식만 고집함으로써 혁신을 방해하고 기업의 비용만 증가시킨다. 정부가 이렇게 잘못된 규제를 시행할 경우 애초에 의도했던 발전을 저해하는 동시에 기업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공유 가치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기업이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은 적절한 규제에도 저항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공유 가치의 원칙이 널리 전파되면 기업과 정부는 많은 분야에서 규제 방향에 대해 합의를 이루게 될 것이다. 기업은 올바른 규제가 경제적 가치의 창출을 돕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제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 및 착취, 기만 행위를 막아준다. 기업의 재무적 성공이 고객과 협력업체, 근로자의 이익으로 이어지려면 엄격한 반독점 정책이 필요하다.
 
공유 가치 창출의 기회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기회가 창출되는 건 아니지만 기업이 공유 가치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분명 더 많은 기회가 발견되고 있다. GE의 에코매지네이션 프로그램이 안착되기까지는 10년의 노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전체 사업부에서 다양한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하며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공유 가치 관점은 결정이 필요한 모든 사안에 적용 가능하다. 제품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설계됐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공동체를 기업 활동의 대상에 포함시켰나? 기업의 업무 절차나 물류 체계가 에너지와 수자원 사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나? 회사의 신설 생산 공장은 공동체에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건설됐나? 클러스터의 어떤 약점이 효율성과 신속한 혁신 달성을 방해하는가? 기업을 유치해 공동체의 발전을 가져오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여러 지역이 비슷한 경제적 수준을 갖추고 있을 때 기업이 가장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기업이 사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면 기업하기 위한 환경 또한 개선되고 이를 통해 긍정적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공유 가치 창출을 위한 3개 조건은 하나가 충족되면 나머지도 연쇄적으로 충족되는 관계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클러스터를 개선하면 현지에서 물품을 조달하는 일이 가능해지고 공급 체인 또한 산발적으로 퍼지지 않고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그동안 외면당해온 시장을 공략한 신규 제품 및 서비스가 출시되면 생산에서 마케팅, 유통에 이르는 여러 가치 사슬에서 새로운 선택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해서 가치 사슬이 새롭게 재편되면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직원 역량을 강화하는 시설 및 기술에 대한 수요가 창출된다.
 
공유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3가지 영역에 속한 사업부 각자가 구체적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자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추적하는 기업도 일부 있지만 사회적 활동과 수익 추구를 연계해 사업에 적용한 기업은 거의 없다.
 
공유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보다 발전되고 새로운 형태의 협업이 필요하다. 기업 혼자 힘으로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있지만 영리·비영리와 민·관의 경계를 허무는 통찰력과 기술, 자원을 필요로 하는 기회도 있다. 특히 클러스터 개발의 경우 기업이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성공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각 기업의 평판을 개선하기 위한 CSR 캠페인과 달리 클러스터 개발은 경쟁업체 간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성공적인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목표와 분명히 연계해야 한다. 또한 조치를 취한 후에는 구체적 지표로 경과를 추적해야 한다. 정부와 NGO는 공유 가치를 창출·강화할 수 있고 이를 방해할 수도 있다(상세 내용은 ‘정부 규제와 공유 가치’ 참조).
 
자본주의의 진화
공유 가치는 차세대 경영 혁신과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다. 공유 가치는 기업 경영의 의미를 좁게 정의하고 단기적 시각으로 사업에 임하며 사회 제도 간 분열이 심했던 이전 시대와 구분되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업과 공동체의 성공을 연계한다.
 
공유 가치는 올바른 유형의 수익을 창출한다. 올바른 유형의 수익이란 사회 가치를 감소시키지 않고 증진시키는 것을 말한다. 자본 시장은 기업이 단기 수익에 집중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고 사회를 희생시키면서 수익을 거두려는 기업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단기적 시각을 고수하는 기업은 결국 훨씬 중요한 기회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할 것이다.
 
가치 창출을 보다 넓은 관점에서 정의할 때가 왔다. 직원과 시민의 의식 개선, 자연 자원의 고갈 등은 공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소명을 가진, 더 세련된 형태의 자본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소명은 단순한 자선 행위에 머무는 게 아니라 경쟁과 경제 가치 창출에 대한 보다 심오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돼야 한다. 자본주의의 진화를 위해서는 제품 개발과 시장 공략,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새롭고 발전된 방법이 필요하다.
 
공유 가치 창출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넓게 해석한 개념으로 그가 ‘핀 공장(pin factory)’을 예를 들어 설명한 분업 이론의 영향력을 확장시켜준다. 공유 가치 창출은 자선 행위가 아니라 기업 자신의 이익을 위한 활동으로 사회 가치 창출을 통한 기업 수익 증진을 목표로 한다. 모든 기업이 특정 사업과 연계된 공유 가치를 창출하면 사회의 전체 이익도 증진된다. 기업이 주된 활동을 벌이는 공동체에서 정당성을 입증받는다면 정부는 기업 육성 정책을 도입하고 민주주의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적자생존의 원리는 변함 없이 적용되겠지만 시장 경쟁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혜택을 가져올 것이다.
 
공유 가치 창출은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새로운 경영 방식을 의미한다.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분리돼 있을 때 민간과 공공 부문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교육을 받으며 다른 경력을 쌓아 나갔다. 그 결과 영리 기업에서는 사회와 환경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CSR을 넘어서는 기업 활동을 추진할 경영진이 없고, 공공 부문에서는 기업가적 시각과 경영 지식을 바탕으로 공유 가치 모델을 구상하고 이행할 지도자가 없다. 많은 졸업생들이 사회적 소명을 찾으려 하고 사회적 기업가로 활동하는 상황에서도 경영대학원은 협의의 자본주의만 가르친다. 그 결과 기회는 사라지고 기업에 대한 회의는 깊어졌다.
 
경영 대학원의 교육 내용은 모든 분야에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가치 사슬에 대한 수업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보존을 가르쳐야 한다. 소비자 행동 및 마케팅 수업에서는 단순한 고객 설득을 넘어서 인간의 요구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비전통적 고객에게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클러스터와 지리적 위치가 기업 생산성 및 혁신에 미치는 포괄적 영향력 또한 경영 대학원의 핵심 과목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경제 개발은 더 이상 공공 정책학이나 경제학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 및 정부에 관한 수업에서는 규제 및 거시적 요소의 영향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회 요소가 기업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 재무학에서는 금융시장 참여자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데 집중하는 한계를 넘어서 자본시장이 기업의 진정한 가치 창출을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야 한다.
 
공유 가치 창출은 결코 감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경영대학원 강의 내용에 대한 제안도 단순한 정성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도, 그렇다고 경제 가치의 창출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뜻도 아니다. 그보다는 이제 시장과 경쟁, 기업 경영에 관한 이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공유 가치 창출로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기업은 기술 및 자원 역량을 활용해 공유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사회 발전을 이끌어나갈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기업이 나선다면 정부와 사회 기관이 할 수 없는 일을 잘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다시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얻게 될 것이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마이클 E. 포터(Michael E. Porter), 마크 R. 크레이머(Mark R. Kramer)
 
마이클 E.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도 여러 편의 글을 기고했으며 맥킨지 어워드(Mckinsey Award)를 여섯 차례나 수상했다. 마크 R. 크레이머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FSG를 포터 교수와 함께 설립했으며 현재 FSG의 경영 이사로 재직 중이다.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의 CSR 이니셔티브 선임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마이클 E 포터 |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도 여러 편의 글을 기고했으며 맥킨지 어워드(Mckinsey Award)를 여섯 차례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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