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1월 호에 실린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시몬스 경영학 교수의 글 ‘Stress-test Your Strategy: The 7 Questions To Ask’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경기가 침체되면 단기간 내 회사 전략의 단점이 노출된다. 하지만 호황기에도 전략의 약점을 찾아낼 수 있을까? 정말 중요한 그 약점에 집중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 검사(심각하거나 예상치 못한 압박이 있을 때 회사 시스템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평가하는 작업)는 경제 환경과 관계없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처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비즈니스에 관한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전략 및 실행에 대한 혼란, 비효율성, 약점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경고했듯 잘못된 답 때문에 가장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는 게 아니다. 드러커는 “잘못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정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필자는 지난 25년 동안 다양한 기업의 성공적인 전략 실행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연구해 왔다. 그 연구를 통해 모든 경영자가 반드시 던져봐야 할 7개의 질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는 경영자가 반드시 답할 수 있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질문 자체가 너무 빤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질문들이 대변하는 선택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 항상 7개의 질문에 내포돼 있는 의미를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은 응답자에게 엄격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을 요구한다. 세 번째 질문과 네 번째 질문은 중요한 성과 변수 및 제약 조건을 지정한다. 엄격한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는 응답자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질문은 창의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직원들의 노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법을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일곱 번째 질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략을 조정하는 능력에 관한 질문이다.
각 질문을 자세히 살펴보고 자신의 회사가 채택하고 있는 전략은 어떤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질문 1 핵심 고객이 누구인가
핵심 고객을 정하는 일은 회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핵심 고객을 정할 때 회사 내 자원 할당 방식 또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주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
매일 3만 2000개의 매장에서 5800만 명이 넘는 고객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맥도날드를 보자. 설립 후 50년 동안 맥도날드가 보여 준 성장세는 세계 소매업체 역사상 가장 엄청난 확장 사례로 묘사되고 있다. 맥도날드가 그토록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회사의 핵심 고객 집단을 명료하게 선택하는 한편, 그 선택을 바꿔야 할 시점을 정확하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1980∼1990년대 자사의 주요 고객이 매장에서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곳의 부동산을 개발하는 업자와 프랜차이즈 매장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맥도날드는 부동산 개발, 프랜차이즈, 조달 등의 기능을 중앙집중화시켜 대부분의 자원을 주요 고객에게 집중시켰다. 그 결과 1년에 무려 1700개의 신규 매장을 개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맥도날드의 동일 매장 매출(same store sales·보통 유통업체는 매년 신규 매장을 추가로 열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장률을 판단하려면 신규 매장을 제외한 기존 점포의 판매량을 과거와 비교해야 함. 동일 매장 매출은 이를 비교한 수치임)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시장은 포화 상태였고 사람들은 맥도날드의 표준화된 음식에 질려버렸다. 결국 당시 맥도날드의 신임 CEO였던 짐 칸탈루포(Jim Cantalupo)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는 “맥도날드의 새로운 상사는 고객”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맥도날드의 자원 할당에서 나타난 변화를 보면 짐 칸탈루포의 선택에 얼마나 심오한 의미가 내포돼 있는지 알 수 있다. 맥도날드가 영업을 하고 있는 지역 및 국가에 따라 고객의 입맛은 엄청난 편차를 보였다. 맥도날드는 고객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앙 부서에 집중돼 있던 자원을 재할당해 각 지역의 관리자에게 자원 활용 권한을 넘겨줬다. 또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메뉴와 매장 편의시설을 개발하도록 격려했다.
그 결과 현재 맥도날드는 각국의 특성에 맞는 아침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포리지(오트밀에 우유나 물을 부어 끓인 음식)를, 포르투갈에서는 수프를,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치즈가 덮여 있는 버거를 판매한다. 파리에 있는 맥도날드의 디자인 센터는 프랜차이즈 매장에 총 9개의 디자인 옵션을 제공해 고객 특성에 맞는 장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1월 말 맥도날드의 세계 동일 매장 매출은 81개월 연속 증가했다. 2005∼2009년 맥도날드의 고객 만족 점수 역시 매년 상승세였다. 돈이 많은 고객들이 맥도날드보다 비싼 값을 받는 다른 음식점을 선택하면서 2010년 초에는 맥도날드의 고객 만족 점수가 약간 주춤했다. 맥도날드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도 주가가 상승한 단 2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의 상장 기업이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맥도날드와 달리 많은 기업들은 하나의 고객을 선택하기를 꺼린다. 많은 경영자들은 ‘우리에게는 다양한 고객이 있다’는 발표를 통해 종종 ‘핵심 고객’이라는 단어를 회피하려 한다. 이런 모호한 태도는 저조한 성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 부류의 고객에게 자원을 할당하면 혼란이 발생한다. 서비스의 질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건축자재 판매업체인 홈 디포(Home Depot)는 다양한 부류의 고객을 모두 포용하려다 난관에 봉착했다. 밥 나델리(Bob Nardelli)는 2000년 홈 디포의 CEO로 취임했다. 그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 개선 시장이 포화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집중돼 있던 자원 중 상당 부분을 전문 도급업자로 이동시켰다. 일반 소비자들은 더 이상 홈 디포의 주요 고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 도급업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았다.
팀 전체에 질문하라
이번 글에서 제안하는 7개 질문은 적극적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CEO에서 일선 직원에 이르는 모든 사람들이 성공적 전략 실행에 도움이 되는 주요 요인들에 관한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따라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중요하다. 다음의 상식적 원칙들을 따르면 팀원 모두를 참여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질문을 해야 한다.눈을 보며 상호작용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상태에서, e메일을 통해 진정한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서로 마주한 상태에서 두 눈으로 상대의 몸짓을 보면서 이의를 제기하고,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밀어붙여야 할 때가 언제인지, 격려를 하고 지지의 뜻을 알려야 할 때가 언제인지 파악해야 한다.
논의가 조직 상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조직 하부로 퍼져 나가야 한다.경영자가 정해 놓은 논조가 조직 전체로 퍼져 나간다.
운영 관리자의 공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일선 직원들은 데이터 입력, 활용, 사후처리 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운영 관리자다.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논의해야 한다.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전 상대의 직함과 사내 정치 상황을 생각한다. 경영자는 모든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인기 없는 의견을 기꺼이 언급하고, 기존의 상태에 이의를 제기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언제든 논의를 할 때는 ‘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 7개 질문이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질문의 목적은 결정을 내리고 궁극적으로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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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디포는 고객 서비스 직원(1900개에 달하는 홈 디포 매장에서 오렌지색 앞치마를 두르고 통로를 오가며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을 해고했다. 대신 직원 해고를 통해 절감한 비용으로 30개의 주택 공급 도매업체를 사들였다. 그 인수 비용으로 총 8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인수를 통해 홈 디포의 매출은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두 부류의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자원이 충분치 않았다. 그 결과 둘 중 어떤 부류의 고객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