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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5 Myths of Innovation

신화의 틀에 갇힌 혁신을 버려라

줄리안 버킨쇼 | 74호 (2011년 2월 Issue 1)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혁신을 주로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과 동일시해 왔다. 하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경영 관행을 비롯해 새로운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가격 책정 계획, 시장 출시 경로 등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또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활용하면 가치 사슬의 어떤 부분에서도 변화를 꾀할 수 있으며 제품과 서비스는 혁신이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1
 
이와 같은 초점의 변화는 혁신을 ‘소유’하는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혁신이 디자이너, 엔지니어, 과학자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추진할 책임을 맡고 있는 일부 엄선된 직원들의 전유물이었다. 이들이 일반 직원들과 다른 장소에서 혁신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혁신이 조직 전체의 책임이라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실 수많은 대기업들이 혁신을 직급을 막론한 모든 직원들의 기술과 상상력을 활용해 ‘언제, 어디에서든’ 변함없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여길 필요가 있다.2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사람을 혁신에 동참시킨다는 발상이 흥미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사람을 혁신에 동참시키기란 쉽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제안, 계획, 아이디어 발굴 프로그램, 벤처 사업부, 온라인 포럼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혁신 동인에 관한 용어 사전’ 참조.) 하지만 이런 접근방법의 성공률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직원들은 혁신에 참여하고자 할 때 역량, 시간, 동기의 문제에 직면한다. 계획을 훌륭하게 세웠지만 마무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한 최고경영진이 생각하는 우선순위와 조직 하부를 구성하는 직원들의 노력 간에 어느 정도 괴리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개발하기 위해 고안된 웹기반 도구로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최근 맥킨지(McKinsey)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웹 2.0 도구에 전반적인 만족을 표시한 응답자(21%)의 수보다 불만족 의사를 표현한 응답자(22%)의 수가 더 많았다.3
 
필자들은 이런 문제를 이해하고 효과가 있는 혁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3년 동안 13개 글로벌 기업의 혁신 과정을 연구했다.(‘연구 내용’ 참조.) 이 모든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꾸준히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모든 기업들이 전 직원을 이 과정에 참여시켰으며 아이디어 제안을 장려하고 아이디어의 양과 질을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도구를 활용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규모가 큰 조직에서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 많은 방법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몇 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온라인 혁신 포럼에서 도움이 되는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에 관련 내용을 요약해 두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찾아낸 주요 내용들을 혁신을 추구하는 많은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는 5개의 끈질긴 ‘신화’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신화: 깨달음의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찰나의 깨달음이 혁신의 과정을 정의한다고 생각한다. 목욕을 하다 깨달음을 얻은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사과 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낸 뉴턴(Newton)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런 관점에 의하면 기업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거나 주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을 채용한 다음 이들에게 혁신을 추구하기에 좋은 환경,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훨씬 평범하다. 혁신은 5%의 영감과 95%의 땀으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혁신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서부터 성공적인 상업화에 이르는 일련의 활동들이 연결돼 있는 하나의 사슬이라고 생각해 보면 가장 시간 소비가 많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전체 사슬의 뒤쪽에 위치한다.4  뿐만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는 곳도 사슬을 구성하는 여러 단계 중 뒤쪽에 위치한다. 필자들은 최근 123개 기업의 관리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관리자들에게는 혁신 가치 사슬 각 단계에서 자신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물어봤다. 관리자들은 대체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보였으나(회사의 경계 내부, 혹은 외부에서) 전체 가치 사슬에서 한 단계씩 뒤로 넘어갈 때마다 성과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혁신 가치 사슬의 어떤 부분에서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가?’ 참조.) 그렇다고 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단계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단계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단계에서는 매우 우수하다. 혁신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곳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단계보다 한참 뒤쪽에 위치한다.
 

필자들은 여러 우수기업들과 협력해 3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UBS 투자은행(UBS Investment Bank),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oyal Bank of Scotland) 등 금융 위기의 중심에 서 있었던 2개의 은행을 비롯해 소비재 생산 부문의 마즈(Mars), 사라 리(Sara Lee), 베스트 바이(Best Buy), 월풀(Whirlpool), 제약 부문의 로슈진단(Roche Diagnostics),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방송 부문의 BBC, 에너지 부문의 BP, 정보통신기술 부문의 BT, IBM, 비즈니스 정보 부문의 톰슨로이터(ThomsonReuters) 등 다양한 부문의 기업이 연구에 참여했다. 필자들은 이 기업들을 연구에서 제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이 직면한 특이한 문제들은 본 연구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필자들은 이들 기업에서 근무하는 54명의 직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그 중 일부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 참여했다. 인터뷰를 모두 마친 후 6개 기업(마즈, 로슈, 글락소스미스클라인, IBM, BT, UBS)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연구 내용을 작성했다.
 
혁신을 위한 이 기업들의 노력을 추적·기록하는 것 외에도 2008년 12월 런던경영대학원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컨퍼런스에서 일부 연구 대상 기업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필자들은 규모가 큰 조직에서 혁신 전략을 실행할 때 어떤 문제가 따르는지 살펴보고 필자들의 잠정적인 아이디어 중 일부를 시험할 수 있었다.
 
혁신을 위해서는 깨달음의 순간이 필요하다는 신화는 왜 그토록 많은 기업들이 아이디어 발굴 워크숍(ideation workshop),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 등의 이름 하에 대규모의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개최하려는지 설명해준다.5  필자들은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종류의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목격했고 연구에 협조한 기업 중 일부 기업들의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지원하기도 했다. 브레인스토밍 회의는 항상 가치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한 곳에 집결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 발굴 워크숍이 회사 전체의 혁신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방법인지는 확실치 않다. 라이브 에이드(Live Aid)와 같은 초대형 음악 축제가 빈곤 퇴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런 행사는 일회적으로 빈곤 퇴치의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빈곤 퇴치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 빈곤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구호단체들이 여러 해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대규모 행사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실질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라이브 에이드에 수표를 써 주면 대중의 구호 활동 참여는 끝이 난다. 하지만 대중의 구호 활동 참여가 끝나는 순간 대중으로부터 돈을 받는 구호단체의 활동은 시작된다.
필자들은 연구를 진행하던 중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워크숍을 통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 번째 문제는 워크숍이 끝난 후 얼마나 많은 양의 일이 필요한지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IBM은 2006년 온라인 상에서 이노베이션 잼을 실시했다. (IBM의 이노베이션 잼에 관한 내용은 뒤쪽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IBM은 72시간 동안 올라온 3만 개의 글을 분류하기 위해 총 60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을 동원했다. UBS투자은행은 아이디어 익스체인지(Idea Exchange) 행사를 진행했는데, 행사 규모가 작았음에도 행사가 끝난 후 엄청난 양의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UBS에서 일하는 한 관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방대한 양의 아이디어를 사전 분류하고, 각 아이디어의 점수를 매기고,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각 범주별 전문가와 세부 주제별 전문가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아이디어 익스체인지 행사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들은 훌륭했다. 하지만 이 행사를 또 다시 진행하기 위해서는 결과를 수량화하고 추진력을 이어가기 위해 반복 가능한 계기판 형태의 보고 시스템(dashboard-style reporting system)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워크숍이 갖고 있는 두 번째 문제는 조직이 발굴한 아이디어를 실행할 역량을 갖고 있지 않는 경우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워크숍이 직원들의 사기를 오히려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첫 번째 문제가 나타났을 때에 비해 부정적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 필자들은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워크숍이나 온라인 포럼을 통해 뛰어난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은커녕 인정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이 투덜대는 소리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개발하는 후방 단계의 아이디어 ‘깔때기’ 폭이 좁혀진 상태에서 상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 부으면 문제가 더욱 악화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어떤 문제를 풀고자 하는 건지 명료하게 정리한 다음 아이디어 부족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될 때에만 아이디어 발굴 워크숍을 진행해야 한다. 둘째, 아이디어 발굴 워크숍이 적합한 접근방법이라고 여겨지면 사후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을 준비를 해야 한다. 혁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결실을 보려면 대개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P&G는 10년에 걸쳐 C&D(Connect + Develop)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왔다.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이 게임체인저(Gamechanger) 전략을 실행해 이익을 얻어내기까지는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런 종류의 장기적인 노력을 위해서는 리더십의 연속성이 필요한데 많은 기업들에 이 점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요약:대부분의 혁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는 건 훌륭한 아이디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심하고 사려 깊은 후속작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명한 기업은 자사의 혁신 가치 사슬 전반에서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잘 알고 있으며 강점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보다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도움이 되는 질문
* 기존 관점의 확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선택 기반 질문.
예시:
- 아래 정보 출처 중 직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은? (인쇄 매체, 디지털 매체, 전문가, 동료)
- 우리의 고객 반응 속도를 1에서 10까지의 점수로 환산하면 몇 점이 될까?
* 실제로 옳은 답이 1개, 혹은 그 이상이 있는 구체적이고 종종 전문적인 질문
예시:
- 신택스 룹(syntax loop) 비지정 Ref56663이라는 오류 코드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해 줄 수 있는가?
 
도움이 되지 않는 질문
사람들에게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기초 소재도 제공하지 않은 채 상당한 개념 확장을 요구하는 질문.
예시:
- 소매은행 부문의 고객 서비스를 위한 급진적이고 새로운 접근방법을 찾고 있다. 아이디어가 있는가?
조언:‘소매은행을 단골 식당과 비슷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는 등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색다른 자극을 제공하라.
* 건설적인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는 질문.
예시:
- 고객과 좀 더 밀접하게 협력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보자.
조언:온라인 및 오프라인상의 브레인스토밍을 적절히 활용하라. 혹은, 논의의 맥락을 적극 관리해 일관성을 만들어내라.
두 번째 신화: 만들어 두면 관심을 끌 수 있다
2세대 인터넷 기술(웹 2.0)의 등장은 정보를 공유, 종합, 해석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이스북(Facebook),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확산과 성장은 우리에게 이와 같은 새로운 사회적 상호 작용 수단이 직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가정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성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보다 실패로 돌아가는 커뮤니티의 수가 훨씬 많다. 시작은 좋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열정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영국의 웹사이트 마이풋볼클럽(MyFootballClub)은 2007년 축구팀 엡스플릿 유나이티드(Ebbsfleet United)를 매수했다. 하지만 2010년이 되자 유료 회원의 수가 800명으로 줄어들었고 엡스플릿 유나이티드는 심각한 재정난에 부딪혔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설립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당선 후 백악관에 입성하기까지 인수 기간 온라인상에서 ‘시민 브리핑 북(Citizen’s Briefing Book)’을 운영하며 국민들에게 아이디어를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총 4만4000개의 제안이 올라왔고 140만 명이 자신이 지지하는 아이디어에 투표를 했다. 하지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의 보도처럼 ‘그 결과는 차분하게 공개됐지만 당혹스러웠다.’6  경제 위기가 한창이었던 상황이라 마리화나 및 온라인 포커 합법화,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교의 면세 지위 박탈 등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웹 2.0이 혁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니나 다를까 필자들이 살펴본 모든 기업들은 웹 2.0을 기반으로 하는 도구를 활용하면 다수의 사람들을 혁신 과정에 개입시키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이 제시한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를 내어놓고,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한층 발전시키고, 각종 제안을 평가할 수 있는 일종의 온라인 포럼을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축했다. 예를 들어, IBM은 2006년 자사 직원, 고객사, 제휴 협력 업체 등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관한 온라인 토론에 참여시킬 목적으로 자사 인트라넷을 통해 72시간 동안 이노베이션 잼을 진행했다. 총 5만7000명이 IBM의 이노베이션 잼에 참여해 3만 개의 글을 올렸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IBM과는 다른 방식으로 혁신을 추구했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가상 현실 사이트인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 가상 혁신 센터를 만들어 잠재적인 새로운 은행 환경의 원형을 만들고 전 세계 직원들로부터 직접 신속한 피드백을 받았다.
 
이와 유사한 각종 사례에 내재돼 있는 암묵적인 논리는 바로 ‘만들어 두면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IBM과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일부 온라인 포럼은 기업의 혁신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온라인 혁신 포럼 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 문제는 포럼이 많은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사이트를 한두 번 방문하도록 유도하기는 쉽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무언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지속적으로 사이트를 방문한다. 마이풋볼클럽의 경우에서처럼 혁신 포럼의 참신함이 단시간 내에 사라지고 참여가 저조해질 위험이 있다. 로슈진단에서 일하는 한 관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내 기술 인력들이 이런 유형의 도구를 사용할 거라는 우리의 희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경영진이 찾아낸 6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안하도록 전자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다그쳐야 했다.” 마찬가지로, 마즈와 UBS의 관리자들도 출발은 좋았으나 혁신을 위한 노력이 정체되는 현상을 경험했다. 한 관리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필요한 의사소통을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좋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회의적인 시각에 맞서 싸우고 무언가 새로운 일이 벌어질 거라는 믿음을 만들어내야 했다.”
 

아이디어를 고안해내는 것은 혁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서는 충분히 훌륭하다. 실제 혁신 과정의 ‘병목’ 현상이 나타나는 부분은 아이디어 발굴 이후의 과정이다.

 
두 번째로 오바마의 시민 브리핑 북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관련성이 떨어지고 현실성이 없으며 적절하지 않은 아이디어가 온라인 포럼에 올라올 위험이 있다. 필자들이 대화를 나누어 본 모든 관리자들은 ‘가치 있는 의견과 그렇지 않은 의견을 구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온라인 포럼에 올라온 아이디어 중 상당수는 편협하거나 불충분했으며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수고를 감수하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다른 사람이 내놓은 좋은 아이디어를 한 단계 발전시켜 최고경영진에 제시한다는 개념을 실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라인 포럼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유형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과거에 들어본 적이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고자 하는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오프라인 워크숍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원하거나 기존의 아이디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원한다면 온라인 포럼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구체적인 예가 궁금하다면 ‘온라인 혁신 포럼에서 도움이 되는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요약: 온라인 포럼은 혁신 확산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온라인 포럼은 수많은 기존의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되며 직접 대면이 이뤄지는 오프라인 포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현명한 기업은 혁신을 위해 온라인 포럼을 선별적으로 활용한다.
 
세 번째 신화: 개방형 혁신은 미래다
대기업에서 혁신에 관한 논의를 할 때에는 머지않아 ‘개방형’ 혁신(기업들이 형식적인 기업 울타리 밖에 있는 아이디어를 활용할 방법을 찾는 방식)이 항상 언급될 것이다.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각자 다양한 모습으로 개방형 혁신을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장난감 제조업체 레고(LEGO)는 수년째 혁신을 위해 고객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오고 있다. 일부 신제품에 ‘레고 팬이 생각해낸 제품’이라는 표시를 부착할 정도다.7  P&G는 최근 온라인 광고를 실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말하는 얼룩(Talking Stain)’ TV 광고를 패러디한 작품을 유튜브에 올리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그 결과, 총 200건이 넘는 패러디 광고가 유튜브에 올라왔고 그 중 일부는 TV에 방영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것들이었다.8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혁신에 좀 더 개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필자들은 그와 동시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면 엄청나게 거대한 아이디어 풀에 접근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적 재산 소유권 문제, 양측의 신뢰 결여, 개방형 혁신 역량 구축에 수반되는 운영 비용 등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등 그 비용이 상당하다. 개방형 혁신이 미래의 전부는 아니지만 미래의 일부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개방형 혁신 도구를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게 현명한 접근방법이다.
 
로슈진단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상당한 가치를 창출해낸 기업이다. 2009년, 로슈진단은 자사의 일부 R&D 프로그램을 진척시키는 데 방해가 되는 특정한 기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적인 방안을 시도했다. 로슈진단은 해결이 필요한 6개의 기술 문제를 파악한 다음 사내 R&D 커뮤니티에 문제를 공개하는 한편 잘 알려진 2곳의 기술 시장 이노센티브(Innocentive)와 UTEK(현 Innovaro)를 통해 외부 기술 커뮤니티에도 문제를 알렸다. 해당 기술 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맡은 관리자는 그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부 기술 커뮤니티에서 6개의 기술 문제에 대해 내놓은 응답은 그 수가 매우 적었다. 하지만 6개의 문제 중 하나에 대한 매우 사려 깊은 응답은 정말 뛰어났다. 그 응답으로 인해 전체 실험을 진행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외부에서는 이노센티브와 UTEK를 활용했고 내부 실험을 진행했을 때보다 훨씬 응답률이 높았다. 실제로 응답 수가 10배가 넘었다. 외부 기술 커뮤니티에 총 1500달러의 보상을 제시했었다. 어쩌면 그 보상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문제를 외부에 공개해 1개의 기발한 해결방안을 얻었다. 그 해결 방안만으로도 전체 실험을 진행한 가치가 충분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로슈진단이 이번 실험을 통해 외부 협력자를 문제 해결에 참여시키는 매우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우수한 혁신 관리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컨설턴트들과 학자들은 아래에 소개한 몇몇 요인들이 지속적인 혁신에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한다.i  그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해 공유:지속적인 혁신은 해당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자 하는지에 관한 공통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집합적인 노력이다. 또한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의 오명을 지우고 성공을 축하하는 등 혁신을 지지하기 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조정:조직은 혁신을 지지하는 가치를 장려하는 것 외에 구조적인 장애물(예: 폐쇄적인 구조)을 제거하고 모순되는 시스템 및 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 한 회사의 혁신 책임자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유롭게 원하는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 엄격한 성과 지표의 틀에 맞추어 평가를 받기 전에 아이디어를 시험(pilot)하고 점검(test)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했다.”
 
도구:직원들은 혁신을 위한 교육, 개념, 기법을 필요로 한다. 3M의 한 의사 결정 지원 관리자는 다음과 같은 기억할 만한 말을 남겼다. “직원들에게 틀을 벗어나 사고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지 않고 무작정 틀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방법은 소용이 없다.”ii
 
다양성:혁신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마찰이 필요하다. 새로운 직원, 전문가, 공급자, 고객 등 외부인을 도입하고 여러 사업부, 기능,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재를 섞어 놓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상호교류:조직은 직원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고 직원들이 교류의 기회를 갖고 뜻밖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포럼, 플랫폼, 행사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
 
여유:직원들이 여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 특히 정기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개발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 개개인과 조직 모두가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을 제거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로슈의 경험은 내부 커뮤니티와 외부 커뮤니티를 활용했을 때의 장점을 비교한 적절한 실험에 가장 근접했다. 뿐만 아니라 로슈의 경험은 외부 그룹을 활용하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잠재적인 응답자들에게 매우 제한적이고 기술 중심적인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기업 자체와 관련된 문제, 혹은 상황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외부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방안의 효용이 훨씬 떨어진다.
 
그렇다면 개방형 혁신의 부정적인 면이나 한계는 무엇일까? 우선, 지적 재산권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우려가 있다. 로슈진단은 필자들이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순간에도 자사의 기술 문제를 해결한 사람과 라이선스 협약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거래 비용 및 라이선스 비용도 결코 사소하지 않았다. 또 다른 관련 문제로는 이노센티브와 같은 시장 운영업체가 제공하는 강력한 지적 재산권 보호 장치가 없을 경우 외부 당사자들이 어떤 업체와 혁신을 공유해야 할지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있다. IBM은 이노베이션 잼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한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이노베이션 잼은 공개 포럼이기 때문에 누구나 포럼에 올라온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런 이유로 고객사들이 우리가 원했던 것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개방형으로 진행하는 게 중요했다.”
 
두 번째로, 필자들이 연구한 기업들이 외부에서 제공한 통찰력을 실제로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에 관한 우려가 있다. 유럽의 어느 통신 회사는 흥미로운 신생업체와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을 주시하기 위해 실리콘 밸리에 ‘정찰’ 부서를 파견했다. 하지만 정찰팀은 유럽에서 일하는 본사 직원들이 오직 기존의 기술 로드맵 속도를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우 급진적인 아이디어, 정찰팀이 찾고자 하는 아이디어 등은 한 마디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개발팀의 이해를 받기에는 지나치게 거슬리는 것들이었다.
 
마지막 우려는 적절하게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P&G, 인텔(Intel), 레고 등의 기업은 자체적인 외부 네트워크를 설립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으며 그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체적인 외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요약:외부 혁신 포럼을 활용하면 제한적인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전문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내부 혁신 포럼은 폭은 좁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측면에선 한층 뛰어나다. 현명한 기업은 각기 다른 문제 유형에 따라 외부 전문성과 내부 전문성을 적절히 활용한다.

네 번째 신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조직이 혁신 역량을 키우고자 할 때 나타나는 가장 커다란 우려는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을 구조화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흔히들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업무 외에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만큼 사람들이 추가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사람과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사람 모두에게 부유해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환경으로 주로 벤처캐피털 산업을 지목하곤 한다.
 
하지만 학계에서 주장하는 이론이나, 필자들이 직접 CEO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고려해 보면 실제로 보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먼저 간략하게 이론을 살펴보자.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은 많다. 하지만 돈과 같은 외적인 보상은 대개 2차적인 위생 요인(hygiene-type factors)에 불과하다. 한층 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은 훌륭하게 일을 해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인정과 지위 같은 ‘사회적’ 요인, 일부 업무가 제공하는 내적인 만족과 같은 ‘개인적’ 요인이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심리학 연구를 통해 찾아낸 증거를 살펴보자. 심리학 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 보상이 주어질 경우 보상을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도구라고 받아들이며, 이런 생각으로 인해 결국 업무에 대한 본질적인 관심이 줄어들고 창의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9 행동 경제학 부문의 유사 연구 결과, 인센티브가 클 때 내적인 동기가 특히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10
 
이 모든 사실들을 고려했을 때 혁신을 위해 반드시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할 필요는 없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과정이며, 혁신에 자신의 노력을 투입한 사람들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지위를 주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필자들은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인터뷰를 통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
 
UBS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고위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되고 있는 가운데 UBS의 일반 직원들은 온라인 도구 ‘UBS 아이디어 익스체인지’를 중심으로 혁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혁신을 책임지고 있는 UBS의 경영진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할 기회를 얻은 직원들이 엄청난 개인적 보상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을 통해) 금전적인 보상이 별다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내어놓은 아이디어를 인정 받는 것 자체가 보상이라고 얘기했다. 직원들은 혁신에 개입하고 참여하기를 원했다. 따라서 우리는 직원들이 고위 관리직들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마즈 중앙 유럽(Mars Central Europe)의 혁신 책임자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는 물질적인 보상을 제공하기보다 상대를 인정해주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1년에 2회씩 ‘메이크 더 디퍼런스(Make The Difference)’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어 아이디어와 성공 사례를 치하한다. 중앙 유럽팀은 지난 해 우리가 그 어떤 지역보다 더 많은 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요약:혁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사람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혁신 과정(새로운 해결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보상이다. 현명한 기업들은 물질적인 동인보다는 사회적·개인적 재량 노력 동인을 강조한다.11
 
다섯 번째 신화: 하의상달 방식 혁신이 최고다
혁신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들, R&D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하의상달 방식의 행동주의나 ‘사내 기업가 정신(intrapreneurship)’을 열렬히 옹호한다. 논리는 단순하다. 최고 경영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실제 업무와 가깝지 않기 때문에 혁신의 책임을 조직 하부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3M, 구글(Google), W.L. 고어(W.L. Gore) 등 성공적으로 혁신을 추진하는 대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1000송이의 꽃을 피우자’라는 구절을 혁신의 핵심으로 삼아 왔다.
  
필자들도 이런 주장을 믿고 싶었기 때문에 하의상달 과정을 허용하거나 장려하는 기업들을 찾아봤다. 필자들은 하의상달 방식을 통해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사례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해해선 안 된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채로 시작했거나, 최고 경영진이 수차례 거부한 제안 등에서 출발했지만, 성공으로 이어진 혁신 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에릭슨(Ericsson)의 휴대전화 사업, 소니(Sony)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HP의 프린터 사업 등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어느 순간이 되면 모든 혁신이 최고 경영진의 눈에 포착돼 우선순위가 매겨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하의상달 방식의 노력과 상의하달 방식의 노력 둘 다가 필요하다. 하지만 둘 사이 연결고리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필자들은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UBS의 아이디어 익스체인지, 베스트 바이(Best Buy)의 탄력회복 프로젝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스파크(Spark) 프로그램 등 하의상달 방식으로 진행된 혁신 사례를 매우 자세하게 살펴봤다. 이 프로그램들은 대성공도 아니고 전면적 실패도 아니었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내세울 수는 있었지만 위의 프로그램들을 지지한 사람들이 원했던 만큼의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필자들은 2008년 말에 개최된 워크숍에서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벌였고 토론 중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했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의 고위 관리자는 자신이 경험한 상의하달 접근방법과 하의상달 접근방법 간의 긴장에 대해 설명했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다양한 도구를 도입했다. “그 중 일부는 고위 관리자들을 위한 상의하달 방식 도구였고 나머지는 대다수 직원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하의상달 방식 도구였다. 상의하달 방식으로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고위급 의사결정자와 12개의 혁신 위원회로 이뤄진 그룹 혁신 위원회를 설립했다. 동시에, 하의상달 방식의 혁신을 위해 각 사업부가 일선 직원들의 의견 개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초기 투자를 했다. 비용이 증가하면 아이디어가 혁신 위원회로 전달됐다. 아이디어가 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시험 사업을 위한 자금이 지급됐고, 이에 따라 해당 아이디어에 걸맞은 비즈니스 계획이 수립됐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의 고위 관리자는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2가지 측면 모두에 긴밀한 관심을 쏟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의상달 방식의 혁신을 올바르게 추진해야만 상의하달 방식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베스트 바이와 같이 공개적으로 하의상달 방식의 혁신을 지지하는 조직에서도 지시(direction)와 권한 이양(empowerment) 간의 상호 작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 소매업체 베스트 바이가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개별 점포 차원의 지속적인 실험과 작은 시도가 모여서 낳은 누적 효과 때문이다.12  하지만 최고 경영진은 집합적인 창조 에너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원들이 혁신을 추구할 때 고객 만족을 위한 새롭고 더 나은 방법(‘고객 중심 주기(customer centric-cycle)’라고 표현)을 찾아내도록 격려해 직원들이 무작위로, 혹은 엉뚱한 방향으로 혁신을 추구할 위험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하의상달 방식 혁신을 추진할 때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은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광범위한 혁신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퇴짜 놓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반복적으로 퇴짜를 놓는 경우도 있다. 지속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서는 퇴짜를 당한 사람의 공로를 인정하는 방식,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 소식을 전달하는 방식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직원들은 동료들의 성공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주목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일선 직원들에게 자신이 내놓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할 기회를 제공하면 다른 직원들에게도 동기가 부여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주적인 혁신을 대표하는 월풀(Whirlpool)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월풀은 이노베이션 이-스페이스(Innovation E-Space)를 구축해 모든 직원들이 혁신 활동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다른 사람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13  다시 한 번 설명하지만, 하의상달 방식과 상의하달 방식 간의 상호작용은 중요하다.
 
요약:하의상달 방식의 혁신 노력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상의하달 방식은 회사의 목표와 직접적으로 일치될 때 덕을 볼 수 있다. 현명한 기업은 양쪽 방식을 모두 활용하며 하의상달 방식의 혁신 프로젝트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결론
규모가 큰 조직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수많은 대규모 조직들이 혁신 프로그램 확산을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웹 2.0 기술은 그 과정을 한층 더 민주화하는 토대가 됐으며 급진적일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합·평가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적인 혁신 리더가 될 수는 없는 만큼 즉효약이나 만병통치약, 어떤 상황에서도 도움이 되는 해결방안은 없다.
 
이 논문에서 필자들은 경험 중심의 접근방법을 택했다. 이론적인 내용은 모두 잊어버리기 바란다. 혁신 확산을 위한 새로운 도구를 실제로 활용하는 기업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 진실을 깨달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온라인 도구, 개방형 혁신 커뮤니티, 대규모 협력 포럼 등은 모두 제각기 한계를 갖고 있다. 항상 옳은 것도, 항상 그른 것도 없다. 최고의 접근방법은 기업이 직면한 도전과제를 세심하게 판단하고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각 요소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해 혁신 과정을 한층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줄리안 버킨쇼(Julian Birkinshaw)는 런던경영대학원의 전략·국제 경영 교수다. 시릴 부켓(Cyril Bouquet)은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국제경영개발대학원(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의 전략 교수다.
장 루이 바르소(Jean-Louis Barsoux)는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수석 연구원이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2210에 접속하여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 주시면 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1년 겨울호에 실린 런던경영대학원의 줄리안 버킨쇼 교수,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시릴 부케 교수, 수석 연구원 장 루이 바르소의 글 ‘The 5 Myths of Innova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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