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금 조달, 미래의 성장 가능성 평가, 협력 관계 구축, 개발 안내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사업 계획을 세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계획은 프린터의 잉크가 마를 때쯤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구닥다리가 돼 버린다. 비즈니스는 빠른 속도로 변한다. 제품의 특성이 변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며, 경쟁 환경이 변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변화에 직면했을 때 예전에 세워 두었던 사업 계획을 폐기해버린다. 사업 계획이 진정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기업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또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의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뱁슨 칼리지(Babson College) 기업가 정신 교수이자 <대학 중심 기업가정신 생태계 개발(The Development of University-based Entrepreneurship Ecosystems)>의 공동편집자인 패트리샤 그린(Patricia Greene)의 얘기를 들어보자. “컨설턴트들은 사업 계획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 소유주들은 격식을 차린 사업 계획을 마련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기업가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할 사항 중 하나로 ‘사업 계획 작성’을 꼽는다.
사업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살아있는 문서, 즉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훌륭한 사업 계획을 세우는 방법(How to Write a Great Business Plan)>의 저자인 윌리엄 샐먼(William Sahlman)의 얘기를 들어보자. “사업 계획을 생각할 때는 스냅 사진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미온적인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사업 계획서에 알려지지 않은 모든 내용을 포함시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유동적이고 유용한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큰 자산에 집중하라
기업의 입장에서 중요한 자산은 바로 사람이다. 샐먼은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대상이 훌륭한 인재라고 설명한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사람이지 계획이 아니다.” 그린도 샐먼의 의견에 동의한다. “외부인들은 상대가 어떤 일을 해내고 실행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길 뿐이다.” 적절한 인물이 적절한 기회를 붙잡았을 때 가치가 생성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두 가지 내용을 사업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 사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 인물들이 회사를 앞으로 끌고 나가기에 가장 적절한 까닭 또한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가령, 과거에 같은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지, 특별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명료하게 설명해야 한다.
물론 일부 기업, 특히 이미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인적 자원보다 기술이나 새로운 발견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도 똑같은 조언을 할 수 있다. 즉,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실험을 정의하라
사업을 시작하는 일은 시행착오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업 계획서를 읽는 사람들은 앞으로 겪게 될 모든 시행착오에 관한 내용이 사업 계획서에 포함돼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초창기에 그런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계획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되는 최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어떤 식으로 평가를 할지 사업 계획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는 있다.
샐먼의 얘기를 들어보자.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파악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게 목표다.” 물론 ‘앞으로 X, Y, Z를 순서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계획이 언제나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 최고의 계획이란 ‘그 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 파악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이며, 과거에 같은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인재들이 그 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적혀 있는 계획이다. 연구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그 방식을 묘사하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무엇을 할지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위험 평가 및 만일의 상황을 포함시켜라
계획에 따라 모든 일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로일 때가 많다. 사업 계획도 마찬가지다. 사업 계획이 역동성을 잃지 않도록 하려면 위험 평가를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성업체들은 대개 대규모로 위험 평가를 진행한다. 하지만 신생업체에도 위험 평가는 중요하다. 샐먼은 사업 계획에는 조건부적 사고가 담겨 있어야 하며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어떤 일이 닥치기도 전에 선택 가능한 모든 옵션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은 아니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대신,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면 된다.
대체 가능한 형식을 찾아라
사업 계획을 작성할 때 특정한 형식을 따라야 할 때도 있다. 은행이나 벤처캐피털 업체 측에서 기업 실사의 일환으로 사업 계획서에 특정한 항목을 포함시키거나 특정한 구조를 따라줄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은 특정한 서식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샐먼과 그린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사업이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각종 지표가 나열돼 있는 단순한 형태의 설명판 등 지나치게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방안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더 자세하게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야 할 때에는 좀 더 간결한 서식을 활용해야 차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방대한 문서를 압축할 때보다 짧은 문서를 확장하는 게 효과적일 때가 많다.
사업 계획을 자주 살펴 봐라
어떤 형식을 활용하든 사업 계획을 자주 재평가하는 게 중요하다. 그린은 “사업 계획을 재평가하는 데 가장 뛰어난 사람은 사업 계획을 점검할 때를 미리 정해두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즉, 주기적으로 사업 계획서를 다시 읽어봐야 한다. 가장 최근에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 이후 사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고 그에 걸맞게 수정 및 업데이트해야 한다. 부하 직원에게 사업 계획 수정 작업을 맡길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 계획이 하나의 통일된 문서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책임은 기업 소유주 혹은 사업의 총괄 책임자에게 있다. 주기적으로 사업 계획을 점검하면 사업이 원래의 비전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