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서비스 부문의 혁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서비스를 한층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 개선 혹은 과정 향상을 떠올린다. 지난 몇 년 동안, 각종 식당에서는 테이블 준비가 끝나면 대기 중인 고객들에게 신호를 보내주는 휴대용 기기를 제공했다. 또 슈퍼마켓에서는 고객이 직접 계산을 할 수 있는 셀프 계산대를 설치했다. 이와 같은 혁신으로 고객이 한층 간편하게 일을 처리하게 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 조직들은 좀처럼 서비스 접점(service encounter)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인 심리 상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사실, 고객 경험 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나 책은 수없이 많지만 고객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심리적 변수(긍정적인 경험을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묘한 상승 효과)는 아직 채 정의조차 되지 않았거나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연구 내용’ 참조)
10년 전 필자들은 필자들이 서비스 설계의 마지막 변경(the last frontier)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서비스 상호작용을 경험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조직 문화 및 인사 관리에는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암시적이거나 심리적인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서비스 운영 및 과정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필자들은 초기 연구를 진행할 당시 인지 심리학, 행동 의사결정 분야의 주요 연구가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이론을 세우는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발견했는지도 관찰했다. 필자들은 하라스(Harrah’s),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MGM Resort International), 델(Dell), 파머스 보험(Farmers Insurance), 시애틀 슈퍼소닉스(Seattle SuperSonics), 맥킨지(McKinsey & Co.) 등과 여러 차례 인터뷰 및 워크숍을 진행했다. 연구의 목표는 서비스 접점을 설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필자들은 그 동안 필자들이 제안한 개념을 시험하기 위해 현장 실험을 진행해 왔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이런 아이디어를 의료 부문에 접목하고 있으며 과정 및 시스템 재설계를 위해 여러 기업과 협력 중이다.
조직들은 서비스 접점의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 비행기 정시 도착, 고객의 전화에 응대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 구체적인 지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 기분 같은 주관적인 결과들은 묘사하기가 한층 어렵다. 승객이 비행을 즐겼는가? 문제 제기를 위해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건 고객이 한층 기분이 나아진 상태로 전화를 끊었는가? 시스템 역학 및 과정 분석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통해 기업은 분명한 결과를 얻기 위해 운영 방식을 재설계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행동 의사결정 연구, 인지 심리학, 사회 심리학 부문의 연구 결과는 서비스 공급자들이 서비스 접점의 심리적 측면 혹은 내포돼 있는 측면을 재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논문에서 필자들은 카너먼(Kahneman), 애리얼리(Ariely), 뢰벤슈타인(Loewenstein) 등 의사결정 연구분야 이론가들이 발표한 중요한 연구를 바탕으로 여러 개의 서비스 설계 원칙(service design principles)을 제안했다.11B.L. Fredrickson and D. Kahneman, “Duration Neglect in Retrospective Evaluation of Affective Episod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0 (July 1993): 44-55; G.F. Loewenstein and D. Prelec, “Preference for Sequences of Outcomes,” Psychological Review 100 (1993): 91-108; and D. Ariely and Z. Carmon, “Gestalt Characteristics of Experiences: The Defining Features of Summarized Events,”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13 (2000): 191-200.
닫기가령, 필자들은 훌륭한 서비스 설계를 위해서는 서비스를 구성하는 일련의 사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22R. B. Chase and S. Dasu, “Want to Perfect Your Company’s Service? Use Behavioral Science,” Harvard Business Review 79 (June 2001): 78-84.
닫기모든 요소가 똑같이 중요하긴 하지만 마지막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방법 또한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을 초기에 처리해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올 사건들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논문에서 필자들은 고객이나 환자에게 기다리기를 요구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게 마련이지만 사람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기다리기를 요구하기보다 기다려야 할 시간을 모두 합해 단 한 차례만 대기하도록 요청하는 게 낫다는 사실 또한 지적했다. (기쁨은 나누고 고통은 통합해야 한다.) 이런 원칙 중 일부는 직관에 반대되며 일반적인 고객 조사 및 포커스 그룹을 통해서는 찾아낼 수 없다.
본 논문에서 필자들은 3개의 요인(감정, 신뢰, 통제)이 고객의 서비스 경험 평가 및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이 요인들은 대부분의 서비스 접점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 감정과 신뢰, 통제는 경험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거나 강화한다. 각 요인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은 좀 더 긍정적인 서비스 결과로 이어질 새로운 제안을 만들어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감정(Emotions)감정은 기억, 서비스 접점에 대한 평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누구나 명료한 기억을 갖고 있다. 이 기억은 특정한 사건을 기억해내고자 할 때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사람은 암시적, 혹은 무의식적인 감정의 기억을 갖고 있다. 감정적 기억은 특정 사건에 대한 감정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33J. E. Ledoux, “Systems and Synapses of Emotional Memory,” chap. 8 in “Memory: Organization and Locus of Change” ed. L. R. Squire, N.M. Weinberger, G. Lynch and J.L. McGaugh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1).
닫기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풍부한 감정을 느꼈을 때의 일화는 쉽게 기억해낼 수 있다.
신뢰(Trust)신뢰는 탄탄하고 영속적인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심리 변수다. 신뢰가 없는 탓에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분노, 좌절 등 부정적인 감정만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신뢰가 있으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통제(Control)환경에 대한 통제와 상황 변화에 대한 판단은 근본적인 심리적 요구다.44R.S. Lazarus and S. Folkman, “Stress, Appraisal, and Coping” (New York: Springer Publishing, 1984). Designing the Soft Side of Customer Service
닫기연구 결과, 주위를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혹은 통제가 부족하다는 기분)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다거나 퇴직 자금의 가치가 급락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등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면 통제감(sense of control)이 약화돼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통제는 신뢰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신뢰가 커지면 통제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약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