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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데이터가 다 필요한가? 外

론 애시케나스(Ron Ashkenas) | 58호 (2010년 6월 Issue 1)

기업은 데이터를 좋아한다. 수치, 보고서, 시장 동향, 그래프, 스프레드시트 등 어떤 형식이냐에 관계없이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양산해내는 상당한 규모의 사내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조사나 설문 등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외부 인력까지 동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가 과연 비용 대비 효용이 있으며 더 나은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실제로 도움을 주고 있을까? 일부 데이터는 오히려 불필요한 데다 복잡성과 혼란만 가중시키는 건 아닐까?
 
사례 연구를 살펴보자. 한 고급 소비재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수년간에 걸쳐 매월 데이터 집약적 비즈니스 리뷰를 실시하는 일을 방침으로 삼았다. 그 중심에는 사업부문, 유통경로, 지역, 고객 세분시장 등에 따라 분류된 모든 제품의 비용과 매출이 기록된 자료집이 있었다. 온라인 조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경영 팀은 늘 이 자료집을 인쇄하곤 했다. 그 두께가 거의 몇 인치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었다. 매월 이 자료집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회계, 제품 관리, IT 부서 직원들이 매달려 데이터를 수집, 평가, 분석, 검토, 분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많은 이들이 이 자료집에 그렇게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데 불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CEO의 경영 방침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이러한 수고가 그 만큼의 가치를 지녔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 전 새로 임명된 신임 CEO는 분기별 리뷰와 예외 사항 보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회사의 데이터 양산 조직 규모는 급격히 줄었다. 이를 아쉬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CEO마다 데이터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어떤 CEO는 의사 결정 시 데이터에 최대한 많이 의존하려 한다. 어떤 CEO는 자신의 직관에 확신을 더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데 충분한 정도로만 데이터를 활용한다. 다른 CEO는 수치 중심의 분석적 데이터와 사례 중심의 정성적 데이터를 결합하는 일을 선호한다. 이처럼 최고 경영자의 데이터 활용 성향은 한 기업의 ‘데이터 문화’를 좌우할 때가 많다. 어떤 상황에서건 관리자는 상당한, 그러나 항상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투자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 정책에 관한 다음 4가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1.우리는 꼭 필요한 데이터를 도출하고 있는가 많은 기업들이 의사 결정과 비즈니스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보다는 그저 도출 가능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데이터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를 통해 알아낼 필요가 있는 주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한 후, 도출 가능한 모든 자료보다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2.데이터가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대부분의 데이터는 단편적이다.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단편적인 정보들이 일관성 있게 비즈니스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즉, 각각의 데이터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돼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 데이터 시스템’이 일관된 데이터 정의를 통해 데이터 프로세스를 보강하고 비교하는 데 유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데이터에서 자동적으로 이야기를 뽑아내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관리자들은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앞서 회사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이야기 전달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3.데이터가 미래 지향적인가 기업들이 수집하는 대부분의 데이터는 관리자들에게 과거의 실적에 대해 알려주지만 미래의 실적을 예측하는 데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어떠한 기간에 해당하는 어떠한 데이터가 향후 행보에 도움을 줄지 고려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4.정량적, 정성적 데이터의 비율이 적절한가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데이터 어느 한쪽만으로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파악할 수 없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바람직한 가격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을 누구에게 팔 것인가뿐 아니라 왜 어떤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더 잘 팔리는지를 알아야 한다.
 
분명 비즈니스 데이터와 그 분석은 한 기업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IBM과 같은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비즈니스 정보 및 분석 시스템을 인수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관리자가 먼저 위의 4가지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자동화 시스템도 별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 이상의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다. 실수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수에 대해 책임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실수에 관한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그건 바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반드시 경력에 영원한 오점이 남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큰 실수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사실 대부분의 실수는 조직 및 개인의 학습에 기여한다. 따라서 실수는 실험의 중요한 한 부분이자 혁신을 위한 전제 조건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직장에서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우아하게 만회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다. 직장에서 실수 한번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전문가들의 의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 맥 기술혁신센터의 연구 책임자이자 곧 출간될 <멋진 실수(Brilliant Mistakes)>의 공저자인 폴 슈메이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수를 했을 때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얘기한다. 슈메이커는 “사람들은 득실에 대해 불균형적인 평가를 내리기 때문에 손해가 이익보다 훨씬 커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실수를 감추려 든다. 혹은 비생산적이라 밝혀진 길을 계속 걷는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같은 ‘매몰 비용 오류’는 위험하며 많은 대가가 따른다.
 
실수를 받아들이고,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는 편이 훨씬 낫다. 슈메이커는 “앞을 내다보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얘기한다. 듀크대 기업가 리더십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인생 기업가: 특별한 삶을 창조하는 평범한 사람들(Life Entrepreneurs: Ordinary People Creating Extraordinary Lives)>의 공저자인 크리스토퍼 거겐도 동의한다. 거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은 실수를 가치 있는 리더십의 순간으로 바꾸어놓는 일”이라고 얘기한다.
 
실수를 황금으로 승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실수를 인정하라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단체로 저지른 실수라 하더라도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데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 사과를 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사과를 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미래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실수를 만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앞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라.
 
일단 실수를 인정했다면, 실수한 내용을 재구성해볼 필요가 있다. 변명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실수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순수한 의미에서 노력을 기울이라는 뜻이다. 잘못된 결정이나 결함이 있는 과정으로 인해 실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결과가 모두 실수로 인해 발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거겐은 어떤 실수가 자신의 통제권 안에 있었으며, 어떤 실수가 자신의 통제권 밖에 있었는지, 어떤 실수가 외부적인 것이었으며, 어떤 실수가 내부적인 것이었는지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고 실수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담백하게 설명하면 사람들이 실수가 발생한 이유, 똑같은 실수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방법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2.방식을 바꿔라 리더십 개발에서 실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슈메이커는 “최고의 실수는 비용은 낮되 학습 효과는 높은 실수”라고 얘기한다. 잘못된 의사결정의 결과로 실수가 발생했다면 앞으로 유사한 실수가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건지 상사 및 다른 관련자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전문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거겐은 “실수를 감당하고, 실수를 앞지르고, 실수에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실수로 인해 변화할 수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면 상사, 동료, 직속 상관 등에게 앞으로도 똑같이 중요한 업무를 맡겨도 좋을 사람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 슈메이커는 “실수를 저지른 대가를 치르려면,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실수를 좀 더 냉혹하게 처리하는 성과 중심의 문화보다는 학습 중심의 문화에서는 이런 태도를 취하기가 한층 쉽다. 거겐은 “업무 환경이 어떻든 실수를 부채에서 자산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고 얘기한다.
3.지원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강력한 지원 네트워크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거겐은 “연구 결과, 건전한 지원 네트워크에는 진정한 신뢰 관계, 다양한 관점, 상호성 등 3개의 구성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원 및 퇴사한 직원, 혹은 조직 외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실수를 만회할 방법에 대한 자문을 구해보자. 주위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면 실수를 다르게 표현하여 평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피드백을 들려줄 것이다.
 
4.실수에서 벗어나라 실수를 저지른 후 자신감을 되찾기란 어렵다. 하지만 실수 후 또 다른 실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일단 실수를 저질렀다면 과거가 아닌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더 많은 데이터 포인트를 활용해 다시 신뢰를 쌓아 나가면 된다. 실수가 약하거나 기량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오히려 실수를 극복해내면 회복력이 있으며 항상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거겐과 슈메이커는 많은 고용주들이 실수를 저지른 후 그 실수를 잘 극복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강조한다.
 
5.모든 실수가 같은 건 아니다 실수의 강도와 종류는 다양하다. 다른 실수에 비해 회복이 한층 더 어려운 실수도 있다. 슈메이커는 단체로 실수를 저지르면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에 회복이 쉽다고 지적한다. 다른 사람의 신뢰를 깨뜨리는 실수를 저지르면 실수로 인한 결과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일,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상대가 더 이상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다가가 진실된 사과를 전하고 상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봐야 한다. 단,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용서를 얻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기억해야 할 원칙
해야 할 일
- 자신이 실수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그 역할을 인정하라.
-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었으며 앞으로는 다르게 행동할 거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하라.
- 앞으로도 똑같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줘라.
하지 말아야 할 일
-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마라.
- 다른 사람의 신뢰를 저버리는 실수. 이런 실수는 가장 만회가 어렵다.
- 실수를 저지른 후 실험을 멈추거나 어색해하지 마라.
 
사례 연구 1
상사와 동료의 적극 지지가 있으면 실수 회복이 빨라진다
 
과학 환경 건강 네트워크(Science & Environmental Health Network)의 부책임자인 케이티 실버맨은 이 비영리 단체의 보조금 신청을 담당하고 있다. 실버맨은 중요한 재정지원 신청 일자를 파악하기 위해 일정표를 만들어 현재 지원 받고 있는 보조금 사용 내역을 제출해야 하는 날짜 및 향후에 재정지원을 재신청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마감일을 기록해 두었다. 1월 말, 자신이 예정보다 앞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믿었던 실버맨은 과학 환경 건강 네트워크의 주요 재정 지원단체 중 한 곳에서 근무하는 재단 담당자에게 2010년을 위한 재정지원 재신청을 위해 e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재단 담당자는 마감이 막 끝났다는 답신을 보내왔고 실버맨은 충격에 빠졌다. 실버맨의 일정표에는 3월이 마감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3월은 2009년에 받은 보조금 사용 내역 제출 마감일이었고 실버맨은 3월이 돼 2009년 보조금 사용 내역 제출 마감이 끝난 후에야 2010년 재정지원에 관한 재신청 논의가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과학 환경 건강 네트워크는 한 해 동안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그 돈이 필요했다.
 
실버맨은 “요즘 같은 상황에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쁜 일이 아니라 한 마디로 재앙”이라고 얘기한다. 실버맨은 뒤늦게 매년 1월이면 과학 환경 건강 네트워크 직원 중 누군가가 이 재단에 전화를 걸어 1년간의 업무 진행 계획을 상의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실버맨은 이 같은 비공식적인 회의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버맨에게는 각 재정지원 재단과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나타날 때마다 과학 환경 건강 네트워크가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업무를 처리할 책임이 있었다.
 
실버맨은 즉시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고백했다. 그 다음 과학 환경 건강 네트워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새로운 자금 출처를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실버맨이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실버맨의 상사와 과학 환경 건강 네트워크의 나머지 직원들은 실버맨에게 팀 회의 참석을 제안하고 가능한 한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얘기하는 등 그를 적극 지원했다. 재단 담당자는 실버맨에게 5월에 또 다시 재원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마감 날짜를 알려줬다. 과학 환경 건강 네트워크는 최근 어려움을 겪는 동안 구상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실버맨은 과학 환경 건강 네트워크가 필요한 재원을 반드시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버맨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지만 그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 이제 실버맨은 일정표에 재정지원단체에서 발표한 확정일자 이외에도 ‘비공식적인’ 마감일과 회의 날짜까지 모두 기록한다.
사례 연구 2
경제 상황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방식을 수정하라
 
1990년대 말, 크리스토프 거겐은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위해 스마싱킹닷컴(Smarthing.com)이라는 온라인 과외 서비스 업체를 공동 설립했다. 1999년 한 차례 자금을 조달한 후 회사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00년 초 무렵, 스마싱킹닷컴은 30명의 직원을 거느린 온라인 업체로 성장했고 서비스를 선보일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러던 중, IT 거품이 터져버려 회사의 자금사정이 겨우 몇 주 밖에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겨우 6주치를 버틸 수 있을 만큼의 현금만 은행에 쌓아둔 채, 거겐과 동업자는 일생일대 최고의 실수 중 하나라고 할 만한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거겐은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여러 회사와 함께 일을 해 본 경험이 있었다. 리더들이 어려운 회사 상황을 비밀에 부치는 일이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거겐과 동업자는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거겐과 동업자는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은 다음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또 혼자만의 힘으로는 회사를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각 직원 및 부서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스마싱킹닷컴은 그 해 상반기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하반기에 들어서 5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거겐은 회사의 재정상태 악화를 경제 탓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었지만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데 대한 모든 책임을 졌다. 거겐은 “외부 환경은 통제권을 벗어나 있지만 어려운 외부 환경 속에서 경영을 해 나가는 능력은 스스로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바로 거겐이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었으며 현금 흐름에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거겐과 동업자가 위기의 여파에 잘 대응을 했기 때문에 스마싱킹닷컴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이직률이 사실상 제로에 달할 만큼 응집력 있는 문화를 갖게 됐다. 스마싱킹닷컴은 별다른 문제없이 이번 금융 위기를 잘 넘겼으며 최근 창립 11주년을 기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조직의 번영을 돕고 싶거나 조직 내 자신의 지위에 상관없이 리더십 기술을 강화하고 싶다면 ‘적응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에 능숙해질 필요가 있다. 적응 리더십이란 조직이 안전지대를 벗어나 위험을 감수하고 상황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또 이를 통해 성장하고자 할 때 선택 가능한 하나의 전략 방안이다.
 
적응과 변화를 요구하는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보통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 사업 파트너십을 시험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을 미지의 영역으로 내몰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활용 가능한 자원과 한계를 정확히 진단할 만큼 현실적이고 노련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이 이제껏 보여왔던 행동에 변화를 줄 만큼 확실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의료 치료와 마찬가지로 리더십 또한 진단과 행동이라는 2단계로 나뉜다. 이 2단계는 자신이 속한 조직과 자기 자신이라는 2개 차원에서 진행된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리더십을 펼치고 싶다면, 자신이 직면한 문제 상황과 연관해서 자신을 평가해야만 한다.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에서는 자신의 태도와 행동 방식을 명확히 파악해야만 조직이 가진 복잡한 역학 속에서 자신이 취하고자 하는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해라
개별적 인간은 자신이 속한 조직과 마찬가지로 서로 충돌하는 가치 및 관심 사항, 취향, 성향과 포부, 두려움을 가진 하나의 복잡한 시스템이다. 그룹이나 조직을 이끌고 어려운 상황을 타파하려고 할 때, 당신이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권한을 가졌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다양한 의무가 서로 충돌하는 걸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당신(개인)이 시스템(조직) 내에 있는 또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자신이라는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자신에게 필요한 변화를 주어 조직의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자신의 기본 특질을 파악하라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당신에게는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천성적 특질이 있다. 천성적 특질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해석하고 이에 반응하는 방식을 말한다. 새롭고 유용한 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유와 여유로움을 얻으려면, 자신의 천성적 특질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자신이라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3가지 기본 설정에 대해 하나씩 점검해 보자.
 
1.의무감(loyalties)동료나 상사, 그리고 사업상 관계를 맺게 된 모든 사람들에게 갖게 된 의무감을 말한다. 이 같은 의무감과 가족에게 느끼는 의무감은 변화가 필요한 문제와 직면할 때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2.특정 성향(personal tuning)우리 모두는 각자 조금씩 다르게 조율된 현악기와 같다. 어렸을 때 경험, 유전적 성향, 문화적 배경과 성별 등이 자신이라는 악기를 현재의 상태로 조율해 놓는다.
3.대역폭(bandwidth)적응 리더십의 관점에서 봤을 때, ‘대역폭’은 적응을 위한 변화를 이끄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개인의 기술 및 역량을 말한다. 우아하고 영감이 번뜩이는 화술에있어 면전에서 직접 문제를 따질 수 있는 능력 등 다양한 기술은 하나의 스펙트럼을 이룬다. 리더라면 상황이나 주변 사람에 따라 자신이 가진 다양한 기술을 혼용하거나 변주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차례대로 자신이라는 시스템의 3가지 기본 설정을 살펴보자.
 
자신의 의무감을 파악하라
자신이 의무감을 느끼는 3가지 인간관계를 살펴보자. 동료와 가족, 소속된 지역 사회다. 각 그룹 내에서의 역학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동료부터 시작해서 가족, 주변 사회로 옮겨가며 어느 쪽에 의무감을 더 느끼는지 생각해 보자.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분명 갈등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의무감이 똑같이 중요한 건 아니다. 서로 다른 의무가 충돌할 때, 우선시되는 관계가 분명히 있다.
 
이 때 이런 질문을 해보자. 누구에게 가장 많이 책임감을 느끼는가? 기대와 다른 행동을 했을 때 가장 강력히 반발할 사람은 누군가? 누구에게 가장 많은 기쁨을 주고,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가? 절대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의 지원이 가장 필요한가? 답을 찾다 보면 각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의무관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의무관계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말보다 행동을 관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다양한 의무관계 사이의 우선순위를 알아야 적응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발목을 잡고 리더십 발휘를 막는 의무감이 무언지 알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자신의 목표 성취를 방해하는 의무감은 자신이 평소에 그렇다고 말하고 다니거나 이력서 상에 써넣는 관계가 아니다. 바로 ‘인정할 수 없는 의무감’이다. 이는 공식적으로 거론되는 사람이나 가치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그만큼 명백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의무감을 뜻한다. 이런 의무감은 권력욕이나 사랑 받고 싶은 마음, 자신감에 대한 욕구 등 일종의 필요나 보호에 대한 갈망, 불안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인간인 이상 가질 수밖에 없는 이런 감정들은 자신이 믿는 고결한 가치와 마찬가지로 한 인간이 세상에 대응하는 방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라
사람이 자신의 환경과 지나온 세월에 묶여 있다는 생각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자유 의지’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러나 자신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주변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받으며 행동하도록 조율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자신이 가진 성향의 특정 부분은 적응 리더십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기회를 주는 동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잘 이해한다면 자신의 취약점과 민감한 부분을 파악해 이를 보완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논쟁이 시작되고 감정 싸움이 격화됐다. 분위기가 급격히 비생산적인 쪽으로 흘러간다. 효과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려면 분위기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잠깐 휴식시간을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당신은 갈등 상황을 즐기는 편이어서 지금 분위기가 폭발 직전일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당신이 보기에 이런 갈등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회의실에 있는 다른 직원들은 갈등 상황을 견디지 못해서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만약 당신이 갈등에 대한 자신의 한계치가 다른 사람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열기를 식히고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언제인지 보다 면밀하게 살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반면 갈등을 견디지 못하는 성향이라고 가정해보자. 가족 중 알코올 중독자가 있었다거나 부모님이 지나치게 엄격하신 집안에서 자랐다면 그럴 수도 있다. 이 때 서로 몰랐던 점을 깨닫거나 생산적인 토론을 위한 논쟁이 격화되었을 뿐인데도 혼자 너무 불안해 하면서 상황을 진정시키려 할지도 모른다. 결국 회의는 조급하게 중단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소중한 기회는 사라진다.
 
특정 성향을 보이는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첫째, 특정 성향으로 당신은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된다. 이 때문에 당신이 성공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걸 원치 않는 적들은 당신을 쉽게 조종할 수 있다. 둘째, 사람의 강점에는 항상 그림자처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 가령 만족감을 느끼는 걸 아주 좋아하며, 혼자 힘으로 업무를 완수하는 능력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책임감이 강한 건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적응이 필요한 변화를 이끄는 중이라면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 일부 업무는 적임자와 업무를 수행할 동료에게 배분해주고, 그 일에 대해서는 그들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 때 일을 떠맡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도움이 되는지 칭송하며 당신을 조종하려 할 수 있다. 이 말을 들은 당신은 권한을 위임하기보다 자신의 책임을 늘리려 할 수 있다. 항상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가지려는 마음 이면에는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어두운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권한 위임을 더 어렵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이들은 그런 성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에 당신을 끌어들이거나 당신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다. 당신은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대상이 돼버린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의 분노를 무조건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면, 동료는 화를 내는 방법으로 당신이 시작한 변화를 막을 수 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감정적 고통에 취약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동료는 괴로운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당신의 계획을 좌절시킬 수 있다.
조종당하는 상황을 더 확실히 표현하기 위해 ‘방아쇠’ 비유를 써보겠다.
나의 ‘방아쇠’는 무엇인가?
어떤 계기로 폭발하게 된 경험은 누구나 있다. 누군가 자신의 ‘방아쇠’를 당겨 버리거나 건드려서 이성을 잃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나? 아주 제대로 건드렸다면 사람은 누구라도 폭주할 수 있다. 두려움과 아드레날린의 방출로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자기를 보호하려는 원초적 자아가 똑똑하고 전략적이며 차분하고 우아한 자아를 잠식해 버린다. 방아쇠가 당겨진 사람은 주변 사람의 방아쇠도 당겨버린다. 불협화음이 잇따르고 협동은 무너진다. 폭주를 하는 사람이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업무상 피해는 더욱 커진다.
 
인간관계에 능하고 감각이 좋을수록, 다른 사람의 방아쇠가 당겨졌을 때를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면 자신이 언제 그렇게 되는지도 알 수 있다. 방아쇠가 당겨지면 대부분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목소리가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낮아지고, 회의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날카롭게 말하거나 평소 입담이 좋던 사람이 조용해진다. 심장이 마구 뛰고, 숨이 가빠지거나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지는 등의 신체적 변화도 나타난다. 자신의 방아쇠가 언제 당겨지는지를 파악하면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감정에 좌우돼 비생산적인 행동을 하는 대신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
 
자신의 대역폭을 확장하라
자신의 의무감과 성향에 더해 ‘대역폭’, 다시 말해 적응을 위한 변화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자신이라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주변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기술과 역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대역폭은 넓을수록 좋다. 대역폭을 확장하려면 우선 현재의 대역폭을 파악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역량 중 뛰어난 점은 무엇이고, 개선이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면 언제 자신이 개입하고 언제 다른 사람을 투입해야 할지 결정이 쉬워진다.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도록 다그치는 데 능숙하다면, 매출이 보장된 제품 라인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회의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고 뒤로 빠지자.
 
적응 리더십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미지의 영역에 들어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할 역량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혼돈보다 안정을, 애매모호함보다 명확함을, 갈등보다 조화를 선호한다. 그러나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자신과 주변 동료를 위해 혼돈과 혼란, 대립을 일으키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창조적인 긴장을 발판으로 삼아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걸 자신의 임무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무질서와 애매모호함, 긴장에 대한 높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는 적응을 위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힘이 되고, ‘나’라는 악기를 조율하는 또 하나의 현이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나 방법이 옳다는 확신 없이도 변화를 밀고 나갈 수 있는가? 자신에게 ‘이게 맞는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시도하는 건 중요하고 우리의 시도는 하나의 실험이다’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가? 휴가를 떠난 와중에도 매일 어디서 머물러야 할지 계획을 세워놓아야 하는 철저한 사람이나 업무 목록을 만들어서 이를 완수할 때마다 하나씩 지워나가는 사람이라면, 적응 리더십을 따라다니는 엄청난 불확실성을 감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의 대역폭을 확장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편안함을 느끼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무능력이 노출될지도 모르는 낯선 영역으로 들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역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굳건한 의지가 필요하다.

필자는 항상 신규 고객에게 자신의 3개 강점과 3개 약점을 적어 보라고 가장 먼저 요청한다. 대부분 자신의 강점으로 세부 사항에 대한 관심, 집중력, 추진력 등을 꼽고 약점으로는 위임, 창의력 부족, 인재 관리 능력 부족 등을 꼽는다. 고객들이 강약점을 모두 적어 내면 적어 놓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라고 권한다. 종이를 들여다보다가 다시 필자를 바라보고선 설명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강점과 약점 간의 관계를 볼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뜻이다.
 
사람의 강점과 약점은 거울에 비춘 듯 서로 좌우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양상을 띠는 때가 많다. 따라서, 강점을 과도하게 발달시켜 강점을 약점으로 바꾸어 놓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오만과는 거리가 있는 자신감, 빈정거림으로 변질되지 않는 재치, 완벽주의가 아닌 성실성 등 최적점은 항상 존재한다. 그 동안 수많은 리더들이 강약점의 덫에 빠져드는 모습을 지켜 봤다. 사회 생활을 하는 내내 특정한 강점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칭찬과 보상을 받다 보면 강점 이면에 숨어 있는 어두운 면을 보지 못한다. 이런 맹점으로 그 동안 쌓아 온 경력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
필자는 리더의 어두운 이면을 심층적으로 다룬 새로운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궤도 이탈을 야기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1만8000명의 영국인 리더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총 11개의 ‘탈선 요인(derailer)’, 즉 평소에는 강점으로 작용하나 압박감을 느낄 때 약점으로 변질되는 요소를 찾아냈다.
 
가령 압박감을 느끼면 기민한 성향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예리함 vs 의심), 매력적인 성격은 교활하게 상대를 조종하려는 태도로(매력 vs 교활), 쾌활한 성격이 과장되고 호들갑스러운 행동으로(쾌활 vs 호들갑), 부지런한 성향이 완벽주의적인 태도로(성실 vs 완벽주의) 바뀐다. 인터뷰에 응한 리더 중 85%가 이런 ‘이면 특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6%는 무려 3개의 이면 특성을 갖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영국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이면 특성은 순종 vs 의존이다.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 직면하면,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힘든 상황이 닥치면 영국인 리더 중 25%는 뒤로 물러나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연구 내용은 신경제 시대의 불확실성과 싸우는 기업들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고위 경영진 전체가 순종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조직을 생각해 보자. 위기가 발생하거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CEO가 등장해 조직의 전략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 조직의 고위 경영진은 위기에 정면 대응하거나 CEO와 맞서야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들이 다 함께 위험을 피하려고 들 가능성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RBS)의 경영진도 같은 행동을 보였다. 당시 RBS의 고위 경영진은 문제를 초래한 전략에 적절하게 대항하거나 CEO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자신의 열정(변덕), 매력(교활), 집중력(수동적인 공격성)이 갖고 있는 어두운 이면을 깨닫지 못하는 관리자나 리더에 관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관리자나 리더들이 동료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깡그리 무시한 채 자신의 성격이 갖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례도 너무 많다. 관리자나 리더가 건설적인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조직 내에 개개인의 피드백을 지지하지 않는 문화가 팽배하다면 고위 경영진은 회사뿐 아니라 자신의 경력까지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고위 경영진의 자리에 앉아 있는 리더는 자신을 궤도 밖으로 밀어낼 수 있는 요소 중에는 자신의 통제권을 벗어난 사안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탈선 요인 목록에 자신이 갖고 있는 맹점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조직과 개개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다음 조언을 참고하라.
 
1.채용 단계에서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사람을 걸러 내라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점에 매료돼 다른 분야에 기본적인 역량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과를 중시하며 성품이 강인한 경영자가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관리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 회사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반드시 다른 조직 문화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2.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력을 관리하라 많은 조직들이 우수한 직원들에게 실제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조직은 압박감으로 인해 우수 직원의 한계와 약점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이런 문제점들을 외면한다. 이런 행동은 개인과 팀, 조직 전체에 매우 큰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
3.인식 개선을 위한 피드백과 심리 테스트를 활용하라 주기적으로 360도 피드백 조사를 실시하면 경영진 및 최고 경영팀(CEO 포함)이 자신의 약점이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이해하며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호건 발달 조사(Hogan Development Survey)와 같은 심리 테스트는 경영자들이 자신의 성격 내에 단층 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파악할 때 좋다. 경영자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코치나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관리하기 위한 개별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4.세대별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해하라 연구 결과 Y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더욱 순응적이고 순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특성으로 Y세대가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현재의 상황에 도전하기를 꺼릴 수도 있다. 반면, X세대는 사회적 기술이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우쭐대기라도 하면 깊이가 없이 얄팍하고 교활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이번 호부터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발행하는 뉴스레터 의 주요 아티클들을 게재합니다. 는 경영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도 실천적 조언들을 제공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관점의 인사이트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2010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출판(NYT 신디케이션 제공).
  • 론 애시케나스(Ron Ashkenas) 론 애시케나스(Ron Ashkenas) | 경영컨설팅 업체 로버트 H. 샤퍼 & 어소시에이츠(Robert H. Schaffer & Associates) 경영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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