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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성, 관리하면 줄일 수 있다

줄리언 버킨쇼,수잰 헤이우드(Suzanne Heywood) | 58호 (2010년 6월 Issue 1)

경영진은 조직 복잡성 때문에 업무 수행이 어려워지고 여러 문제가 야기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복잡성으로 회사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은 부족하다. 기업 리더들에게 복잡성의 영향에 대해 묻자, 이들은 본인이 몸소 경험하는 ‘제도적인’ 복잡성, 즉 회사가 진출한 국가 수, 회사가 관리하는 브랜드 수, 직원 수 등을 복잡성 때문에 드러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직원의 대다수가 겪는 ‘개인적인’ 업무의 복잡성, 즉 형편없는 업무 프로세스, 불명확한 업무 분장 및 책임을 꼽는 경영진은 극히 드물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효과적인 복잡성 관리 문제에 대한 경영진과 직원의 이 같은 시각차는 경영진이 보지 못하는 블라인드 스팟(맹점)이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개인적인 업무의 복잡성을 소홀히 하고 제도적인 복잡성만을 강조하면, 문제 해결에 들인 노력은 허사가 된다. 심지어 조직 전체가 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더욱이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복잡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기도 한다.1)
 
일단 복잡성 문제에 대해 경영진과 직원이 시각을 달리한다는 점을 고위 경영진이 인식하면 회사 내부에서 복잡성 때문에 생산성이 낮아지는 곳이 어디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이는 제도적인 복잡성이 문제가 되는 지점, 불명확한 업무 역할이나 취약한 업무 프로세스로 복잡성이 야기되는 곳, 부문별 복잡성의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기업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복잡성을 제거하고 나머지 복잡성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런 종류의 일을 처리하는 타고난 재능이 있거나 잘 훈련받은 직원에게 적절히 배분하면 된다. 이 두 가지 작업을 조화롭게 수행할 때 기업은 조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몇몇 지역과 업무 부문에서 이 같은 접근 방법을 적용해 중요 업무 프로세스의 의사 결정에 드는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킨 다국적 소비재 제조회사 한 곳의 사례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 방법을 통해 급변하는 고객 니즈에 맞춰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기간도 단축했다. 이 회사만의 일은 아니다.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 우리는 은행업, 광산업, 소매업, 기타 다른 많은 업종의 기업들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복잡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불필요한 비용과 조직 마찰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은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돼 궁극적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경쟁우위도 확보할 수 있다.
 
이 회사의 경영진은 복잡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회사가 호주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자 이 지역으로 상당한 관심을 쏟아야 했고 출장도 잦아졌다. 따라서 고위 경영진은 호주와, 또 다른 사업활동 지역인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회사를 효과적으로 경영해야 했다. 이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대다수 직원에게는 이 같은 제도적인 복잡성이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을 괴롭힌 것은 개인적인 복잡성이었다. 처음에는 업무 프로세스가 효과적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갖가지 복잡한 절차가 늘었다. 이는 업무 지체로 이어졌다. 의사 결정의 모든 단계를 거치는 데 막대한 시간이 걸렸다. 이를 실행하는 데에도 과도한 업무가 발생했다. 직원들의 좌절감과 불만은 고조됐다. 예를 들어 신제품 개발에 일 년 이상의 기간이 걸렸고 전사적으로 무수히 많은 업무 협의를 거쳐야 했다. 역할이 중첩됐고(본사에서 수행하는 일을 여러 지역에서도 반복적으로 수행) 역할 정의가 불명확했다. 몇 개 그룹에서 영업 전망과 기타 중요 업무를 중복 수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복잡성 문제는 악화되기만 했다. 결과적으로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 반면 고객 니즈 파악에는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했다.

실태 조사
이 회사는 사태 점검을 위해 직원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다. 회사 전반에 걸쳐 역할과 책임이 명확한지를 물었다. 각종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지, 개별 업무 수행에 얼마나 많은 업무 협조가 필요한지, 이런 업무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지를 질문했다. 직원 각자가 업무를 완수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데 어느 정도 어려움을 느끼는지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설문 조사는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기에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포커스 그룹 면담과 개별 면담을 잘 설계해 실시하면 복잡성 정도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와 복잡성을 초래하는 원인에 대한 정성적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단순히 육안으로 기업 차트를 살펴보고 초기 평가를 실시하는 회사도 많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역할 중복 문제를 보고하면, 경영진은 먼저 업무 기술서와 조직 차트를 살피고 중복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어 적합한 관리자가 후속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마찬가지로 직원 개별 면담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관련된 중요 업무, 데이터, 업무 이관 요인을 파악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복잡성을 발견하는 기업도 많다. 단, 이 중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 정보를 수집하더라도 어느 한 부서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를 무리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견해를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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