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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이후의 소비 트렌드 주목하라

폴 플래터스,마이클 윌못 | 40호 (2009년 9월 Issue 1)
불황 이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나타난 소비자 행동은 15년 이상 지속된 번영의 산물이었다. 이따금 경기가 둔화될 때도 있었지만, 낮고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에 따른 경제 성장은 영원할 듯 보였다. 소비자들도 인플레이션보다 자산 가치와 소득이 더 빠르게 늘어난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1995∼2005년 미국과 영국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3분의 1 정도 증가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25% 늘었고, 심지어 성장 속도가 더딘 일본과 독일에서도 10% 정도 상승했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욕구가 나타났고, 이 욕구를 충족해주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소형 가전 및 기술에 관심을 갖고 단순히 재미를 주거나 경험을 풍성하게 하는 일에도 아낌없이 돈을 지출했다. 고급 상품에 탐닉할 수도 있었다. 또 사회를 의식한 소비에도 추가로 돈을 지출했다. 그 같은 구매가 실제로 아주 도덕적일 필요는 없었다. 소비자들은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여기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경기 침체가 닥치면서 소비자들이 냉정을 되찾고 있지만 ‘파티’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소비자 트렌드 중 일부는 더 강화되고, 어떤 트렌드는 둔화되거나 답보 상태에 빠질 것이다. 심지어 트렌드가 바뀌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이나 회복 이후 이런 변화가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필자들이 추적한 12개의 트렌드 중 8개는 이번 위기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의 변화
경기 후퇴가 끝나면 소비자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불황마다 원인, 심각성, 지속 기간,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대상 등이 각각 다르지만, 다음 3가지 요소를 이해한다면 소비자 행동을 예상할 수 있다. 먼저 과거의 불황이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전의 불황과 이번 불황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고, 불황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안다면 소비자들이 불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경로로 행동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필자들은 지난 20년간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고 분석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접근 방법을 활용해 불황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에 조언하고자 한다.
 
불황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불황은 단기간에 끝나고 그 여파도 매우 약하다. 소비자의 행동에서도 단기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불황의 원인과 불황에 따라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받는지에 따라 변화의 모습이 달라진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1960년 이후 21개 선진국에서 나타난 122건의 불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불황이 1년 남짓 지속되며 불황이 지나고 나면 국내총생산(GDP)이 2%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이 끝나면 대체로 소비 트렌드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회복된다. 물론 분야별로 회복 속도는 다르다.
 
드물기는 하지만 1930년대의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이 파국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며 장기간 지속되는 불황도 있다. 이런 불황은 모든 소비자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구매 행동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준다. 대공황을 직접 체험한 수많은 사람들은 대공황이 끝난 후에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력하며 평생을 살아가고 있다. 심각한 불황은 기업과 소비에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 환경도 바뀐다. 예를 들어 1933년 투기를 막기 위해 소매은행과 투자은행 부문을 분리하는 내용의 글래스-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이 제정되기도 했다(이 법은 10여 년 전 폐지됐다).
 
이번 불황의 경우 앞서 언급한 2가지 특징이 모두 나타날 수 있다. IMF, 세계은행(IBR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대부분의 경제 예측 기관들이 “이번 불황이 대공황만큼 심각하지 않고, 잃어버린 10년에 견줄 정도로 오래 지속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이 될 가능성은 크다. 모든 경제적 활동 단위의 시장과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 특히 중요한 8가지 트렌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불황으로 트렌드가 더 가속화될 것인지, 아니면 둔화될 것인지 여부와 트렌드의 성숙도를 기준으로 8가지 트렌드를 분류했다.
 
지배적인 트렌드
①단순함을 추구 불황기에는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단순함에 대한 욕구도 크다. 불황 이전부터 소비자들은 너무 많은 선택과 365일 24시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 질려버렸다. 그들은 단순한 것을 원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일찌감치 이런 트렌드를 간파하고 2000년 <리얼 심플(Real Simple)>(깔끔한 편집과 사진 등 기본에 충실한 월간 여성지)을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애플도 단순함을 원하는 소비 트렌드를 깨닫고 2001년 우아하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팟을 내놨다.
불황은 이처럼 이미 성숙된 트렌드를 더 가속화시킨다. 편집 매장(판매자가 미리 선정한 일부 브랜드의 상품만을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형태)의 증가 추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뢰할 만한 브랜드와 가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선택의 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전문적인 조언(사회적 네트워크, 상품 순위 사이트 등)에 대한 필요도 커진다. 덜 복잡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에 대한 폭발적인 호응도 나타난다.
 
이 트렌드는 경기 회복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소비를 적극 늘렸던 이전 불황과는 상황이 다르다. 소비자들은 불황의 늪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구매력을 되찾는다고 하더라도 단순하면서도 최대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할 것이다.
 
②이사회에 대한 관심 금융위기로 기업 지배구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복잡한 기업 이사회와 일부 경영진의 부정한 행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가 하강 곡선을 그리자, 경기가 좋을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잘못들이 소비자와 규제기관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AIG가 경영진에게 엄청난 금액의 보너스를 지급했을 때 정부와 소비자가 한목소리로 비난했던 것처럼 말이다. 대중은 늘 경영진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급여에 불만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평범한 미국인들까지 경영진의 과도한 급여를 비난하는 항의성 전화와 e메일을 의회에 쏟아내고 있다. 일부 유명 경영진은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이사회에 대한 관심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처럼 이번 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21세기에 들어서자 엔론과 월드컴 등 회계 부정 스캔들이 터져 나왔고, 대중의 관심은 이사회에 쏠리기 시작했다. 방만한 기업을 살리기 위한 구제금융으로 막대한 납세자의 돈이 투입되면서 이 같은 트렌드는 더 강해질 것이다. 그 결과 정부의 개입이 보다 강해지고, 방만하고 비윤리적인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소비자의 비판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현상은 나이키와 네슬레의 사례처럼 기업의 비윤리적 고용 행태와 소비자 응대를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일종의 반사 행동과 같은 소비자의 오랜 본능에서 비롯됐다.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이 트렌드는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불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시련을 준 원인을 추적하고 처벌하려고 한다. 경제가 좋아지면 나쁜 기업을 처벌하는 일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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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되는 트렌드
③자발적인 근검절약 허리띠를 꽉 졸라맬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도 근검절약을 하는 부유한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 트렌드는 불황 직전 3년간의 호황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다. 부유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과도한 소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낭비를 줄이고 보다 건전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그들은 재활용에 적극 동참하거나 중고품을 구매한다. 자녀에게도 전통적인 가치관을 불어넣는다. 이런 행동들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욕구와 친환경적 소비에 대한 관심(최근 둔화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같은 트렌드와 맥이 닿아 있다.
 
새로운 부류의 검소한 소비자들 상당수는 처음엔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재미없고 엄격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때문에 근검절약에 끌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불황이 시작되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근검절약하는 일이 유행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마당에서 채소를 키워 먹는 ‘빅토리 가든’이 유행했던 것처럼 집에서 채소를 가꾸는 일이 부유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자연 체험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유로캠프 사례도 있다. 중산층 이상을 상대로 자연 체험 프로그램을 내놨던 유로캠프는 한때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지만, 값비싼 휴가 대신 경제적인 대안상품이 각광을 받으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억눌렸던 수요가 터져 나온다. 이번에도 불황이 끝나면 소비자들은 다시 사치품을 구매하고 오래된 내구재를 새로 바꿀 것이다. 하지만 2009년 3월 G20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불황이 끝나더라도 미국에서 이전과 같은 왕성한 소비 시장이 되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과거 불황 이후 전개된 상황과는 달리 저렴한 물건을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근검절약을 통해 개별적이고 실용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한 이 트렌드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④변덕스러운 소비 불황 이전부터 소비자들은 약삭빠르고 변덕스러운 성향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 구매를 위해서는 씀씀이가 컸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재빨리 포기했다. 소비자들의 변덕스러운 충성심은 불황기에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4달러나 주고 커피를 마시는 데 신물이 난 스타벅스의 단골 고객들은 저렴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던킨으로 떠나버렸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통한 구전 효과도 이런 현상을 촉진한다. 이런 추세는 경제 회복이 시작된 후, 혹은 경제가 완전히 회복된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과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쇼핑 전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품목 자체는 변할 수도 있지만, 그 품목을 찾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언제든 충성의 대상을 바꿀 준비가 돼 있는 자세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둔화되는 트렌드
⑤친환경 소비자 운동 소비자와 정치인의 개인별 참여도가 차이가 나긴 해도, 환경 보호주의는 근본적으로 소비자의 사고방식과 공공정책 부문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소비자들은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추가 부담도 기꺼이 지곤 한다. 물론 좋은 일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내는 사례도 많다.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값비싼 친환경 제품 대신 저렴한 대체재를 고르기 때문에 친환경 상품과 서비스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 한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던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가 이제는 먼지가 잔뜩 묻은 채 공장에 쌓여 있는 것처럼 말이다.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불황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친환경 제품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환경 딱지가 붙은 제품을 사기 위해 추가로 돈을 쓰며 으스대는 소비 행태는 줄어들 것이다. 대신 쓰레기를 줄이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고, 재활용을 늘리고, 구매를 줄이는 등 저렴하고 분별 있는 친환경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단순함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 증대, 자발적인 근검절약, 낭비에 대해 한층 강해진 사회적 반감 등이 환경 보호주의에 더해질 것이다.
 
불황이 끝나고 소비자들이 기후 변화 및 환경에 대한 걱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정도로 자신감과 가처분소득이 회복된다면, 환경 보호주의는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이전처럼 친환경 상품을 소비하는 2가지 형태로 되살아날 것이다.
 
⑥권위에 대한 존경심 감소 지난 수십 년 동안 조직 및 권위, 특히 정부 및 기업에 대한 대중의 존경심이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 검색과 가족 및 기타 인맥을 활용하는 능력에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권위를 가진 정보 제공원인 사업가, 경제학자, 의사, 성직자 등이 제공하는 정보의 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커진 점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불황의 골이 깊지 않을 때는 소비자들이 기업이나 정부에 불황의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기 때문에, 권위에 대한 존경심 약화 현상이 강해진다. 하지만 대공황처럼 심각한 불황기에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소비자들은 기업과 정부의 탐욕과 감시 소홀로 위기가 왔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또한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정부가 위기에 빠진 자신들을 구원하고 인도하길 바란다. 미 정부는 1930년대 뉴딜 정책을 시행하면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규제기관을 세웠다. 정부가 설립한 공공사업진흥국(WPA)은 수백만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돌려줬으며, 당국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번에도 불황이 닥치자 각국 정부가 기업 규제, 시장 안정, 일자리 창출, 주택 문제 해결에 개입하면서 단기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권위에 대한 존경심 감소’라는 트렌드가 되살아날 것이다. 소비자들의 정보 수집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발전하고 있는 데다, 전통적인 정보 제공원이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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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 상태의 트렌드
⑦윤리적 소비 공정거래(fair-trade) 상품, 지역 농산물, 방사란(放飼卵) 등은 기존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값이 비싼 편이다. 윤리적 소비는 친환경 소비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아직 소비문화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소비자 개개인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윤리적 소비는 남을 돕는 대부분의 이타적 소비 행태처럼 불황기엔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적십자와 같은 조직에 접수된 기부금이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보였다. 아이들을 먹이고 가족의 보금자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굶주리는 아동이나 동물 복지와 관련된 문제는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경제가 회복되는 동안 윤리적 소비가 되살아나는 속도는 매우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신뢰도가 회복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불황기에 억제했던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지갑을 열 것이다. 이기적인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야 이타적 소비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⑧극한 경험 추구 불황 이전에는 물질적인 소유와 더불어 여가 활동이나 극한 체험 등의 경험을 쌓고자 하는 욕구도 늘어났다. 비교적 저렴하고 유익하며, 근검절약 정신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 체험 활동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기를 누릴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레이싱이나 사치스러운 항공 여행처럼 고가이면서도 무모한 데다, 위험하며 환경 파괴적인 체험 활동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신중해지며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과거 불황기의 경험을 통해 비교적 새로운 트렌드인 이 현상의 변화 추이를 가늠할 수 있다. 예컨대 1990년대 초반 경기 침체기에 단거리 여행은 늘어난 반면, 장거리 해외여행은 9% 줄었다. 소비자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기 위해 극한 체험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함을 추구하고 자발적으로 근검절약을 택하는 트렌드에서 보듯, 남들과 달라 보이려는 과시적 소비는 당분간 되살아날 것 같지 않다.
 
경제는 예측하기 힘들고 소비자는 변덕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들이 앞서 설명한 트렌드의 변화 양태는 나타날 것이며, 마케팅 담당자에게 시사하는 바도 명확하다고 확신한다. 특히 이번 불황을 겪은 세대들은 대공황을 몸소 체험한 앞선 세대처럼 불황기에 익힌 태도와 행동을 평생 이어갈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호황기 시절의 소비 패턴을 되찾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불황을 경험한 35세 이하의 소비자 수백만 명은 단순함과 근검절약을 추구하면서 기업에게 매우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변덕스럽고 친환경적인 소비자로 남을 것이다. 현명한 기업이라면 이런 부류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7, 8월 호에 실린 폴 플래터스와 마이클 윌못의 글 ‘Understanding the Post-Recession Consumer’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폴 플래터스(paul@trajectorypartnership.com)는 영국 런던의 소비자 트렌드 예측 전문 컨설팅회사 트라젝토리의 파트너다. BBC 뉴스의 분석 연구 팀장도 역임했다. 마이클 윌못(michael@trajectorypartnership.com)은 트라젝토리의 파트너이며, 헨리 예측센터의 부소장으로도 활동했다. 최근 저서로는 윌리엄 넬슨과 공동 집필한 <복잡한 인생: 현대적 불쾌감(Complicated Lives: The Malaise of Modernity)>(윌리, 2005)이 있다.
  • 폴 플래터스 | - (현) 영국 트라젝토리의 파트너
    - BBC 뉴스의 분석 연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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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윌못 | - 트라젝토리 파트너
    - 헨리 예측센터의 부소장
    - 저서: 윌리엄 넬슨과 공동 집필<복잡한 인생: 현대적 불쾌감(Complicated Lives: The Malaise of Moder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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