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ounting

경영자 보상 컨설턴트는 공정한가

318호 (2021년 04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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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Compensation Consultant Fees and CEO Pay” by Jeh-Hyun Cho, Iny Hwang, Jeong-Hoon Hyun, and Jae Yong Shin in Journal of Management Accounting Research (2020), 32(1), pp. 51-78.


무엇을, 왜 연구했나?

경영자에 대한 보상은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참여자, 규제 기관뿐만 아니라 학계 연구자들 사이에서 오랜 관심의 대상이었다. 경영자의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기업 특성과 경영자 특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보상이 최적의 계약인지를 분석하는 수많은 연구가 진행돼왔다.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는 경영자 보상 정책을 설정, 구현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경영자 보상제도를 설계할 때는 재능 있는 경영자를 영입하고 효과적으로 동기부여할 뿐 아니라 노동 시장의 경쟁 및 관련 규제 등과 같은 외부 요인까지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보상위원회의 구성원인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보상 계약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보상위원회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국 대기업들도 보상 컨설팅 기업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투명 경영과 책임 경영이 강조되면서 대리인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보상 정책을 설계하는 보상 컨설턴트의 역할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보상 컨설턴트는 산업별로 경영자 보상 업무에 대한 독자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규정 등 보상 설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분석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즉, 보상 컨설턴트는 고객 기업의 성과뿐만 아니라 비교 집단의 성과 및 중요한 벤치마크를 바탕으로 최적의 보상 구조를 설계하도록 보상위원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보상 컨설턴트들이 능력과 자원을 갖춘 이 분야 전문가라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최적의 보상 금액을 고객사에 제시하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경제 주체로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을 가진 보상 컨설턴트는 고객사에 적절한 수준보다 높은 금액의 경영자 보상을 권장할 수 있다. 크게 다음의 두 가지 경제적 유인에 관한 가설이 있다. 첫째, ‘자문 용역 재수임(repeat business)’ 가설은 보상 컨설턴트가 미래에도 고객사로부터 경영자 보상 자문을 재수임하기 위해 더 높은 경영자 보상 수준을 권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기타 용역 수임(cross-selling)’ 가설은 보상 컨설턴트가 퇴직연금 설계 서비스 및 직원 보상 설계 서비스 등의 기타 용역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경영자에게 높은 경영자 보상을 제시함으로써 기타 용역을 수임하고자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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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애리조나주립대와 서울대, 프랑스 네오마 비즈니스스쿨 등 공동 연구팀은 보상 컨설턴트의 자문 용역 재수임과 기타 용역 수임이라는 두 가지 경제적 유인이 실제로 경영자 보상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고객사와 보상 컨설턴트 간의 유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2009년 새로운 공시제도를 제정했다. 구체적으로, 경영자 보상 자문을 받는 고객사가 같은 보상 컨설턴트로부터 12만 달러 이상의 기타 용역을 제공받는 경우 해당 자문 수수료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보상 컨설턴트 자문 수수료를 공시한 S&P 1500 기업들을 표본으로 경영자 보상 자문 수수료 및 기타 용역 수수료가 경영자 보상 금액에 주는 영향을 분석했다.

실증 분석 결과, 높은 수준의 경영자 보상 자문 수수료를 받는 컨설턴트들이 고객사에 높은 수준의 경영자 보상 금액을 제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경영자 보상 자문 수수료가 1770달러(평균 보상 자문 수수료의 1%) 증가할수록 경영자 총보상 금액이 4474달러(평균 CEO 총보상의 0.061%)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경영자 보상 자문 수수료가 높을 경우, 컨설턴트는 고객사의 자문 용역을 재수임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고객사의 경영자가 만족할 만큼 높은 수준의 보상 금액을 제시한다는 ‘자문 용역 재수임’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다. 한편, 기타 용역 수수료는 경영자 보상 금액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는 기타 용역 수수료가 클 경우, 컨설턴트가 기타 용역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경영자에게 높은 경영자 보상을 제시할 것이라는, 즉 ‘기타 용역 수임’ 가설과 대치되는 결과이다.

보상 컨설팅의 자문료는 자문 서비스의 양과 복잡성을 감안한 투입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 규모가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자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또, 새로운 경영자를 선임하거나 재무적으로 곤경을 겪는 고객사일수록 컨설팅을 위한 투입 시간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자문료에 대한 통계 예측 모형을 만들어 보상 컨설턴트에 대한 비정상(abnormal) 자문료를 추정했다. 비정상 자문료를 분석한 결과, 초과 자문료를 받는 보상 컨설턴트들은 고객사의 경영자 보상을 과도하게 책정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문 수수료를 지급하는 고객사에는 높은 수준의 경영자 보상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유착 관계를 형성한다는 ‘자문 용역 재수임’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를 재확인했다.

그렇다면 보상 컨설턴트와 고객사의 유착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컨설턴트의 계속자문기간(consultant tenure)과 기업지배구조에 주목했다. 용역을 재수임하려는 보상 컨설턴트가 지속적으로 경영자 보상을 과대 책정하고, 경영자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컨설턴트로부터 계속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즉 컨설턴트의 계속자문기간이 증가할수록 두 주체 간의 유착 관계는 깊어질 것이다. 한편, 보상 컨설턴트 선임에 대해 경영자가 이사회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기업지배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일수록 경영자의 영향력이 두드러져 유착 관계가 공고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분석 결과, 초과 자문료와 과대 경영자 보상으로 귀결되는 유착 관계는 컨설턴트의 재임기간이 6년 이상인 경우와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경우에 관찰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2009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기타 용역을 수임하기 위해 경영자 보상을 과대 책정하는 보상 컨설턴트의 ‘기타 용역 수임’ 경제적 유인을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공시제도를 제정했다. 새로운 제도하에서는 동일한 컨설턴트에게서 경영자 보상과 기타 용역을 모두 제공받는 경우, 자문료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본 연구 결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타 용역 수임을 위한 경영자 보상 과대 책정 현상은 없어진 반면, 또 다른 경제적 유인인 ‘경영자 보상 자문 용역 재수임’을 위한 경영자 보상의 과대 책정 현상이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새로운 공시제도는 보상 컨설팅 업계의 산업 구조 개편이라는 또 다른 예기치 못한 결과를 발생시켰다. 다수의 보상 컨설팅 기업들이 경영자 보상 컨설팅만을 전문으로 하는 경영자 보상 전문 자회사(spun off firm)를 설립해 고객사가 자문료 공시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5억 원 이상이 되는 상장회사 등기이사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2018년부터는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는 상장회사 미등기 임원과 직원도 회사 내 연봉 상위 5위 이내인 경우에는 급여 내역을 매년 반기마다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자본시장 강대국인 미국에 비하면 경영자 보상에 대한 공시 규정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경영자 보상 설계 과정에서 보상 컨설턴트의 역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의 경영자 보상 및 자문료 공시제도 시행 사례와 그로 인한 부작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영자 보상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제도 시행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경제적 유인을 충분히 고려해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Cornell University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University of Oregon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는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세무회계학회 부회장, 금융감독원 재무공시 선진화 TF 위원, 국가회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조세 회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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