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팬데믹 공포 속 심리적 안전감을 불어넣으려면

실패해도 불이익 없다는 믿음 줘야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할 혁신 가능

312호 (2021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은 조직원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새로운 시도보다는 현상 유지에 집중하게 한다. 또한 재택근무의 전반적 확산은 직원들 간 대화를 단절시키고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런 불확실성과 불안이 극대화된 시대,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창의성과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비결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에 있다. 에드먼드슨 교수는 조직 내 침묵을 막고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토대 만들기-참여 유도하기-생산적으로 반응하기’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대 만들기는 업무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짜는 것이다. 어떤 행동이 보상을 받고 조직 내에서 어떤 가치가 우선시되는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참여 유도하기는 조직 구성원을 변화에 동참시키는 것이다. 리더 스스로 “나도 잘 모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겸손함을 보여주는 것에서 출발해 적극적으로 좋은 질문을 던지고 경청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생산적으로 반응하기는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실패를 독려하며, 그 실패가 조직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과정이다.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세계적인 리더십 분야 석학으로 2017년 경영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싱커스50 ‘최고의 학자상’을 수상했고, 동명의 재단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에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96년부터 하버드에서 리더십과 팀 조성, 의사결정과 조직 학습 분야를 가르치고 있으며, 25년 동안 ‘심리적 안전감’을 연구해 전 세계 경영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두려움 없는 조직』 『티밍』 『익스트림 티밍』 등이 있다.

출근을 할 때 모든 직원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는 것을 그대로 말하고 실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기업의 미션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가 있다. 이런 조직은 과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내가 20년 동안 리더십, 팀워크, 심리적 안전감, 혁신 등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여러분들께 공유하고자 한다. 특히 왜 지금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개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지 전달하려 한다.

수년 전에 미국에서 VUCA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불확실한 미래를 뜻한다. 현재의 코로나19 시대와 잘 어울리는 단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까지 미래가 불확실하던 때가 있었을까 싶다.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고 기업들의 능력은 끊임없이 재조정돼야 한다. 하룻밤 사이에도 기업의 운영 방식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겠다. 만약 여러분들이 리더로서 VUCA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여러 가지로 나뉘겠지만 오늘은 그중 한 가지를 말씀드리겠다. VUCA 세상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문자 그대로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가 바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프로젝트에서 결함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면 리더는 이런 지적을 있는 그대로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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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인간의 본성

듣기에는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인간의 본성은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은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이는 큰 리스크 요인이다. 현재의 경영 환경처럼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조직 내 계층 구조가 복잡하고 고도의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서로 솔직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회사 내부에서 한 직원이 프로젝트의 결함을 파악했다고 치자. 만약 조직의 계층 구조가 너무 복잡하거나 의사결정 구조가 너무 분산화돼 있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이를 알리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조직 자체가 서로 두려움 없이 의사소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문제점을 발견한 직원이 있다고 해도 이 직원은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 혹은 괜히 내부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조금 더 확실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지쳐 포기하고 만다. 여러분 회사를 생각해 보라. 임원 회의에서 당신이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이런 것이 회사에는 리스크 요인이 된다.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이야기다. 2003년 나사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공중에서 폭발해 7명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사고 원인 조사 과정 중 나사의 엔지니어 중 한 명이 폭발 사고 전 우주왕복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엔지니어의 이름은 로드니 로차(Rodney Rocha)로 아주 유능한 엔지니어였지만 나사 전체로 보면 말단 연구원이었다. 로차는 컬럼비아호 발사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를 보다가 컬럼비아호에서 작은 파편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침묵을 선택했다. 문제를 알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리고 결국 이 침묵이 비극을 불렀다. 조사 과정에서 사람들이 로차에게 왜 말을 하지 않았는지 추궁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계급이 너무 낮았고 나의 보스는 너무 높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두려움 없는 소통이 어려운 이유

로차의 사례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는 너무나도 계급 구조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이를 너무 의식한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로드니 로차는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이 문제를 상사에게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조직 내 심리적인 안전감이 구축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비극이다. 비단 나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일들은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지금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자주 반복되는 일일 수 있다. [그림 1]을 보자. 이 한 컷짜리 만화가 회사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만화에서 상사로 보이는 사람이 “다 내 전략에 동의하지?”라고 물으면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다 동의한다고 답하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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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화에 보면 각 등장인물의 머리 위에는 말풍선이 있고 그곳에는 “농담하지 마” “맙소사” “그 계획은 절대 좋지 않아” 등의 말이 쓰여 있다. 생각은 하고 있지만 절대로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직장 생활에서 침묵에 익숙해 진다. 우리는 누구나 직장에서 두려움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않은 적이 있다. 걱정, 아이디어, 생각 등이 있지만 피력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 왜 그럴까? 이 질문을 과거에 한 글로벌 생명과학 회사에 던진 적이 있다.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항으로 침묵의 주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한 이유는 자신감 부족이었다. 용기를 내서 말할 자신이 없었다는 뜻이다. 또한 조직 내 계층구조가 침묵을 선택하게 했다는 답변도 19%로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신뢰감 부족 역시 중요한 침묵의 요인이었다. 즉 계층구조 때문에, 또 자신감 부족 때문에, 그리고 내가 말을 해도 별로 의미가 없어서, 내가 말을 해도 아무도 내 말을 경청하지 않아서 등이 침묵의 가장 대표적인 이유였다.

혁신을 위해선 침묵을 깨야

새롭게 비즈니스를 재설계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번영을 이루고자 한다면 바로 이 ‘침묵의 순간’을 깨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내가 틀릴 가능성, 내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을 가능성, 내가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 등이 그 이유다. 다시 말해, 대인 관계의 위험 때문에 대부분 침묵을 선택한다. 이런 성향이 아주 뿌리 깊게 우리 심리에 박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침묵의 순간을 깨야 한다. 침묵의 대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 경영진에게 침묵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30% 정도의 경영자들은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꼽았다. 22%는 실제 회사에 ‘물질적 손해’가 생겼다고 답했다.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거나 개인적으로 후회했다는 답변도 30% 정도 됐다. 5%의 경영자가 ‘예방 가능한 비즈니스가 실패로 끝났다’고 답했다. 즉, 침묵의 대가는 회사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기도 하고, 자원과 시간의 낭비를 부르며, 개인 차원에서도 창의성이나 동기부여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해야 한다. 질문하고, 우려를 피력하고, 심지어는 실수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또 실수를 말하는 것 자체를 환영해야 한다.

그렇다고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조직이 서로 좋은 말만 하고 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오해는 빨리 버려야 한다. 또한 고용 안정을 추구한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문화에서는 자유롭게 말하고 필요에 의해서는 토론과 논쟁이 벌어져야 한다. 기업의 목표는 친목 도모가 아니다. 비즈니스가 재설계되고 번창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면 더욱 진솔하게 대화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두려움 없이 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과거 우리는 ‘침묵이 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침묵이 정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조직 내에서 잠재적으로 너무나 중요하고 심각한 비즈니스의 위험과 관련된, 혹은 인간의 안전과 존엄성에 관련된 위험을 발견했는데 발언을 유보한다든지, 혁신 혹은 개선으로 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는 침묵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침묵’이다.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포용적 리더십

심리적 안전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살펴보기 위해 23개 미국 내 병원 중환자실의 1100여 명의 의사, 간호사, 임상인 등을 대상으로 이들의 심리적 안전 수준을 조사했다. 각각의 역할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환영받는가를 물어본 것이다. 여기서 얻은 첫 번째 인사이트는 예상대로 계급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병원마다 의사, 간호사, 호흡기 치료사 등 계급에 따라 심리적 안전감이 차등적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놀랍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간 심리적 안전감의 격차가 모든 병원에서 일관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절대적으로 심리적 안전감의 격차가 평평했다. 그것도 높으면서 평평했다. 그리고 이런 병원들, 즉 계층별 심리적 안전감 수준이 높은 병원의 사망률과 이병률이 낮은 병원 대비 18% 낮았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실험을 통해 심리적 차이를 만드는 것은 ‘리더의 포용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떠한 스타일의 리더가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가, 직원이 어떻게 침묵하지 않도록 만드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퍼포먼스가 높고 임상 결과가 좋은 병원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높은 심리적 안전감을 보이는 조직의 리더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다. 일단 접근이 용이했다. 언제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실수를 인정했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했으며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서 실수를 통해 학습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이들은 또한 끊임없이 직접적인 질문을 던져 직원들이 입을 다물고 있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책망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 데 대해 인정하고 감사하는 자세를 지녔다. 픽사의 사례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픽사는 누구나 다양한 실험을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다. 창의성과 창조성은 심리적 안전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협력을 중시한다.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 팀워크를 통해 세상에 혁신적인 것들을 만들어 내도록 독려한다. 또한 픽사는 실험을 중시한다. 성공하지 못할 수 있는 가설이라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정신이다.

두려움이 성과를 높인다는 환상

많은 리더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두려움은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문제는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2014년 폴크스바겐의 성과는 정말 탁월했다. 그해에 10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팔아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선도적으로 친환경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도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이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다.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야기는 잘 알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당시 폴크스바겐을 이끌던 마틴 빈터코른(Martin Winterkorn)의 강압적이고 폭압적인 리더십 때문이었다. 빈터코른에 대해 폴크스바겐의 한 임원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항상 두려움이 있었고 거리가 있었다. 빈터코른 회장이 오거나 아니면 회장을 만나게 되면 맥박이 빨라졌다.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때면 그 순간은 상당히 불쾌하고 시끄럽고 모욕적인 순간이었다.”

이 사람은 임원이었는데도 이렇게 느끼고 있었다. 즉, 빈터코른 회장은 항상 직원들에게 높은 목적을 설정하도록 독려했지만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닫았고 이것이 바로 실패를 야기하는 레서피가 됐다.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에서 도피하게 하고 학습과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 비즈니스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을 위해서는 두려움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심리적 안전감의 핵심은 성과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커뮤니케이션이 잘될 수 있게끔 해야 하고, 사람들이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또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2]의 ‘학습 영역(Learning Zone)’은 이상적인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조직을 잘 보여준다. 높은 퍼포먼스 기준과 높은 심리적 안전감이 있어야 학습이 일어나고 혁신이 일어난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면서 심리적 안전감이 없다면 앞서 나사의 로드니 로차 사례처럼 문제가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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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세 단계

그렇다면 심리적 안전감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단계를 거치면 가능하다. ‘토대 만들기-참여 유도하기-생산적으로 반응하기’가 그것이다. 토대 만들기는 업무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짜는 것이다. 어떤 행동이 보상을 받고, 조직 내에서 어떤 가치가 우선시되는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심리적 안전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을 믿을 수 있다라는 신뢰가 있어야 하고 모든 사람이 중요한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조직의 건강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조직 내 뿌리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행동을 만드는 프레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아이데오(IDEO)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켈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항상 “자주 실패하라. 이를 통해 빨리 성공하라”라고 조언한다. 즉, 혁신이 필요하다면 실패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는 산업화 시대부터 받아들여졌던 인지적 프레임이 있다. 이를테면 스스로 회사의 모든 일을 잘 알고 있고,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고, 직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는 VUCA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새롭게 프레임을(혹은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도요타의 명예 회장인 조 후지오는 “우리는 실제 실행과 행동을 취하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둔다. … (중략) … 따라서 지속적인 개선, 즉 행동에 기반한 개선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실천과 지식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그의 프레임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프레이밍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프레이밍의 목적은 조직에서 어떤 가치가 우선시되는지를 조직원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있다. 이를테면 고객의 니즈가 계속 바뀌고 있다, 우리가 처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빠르게 실험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공감대가 굉장히 중요하고 다양한 시각을 포함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성공을 결정하며, 지금 우리가 잘하고 있지만 개선 아이디어가 있다면 더 나아질 수 있다 등이다. 이러한 프레이밍 문구들이 직원들의 생각을 바꾸고 직원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가 하면 ‘참여 유도하기’는 조직 구성원을 변화에 동참시키는 것이다. 리더 스스로 “나도 잘 모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겸손함을 보여주는 것에서 출발해 적극적으로 좋은 질문을 던지고 경청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좋은 질문은 조직원들로 하여금 어떤 특정 이슈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자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답을 하도록 하는 질문이다. 좋은 질문들은 조직원들의 침묵을 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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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생산적으로 반응하기는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실패를 독려하며 그 실패가 조직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이 나쁜 소식을 가지고 왔을 때, 그리고 사람들이 실수를 하거나 이상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대응 방법을 말한다. 여기서 생산적인 대응이라는 안 좋은 소식이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아이디어라도 일단 감사를 표하고 그런 다음 생산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Ford)의 사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앨런 뮤랄리(Alan Mullaly)가 포드의 CEO로 취임한 2006년 포드는 ‘에지(Edge)’라는 신차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에지는 당시 실적 부진을 만회할 신차로 포드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모델이었다. 그만큼 당시 포드의 경영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내부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들에는 좋은 소식뿐이었다. 뮤랄리 회장은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임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솔직히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포드의 미국 총괄 사장이 용기를 내 회사의 문제를 이야기 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회사가 큰 자금을 투자해 오랫동안 공들인 신차 출시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엎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장은 용기를 내 의사결정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칠 정보를 공유했다. 그 결과, 포드가 야심차게 준비 중이던 에지 출시는 미뤄졌다.회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 사장이 해고될 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무랄리 회장은 박수를 치며 “마크 사장님, 제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라고 말했다. 나쁜 소식이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니 감사를 표하고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한 것이다. 마크 사장의 용기로 에지의 출시는 연기됐지만 이 의사결정으로 훗날 포드사는 실적 개선에 성공한다. 이처럼 조직원들이 솔직하게 피드백을 하는 것이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해야만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이 쌓인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두려움 없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리더는 겸손함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겸손함은 조직 내 중요 가치를 프레이밍할 때 우리가 모든 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인풋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항상 모든 일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내가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계속 던지고 그래서 직원들이 침묵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다음에 중요한 것이 공감대라고 할 수 있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상대방이 그런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DBR mini box
에드먼드슨 교수와의 대화

강연에 이어 진행된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와의 대화는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Q&A 세션을 요약,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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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가장 큰 이유는 밀레니얼세대의 등장이다. 이들은 점점 더 회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하는 업무 역시 빠른 속도로 지식 집약화되고 있다. 그래서 일터는 밀레니얼세대가 신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밀레니얼세대들은 일터에서 스스로를 피력하고 자신의 창의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나의 아이디어가 테스트되고 검증받는 문화를 중시한다. 이는 과거 세대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이들은 참여를 원한다. 하지만 조직문화를 마술처럼 한순간에 바꿀 수는 없다. 서서히 조금씩 장벽을 허무는 작업이 필요하다. 장벽을 허물기 위한 첫 번째 대응은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고 피드백을 하는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내줘서 고마워” “내가 조금 더 생각해 볼게” “우리 한번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볼까?”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익숙한 것을 버리기 위해서 재교육도 필요하다. 우리의 습관적인 반응이나 침묵하려는 본능, 내 의견과 반대될 때 적대감을 보이는 반응 등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Culture)라는 용어를 분리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어렵겠지만 우리가 ‘기업의 조직문화다’라는 말에서 문화라는 말 대신 이를 분위기(Climate)로 바꾸면 어떨까. 문화를 바꾸자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지만 분위기라는 것은 한결 쉽게 느껴진다. 우리 회사의 문화를 바꾸기는 힘들지만 분위기는 바꿀 수 있다. 어떻게? 나부터 시작하면 된다. 나부터 시작하고 타인도 함께하도록 권유하면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원격 근무가 늘고 있는데,
원격근무 상황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미국은 인력의 40% 정도가 원격 근무로 일하고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원격 근무를 잘할 수 있을지를 배우고 있다. 많은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원격 근무를 하면 앞서 설명한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팀을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럴 때는 의도적으로 조금 더 강하게 구조화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회의를 할 때 미팅 시작과 함께 체크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중 가장 우선순위가 부여된 것은 무엇인가?’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 등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현황을 공유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면 상황일 때보다 조금 더 의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원격 근무로 인한 심리적 안전감 하락이나 직원들이 고립감을 느끼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이 위계를 강조하는 동양 문화권에는
안 맞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도요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과 직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들은 내가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연구를 하기 전부터 있었다. 도요타는 일본 기업이고 일본의 문화에서 직원이 손을 들고 ‘여기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하지만 도요타는 팀을 구성하고 시스템을 구성함에 있어 ‘그렇게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했다. 모든 직원이 말을 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또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제기를 하고, 팀원들과 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회사 내에서 교육을 했다. 결과적으로 도요타가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명시적으로 ‘우리 회사의 기업 문화는 일본 문화와는 달라야 한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내가 진행했던 다양한 심리적 안전감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심리적 안전감은 문화 간 차이도 물론 존재하지만 그것보다는 기업 간의 차이, 그리고 팀원들 간의 차이가 오히려 문화 간 차이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모든 조직에 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한 요소인가?

‘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게 두려움이 없는 조직이냐’ ‘왜 두려움이 없는 조직이 이상적인 거냐’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모든 조직이 다 두려움 없는 조직이 될 수는 없다. 또 두려움 없는 조직이 겁 없는 조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진솔하고,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고,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솔직함을 전제로 한 조직이 두려움 없는 조직이다. 질문에 대해 답을 드리자면, 일단 여러분이 하는 일의 성격과 특징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에는 우리의 업무가 표준화돼 있었다. 하나의 절차를 따라서 일하고 그 일을 완수하면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렇게 표준화된 레서피가 있지 않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본인의 문제 해결 능력, 맞춤식 접근 방법, 독창성 등과 함께 주변 팀원들의 협업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따라서 개인의 창조성과 문제 해결 능력만큼이나 팀과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고 결국 두려움 없는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인 관계를 통해 너무 많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쓰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불필요하게 쓰이는 에너지들, 즉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고, 누군가 나를 미워할까 걱정하는 이런 에너지 낭비를 없앨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리적 안전감은 중요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곳에 쓸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힘을 합쳐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써보라. 그 방법이 오히려 조직을 훨씬 더 크게 성장시킬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3호 How to Pivot 2021년 0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