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리더의 네트워킹 전략

명함 받으면 돌아와서 문자 보내세요
네트워킹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아요

255호 (2018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사람들은 자주 만나거나 오래 만난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최근에 알게 된 사람, 가끔 만나는 사람과 의식적으로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여행 중 옆자리가 비었을 때 더 편하게 가기 위해 자신의 가방을 빈자리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 ‘빈자리는 신의 축복’이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고 배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세미나에 참석해서 교육 내용만 숙지하지 말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네트워킹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명함을 받고 나서 24시간 이내에 문자나 음성 연락을 하거나 SNS 댓글에 답해주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친구와 지인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 하버드대에는 옆의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해도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는 ‘똑똑한 바보들’이 많다고 한다. 자존심의 상처나 거절의 두려움을 잊고 적극 요청해야 한다. 요청의 크기가 성공의 크기를 좌우한다. 또 상대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를 생각하는 호혜성도 효과적 네트워킹의 필수 요소다.

경쟁력은 연결의 힘에서 나온다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그의 명저 『소유의 종말 The age of Access』에서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격차도 크지만 연결된 사람과 연결되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더욱 크다”고 했다. 그가 예언한 대로 지금 세계는 연결의 힘이 모든 분야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경쟁력의 원천이 변화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그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산업화 시대 경쟁력의 원천은 하드웨어(Hardware)에 해당하는 건물, 집기, 시설 등 물리적 자본(Physical Capital)이었다. 대도시 본사 건물의 크기는 곧 그 회사의 상징이자 경쟁력을 대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지식 정보화 사회의 도래로 경쟁력의 원천은 소프트웨어(Software)에 해당하는 지식, 기술, 창의력 등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개인 안에 체화된 인적자본(Human Capital)으로 바뀌었다. 지식경영과 같은 활동이 경영의 핵심으로 부상한 이유이며 그 흐름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좋은 빌딩과 시설에다 뛰어난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개인 혹은 집단과 집단이 연결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행동한다면 그러한 조직에서 경쟁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사회적 자본이 제3의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연세대 사회학과 박찬웅 교수는 사회적 자본이란 “한 개인에게는 없지만 그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사회적 자본은 물리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과는 달리 관계 속에 존재한다. 따라서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없으며 관계가 파괴되면 사회적 자본도 사라진다.

사회학자인 사무엘 콜만(Samuel Coleman)은 사회적 자본의 대표적인 구성요소로 신뢰, 네트워크, 규범을 들고 있는데 이 세 가지 요소 중 핵심은 연결망(Network)이다. 사회적 자본은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네트워킹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사회적 자본은 논의의 수준에 따라 개인과 조직,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생산을 증대하고 신기술을 창출하며 혁신을 촉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우버 등 최근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연결의 힘을 잘 이해하고 있다.


1. 연결형 리더가 뜬다
연결의 힘은 리더의 성과와도 직결된다. IT 분야 리서치 및 컨설팅기업 가트너(Gartner)가 직원의 역량을 개발하는 최고의 관리자가 어떤 유형인지 찾기 위해 설문조사 등을 통해 4가지의 코칭 유형을 확인했다(HBR Korea May-June 2018).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과 피드백을 해주는 교사형 관리자, 헌신적으로 끝없이 코칭하고 직원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피드백을 해주는 상시접속형 관리자, 자기 전문 분야에서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다른 팀이나 조직에서 해당 업무에 더 적합한 사람을 연결해 주는 연결형 관리자, 간섭하는 일을 최소화하면서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어 스스로 성장하게 하는 치어리더형 관리자가 그것이다.

연구 결과, 관리자가 직원의 역량 개발에 투입한 시간과 성과에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었다. 특히 상시접속형 관리자는 지나친 간섭이나 피드백 과잉으로 다른 유형에 비해 저조한 성과를 냈다. 최고 성과를 낸 것은 바로 연결형 관리자였다. 다른 유형의 직원보다 고성과자가 될 확률이 무려 3배나 높았다. 4차 산업혁명은 조직의 형태와 일하는 방식, 리더십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해진 팀 없이 프로젝트에 따라 수시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타 팀, 혹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구성원들을 효과적으로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네트워크형 리더가 부상하고 있다.

2. 성공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포지셔닝(Positioning)』의 저자인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Jack Trout & Al Ries)는 『호스센스(Horse Sense)』라는 책에서 “창조적인 사람이 될 목적이라면 반 고흐가 그랬듯이 당신의 작품 활동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라. 창조적이면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절반만 당신의 작품 활동에 할애하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파는 일에 할애하라”라고 했다. 위대한 예술가였지만 친구를 사귀지 못했고 그림도 한 점밖에 팔지 못해 가난했으며 정신질환으로 방황하다 47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반 고흐처럼 살지 말자는 말이다. 이 교훈을 리더십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일을 잘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만 죽어라 하거나 시키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성공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일을 열심히 하면서 동시에 네트워크에 투자해야 한다.”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오만이며 착각이다. 사람은 혼자 성공할 수 없다. 고독한 천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아웃사이트(Outsight)로 미래를 준비하라
4차 산업혁명은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지식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으며 과거에 취득한 자격증만으로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증명할 수 없는 시대다. 혼자 열심히 자기계발을 해도 급속하게 변화하는 기술과 지식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지식의 유효기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아웃라이어(Outlier)』라는 책에서 제시한 1만 시간의 법칙은 종언을 고해야 할지 모른다. 그 시간을 다 채우기도 전에 신지식과 기술을 학습하고 적응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의 목표는 지식이 아니라 적응력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허미니아 아이바라(Herminia Ibarra) 교수는 혼자 골똘히 앉아 생각하며 해답을 찾는 인사이트(insight)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경험하고 행동하는 아웃사이트(outsight)로 사고방식을 전환하라고 주문한다. 인사이트는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즉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 경험을 토대로 내 안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반면 아웃사이트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in), 즉 외부의 지식과 기술, 경험을 동원해 적용(실행)하면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아웃사이트는 신(新)학습법이자 혁신의 원리이다. [표 1]은 이 둘의 차이를 정리한 것이다.

미래형 리더가 되기 위해 아웃사이트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외부 지식 수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아니더라도 외부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기술과 지식을 연결하면 더 잘할 수 있다. 내부 혁신 못지않게 외부 혁신도 중요해졌다. R&D 중심의 혁신은 C&D(Connect & Develop), 즉 닫힌 혁신(Closed Innovation)에서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으로 이행하고 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제시하는 내답(內答)의 원리, 즉 ‘내 안에 답이 있다’는 생각은 외답(外答), 즉 ‘내 밖에 답이 더 많이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해야 한다. 남의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 쓰는 것은 나의 무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유능해지기 위한 용기이자 지혜이며 생존전략이다.

둘째, 새로운 경험의 중요성이다. 사람들은 좀처럼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과거 경험의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경험한 레퍼런스(references)의 두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설명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연습은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는 것이다. 미래는 더 많은 사고의 유연성과 창조성을 요구한다.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은 “일만 하는 경영자는 지식을 쌓을 뿐 지혜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지혜는 일상생활의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 새로운 경험은 최고의 학습이다. 이런 경험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해서 익숙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바라 교수는 이런 현상을 자기애적 원리(narcissistic principle)와 게으름의 원리(lazy principle)로 설명한다. 하지만 익숙한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조언은 성장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을 넘어야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셋째, 빠르게 실행해야 생존할 수 있다. “생각을 많이 하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생각만 하는 리더에게 혁신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경쟁자가 먼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없어서 혁신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지 않기 때문에 혁신에 실패하는 것이다. 혁신이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생각한 다음 행동할(Think and Act)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생각하는(Act and Think) 과감함이 필요하다. 이 와중에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자산으로 학습하는 개인과 조직은 이 과정을 통해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1. 새로운 만남이 중요한 이유
우리가 만나는 사람을 빈도(Frequency)와 지속기간(Duration)에 따라 [그림 1]처럼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만나서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은 대부분 1, 2, 3상한의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4상한의 사람들은 모래 속에 숨겨진 진주와 같은 존재다. 우리에게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만나지 않은 수많은 사람이야말로 미래로 향하는 문이다. 강의 중에 아는 사람들을 적어 보라고 하면 대부분은 1, 2, 3상한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적을 뿐 4상한에 해당하는 사람을 적는 경우가 드물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증거다.

새로운 만남은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영국의 노팅엄대 심리학과 리처드 터니 박사팀은 17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오래된 친구와 새로 사귄 친구 중 누가 더 큰 행복을 주는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이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은 오래된 친구보다 새로 사귄 친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강한 유대가 주는 행복감이 있지만 새로 만난 친구는 참신함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2. 빈자리는 신이 축복한 자리다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A 회장은 비행기에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인사를 한 인연으로 운명이 바뀌었다. 인사한 사람은 한 은행의 부동산 담당자였고 그 인연으로 은행 소유의 부동산 관리와 대출금을 갚지 못해 회수된 적자 상태인 워싱턴 소재 호텔의 경영을 맡아본 후 필요하면 융자도 해 줄 테니 인수해도 좋다는 제안을 받는다. 경영을 시작한 후 워싱턴에 입항한 항공모함 승무원들의 숙박계약을 체결했는데 항공모함이 6개월 동안 고장이 나는 바람에 만실이 되는 행운을 누렸다. 3년간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1박 숙박비 47달러 호텔이 149달러짜리 우량 호텔로 탈바꿈했다. 이 호텔을 매각한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마다 성공해 미다스의 손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미국의 주요 도시에 호텔과 은행을 소유한 거상으로 성공했다.

A 회장은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연과 배려, 기다림”이라고 했다. 이는 부동산 사업에서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또 인연은 단순히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게 아니다. 여행 중 옆 자리가 비었다고 조금 더 편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가방을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 서양에는 ‘빈자리는 신의 축복’이라는 격언이 있다. 새로운 인연이 때로는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3. 세상은 넓고 세미나는 많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 등과 관련한 주제로 다양한 세미나가 열린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 학습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새로운 분야의 얼리어댑터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는 창의력과 신지식, 신기술로 무장한 사람들이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 세미나에서 미래의 주역이 될 확률이 높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투자다. 그런 점에서 세미나에 참석해 교육만 열심히 받는 학습자가 가장 안타깝다. 어떤 교육생들은 열심히 메모해 놓은 교재를 버리고 가거나 집에 돌아가서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자세로는 세미나의 진정한 가치를 획득할 수 없다. 리더들도 부하직원들을 회사 안에 가둬서는 안 된다. 미래형 리더는 부하직원들을 외부 세계와 연결시켜줘야 한다. 지금 바쁘다는 이유로 팀원의 세미나 참석에 눈치를 줘서는 안 된다.

4. 인터넷 네트워킹을 활용하라
인터넷카페는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다.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의 카페 숫자가 약 1900만 개에 달한다. 이곳에 세상의 모든 관심사가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페를 가입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고 가능한 한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하는 게 좋다. 가끔 카페에서 주말 모임에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적이 있는데 남다른 열정을 가진 미래지향적인 인재들이 모여 학습과 성장을 이뤄 가는 우수 카페들이 꽤 많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때가 있다.

S 은행에서 네트워킹 CoP(Community of Practice)가 생겨 지도교수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때 관심 분야 카페를 찾아 가입한 후 한 달 뒤에 결과를 발표하라는 숙제를 내줬다. 유일하게 가입한 직원은 여성 지점장(당시 부부장)뿐이었다. 카페를 검색하다 여성CEO협회를 찾았고 임원이나 경영자 신분이 아니었지만 용기 있게 가입신청을 했다. 마침 송년회 시즌이어서 송년모임 안내를 받고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한국의 내로라하는 여성 CEO들을 만났다. 첫 만남에서 유명 기업의 CEO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인사를 하게 됐다. 이후 이 CEO는 기업을 매각했다. 이 소식을 듣고 금융기관들이 몰려들었다. 그때마다 이 CEO는 금융상품에 대해 조언을 구했는데 S 은행의 지점장은 은행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다른 금융사 상품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알려줬다. 그러한 그녀의 행동에 진정성을 느꼈다며 이 CEO는 300억 원을 맡겼다. 이 지점장은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필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온다. 알고 보니 그 지점장은 은행의 판매왕으로 유명했다.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행한 사람은 판매왕 딱 한 사람이었다.

5. 네트워크의 허브가 돼라
네트워크가 수행하는 기능에는 결속(Bonding)과 연결(Bridging)의 역할이 있다. 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연결(Bridging) 기능이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시카고대의 로널드 버트(Ronald Burt)는 그의 명저 『구조적 공백, 경쟁의 사회적 구조(Structural Holes: The Social structure of competition)』에서 조직 내에서 승진을 빨리하는 것은 약한 유대나 강한 유대 때문이 아니라 네트워크상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s)은 “서로 연결되지 않은 개인(집단) 간에 존재하는 구조적 틈새”를 의미한다. [그림 2]를 보자. A그룹과 B그룹 사이에는 아직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틈이 존재한다. a와 b 사이에는 두 그룹을 연결하는 다리(Bridge) 혹은 중개자(Broker) 역할을 하는 c는 구조적 공백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네트워크 허브(Network Hub)로서 각종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구조적 공백을 차지한 c는 A와 B그룹 간 정보가 유통되는 길목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독점적으로 새롭고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더 많이 접할 수 있고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조율하는 통제의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c는 A그룹과 B그룹의 모든 구성원과 관계를 형성하지 않더라도 a, b 두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두 그룹이 가진 자원을 동원할 수 있게 되므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다.

김태영 성균관대 SKK GSB 교수는 DBR 100호(2012.3) 기고문을 통해 구조적 공백의 원리를 ‘양다리 전술’로 표현했다. 인간관계를 너무 계산적으로 바라본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변화와 혁신의 관점에서 양다리 전술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또 기업이 소통과 협력,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구조적 공백의 위치에 있는 직원들 간 접촉 기회를 늘리면 부서 간 아이디어가 흐르면서 의사소통의 갭(gap)을 메울 수 있다. 네트워크에 대한 안목이 있는 리더는 구조적 공백의 위치를 찾아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기에 소통의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들
1. 명함을 지혜롭게 활용하라
네트워킹 하면 명함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명함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리더가 의외로 많다.

우선 타인의 명함과 뒤섞인 명함집에서 자신의 명함을 찾는 리더가 적지 않다. 정부 고위직 중 한 사람은 명함을 손가락에 낀 채 전해주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명함은 명합수첩에 넣고 꺼내는 순간 상대방이 읽기 편한 방향으로 넣어져 있어야 하며 타인의 명함과 섞이지 않도록 칸을 나누어 넣어두어야 한다. 자신의 명함을 찾기 위해 명함집을 뒤지는 모습은 프로답지 않다.

또 많은 리더는 명함을 받자마자 명함집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명함을 받는 1차 목적은 상대방의 이름을 인지하기 위해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사는 상대방의 이름이다. 그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이 네트워킹의 시작이다. 명함을 받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명함집에 집어넣는 게 아니라 “○○○ 님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최악의 사례는 받는 데 관심이 없고 명함을 주기만 하는 것이다. 모기업의 최고경영자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명함을 뭉치로 든 채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정치인처럼 명함을 뿌린다. 받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행동은 참석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명함을 받아 두기만 하고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24시간 이내에 문자나 음성으로 연락을 해서 그날 있었던 대화와 소감 등을 전하며 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교류를 시작하는 순간, 명함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필자는 상대방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보내는 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2. 마당발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H 자산운용사의 K 본부장은 스펙도 형편없고 기억력도 나빠 대기업 입사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스스로를 진단한다. 운 좋게 입사에 성공했지만 신입사원 시절 명함을 받고 사무실에 돌아오면 도무지 이름과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명함에 상대방이 하는 말과 행동을 깨알같이 적었다. 심지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담배 이름까지 적었다. 다음에 만날 때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대화를 했다. 각종 모임에서는 총무를 자처하며 회원들을 위해 봉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객 네트워크가 무려 8만 명에 달한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금융회사의 본부장까지 올랐다. 네트워킹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성이 좋다고 네트워킹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투자가 필요하다.

전 직원의 이름을 외운다는 경영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장수하는 CEO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오래 재직했기 때문에 이름을 잘 외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름을 외우는 등 정성을 쏟다 보니 직원들의 마음이 열렸고, 그 덕분에 경영 성과도 높아졌을 것이다.

3. 반응을 하라
권대욱 앰버서더코리아 대표는 청춘합창단의 단장을 비롯해 여러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장수 CEO로 활약하고 있다.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인문학적 소양과 문장력, 젊은 사고, 네트워킹, 도전적인 삶에 감탄할 때가 많다. ‘좋아요’를 누르는 페이스북 친구들도 대학생부터 노령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수많은 댓글에 반드시 답글을 남긴다는 것이다. 전 연령층에 걸쳐 많은 친구를 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임을 주선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고마운 일은 참석이든 불참이든 답글을 남기는 것이다. ‘OK’라는 답변만 남겨도 고마울 때가 많다. 연락이 없어 결국 전화를 하게 만들거나 문자를 보내게 하는 사람들은 무반응을 습관화한 경우다. 책임감을 의미하는 ‘Responsibility’가 반응(response)과 능력(ability)의 합성어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4. 점심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라
지난 한 달 동안 다른 부서 혹은 외부 인사와 점심을 먹은 날이 며칠인지 적어보라. 매주 5일, 한 달 20일, 일 년 240일의 점심시간만 잘 활용해도 인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만약 같은 부서, 혹은 같은 사람들과 주로 점심을 했다면 패턴을 바꿔야 한다.

혼다자동차 딜러 매장에는 직원이 6명이 있을 경우 1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준비돼 있다. 점심시간에 직원 각자가 한 사람씩 외부 인사를 초청해 식사를 하면서 다른 분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영 구루 톰 피터스는 이를 ‘교차기능 엑셀런스(Cross-functional Excellence)’라고 불렀다. 교차기능 엑셀런스를 위해서는 다른 부서 직원을 만나 점심을 함께하거나 질문하고 조언을 들어야 한다. 회의를 할 때도 다른 부서 직원을 초청해 고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5. 실무자를 귀하게 대하라
많은 사람은 네트워크 대상으로 고위직 혹은 영향력이 있는 인물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영향력이 강한 사람과의 네트워크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무자들이 훨씬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은 지금 당장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조직을 떠나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활발하게 업무를 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미래의 리더로 성장할 것이다.

월트 미닉(Walt Minnick)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66세에 아이다호 제1 선거구에 출마해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과거 백악관에 근무할 때 내부 직원들을 잘 관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백악관에서 퇴직하기 마지막 6일 동안 오후
7시가 되면 매일 10∼15통의 감사 편지를 썼다. 편지의 대상은 고위직 인사들이 아니라 젊은 직원들이었다. 그때 그가 편지를 보냈던 직원들은 이후 요직을 차지했고 미닉의 하원의원 출마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6. SNS보다 전화를 이용하라
한 기업의 관리자 교육에서 부하직원들 중 고객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카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일을 그르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SNS에 익숙한 신세대들 중에 전화를 걸거나 받기를 두려워하는 ‘콜 포비아(Call Phobia)’ 증상을 가진 직원들이 입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놀라운 일은 이런 증상을 보이는 리더들도 있다는 것이다. 모 기업에서 한 직원이 퇴사를 했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니 팀장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아서라고 했다. 같은 팀인데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할 뿐 대면하지 않는 팀장과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SNS나 e메일로 소통하는 것의 장점도 있지만 불편한 문제를 다룰 때는 오해를 낳아 관계를 악화시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골드만삭스 CEO를 지낸 행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은 대인관계가 매우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전화를 즐겨 사용한 덕분이라고 한다. 그는 전화가 왔다는 메모를 보면 회사 직원이든, 외부 고객이든 직접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에는 매주 60여 명의 CEO에게 전화를 해 인사를 하고 비즈니스 현황 및 신사업 계획 등을 소개했다.

말하기가 다소 꺼림칙하거나 요청에 부담을 느낄 때 카톡을 보내는 일이 많은데 이런 일일수록 전화를 거는 게 낫다.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통화를 하다 보면 까다로운 문제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7. 도움을 요청하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남들이 나를 돕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을 알고 있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요청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많은 사람을 알고 있어도 이들이 가진 자원들을 동원하려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애플의 설립자이자 CEO였던 故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상상력, 실행력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성공 비결의 핵심은 ‘요청’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12살 때 HP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당시 CEO였던 빌 휴렛에게 전화를 걸어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고 싶은데 회사에 남는 부품이 있다면 보내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맹랑한 소년의 전화를 받은 빌 휴렛은 원하는 부품을 보내주면서 여름방학 때 HP에 와서 일을 하라고 했다. 잡스는 HP의 조립라인에서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했던 시절을 천국이라고 묘사했다. 이 일로 자신감을 얻은 잡스는 무슨 일이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때마다 안 된다거나 전화를 끊어 버리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잡스는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어쩌면 애플은 잡스가 대학을 중퇴하고 차고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12살 때 빌 휴렛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을 때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고성과를 내는 리더들은 부하직원들에게 올바르게 최고와 최선의 성과를 내달라고 요청할 줄 안다.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역대 최고의 국무부를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보고서를 읽고 항상 “최선을 다했습니까?”라고 물었다. 직원들은 장관이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후 사무실로 돌아와 수정해 최고의 것으로 재탄생한 보고서를 올렸다. 직원들이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이 정도면 됐다’고 적당히 요청하는 리더는 직원들의 능력을 키울 수 없다. 적당히 요청하면 적당한 인재만 키울 뿐이다.

8. 고수는 부하에게 요청할 줄 안다
최치훈 전 삼성물산 사장은 30대 중반에 GE의 해양사업부 CEO를 시작해 25년 이상 GE와 삼성그룹에서 전문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그의 성공 비결이 궁금해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얻은 결론은 ALD 사이클이었다. ALD는 ‘Ask-Liten-Delegate’의 약어로 ‘도움을 요청하고-들은 다음-위임하기’를 의미한다.

최 사장이 맡은 기업 중에는 과거에 경험해 본 적이 없거나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이 많았다. 가는 곳마다 직원들에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도와 달라고 요청한 후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이 되면 잘해 줄 것이라 믿고 위임했다. 복도에서 마주친 말단 직원에게도 사장실에 놀러 오라고 하는 등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직위와 상관없이 도움을 요청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리더의 단점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은 부하직원들이다. 늘 리더를 바라보기 때문에 리더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부하들이야말로 최고의 코치인 셈이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즉 아랫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윗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윗사람에게 물으면 업무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도 소개받을 수 있다. 리더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엉뚱한 일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게 되는 효과도 있다.

9. 요청의 장애물들
요청의 최대 장애물은 자존심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다. 행복심리학 분야의 최고권위자인 숀 아처 하버드대 교수는 ‘똑똑한 멍청이들’이 하버드에 가득하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학생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관행을 비판한 것이다. 심지어 옆의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해도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거절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도움을 요청했다 거절당했을 때 상처를 받는가 여부는 나의 결정 사항이다. 상처는 타인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받는 것이다.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 ‘내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인식도 요청을 주저하게 만든다. 하지만 미래의 리더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스티브 잡스가 남긴 다음 말을 기억해야 한다. “반드시 감수해야 할 것은 실패의 가능성이다. 깨지고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전화를 할 때든, 사업을 할 때든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멀리 나가지 못할 것이다.” 요청의 크기는 성공의 크기를 좌우한다.

10. 키맨 네트워크를 계획하라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의 제목은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다. 우리가 사는 세상 도처에 고수들이 있다는 얘기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잘하는 것이다. 고수들을 만나 물으면 고민하는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고수들은 옛날이야기 속에 나오는 것처럼 산속에 은둔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의 주변에서 아니면 몇 단계만 거치면 만날 수 있는 곳에 그들이 있다. 고수들은 다름 아닌 ‘키맨(Key Man)’이다. 키맨에게는 남다른 영향력이 있다.

17살에 무작정 상경해 와이셔츠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렸던 소녀가 유럽에서 초밥으로 연간 매출 5000억 원을 올리는 켈리델리그룹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켈리 최(한국명 최금례)는 사업을 시작하며 프랑스 초밥 장인 야마모토, 전 맥도날드 유럽 최고경영자(CEO)인 드니 하네칸 등 키맨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 배우고 조언을 들었다.

키맨 네트워크는 나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지원 세력이 될 수 있다. 더 발전해야 하거나 보완해야 할 목표가 있다면 이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키맨으로 누가 있는지 [표 2]에 적은 후 빈칸에 적합한 인물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요청해 보자. 의외로 키맨의 도움을 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키맨들의 인터뷰 기사와 저서를 모조리 읽고 찾아가 ‘당신을 존경하고 있으며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겠다’는 사람과의 만남을 거절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Go-Giver형 리더가 돼라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적어 보자.

1. 내가 잘못됐을 경우 가족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2. 가족 친척을 제외하고 내 고민을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3. 업무적으로 조언해 줄 수 있는 외부 인사는?
4.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와 하룻밤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네트워킹 관련 강의를 할 때 이런 종류의 질문을 10가지 정도 제시한 후 이름을 적어보라고 하면 상당수가 ‘잘못 살아왔다’ ‘뭐하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사람이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내 이름이 거기에 적힐 수 있는지 여부다. 네트워킹을 잘하는 것은 내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찾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줄 것이 많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으면 사람이 저절로 모여든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고-기버(The GO-GIVER,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의 저자인 밥 버그는 “뛰어난 성과를 올린 세일즈맨은 자신의 목표 달성보다 고객에 대한 관심을 더 중시했던 ‘고-기버’형 인재”였으며 “고객을 물건이 팔리는 통로로만 치부하는 고-테이커(go-taker)형 세일즈맨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네트워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5년간 1만3000여 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포브스로부터 ‘세기의 슈퍼 세일즈맨’으로 선정된 조 지라드(Joe Girard)는 처음부터 영업을 잘한 게 아니었다. 어느 날 한 고객이 10만 달러짜리 고급 차를 현금으로 사기로 했는데 계약 직전 갑자기 취소했다. 그 고객에게 전화를 해서 이유를 물으니 “당신이 내 말을 진심으로 경청을 한 건지 모르겠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내 아들이 미시간대 의과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자네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고객은 영업사원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싶었는데 지라드는 오로지 판매만 생각하고 고객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전형적인 ‘고-테이커’형 세일즈맨이었다. 이 일은 지라드가 영업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고-기버’형으로 대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때부터 판매보다는 고객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한 사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250명에 이른다는 것을 깨달은 후 한 사람의 신뢰를 잃으면 그 뒤에 있는 250명을 잃고, 한 사람의 신뢰를 얻으면 그 뒤에 있는 250명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영업을 했다. 결국 그는 전설의 영업왕이 됐다.

네트워킹 공개강좌에 참여했던 모 기업의 임원은 스마트폰에 수백 명의 연락처를 저장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좋은 대안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이런 접근이야말로 네트워킹에 대한 가장 큰 오해를 담고 있다. 네트워킹은 상대방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네트워킹은 ‘호혜성(reciprocity)’을 기본으로 한다. 그 출발은 ‘Give & Take’가 아니라 ‘Give & Give’다. 여기서 ‘Give’를 물질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물질적인 게 아니라도 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우리말의 ‘∼해주자’라는 말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면 이를 금방 알 수 있다. 칭찬, 경청, 배려, 용서, 사랑 등등 줄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대부분은 마음과 관련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 마음이 가난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무엇을 받았는가로 존경받는 사람은 없다. 존경은 무엇을 주었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이다” 존 캘빈 쿨리지(John Calvin Coolidge)의 말이다.

필자소개 김찬배 C-TECH 연구소장 kcb001@naver.com
필자는 C-TECH연구소장, 윈윈긍정변화컨설팅 마스터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성품 교육기관인 IBLP의 비즈니스 성품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으며 변화와 혁신, 소통, 리더십, 네트워킹, 비즈니스 성품 등을 주제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진정한 혁신』 『요청의 힘』 『키맨네트워크』 등의 저서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5호 AI on the Rise 2019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